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막스 플랑크로 인해 시작된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다. 그가 한 교수에게 음악대학의 전망을 묻자 퉁명스럽게 생각을 바꾸라고 이야기했다. 막스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자 아버지가 그를 물리학교수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는 사람이었다. 뉴턴의 운동법칙, 에너지 보존법칙의 발견이후 물리학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학문이고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각이 그 당시 팽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스 플랑크는 이런 물리학이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막스 플랑크는 혁명가라기보다 공무원같은 인물이었다. 막스는 양자를 발견했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몰랐다. 


 막스 플랑크는 양자에서 다시 벗어나려고 수년간 노력했다. 영국의 존 윌리엄 스트럿, 제임스 진스, 핸드릭 로렌츠 같은 다른 물리학자들도 양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들은 에테르의 연속체를 믿었다. 그들은 뉴턴과 맥스웰을 믿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유지될 것이다. -p29  



 시간은 흘러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관한 재미난 사실이 있어서 이야기해본다. 1918년 세계 1차대전시기에 세계를 강타한 독감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5천만명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죽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그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전쟁 선전과 보안 검열이 없었다. 그래서 스페인 신문만이 전명병 기사를 낼 수 있었다. 



 아래는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재미난 일화이다. 3년 만에 조우한 두 사람은 만자나마다 물리학에 관한 대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차를 타고 보어의 연구소로 향하는데 이야기에 몰두하느라 계속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 


 보어는 나중에 이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전차를 타고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오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안중에 없었다." -p150  

 

 두 천재의 집중과 몰입을 보여주는 재미난 일화이다. 


 

 아래는 디랙에 관한 재미난 일화이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디랙은 자폐 성향이 있었다. 


 하루는 식사 도중 어떤 사람이 디랙과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휴가 때 어디로 갈 생각인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후식을 먹은 뒤에 디랙이 되물었다. "그게 왜 궁금합니까?" 타인의 관심이 싫어서 이렇게 대꾸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일에 관심이 있을 수 있는지 그로서는 정말로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디랙은 스몰토크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원자와 특수상대성이론이다. 그리고 위대한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p190


 디랙은 뛰어난 수학자였다. 나도 스몰토크 감각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디랙에게 공감이 됐다. 



 책을 보면 재밌게도 세계의 모든 의견은 대립하는 거 같다. 물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때 기분이 상한다. 인격에 대한 공격이 아니지만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아래는 파울리가 슈뢰딩거에게 보내는 사과의 편지의 내용이다. 

 

 "친애하는 슈뢰딩거 교수님, 부디 날 비난하진 마십시오. 당신의 이론은 아주 멋집니다만, 세계와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티끌만큼도 인격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곧 인격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p250  



 아래는 다시 디랙에 관한 글이다.


 디랙은 코펜하겐에서 단 세 가지 표현으로 대부분의 대화를 해결했다. "네", "아니요.", "모릅니다." 그는 거의 이마누엘 칸트처럼 매우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일주일에 5일은 이론을 작업하고, 토요일에는 기술 프로젝트를 작업했다. 일요일에는 트레킹을 했다. 매주 똑같은 리듬이 다시 반복되었다. -p259



 아래는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논문으로 쓴 후의 이야기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의 논문으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물리학의 토대라고 여겼던 인과성을 흔들었다. "현재를 정확히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인과법칙의 명확한 진술에서 틀린 것은 결론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현재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전자의 미래 위치와 속도의 가능성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인과법칙의 무효성이 명확히 입증된다." 논문의 마지막 문장이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한 시공간혁명에서 감히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 못했었다. 한때 뉴턴이 상상했던 시계태엽 우주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변화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는 이마누엘 칸트의 문장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p287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물리학 세계를 굳걷히 지탱했던 인과법칙이 양자의 세계에서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가 없다.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다.


 

 아래는 물리학자들의 모임인 제 5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의 발표이다. 


 아인슈타인이 조심스럽게 발표를 시작했다. "나는 양자역학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깊이 숙고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언급만 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었다. 그는 나중에 한 친구에게 "일반상대성이론보다 양자 문제를 100배나 많이 숙고했다" 고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약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잘못 알았다. 그는 양자역학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는 그것이 불완전하다고 여겼기에 단지 동의하지 않았을뿐이다. -p317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와 확률론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받아들이던지 받아들이지 않던지 둘 중 하나다. 받아들이던지 받아들이지 않던지 양자역학은 현실세계에서 아주 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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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샬의 신작이다. 역시나 지리를 바탕으로 세계 속의 장벽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려준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방화벽' 부터 영국의 브렉시트까지 다양한 장벽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부분은 약간 흥미가 떨어졌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지리의 힘2>도 마저 읽어야겠다. 



