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좀더 다정하지 못하고 더 큰 관심을 주지 못했던 부모,
아니면 어른들의 눈에 고작 그만한 일로 비춰질지도 모를 이유를 친구의 배신이라 생각한 열네 살의 조금은 특별했던 두 친구의 관계일까?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자 조금만 더 다가갔더라면,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조금의
시간이 있었다면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책을 완전히 다 읽기까지 참으로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스쳐지나
간다.
최근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면서 국내에서도 얼마 전 교내에서 동급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가해자. 표면적으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순간이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 있다보니 이런 문제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침묵을 삼킨 소년』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했던게 아닐까 싶다.
14살의 중학생 아오바 쓰바사가 동급생인 우지이 유토를 죽였다는 혐의로 긴급 체포된다.
쓰바사의 아버지인 요시나가 게이치는 살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동안 진행해오던 프로젝트가 경쟁팀을 물리치고 선정된
날이여서 팀원들과 회식 중이여서 쓰바사의 전화를 받지 못한다.
아내 준코와 이혼 요시나가는 팀원이자 회사동료인 미사키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사귀는
중으로 쓰바사는 아내가 키우고 있는 중이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번 정도였던 만남이 몇 달에 한 번으로 되가면서 그동안 아들에
무관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러다 아들이 동급생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아내와 마주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아들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미사키와의 결혼, 쓰바사의 양육비를 위해 오롯이 성공을 향해 달리던 그에게 이 일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특이하게도 쓰바사는 사건에 관해 함구하게 되고 요시나가는 사건 해결을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지만
아들은 계속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언론에서는 이 충격적인 사건을 취재하고자 가해자의 부모인 요시나가와 준코를 끈질기에 쫓아다니고
집은 물론 회사에까지 찾아오게 된다.
변호사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나 아버지인 자신에게 반응하는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요시나가, 그런 그에게 아들은 살해를 인정하는데...
살해를 인정하는 말 이외에 그 어떤 말을 하지 않고 뉘우침도 없는 태도는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아들로부터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변호사는 보호자인 자신을 부첨인이 될 것을 제안한다.
쓰바사가 오롯이 아버지와 단둘이서만 이야기하겠다고 말하는 가운데 해결책이 없어 요시나가는 이를
받아들이고 아들로부터 사건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고자 대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그 날의 사건과 관련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이란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쓰바사가 자신도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 유토와 친해지지만 후에 쓰바사가 아버지인 요시나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을 알게 되고 배신자로 낙인 찍히며 함께 어울려
다니는 유토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로부터 마음을 살해당하는 괴롭힘을 겪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여전히 유토를 죽인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태도에 결국 2년 동안 소년원에 가둬지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참으로 답답한 순간이다. 자식이 끊임없는 S.O.S 요청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모와 자존감이 사라질 때까지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결국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반복되는 괴롭힘에 마음이 살해당했다고
고백하는 소년의 선택은 그 방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공감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오죽하면 저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마지막에 반전과도 같은 소년의 진짜 고백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년의 잘못만으로만
치부하기엔 14살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엿보이는것 또한 사실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가 부모에게 이야기 해서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삶이 바빠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부모의 잘못이 아직 어린 아이에게 평생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게 만든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