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답게 유일하게』는 진지하게 '나 다운게 뭘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살다보면 나 답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개성이라 표현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념이라 표현될 수도 있는 이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야 하고 때로는 그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증가하는 가운데 아예 이를 포기한
사람들도 생겨나고 이또한 증가되는 추세에서 대학만 가면 다 될 것이란 부푼 기대감으로 고3까지의 생활을 견디지만 막상 현실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이 등장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는 요즘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문득 마주한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주머니 속에 15만원과 분장크림만 믿고서, 어쩌면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떠난 성지순례길과
인도 한 바퀴.
어디하나 관광의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행지다. 특히 전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걷고 있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개인적으로도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보통 한 달을 넘게 걷는 수 백 km의 길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목적으로 걷는 것일까?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 길의 끝에선 어떤 감회를 느끼게 될지도 궁금해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털다시피 해 남들이 보기엔 사서고생하는 길에 오른다.
비행기표까지 구매하고 남은 돈은 가난한 순례자를 표방하고 있다해도 결코 넉넉하지 않은 금액.
매일 수 십 km를 걸으며 때로는 홀로 때로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돈이 바닥날 즈음에 어느 마을의
광장으로 가 준비해온 흰 장갑을 끼고 분장크림으로 얼굴을 칠한 뒤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고 그돈으로 또 며칠의 순례길을 이어간다.
순례자들을 위한 저렵한 숙소인 알베르게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때마다 늘 성공적이지
않은 공연을 해가며 결국엔 순례길의 종착역에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한다.
아마도 이런 감정과 배움과 깨달음이 지금도 전세계에서, 종교와 관계없이 수 많은 사람들을
순례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저자의 하루하루의 기록이 왠지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이야기에 이어 인도를 여행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여행을
하기엔 순례자의 길만큼이나 힘든 여건의 나라가 인도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인도이기에 가능하고, 인도이기에 볼 수 있는 풍경과 이야기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인도를 손꼽게 하는게 아닐까?
의도치 않은 만남과 그로인한 인연은 인생의 또다른 경험과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여기에서도
분장크림은 유용하게 쓰여 이제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스스로 뛰어난 능력은 아니라고 하지만 꼭 돈으로 봉사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자신이 가진
소박한 재능으로 누군가를 즐겁고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살면서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대목이다.
여행 중 늘 좋은 일만 있지도 않을테고 늘 나쁜 일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경험이 후자를 상쇄할 수 있기에 결국 여행의 끝엔 결국 자신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두 번의 여행을 끝냈고 이후 인도에서 만났던 소녀가 전한
메시지를 통해서 자전거를 기부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가 공연을 하고 모금을 한다. 우려와는 달리 여름이 되면 전국일주를 하며 사람들의 후원으로
3년이라는 여행을 통해 어린이 자전거 100대를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여행이 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하고 그 발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 저자의 전작을 의미있게 읽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 역시도 참 좋았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