 범죄가 반드시 이민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빈곤과는 연결되며, 둘 다 아프리카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통계가 보여주듯이, 범죄율과 관련해서, 특히 살인사건 발생률과 관련해서 아프리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2012년 세계 범죄율에 대한 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에 43만7000건의 살인 사건 중 36퍼센트가 미국에서 발생했고, 31퍼센트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p235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라는 것이다. 총기자유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총기 자유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캐나다도 총기 자유화국가이지만 거의 총기살인사건이 없는 수준이다. 


 

 가자지구 장벽, 방글라데시 주변의 장벽, 헝가리와 세르비아 사이의 철조망은 우리의 감성을 해치고, 우리가 차이를 해결하지 못함을 증명한다. 

 장벽을 세우는 추세를 비난하기는 쉽다. (중략) 장벽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p334


 저자는 <장벽의 시대>에서 세계에 세워진 여러 장벽들과 장벽들이 세워진 지리적, 역사적 원인에 대해 알려준다. 물론 장벽은 우리에게 갈등과 분리를 상징하는 불쾌한 요소이다. 하지만 저자는 중립적으로 장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벽이 세워진 것은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만리장성을 비롯하여 언제나 장벽, 울타리를 세워왔다. 장벽은 현실이다. 장벽을 없애자는 단순히 순진하고 이상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당장에 본인의 집 문을 없앤다 생각해봐라. 



 대부분의 언어에 "좋은 울타리는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진부한 속담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한계에 관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두려워하기에 미래를 위해 계획하며, 두려움 때문에 장벽을 세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성에 대한 암울한 견해로 보인다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생각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또한 우리에게 장벽 사이의 공간을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p345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장벽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그리고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아래는 옮긴이의 글에서 발췌했다.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이다.


 이 책 <장벽의 시대>는 전 세계에 걸쳐 국가 간에 세워진 장벽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분쟁과 분열, 갈등이 벌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보고한다. 그 분쟁과 분열, 갈등은 국가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부족적 차이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는 외부 세계와 분리된 '거대한 방화벽', 미국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선 장벽과 내부의 인종적, 정치적 분열,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대립,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그 주변 국가들 간의 분쟁과 이주민 문제, 아프리카에서는 끊임없는 국가적, 민족적, 부족 간의 갈등,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세력과 민족주의적 분리 세력의 갈등과 난민 문제,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과 내부적 분열.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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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7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벽의 시대]
꽂아만 두고 아직 ....^^
고양이라디오님께서 2권 읽으실 때까지 전 과연 1권을 읽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 그럴 거라고 짐작했어도 막상 공식적인 선언처럼 들으니 다시금 무섭네요.
수년 전 읽었던 책에서 청소년 범죄가 영국의 경우는 칼, 미국은 총....그런 유형이 있다 언급했던 게 생각나요
총이 문제일까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8 00:46   좋아요 1 | URL
<지리의 힘> 재밌었습니다. 추천입니다ㅎ

총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 빈곤, 빈부격차, 인종차별, 복지의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도 총기자유국이지만 총기살인범죄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ㅜ

그레이스 2023-05-31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되던 가자지구의 청소년들, 감옥같은 그 지역으로부터 죽음으로라도 벗어나고 싶은 절망감, 분노를 느낀다고 들었어요 ㅠ

고양이라디오 2023-05-31 18:14   좋아요 1 | URL
현존하는 가장 최악의 장벽이 가자지구 장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해하고 같이 살면 좋을텐데ㅠ 해결이 요원해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ㅠ
 
















 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에 언제부터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언뜻 떠오르는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이다. 첫번째는 대학생 때 본 만화 <기생수>. 만화 <기생수>에는 사람을 재미로 죽이는 연쇄살인범이 나온다. 그 캐릭터가 너무 기괴하고 무서워서 강렬한 인상이 남았었다. 두번째는 대학생 때 본 영화 <조디악>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이고 조디악이라는 실존했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이후에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수많은 연쇄살인범들을 만났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중고서점에서 책 제목이 인상깊어서 구입한 책이었다. 오랫동안 책을 펼치지 않았다가 <마인드 헌터>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마인드 헌터>는 동명의 책을 소재로한 드라마다. 공교롭게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연쇄살인범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세븐>, <조디악>, <마인드 헌터> 같은 연쇄살인범을 소재로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었다. <마인드 헌터> 드라마를 보고 동명의 책도 보고 마침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까지 봤다. 드디어 연쇄살인범과 FBI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마인드 헌터> 시즌 3는 없을 거라고 한다. 무척이나 아쉽다. 높은 제작비 대비 시청자 수가 적다고 한다. 내겐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인데 인기가 많지는 않은가 보다.



