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참 많이 들어본 질문입니다.
"왜 한의사가 되셨어요?"
대단한 대답이나 멋진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항상 제 대답은 비슷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크게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고3 때 진로를 정해야하는데 성적이 상위권이라 메디컬 계열 중에서 한의대를 택했어요. 메디컬 계열 중 룰 아웃하다보니 한의대가 남았어요.
어린 나이에 의사는 항상 수술하고 바쁘고 힘들고 환자의 죽음을 직면해야하고 스트레스가 많을 거 같았어요. 치과는 아플 거 같고 재미도 없을 거 같았고요. 약사도 역시 재미가 없을 거 같았어요. 한의사는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고 어릴 때 한약 먹고 좋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한의대가 가장 끌렸어요."
(물론 지금은 어렸을 때랑 생각이 많이 바꼈습니다. 좋은 의사, 치과의사, 약사 분들을 만나고 나니 중요한 것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한의대 때 후배 한의대생들에게 "왜 한의대를 들어왔냐" 는 질문을 종종 던졌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왜 '굳이' 의대나 치대, 약대를 안가고 한의대에 왔는지?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제각각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의대에 대한 꿈을 키웠던 친구도 있고, 그냥 점수 맞춰서 들어온 친구도 있고.
만약 지금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면 저는 한의사를 택할까요? 한의사라는 직업 저는 만족합니다. 아픈 사람을 고치는 데 보람도 있고 공부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지않은 길이 더 궁금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럴 때 저는 과거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강의 때 말씀을 떠올립니다.
"너희는 한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로 시작하는 것이다."
당시 저는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들어왔던 한의대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제 인생이 고민없이 결졍된 거 같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고 가보지 않은 길들은 막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원광한의대 졸업선배신 도올 김용옥님께서 한의대에 오셔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그 강연을 듣고 제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현재의 직업이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노력하면 다른 길이 열리고 다른 길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 분들 역시 처음부터 전업작가였던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작가에게 늦은 밤 부엌 테이블은 가장 창작에 좋은 시간과 장소였습니다. 요즘은 직장생활하시면서 부동산 투자에 발을 들여놓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 고흐는 30세 때 처음으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KFC 할아버지는 60대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맥도날드의 제이 크록 역시 50대에 맥도날드 프렌차이즈를 시작했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점이 다릅니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습니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고 불합리합니다. 아무리 세상을 탓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바꿀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입니다. 뻔하고 공허한 말이 아닙니다. 진실입니다. 이것을 깨닫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행운과 기회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만 찾아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