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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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나 제목만 보면 상당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제11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뭔가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나 호러와 판타지가 조합된 작품이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지 더욱 궁금해지는데 그러면서도 ‘지금 현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유독 좋아하던 인형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형의 천이 헤져서 결국 버렸던 기억이 난다. 참 좋아했지만 시간의 흐름은 막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인형을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커가면서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점차 인형의 주인은 그 인형의 존재를 잊거나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 작품 속 이야기에는 그런 존재 같은 깔랑이라는 토끼 인형이 등장한다. 여느 인형 같은 분명 주인으로 이희지라는 여자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심도가 줄어들어버린, 그러나 깔랑은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왜 희지가 자신을 더 사랑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든 상황 같은 거 말이다.

이야기는 상당히 기괴하고 그래서 크로테스크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동네에 난 불이 인형이 저지른 것이라는 소문부터가 그렇다. 그 인형이 바로 토끼 인형 깔랑이며 희지라는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결국 버림받은 후 그에 대한 보복심리마냥 자기 의지를 갖게 된 깔랑이 인형 고문관 같은 여자의 집으로 가게되면서 그 집안에 존재하는 온갖 존재들과 그것들이 겪는 일들이 오싹함을 넘어 크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깔랑을 버렸던 희지의 등장과 그녀가 겪는 충격적이고도 끔찍한 일들이 말 그대로 잔혹동화를 넘어 너무나 기괴한, 그러나 무서운 방향으로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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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널 도와줄 거야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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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로 무려 9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씨씨코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응원에세이 『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널 도와줄 거야』는 그녀의 전작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사람들이라면 분명 기다리고 있었을 책일 것이다.

응원에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온 우주의 힘이 나를 도와줄것 같은 그런 제목,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그 응원과 기원이 요즘 그 누구에게나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무계획 유럽 여행을 떠난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 여행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담아낸 책은 분명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도 뭔가 인생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삶의 물음표에 간결한 해답을 들려주는 철학서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절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진 그런 철학서 같은 책 말이다. 

여행 이야기는 도시별로 기록되어 있긴 하다. Amsterdam, Berlin, Hamburg, Alps, Italy를 오가는 여행기 속 그 도시나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사진으로 남겨져 있기도 한데 대체적으로 짧지만 울림이 있는 글귀들이 오히려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나쁜 경험을 했을 때
거기에 완전히 잡아먹히고
모든 걸 그 감정에 내어줄 때가 많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말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행복마저 미룬 채, 아니면 가까이 있는 것들에서 행복을 찾기 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행복을 쫓아 현실을 감내하고 있기만 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오늘의 행복을 절대 미루지 말자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잔잔한 듯 하지만 나름의 소신이 느껴지는 묵직한 울림을 간직한 책이라는 점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되 행복 기원 응원 메시지에 공감하게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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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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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점대상 2위', '출간 즉시 20만 부 돌파'라는 문구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품,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이다. 아마도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지금 그 연주에 몰두해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표지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소재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인 다치바나는 일본 저작권 연맹 소속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상사인 시오쓰보가 다치바나를 호출한 뒤 저작권 위반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 하기 위한 증거 수집 차원으로 다치바나에게 일종의 스파이 제안을 한다.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즈음만 해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어서 음반 가게만 가도 좋아하는 노래를 리스트로 적으면 그 곡만을 따로 녹음을 해줄 정도였다. 그러다 차츰 저작원 보호에 대한 법적 장치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바로 음악 저작권 등록과 사용료 징수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이를 감동적인 소설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과거 첼로를 했지만 사고로 인해 더이상 하지 않게 된 다치바나가 증거 수집을 위해 음악 교실의 체험수업을 받기 위해 스파이로 잠입하게 되면서 쉬울거라 생각했던 잠입 조사는 첼로의 등장으로 다치바나로 하여금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레슨을 담당하는 아사바 선생님은 너무나 다른 다치바나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에 서툰 다치바나로 하여금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하고 동시에 자신이 이 음악 교실에 오게 된 애초의 의도를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아사바 역시 콩쿠르와 관련해서 중요한 시기에 놓기에 된다.