 아래는 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책에서도 가장 긴장감있고 몰입감 있는 장면이다.

 

 "교도관이 와서 당신을 꺼내주려면 적어도 15분, 아니면 20분은 더 걸릴 거요."

 

 그가 말했다. 나는 냉정하고 태연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만 확연하게 두려운 기색을 내비치고 말았는데 캠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난장판을 만들어버리면 당신은 무척 곤란해지겠지. 안 그래. 선생? 당신 머리통을 잡아뜯어서 탁자 위에 올려놨다가 교도관한테 보여줄 수도 있다고." -p93


 (중략)


 "그냥 장난이었다는 거, 당신도 알죠?"

 "당연하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나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FBI 면담자 역시 다시는 이런 상황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로 유죄가 확정된 살인범이나 강간범, 혹은 아동 성폭행범을 면담할 때는 절대로 혼자 가지 않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 되었다. 다시 말해 면담을 갈 때면 늘 짝을 지어서 함께 들어갔다. -p96


 이 책의 저자이자 FBI요원, 최초의 프로파일러 로버트 K. 레슬러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실수가 됐을지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대담하게도 혼자서 캠퍼의 면담을 진행한 것이다. 에드먼드 캠퍼는 키 2미터 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135킬로그램을 육박하는 거구이다. 놀라운 지능의 소유자로 외조부와 자기 어머니를 포함해 8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다. 


 4시간에 걸친 면담이 끝나고 레슬러는 교도관을 호출하는 벨을 누른다. 그런데 15분이 지나도록 교도관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식사 중이거나 근무 교대 중이었던 모양이다. 밖에 교도관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밀폐된 방에 거구의 연쇄살인범과 둘이 남게 된 상황, 결코 침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캠퍼는 장난인지 진담인지 레슬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둘은 레슬러의 죽음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무사히 교도관이 나타나서 다행이지 정말 아찔했을 거 같다.   

 

 

 아래는 캠퍼에 관한 정신과 의사의 진찰 기록이다. 캠퍼는 외조부모 살해 후 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조건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가석방 후 계속 정신과 검사를 받게 된다. 캠퍼는 정신과 검사를 받으면서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 1972년 봄, 외조부모 살인 후 첫 살인을 저질렀다. 어느 날은 시체의 머리를 트렁크에 넣어 둔 채 정신과 의사에게 검사 받으러 가기도 했다. 


 1972년 9월 캠퍼를 검사했던 정신과 의사 두 명은 캠퍼가 아타스카데로 정신병원에서 지내면서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썼다. 


 이 환자의 과거 기록을 읽지 않았거나 환자가 그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본인은 정신병력이 전혀 없고 창의적이며 지성적인 젊은이를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컨대 과거에 살인을 저질러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15세 소년과 현재의 23세 청년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본인은 이 환자가 수년간 치료를 받고 회복기를 거쳐 병세가 상당히 호전되었으며, 자기 자신에게나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도 위험이 될 만한 정신의학적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정신과 의사는 다음과 같이 추가했다.


 이 환자는 예전의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자아분열에서 훌륭히 회복된 듯 보인다. 이제 한 사람의 훌륭한 사회인이며 감정을 언어, 일, 운동 등으로 표출하고 스스로 신경증이 더는 발달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성인으로서 가능성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어린 시절의 전과를 영구 말소해 좀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최근 환자가 오토바이를 '끊은'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토바이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주기보다는 그 자신의 삶과 건강에 더 위험하므로 이후로도 계속 타지 않기를 바란다. -p395



