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어때서 - 프로싱글러 언니의 솔직상쾌 공감 에세이
아가와 사와코 지음, 고고핑크 그림, 권영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이상 결혼은 꼭 해야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닐텐데 그럼에도 국내에서 특히나 최근 들어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등이 문제가 되어 초혼의 연령도 높아지고 덩달아 출산율 역시도 낮아지고 있다.

 

처음부터 독신을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테고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스스로 결혼이 아닌 싱글인채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프로싱글러라 불리면서 방송인이자 작가이기도 한 아가와 사와코의 『혼자가 어때서』라는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아직까지도 적령기라고 생각되는 나이가 넘어서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주변에서 왜 결혼을 안하는지 등을 시작으로 온갖 관심을 빙자한 오지랖을 보여주지만 조금씩 이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어른들 중에서도 꼭 결혼을 안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만큼 이 책은 싱글이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은, 말 그대로 '프로'라는 말까지 붙은 저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모 개그맨이 결혼식에 다른 연예인의 결혼식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 우스개소리로 프로불참러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해 이제는 이 '프로'라는 말이 언어유희적으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붙여지기도 하는데 보편적인 시선에서는 결혼 적령기는 이미 훌쩍 넘겨버린 저자도 처음부터 자신이 지금 이 나이까지 싱글로 있을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오히려 철들었을 무렵부터 장차 '어머니'라는 존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무려 스물한 살 때 주변의 소개로 맞선을 볼 정도였으며 이후로도 중매에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지만 친구들이 빠른 속도로 혼처를 찾아 결혼을 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은 지금까지 싱글인채로 남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겐 생소하고 다소 무지한 뉴스 프로그램의 어시스턴트 일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고 단지 결혼을 하려던 상황이 잘 해결되지 않아 있던 차에 주변 환경을 바꾸고 심기일전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지금은 이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지적이면서도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인해서 일본 여성들의 많은 애정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한 남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이 인생의 최종 목표라니 너무 재미없잖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결혼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걸.”(p.14)

 

 

물론 이 말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결혼의 인생의 목적일수도 있다. 사람들마다 사는 방식이 있고 인생의 목표는 다르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에게 이 말은 한 줄기 섬광처럼 지금까지 자신이 결혼에 대해 생각해왔던 방식을 되짚어 보게 만들고 지금까지 싱글로서, '프로'라는 말을 덧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내오고 있다.

 

처음부터 프로 싱글러일 수 없었던 그녀이기에,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진짜 자립해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는 공식과도 같았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짜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책에서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녀가 경험한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소개되는데 표지 속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아하기만 한 골드 미스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오래 전 방영되었던 <올드미스 다이어리>처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자발적 싱글이든, 다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싱글이든, 저자처럼 프로 싱글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삶마저도 생기있게 살아간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자체발광의 매력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타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지독한 오후』는 그동안『허즈번드 시크릿』과『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라는 두 권의 작품으로 국내 팬들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이다. 제목만큼은 확실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으로 원제인 'Truly Madly Guilty'를 통해서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향해 또다른 이가 절실한 마음으로 유죄라고 말하는 뉘앙스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현재로, 첼리스트이자 친구인 클레멘타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부러 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온 에리카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클레멘타인과 두 달 전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왔지만 막상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리고 클레멘타인이 그 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순간 강연장을 뛰쳐나와 자신의 회계사무실로 향한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강연장에서 운을 띄우는 클레멘타인의 이야기에서 보자면 초겨울, 춥고 음산한 날씨의 두달 전 어느 날 클레멘타인은 이웃과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받았고 이를 초대한 이가 바로 에리카이며 여기에 에리카의 또다른 이웃인 비드라는 남자가 있다.

 

 

비드가 샘과 클레멘타인 가족, 에리카와 올리버 가족을 자신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를 하게 되고 이 초대를 다시 에리카가 클레멘타인에게 하여 모두 이곳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에리카도 클레멘타인도 그때의 초대를 거절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때 그 날 일어난 독자로서는 아직까지 알 수 없는 그 일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 각자의 삶은 그 날 전과 이후로 달라져 버린 것이다.