이런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일본 저작권 연맹이 저작권 사용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스파이를 보냈다는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음악, 특히 첼로라는 공통점이 두 사람 사이엔 존재하고 첼로를 통해서 서로가 교감하지만 애초에 다치바나가 음악교실에 오게 된 계기로 인해 둘 사이는 위기를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왜 다치바나가 그동안 첼로를 하지 않게 되었고 또 인간관계마저 서툴게 변해버린 것인지를 알아가게 되는데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 그의 애초 목적이 이제는 그는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라부카를위한소나타 #아단미오 #알에이치코리아 #2023서점대상2위 #오야부하루히코상 #미라이야소설대상1위작 #치유소설 #힐링소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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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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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싶었던 것 같다. 21세기에 이동이 통제되는 시대를 산 셈이고 언택트, 비대면 등의 생소한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도 했다. 특히 마스크 구매는 제한적이였고 해열제도 혹시 부족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도 했는데 불과 타국에서 일본에 온 관광객이 해열제를 사간다는 말도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 시대를 살아보니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면서 어떤 질병이 발생하면 정말 생각보다 순식간에 퍼진다는 것을 경험했는데 이제는 엔데믹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또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마치 팬데믹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소설이 눈길을 끈다. 바로 『247의 모든 것』이라는 작품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끈난 이후의 한국을 배경으로 과거의 아픔 속에서 나름대로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갖췄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해열제가 금지 약물이 된 세상이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현재 해열제는 상비약으로서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데 작품 속에서 왜 금지 약물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이러스의 전염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당시 발열이 주요 증상으로 여겨졌는데 해열제를 먹지 않으면 곳곳에 설치된 열 감지 센서에 발열이 체크되니 혹시라도 해열제를 먹고 바이러스 감염을 감추거나 하는 사람들을 색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선제적 대응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여기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극단적 대응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247은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인 동시에 인류 최후의 숙주로서 247번째 감염자를 의미하며 그는 우주정거장으로 방출/격리되었던 것이다. 

그런 슈퍼전파자 247이 죽었다는 소식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247에 대한 이야기를 둘러싸고 진실을 파헤쳐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애초에 이 바이러스의 발생과 전파, 그리고 팬데믹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던 공중보건과 의료 시스템이나 행정 실태 등이 함께 보여지면서 만약 우리가 또다시 과거와 유사한 사태, 심하게는 팬데믹을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과거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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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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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드물긴 하지만 수십 년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심이 받아들여져 뒤늦게 오심의 누명을 벗는 사례가 있다. 그걸 보면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에 대한 압박, 강압 수사가 있기도 했고 때로는 증거가 조작되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당시의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고자, 실적을 위해서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과학수사의 발달과 함께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설령 범죄자라 할지라도 제대로된 변호를 받고 정식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주어져서 이런 경우가 덜하겠지만 과거라면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그렇지 못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30년 전 발생한 아동 연쇄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진범을 밝히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린 『TIGER』는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현재는 은퇴한 형사인 호시노 세이지는 30년 전 사건의 범인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만 당시 사건에 대한 여론의 높은 관심과 실시된 DNA의 일치라는 결정적 단서로 인해 사건은 급하게 종결되었지만 범인으로 판결되어 수감 중이던 한 명이 감옥에서 죽게 되자 세이지는 이 사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고 재조사를 결심하게 된다. 

결국 그런 세이지를 돕는 것은 손자와 손자 친구이며 시대에 맞게 SNS를 활용한 여론의 활성화도 한 몫 한다. 그런 가운데 TIGER라는 존재가 나타나고 당시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과연 이 TIGER는 누구이며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당시의 사건을 둘러싼 진상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진심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세상이 너무 흉흉해져서 다른 이의 선행을 범죄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명 프로파일러 분도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게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30년 전의 피해자들도 그런 식의 유인이 있었던 것이니 어쩌면 딱 우리세대(내가 어렸을 때)와 현재의 괴리감 속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인가 싶기도 했다.

세이지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이라도 진범을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보다가 드디어 그렇게 되었나 싶은 순간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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