 이렇듯 캠퍼는 정신과 의사의 검사를 통과해서 1972년 11월 29일 그의 전과기록은 공식적으로 말소되었다. 캠퍼는 소년시절 정신병원에서도 정신과 검사에서 매번 좋은 결과를 받았다. 훗날 그는 당시 28가지 검사와 그 정답을 모두 암기했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을 욕하고 싶진 않다.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였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여전히 의심스럽다) 정신의학은 캠퍼와 같은 사람들의 위험성을 결코 감지할 수 없었다. 환자의 진술만으로 진찰하는 것은 정신의학의 가장 큰 오류가 아닐까 싶다.(환자가 거짓말을 해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이와 같이 정신과 검사와 정신의학의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 범죄자가 많다. 그리고 그 범죄자는 또다시 범죄를 일으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싸이코패스 살인마를 척하면 척하고 알아챌 수 없다. 그들은 주위의 평판이 좋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캠퍼는 지역 경찰관들과 친하게 지냈다. 경찰관 중 아무도 그를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가 자백을 했을 때도 좀처럼 믿지 않으려 했다. 


   

 아래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다.


 그 사이 나는 리셀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에도 강간 살인을 저질렀고, 그 정신과 의사는 리셀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간파하지 못하고 증세에 호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는 이것이 조직적 살인범들이 쓰는 속임수의 한 예라고 설명하면서, 내 생각에 이런 문제는 정신의학계가 전통적으로 환자 자신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가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치료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기댄다는 얘기였다. 나는 법 정신의학자들은 환자의 고백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부 보고나 법원 기록 등을 참조해야 하며, 범죄를 저지른 환자가 자기 삶과 행동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가 정확한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414 

 

 이런 시행착오들을 통해 개선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책 속에 심령술사 르니에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런 심령술사가 근처에 있으면 보러 가고 싶다.


 르니에르는 1981년 초에 콴티코를 방문했다. (중략) 그날 르니에르는 경찰들 앞에서 월말에 레이건 대통령이 저격당하겠지만 미수로 그칠것이라고 예언했다.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총을 맞을 테지만 죽지 않고 회복될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고 더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르니에르는 어떤 FBI 요원 친척의 시체가 숨겨져 있던 비행기를 찾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나에 관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내가 6주간의 독일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그녀는 검은머리 여자와 관련된 일 때문에 곧바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독일에 도착하고 사흘 뒤, 나는 정말로 검은머리 여자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내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p420

 

 

 


 














 저자는 토머스 해리스란 소설가에게 자문을 줬다. 그로 인해 탄생한 소설이 <레드 드래곤>과 <양들의 침묵>이다. 저자는 한니발 렉터라는 등장인물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마인드 헌터>로부터 시작된 연쇄살인범과 프로파일러에 대한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개인적으로 <마인드 헌터> 드라마와 책은 강추하고 싶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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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6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철학자들의 사상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럴 때면 그들의 사상을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아주 조금 깊이. 생각해보니 그들의 저서를 찾아 읽는 거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게 나을 거 같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외에도 해체주의의 자크 데리다, 유럽의 오만을 비판한 사상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도 읽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구조주의란 무엇인가? 여러 사회나 현상은 서로 다른 모습과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의 공통적인 몇 가지 일반 법칙으로 참된 결론을 유도해 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중략) 가장 중요한 구조주의 철학자는 프랑스의 문화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이다. -p234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낸 인류학자이다. 그의 사상과 관점에 동의한다. 문자가 없는 원시사회의 모습이 궁금했는데 그의 저서들이 도움이 될 거 같다. <야생의 사고>나 <인류학 강의>를 먼저 읽어보고 싶다.  


 

















 

 BBC가 뽑은 10대 철학자


1. 카를 마르크스

2. 데이비드 흄

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4. 프리드리히 니체

5. 플라톤

6. 이마누엘 칸트

7. 토마스 아퀴나스

8. 소크라테스

9. 아리스토텔레스

10. 카를 포터


 책 속에 부록으로 BBC가 뽑은 10대 철학자가 있어서 소개해본다. 예상과 다른 순위들도 많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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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5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픈 열대를 읽은 것 같습니다. 배울 게 많았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10대 철학자 리스트가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네요. 저는 요즘 미셀 푸코의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잘 보고 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5-26 10:06   좋아요 1 | URL
<슬픈 열대> 읽으시다니 대단하십니다bbb 페크님 말씀 들으니 더 읽고 싶네요.

저도 푸코의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벽돌책들이라ㅠㅋ 즐독하세요!

