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카나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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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이런 의미심장한 질문을 하는 것일까?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시작된 이야기를 중단하는 것만크이나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그래요. 계속 얘기 해봐요.'라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2015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라바』의 작가 니시 가나코로 2004년 『아오이』를 발표한 이후 여러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평단의 인정을 받아오고 있는 일 문학계를 이끌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고 있단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진 니시 가나코의 작품을 읽을 기억이 없어서인지 그녀의 작품이 어떠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동안 줄곧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 준 모습과는 달리 실제 모습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주변에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때때로 많이 곤란해지질것 같기도 하지만 또 웃으면서 그냥 넘길것 같기도 한, 사고뭉치 느낌도 나는데 미워할 수만은 없어서 마치 그녀 자신이 유명하고 인기있는 시트콤의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이기도 한다. 신비주의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토록 작품과 괴리되는 모습을 스스로가 거침없이 얘기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주변인의 이야기를 실명으로 이야기 해도 되나 싶은 것이 오히려 독자들이 '이 얘기, 계속해도 되시겠어요?'하고 걱정하며 반문할것 같다.

 

해외주재원이셨던 부모님으로 인해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자란 특별한 경험이 있고 이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작가가 되기 전에는 참으로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일을 했다 싶은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이야기, 스스로가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는 이미 지난 2007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첫 에세이와 2009년 6월에 출간한 작품을 재편집해 2011년 11월에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처음 연재를 의뢰받고 긴장하다 사전에서 에세이(수필)의 의미까지 찾아본 끝에 자유로운 태도로 쓴 글을 담아내기고 결심하는데 정말 자유로운 태도 그대로가 담겨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경위와 이란에서의 생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 저자는 이후 네 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분류해 소개하는데 그녀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어떤 사람'에서는 자신이 어렵게 보낸 20대의 각종 아르바이트에서 마주한 바의 마담이나 아침 장터에서 마주한 사람들, 자신의 술버릇은 물론 친구들의 술버릇을 실명으로 거론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마트에 장을 보러가 역시나 장을 보러 온 타인의 장바구니에 담긴 먹을거리와 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너무나 흔히, 상투적으로 물어보는 “취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도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여러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여행 동안 일어난 일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뭔가 대단한 일이 아니여도 감사할 일은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까지 과연 한 사람이 겪은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으로 버라이어티하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소설만큼이나 또다른 에세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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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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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라는 책의 서두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의 어느 소설가가 말한 바에 의하면 오백 명에 한 명 꼴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인범이 우리들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오백 명 중에 한 명은 살안자이지만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킬러 넥스트 도어』에는 이름만 아파트인 다가구 주택 속에 살아가는 여섯 명의 평범한 이웃 중에 살인마가 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의 영국에서 점차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런던 남부의 노스본에 위치한 아파트 23번지는 낡고 방범도 취약했으나 집주인에인 로이 프리스는 입주자를 들일 때 필요한 신원 보증서 등의 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 사람들을 받았고 그로 인해 이곳은 마치 잠시 머물다가는 장소처럼 많은 이들이 거쳐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는데 독신남이자 세입자들 중에서도 실제로는 유일한 고용 상태인 토머스 던비를 비롯해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이란인 망명자 호세인 잔자니, 매일 거의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는 제라드 브라이트,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이곳에서 거의 칠십 평생을 살아온 노부인 베스타 콜린스와 각종 물건을 훔쳐 되팔면서 월세를 마련하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셰릴 패럴이 있다.

 

여기에 니키라는 여성이 살고 있었으나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이서 거금을 들고 도망중인 콜레트라는 여성이 니키의 짐을 다 치우기도 전에 입주를 하게 된다. 짐도 챙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니키지만 아무도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저 집세를 내기 힘들어서 몰래 떠나버린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 곳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춰야 하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처럼 느껴진다.

 

콜레트(원래 이름은 리사다)는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사장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도망치게 되는데 이때 사장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10만 파운드를 들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이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처음 음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주인과 전체적으로 보안과 관리가 허술한 집 상태에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점차 자신을 챙겨주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이웃으로 인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들과의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죽게 되는데...

 

이야기는 처음 경찰서에서 사회복지사와 변호사를 곁에 두고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셰릴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 신분으로 치매를 비롯한 다른 병까지 걸린 엄마를 지켜보기 위해 결국 뒤쫓는 무리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살인마가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콜레트, 그리고 그녀가 살게 된 호실의 니키라는 여성의 실종, 그리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들을 마치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좁은 자신의 집에서 미라로 만드는 사람.