 

이들에게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자의 기억은 너무나 달라 과연 누구의 말이 진짜일까, 어떤 이야기가 사실일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 날을 회상하면서 점차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은 독자들로 하여금 진실을 추리하게 만든다.

 

도대체 그래서 진실이 뭐냐고 계속 묻고 싶어지는 책이다. 아울러 어딘가 모르게 내용적인 분위기나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마치 전작인『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리안 모리아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제본을 받은 후 정식 도서 출간 후 도서를 제공받아 가제본에 대한 언급을 수정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매체를 통해서 방송인 노홍철씨가 책방을 개업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사실 해방촌이라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동시에 상당히 독특해 보이는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풍경이 인상적으로 느껴져 가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차에 이렇게 그 이야기를 담아낸 『철든 책방』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한 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서 노홍철씨가 모든 방송을 그만두어야 했던 직전에 만나게 된 매니저와의 인연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속사 없이 활동했던 그가 개인 매니저를 직접 고용하면서 면접을 보고 함께 일하게 된 매니저를 통해서 지금 철든 책방이 자리잡게 된 해방촌을 알게 되는데 싼값의 방을 찾다 해방촌으로 가게 된 매니저는 이후 이곳의 분위기에 푹 빠져 그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어쩌면 그 당시로서는 진짜가 될 줄 몰랐던 도업 이야기며, 가게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후 진짜 하루아침에 일을 쉬게 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다시 그때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아 해방촌 이야기는 이어진다.

 

 

결국 이야기로만 듣던 윗동네 해방촌을 직접 가서 몇 주 동안 해방촌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점차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해방촌이야말로 모든 것이 존재하는데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유로움이 흘러넘치는 곳임을 깨닫게 된다.

 

군대에 있던 시절 무심코 퇴직한 아버지를 모시고 남산도서관을 오가며 보았던 그곳. 막연하게 '아, 이렇게 멋진 남산을 가까이에서 매일 바라보며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도 이다음에 이 동네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해방촌에 대한 첫인상을 가졌었는데 그때의 좋은 추억은 현재로 이어져 그로 하여금 철든 책방이라는 곳을 오픈하게 만든다.

 

먼저 해방촌에 자리한 다양한 가게들을 돌아보며 해방촌아티스트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자신 역시도 그들처럼 기존의 서점과는 달른 독립출판 서점 주인들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책방을 계획하게 되고 차근차근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해나간다.

 

 

책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는데 주소를 손에 쥐고도 어디인지 찾기 힘들었던 지금의 철든 책방의 변신 전 모습을 보고 반해 계약을 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루프탑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주변의 풍경에서 튀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 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1층 전부 서점으로 2층은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천장, 주방, 마치 외국의 도서관을 연상케하는 큰 테이블과 의자, 텐테이블이 있고 지하에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 워크숍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루프탑의 경우에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해먹도 있으면서 이웃에 시끄럽지 않고 안전을 고려해 공사를 했다.

 

상업적인 목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책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좋아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책방이다. 책을 만만하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이 경험한 즐거움을 느껴 책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탄생한 철든 책방.

 

여러 재미난 요소가 있고 해방촌 아티스트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이웃들과 어울어지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흥미로운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간 활용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한 사람으로서 기회가 된다면 우연인듯 철든 책방을 찾아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답게 유일하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답게 유일하게』는 진지하게 '나 다운게 뭘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살다보면 나 답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개성이라 표현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념이라 표현될 수도 있는 이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야 하고 때로는 그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증가하는 가운데 아예 이를 포기한 사람들도 생겨나고 이또한 증가되는 추세에서 대학만 가면 다 될 것이란 부푼 기대감으로 고3까지의 생활을 견디지만 막상 현실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이 등장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는 요즘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문득 마주한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주머니 속에 15만원과 분장크림만 믿고서, 어쩌면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떠난 성지순례길과 인도 한 바퀴.

