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는 어딘가 모르게 묘한 표정을 가진 아이의 얼굴이 인상적인 표지의
책이다. 일본문학작품 중에서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데 이 책은 드러내놓고 무섭다기 보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서늘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에는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0엔 참배」는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 시작되는데
도시괴담같은 이야기로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신사에 있는 새전함에 10일동안 넣으면 그 사람이 진짜 사라진다는 것으로 한
마을에 사는 또래 여자아이 둘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춘 친구가 혹시 이 '10엔 참배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인데 두
아이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새전함을 열어 본 순간 반전이 펼쳐지고 이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가 마치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며 도시괴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에는 앞선 반전을 뒤짚는 또다른 반전을 선사해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이상한 편지」는 어느 날 작가인 나에게 도착한 괴상한 편지가 사실은 다른 작가들에게도
도착했었고 두 가지 정도의 버전이였던 편지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변에서 이 편지에 대해 알거나 받아 본 사람들이 나에게 소식을
전하게 되는데 이상한 것은 처음 편지의 뒷부분을 확인하기 힘들었던 것과는 달리 점차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변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편지 속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오는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언덕 위」는 사실 좀 난해했고 기묘한 꿈을 꾼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죽인
것」은 대학 때 합숙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벽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죽이는데 그것을 교수님이 닦아내는데 처음 벌레라고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무엇이었나를 상상케하는 이야기다.
「스위치」는 전철에서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눈에만 보이게 된 기묘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동네 점쟁이」는 작가인 주인공이 출산 휴가로 교향집에 내려왔다가 상대를 안아보아 점을 치는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점쟁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야기다.
「어둠 속의 아기 울음」은 사실 상상해보면 너무 무서운 것이 밤중에 아이가 울어 남편이 잠에서
깰까봐 아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오고 아이가 테이블을 돌면서 마치 잡기놀이를 하듯 움직이는데 평소 아이의 걸음걸이로 볼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생각을 하고 뭔가 이상한 느낌에 아이를 안아 방으로 들어오지만 정작 아이는 남편의 안쪽에 자고 있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여전히 자신의
팔에서 무게감을 선보이며 더군다가 자신을 올려보는 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다마다마 마크」는 말이 느리던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말수가 늘고 어느 날부터인가
"다마다마 마크…… 구루구루 마크……."라는 의미불명의 말을 하게 되고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된 이상한 말과 함께 이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앞 커다란 나무의 구멍을 보면서 아이의 말 뜻을 알게 되면서 무서움보다 어딘가 슬픔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동그라미」는 심야에 슈퍼 앞에서 만났던 한 여자아이가 그리는 ○(동그라미)의 정체를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서 열린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극적이라고 생각했고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나마하게의 방문」이다. 대학에서 민속학 숙제로 자신의 지역 특색이 있는 축제를 조사하게 된 미나코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고향집에 오게
되는데 이곳에는 나마하게가 집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아이들에게 겁을 주지만 근본적으로는 복을 비는 하나의 의식이었는데 나마하게 분장을 한
사람들은 동네 어른들로 점차 커가면서 미나코네는 아이가 없어지자 더이상 나마하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친구들이 체험해보고 싶다는 말에 미나코네는 오랜만에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에 연락해
나마하게의 방문을 신청하고 그날 미나코가 TV 프로그램을 보러 2층의 자기 방에 올라가 있는 동안 요란한 소리와 소동이 펼쳐진다.
당연히 나마하게의 방문이라 생각하고 미나코는 방송에 집중하고자 헤드폰을 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받게 된 전화한통과 기묘하도록 고요한 집안, 통화가 끝나고 불현듯 떠오른 헤드폰을 쓰기 전 들려왔던 아래층 친구와 엄마의 고함소리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계단을 올라오는 듯한 누군가의 발소리를 듣게 되는데...
「죽음의 숨바꼭질」은 전체적으로 영화 <더 퍼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더 무섭다면
확실한 날짜와 시작되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며 시작 장소 역시도 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나 어느 특정 장소가 정해지만 그속이 완전히
폐쇄되고 그속에 있던 사람들은 침입자를 피해 숨어 있어야 하지만 거의 모두가 들켜서 죽는다는 것이다.
「소문지도의 저주」는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소문의 정체를 되짚어 가면서 그 소문이 처음 시작된
곳이 어디인가를 밝혀내는 일종의 놀이로 고등학생이 된 마유미는 친구 노노카와 그녀가 데려 온 아키코의 부탁에 이 소문지도를 떠올리게 되고 결국
혼자서 이를 작성해 노노카에게 전한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둘러싸고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것이 소문지도를 제대로
제작하지 않으면 받게 된다는 저주임을 알게 되는데...
마지막「일곱 개의 종이컵」은 어린 시절 신호등이 없어 상당히 위험했던 학교 앞 건널목에
서계시던 아주머니의 이야기와 함께 아주머니가 그 길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곳에 정체불명의 일곱 개의 종이컵을 놓아두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미스터리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 뭉클해지고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기도 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진상을 모르고 있을 때는 무섭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순간 이미 공포는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몇몇 편은 덜 오싹하기도 판타지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일상 속에서 불현듯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어서 그 무서움이 배가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