한 남자의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적어도 신고라 불리는 남자에게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세이코라는 여성과 함께 살면서 결혼 이후의 삶도 이럴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도 신고는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정비공장으로 출근을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보통의 소시민으로 TV 뉴스나 신문 등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지극히 일부에게 일어나는 일로서 자신은 평생 그런 일에 엮이지 않으며 살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러한 생각은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였을 뿐이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다시 돌아 온 집에서 신고는 낯선 존재와 마주친다. 세이코가 아빠라고
말하는, 마치 그 분위기가 곰 같은 남자를 말이다...
그리고 발생하는 아주 기괴한 사건. 곧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기와다 에이이치는 신변보호를
요청한 고다 마야라는 한 소녀의 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어딘가 특이할 점이 없었던 사건은 그녀가 오랫동안 심각한 학대를 당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그녀가 도망쳐나온 집을 찾아갔을 때는 더욱 기이한 점을 느끼게 된다.
작지 않은 집은 방과 문이 모두 자물쇠 장치가 있고 혼자 있던 여성 또한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이 여성은 마야가 자신을 학대했다고 지목한 아쓰코라는 여성이며 또다른 가담자인 요시오라는 남자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들이 살았던 집의 주인도 사라진 상태. 거기다 집안의 욕실에서는 실로 엄청난 양의 혈액반응
검사가 있었고 아쓰코는 마야의 아버지인 고다 야스유키를 자신과 요시오가 함께 죽였다고 고백한다. 아내와 이혼 후 딸을 홀로 키웠던 남자, 직장을
그만두기 전 어딘가 모르게 사람이 점점 달라져버렸다는 동료들의 증언. 그러나 현재로서는 야스유키와 요시오라는 남자는 그 행방이 묘연하다.
결국 아동학대로 의심되던 사건이 점차 살인사건으로 확대되면서 경찰 역시도 대규모 수사본부를
차리고 이들의 관계와 정체, 사라진 인물들을 찾으려 애쓰는데...
이야기는 이처럼 세이코와 함께 사는 신고 앞에 이전에 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세이코의
친아빠가 나타나고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그 남자를 감시하게 되는 신고의 이야기와 함께 마야라는 소녀를 둘러싸고 선코트마치다 403호에서 일어난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한 이 사건은 실제로 2002년 3월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에서 발생한
일가족 일곱명이 서로를 학대하고 죽인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실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내에서는 당시 이 사건에 대한 보도 제한 조치가 내려졌을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과
잔혹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짐작케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현재 경찰소설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혼다 테쓰야는 마치 사건을 재구성하듯
신고와 경찰의 입장에서 써내려 간다.
잔혹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인지 이야기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며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이 책의 띄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것 같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