 

희생자인 여성은 한 두명이 아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관련된 지식을 얻기 위해 많은 책을 읽는다. 집안에서 느껴지는 악취는 분명 이 연쇄살인마의 시체 해부와 처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죽인 여성들을 마치 영원히 살아있는 것처럼 컬렉션으로 모으는 과정이 섬뜩함을 넘어서는 공포를 자애내고 버젓이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사실은 자신의 집안에서 이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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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
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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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은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작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대략적인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책을 읽어보질 못해서 전혀 몰랐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이델베르크를 주무대로 황태자와 요즘으로 치자면 음식점 웨이트리스의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왠지 여러 면에서 왠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기대되어 언제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이번에 로그아웃에서 출간된 원작소설의 완역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웠고 책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잠깐이나마 독일과 하이델베르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던것 같다.

 

 

카를부르크의 황태자인 카를 하인리히는 최근 졸업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로 황제에 의해 1년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할 계획이였고 이 유학길에 황태자의 개인 교수이자 황태자를 잘 가르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게 한 업적을 인정받아 신임 궁정 고문관이 된 위트너 박사와 왕족의 시중을 드는 루츠 씨와 함께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하인리히는 그동안 자식이 없던 백부이자 지금의 황제에 의해서 엄격한 궁중 예법에 따라 키워졌고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행은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동행한 박사의 경우에는 궁중에서 근 10년 가까이 지냈던 이유로 건강이 다소 나빠져 하이델베르크에서 산책을 하며 다시금 날씬하고 건강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루츠씨만이 그동안 지켜져 온 궁중 생활과는 다른 행동을 연이어 보이며 일반적인 시종과는 다른 자신을 몸종처럼 취급하는 박사와 황태자에 조금씩 불만이 생긴다. 게다가 힘들게 도착한 하이델베르크에서 황태자가 묵을 숙소는 고급 호텔이 아닌 허름한 하숙집과도 같았고 루츠씨는 자신이 골방같은 곳에서 앞으로 1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해진다.

 

모든 것이 신기한 황태자는 바로 이곳에서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케티라는 여성을 만나 운명적인 첫사랑에 빠진다. 부모가 없는 두 사람의 처지는 곧 어딘가 모르게 슬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케티에겐 프란첼이라는 삼십대의 약혼자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게다가 황태자가 궁중에서처럼 생활하는 동시에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함께 보내진 박사는 오히려 황태자에게 그가 지금까지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자유와 일탈을 몸소 실천해 보인다. 여기에 황태자가 학우회에 가입까지 하게 되면서 수업에는 출석하지 않고 점점 더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학우회 회원들과 결투를 하고 케티와의 연애를 이어가고 그 사이 박사는 점점 더 몸이 쇠락해가면서 결국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제껏 꿈꾸지 못했던 자유로운, 20대의 청년 같은 자유를 누리던 생활은 그에게 카를부르크에서 전보가 도착하면서 막을 내린다.

 

 

카를부르크를 떠나오기 전에도 좋지 않았던 황제의 건강이 더욱 나빠져 황태자가 급히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결국 함께 돌아갈 수 없는 박사와는 어딘가 모르게 마지막이 될 인사를 하고, 케티에겐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채 카를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돌아온 궁중에서는 역시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황제를 대신해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업무를 보게 되고 곧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점차 해를 넘기게 된다. 그 사이 박사와 황제는 운명을 달리하고 자신은 사촌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동시에 점차 하이델베르크로 떠나기 전보다, 백부이자 전황제보다 어딘가 모르게 냉담해지는 나날들 속에서 우연히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인연이 있던 노인이 그를 찾아오면서 그는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자유를 누리고자 다시 그때처럼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박사는 그에게 카를부르크에 가더라도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자유와 젊은이다움을 잊지 말라고 했지만 황태자는 이미 예전의 소년이였을 때보다 더 엄격하고 냉기가 흐르는 사람이 되었고 다시 만나게 된 박사의 무덤 앞에서도, 학우회 사람들에게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 그가 변하는 것처럼 하이델베르크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는 곳곳으로 떠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케티 역시도 곧 약혼자와의 결혼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첫사랑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끝으로 어쩌면 그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자신들의 삶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치 한 여름의 밤의 꿈 같은 이야기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사는 그토록 황태자에게 당부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대에,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운명에 맞춰 살아 온 황태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정말 한 때의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져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꼭 새드엔딩 같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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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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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다. 옛날에 내가 살던 집도 아닌, 내가 죽은 집이라니... 그렇다면 과연 그 '나'는 누구일지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마치 마귀의 손같은 나무 가지들로 둘러 쌓인 더 기괴하게 생긴 집을 담고 있는 표지를 보면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상당히 으스스하다고 느껴진다.