페크pek0501 2023-05-26 14:30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읽은 슬픈 열대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었어요. 찾아보니 7백 쪽이 넘던데 제가 그런 벽돌책을 읽을 리가 있겠어요. 제가 읽은 책은 절판인가 봅니다.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고양이라디오 2023-05-26 16:38   좋아요 0 | URL
두껍지 않은 책도 370페이지인 걸요ㅎ <슬픈 열대>도 궁금하고 요즘 다시 독서욕이 샘솟네요^^ㅎ

페크님도 즐독하세요~
 

















 저자는 1분 과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재범님이다. 87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대형 유튜버다.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을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서문에서 느껴져서 좋았다.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유가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에서 10만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우유 소비량에 따른 그들의 건강 상태를 20년간 관찰했는데 20년 후 우유 섭취량이 하루 평균 한 잔 늘어날 때마다, 사망률이 15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우유를 좋아하고 최근에 많이 마신 나로써는 충격이었다.


 2017년 중국 광동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갈락토오스를 투여한 동물들은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로 일찍 죽었다고 한다. 우유에 들어있는 갈락토오스가 높은 사망률의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4년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유를 많이 마신 사람들의 골절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기는커녕 '더 높게' 나왔다. 또 있다. 하루 세 잔 이상 우유를 마신 여성들은 하루 한 잔 이하의 우유를 마신 여성들보다 암 발병률이 44퍼센트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아직 상관관계에 뿐이기 때문에 우유가 어떻다고 단정짓기는 연구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아무튼 찝찝한 건 사실이다. 앞으로 우유 섭취를 좀 줄여야겠다.


 

 고양이들이 '야옹' 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때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새끼고양이가 어미고양이를 부를 때라고 한다. 어미고양이는 이 소리에 반응하며 새끼를 보살핀다. 그러다가 새끼 고양이가 점점 커가면 어미 고양이는 '야옹' 이란 울음소리에 둔감해지기 시작하고 새끼 고양이도 서서히 이 울음소리를 멈춘다. 다 큰 고양이가 '야옹' 소리를 낼 때는 인간에게 뿐이다. 인간을 어미와 같은 존재로 생각해서 그런 거 같다. 재밌는 사실이었다.


 

 책을 보다가 가장 화났던 정보는 바로 미세먼지였다. WHO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은 매년 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 한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기질이 조사 대상 국가 180개 중 173위라고 한다. 180개 국가 중 180위를 기론한 중국 때문이다. 중국에게 굉장히 화가난다!!! 앞으로 마스크를 더욱 잘 쓰고 다녀야겠다.


 

 나는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많다. 운동과 수명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책에 이에 관한 정보가 있었다. 겨우 3년을 추적관찰한 불완전한 연구이긴 하지만. 미국 미시시피대학과 UC 샌프란시스코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20세부터 84세까지 6503명을 대상으로 운동이 텔로미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고 한다. 저강도에서 고강도 까지 다양한 운동을 가장 많이 한 그룹은 텔로미어 감소율이 무려 52퍼센트나 적었다고 한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덜 먹는다고 하니 역시 운동은 좋은 거 같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찾다가 발견해서 읽게 된 책이다.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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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5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방암 발병률이 의외로 북유럽 낙농국가에서 높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우유의유해성을 이야기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항상 건강 관련한 정보는 더블, 또 더블 체크하고도 안심이 안 되어요. 어떤 게 진실인지 알 기 어려워서요.

저자님은 지금도 유투브 하시나요?^^ 저도 유투브 해보고 싶어서 잘 하시는 분들의 지속성이 궁금하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5 11:13   좋아요 0 | URL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유방암 발병율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네요.

저자 분이 지금도 유튜브 하는지는 모르겠어요ㅎ 구독 신청해놓긴 했는데ㅎ

이야기들어보면 편집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중도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서재활동처럼 본인이 즐기고 좋아해야 꾸준히 할 수 있는 거 같아요ㅎ

댄스는 맨홀 2023-05-25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테니까요. 거기다 소들도 건강을 위해서 이런저런 주사도 맞아야 하고~ 뭘 믿고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떼를 좋아해요. ㅠ.ㅠ 역시 운동만이 살길이다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5 15:46   좋아요 0 | URL
저도 우유는 충격이었어요ㅠ 일단 우유는 좀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운동만이 살길인데 운동 쉬었더니 계속 쉬고 싶네요ㅎ 즐건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3-05-31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떼도 몸에 안좋다고 해서 되도록 안먹으려고 해요

고양이라디오 2023-06-01 12:34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우유를 잘 안 먹게 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