 

 

어디하나 관광의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행지다. 특히 전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걷고 있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개인적으로도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보통 한 달을 넘게 걷는 수 백 km의 길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목적으로 걷는 것일까?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 길의 끝에선 어떤 감회를 느끼게 될지도 궁금해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털다시피 해 남들이 보기엔 사서고생하는 길에 오른다.

 

비행기표까지 구매하고 남은 돈은 가난한 순례자를 표방하고 있다해도 결코 넉넉하지 않은 금액. 매일 수 십 km를 걸으며 때로는 홀로 때로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돈이 바닥날 즈음에 어느 마을의 광장으로 가 준비해온 흰 장갑을 끼고 분장크림으로 얼굴을 칠한 뒤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고 그돈으로 또 며칠의 순례길을 이어간다.

 

순례자들을 위한 저렵한 숙소인 알베르게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때마다 늘 성공적이지 않은 공연을 해가며 결국엔 순례길의 종착역에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한다.

 

아마도 이런 감정과 배움과 깨달음이 지금도 전세계에서, 종교와 관계없이 수 많은 사람들을 순례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저자의 하루하루의 기록이 왠지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이야기에 이어 인도를 여행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여행을 하기엔 순례자의 길만큼이나 힘든 여건의 나라가 인도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인도이기에 가능하고, 인도이기에 볼 수 있는 풍경과 이야기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인도를 손꼽게 하는게 아닐까?

 

의도치 않은 만남과 그로인한 인연은 인생의 또다른 경험과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여기에서도 분장크림은 유용하게 쓰여 이제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스스로 뛰어난 능력은 아니라고 하지만 꼭 돈으로 봉사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자신이 가진 소박한 재능으로 누군가를 즐겁고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살면서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대목이다.

 

여행 중 늘 좋은 일만 있지도 않을테고 늘 나쁜 일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경험이 후자를 상쇄할 수 있기에 결국 여행의 끝엔 결국 자신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두 번의 여행을 끝냈고 이후 인도에서 만났던 소녀가 전한 메시지를 통해서 자전거를 기부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가 공연을 하고 모금을 한다. 우려와는 달리 여름이 되면 전국일주를 하며 사람들의 후원으로 3년이라는 여행을 통해 어린이 자전거 100대를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여행이 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하고 그 발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 저자의 전작을 의미있게 읽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 역시도 참 좋았던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스며든 오래된 장소, 스케치북 들고 떠나는 시간여행
엄시연 글.그림 / 팜파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찾는 것은 어쩌면 빠른 세월의 변화 속에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목받고 디지털 제품의 마케팅에서 이것이 활용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종종 여러 사진 자료를 통해서 수십 년 우리나라 풍경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이제는 없어지거나 모습을 달리해 재창조되는 것도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중고서점이 그렇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다녔던 소위 헌책방으로 불리던 중고서점은 오래된 책들이 그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책장에 줄지어 서있고 책 먼지 속에서 원하는 책을 골랐지만 이제 중고서점하면 신간을 파는 서점 못지 않은 인테리어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좋은 점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가 없을것 같다.

 

그런 가운데『스케치북 들고 떠나는 시간여행』의 저자는 오래된 장소,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시골의 조부모님 댁에서 보낸 추억 때문이였다고 말하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추억에서만 존재하는 그리움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3년간의 미국 생활 후에 다시 돌아온 한국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채 점차 획일화되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다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조부모님의 시골집처럼 사라진 뒤 안타까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길을 떠난다.

 

 
 

 

이후 그 여행길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를 하게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따뜻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살을 더 붙여서 이 책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만나는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아닌 스케치북에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드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그곳에서 전설이 된 사람들이라는 테마로 오래된 공간과 유명인의 조합을 보여주기도 하고 100년의 세월이 깃들어 있는 가게들, 오래된 공간이 현재에 이르러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 만들어 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것 같은 기분인데 각 장소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존재해져 왔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곳만이 지닌 이야기, 특유의 분위기, 그 공간이 원래 지닌 목적과 그곳에 머물러 있는 시간에 대한 감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획일화되지 않은 그곳만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곳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축적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져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가보고 싶어지는 공간들을 알게 된것 같아 즐거운 시간여행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