 

어느날 7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를 찾아와 특이한 부탁을 한다. 바로 지도와 열쇠의 집으로 함께 가달라는 것이다. 어릴적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 늘 이상했던 사야카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한동안 아버지의 행동이 수상했던 것과 이 열쇠가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며, 왠지 그곳에 가서 정체를 알고 나면 자신의 어릴적 기억들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녀와 함께 지도에 그려진 집으로 찾아가고, 외딴곳에 자리한 외양마저 기괴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사야카가 가져온 열쇠는 그 집의 현관이 아닌 지하실로 들어가는 열쇠였고 집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살지 않지만 20여 년전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치 어제까지도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살림살이들이 놓여져 있는 것에 나와 사야카는 더욱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당장에 뭔가를 찾지 못하고, 점점더 미궁으로 빠지려고 하던 찰나 그집의 아들로 추정되는 유스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 돌아오려고 했던 계획은 그집에서 머물며, 유스케의 일기를 차례대로 읽으면서 뭔가 실마리를 발견하고, 그 집의 다른 곳들에서 찾은 여러 것들로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져 간다.

 

그리고 맨처음 성서에서 발견한 동물원 입장료 두 장이 엄청난 사실을 담고 있음이 밝혀진다. 사야카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찾기 위해서 왔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른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의 의미가 밝혀진다.

 

그저 기괴하게 느껴졌던 그 집에 감추어진 진실에 경악하기 보다는 슬픔이 느껴진다. 그집의 정체를 알아 가면 갈수록 그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어쩔수 없었다는 그말이, 그것밖에는 과연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후회가 느껴진다.

 

얼핏 보기에는 이 책의 장르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어린시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사랑할줄도 안다는 말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소설이다. 전혀 별개의 문제일것 같은 두가지가 결국엔 동일선상에 있음에 무서움이 안타까움과 누군가의 아픔으로 변해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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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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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프랑스 문학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몇몇 좋아하는 작가를 제외하고는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르탱 파주의 경우에는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을 여러 편 읽었을 정도이다.

 

선호하는 작가가 아님에도 매번 신간을 선보일 때마다 작품 그 자체에 이끌려 선택했다고 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나의 끌림은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책을 쓰고 싶다.”는 마르탱 파주의 바람과 맞물려 신선했고 또 흥미로웠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마르탱 파주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정신 질환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대학에서는 심리학과 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일곱 가지 분야를 공부했고 이후로는 야간 경비원을 비롯해 아전 요원 등의 여러 일들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하니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그의 작품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에 대해 마르탱 파주는 “나는 내 삶이 놀랍고, 아름다우며 기묘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임에 틀림없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처음으로 등장하는 「대벌레의 죽음」은 한 남자의 집에 경찰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이곳이 범죄 현장이며 한 노파가 살해당했다고 말하면서 현장 검점을 위해 왔다고 말하지만 이 집의 주인인 라파엘은 죽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는 라파엘을 의심하고 라파엘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믿지 않으면서 오히려 라파엘을 범인이라며 체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마치 장자몽처럼 황당무계하기까지 하다.

 

표제작이기도 한「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는 생마르탱 운하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필립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 알은체를 하면서 시작된다. 그 남자는 필립에게 우린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이렇게 입은 이유는 필립의 옷 입는 취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처음 필립은 그 남자가 자신의 관심을 끌어 돈을 얻고자하는 인물들 중 하나인가 싶었지만 오히려 그 남자는 필립에게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곤 자리를 떠나는 필립을 내내 쫓아오며 필립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않는 등의 진짜 자신의 모습대로 살지 않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어딘가 모르게 불쾌하면서도 엉뚱하지만 어느덧 그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필립이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서 필립은 누구도 되지 않고 자신으로 살아가는 자유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는 마치 우문현답 같은 대화를 읽는것 같기도 한데 그런 이유로 필립이 되고 싶다는 남자의 이야기는 결코 뿌리칠 수만은 없는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 책은 그동안 만나 온 그 어떤 마르탱 파주의 책들보다도 가장 마르탱 파주를 잘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중요한 것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치 7편의 블랙코디미 모음을 보는것 같아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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