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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 입시문화의 정치 경제학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6학년 다니는 어떤 아이가 그랬단다. "엄마는 겁도 없어. 어떻게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지?"
우리나라의 어린이 출생률이 세계 최하인 이유.
그건, 우리 나라가 위험한 나라여서도 아니고, 전쟁의 위험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단 하나의 이유. 자식 기를 환경,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동감이다. 겁도 없이 아이를 낳을 것인가. 아니면, 비참하게 살아갈 아이의 삶을 미리 조절할 것인가.
아이는 아이가 살아갈 생을 타고 나기 때문에 낳아만 주면, 스스로 자란다던 말도 다 예전 말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되던 시대도 있었다. 다 예전 말이다. 서울대 나와서, 대기업 들어갔지만 사오정되고 오륙도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교는 공부를 시키지도, 하지도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인교육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속내를 보면, 허울뿐인 재량활동에, 특기적성활동에, 각종 예능.영어 과외 활동까지 교사도 아이들도 죽을 지경이다. 돈대는 학부모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부모는 죽지못해 살아야 하니까.)
중학교 가면 극소수 <대한민국 1%>는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하여 모든 과목을 관리한다. 멋도 모르고. 과학고 아이들이 왜 자살하는지를 모르고, 그저 과학고 가면 인생이 펴는 줄 안다. 나머지 아이들은 중간만 하면 가는 일반계 '까잇거 대충' 해서 들어간다. 부모가 조금만 관심 버리면 실업계로 가서 고생한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아침 일곱시에 집나가서 24, 25시에 들어온다. 게오르규의 소설 중, 25시란 게 있다. 정말 비인간적인 시각 아닌가. 25시.(무슨 편의점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평생 먹을 것을 쥐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대학 신입생은 고교 졸업생보다 정원이 많단다. 고1들이 촛불시위를 하고 난리를 친 것은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날 짓이 아니라, <이제서야 나선 대견스런> 일이다. 오로지 입시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부정한 방법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칠갑된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교육의 부재 그 자체다. 상고는 이미 그 존재 이유를 잃어서 정보고로 이름을 바꾼지 오래고. 공고는 현장의 전산화와 3디 직종의 기피 현상으로 역시 교육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이 끊긴지 오래된 지금, 실패한 아이들이 오롯이 모인 곳이 실업계 고교라 보면 된다.
대학은 아이들을 뽑을 방법이 없다. 그저 점수대로 줄세워서 뽑고 보면, 빛좋은 개살구들이다. 명문대들은 그나마 개살구라도 얻어걸리지만, 하위권 사립대들은 정원이 한참 미달이어서, 정원을 유지하려고 모든 멍청한 신입생들에게 무조건 <장학금>을 하사한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시범학교 몇 개 운영하고(이 시범학교가 또 교육을 완전 망치는 꽃놀음이다.) 잘 되었다고 한다. 코미디도 블랙 코미디고, 하류 화투판이다.
이런 학교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던 이십 년 전. 그 때 학교를 뒤바꾸었더라면, 그 때 조금 피흘렸더라면... 지금 이렇게 모두가 혼란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 소리지르던 교사들을 해직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던 학교 현장은, 이제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 없게 되었다. 말기로 접어 든 것 같다.
학교가 죽었다.
하고 종이 울리기 전에, 다시 회생의 몸짓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학교에는 삼십 년 전의 폭력과 부조리함이 만연하고 있는데... 어느 한 군데서도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를 우습게 본 것이 오래 되었는데, 학교는 아직도 삼십 년 전. 유신 시대의 권위를 최고로 여긴다. 아직도 군사부 일체의 유교 국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교육자연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도 물론 바뀌어야 하겠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틀이 잡혀야 한다.
국가는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한다. 대학을 줄여 나가고(서울대를 줄일 것이 아니라, 전문대부터 손대야 한다.) 선발권을 대학에 주어야 한다. 고교는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되도록 하고, 학생들의 봉사활동과 특별활동의 기회를 넓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기반 없이 그저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아서 사교육비의 뻥튀기를 조장한 졸속 정책을 책임지고 자살하는 교육부 장관은 아무도 없다. 죽일 놈들.
부모들도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방법은 세상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 자식이 대기업 들어가도 그 기업 망하면 내 자식도 망하는 걸 알아야 한다. 원만한 아이를 길러 냄이 부모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정말 즐겁게 자라 주면 되도록... 그리고 공부가 필요한 직업(교사, 교수, 의사 등이 무식하면 좀 곤란할 듯)이나 특정 자격을 취득하여야 할 학생들만 고교 내지 대학에서 코피 터지게 공부해 보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공론화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애들 벌세우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전교조를 만들 때는 그러자고 했는데, 지금은 전교조에서도 학교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공론화하는 것은 힘들어 졌다. 가장 큰 이유는 십여 년 전에 토론의 주축이었던 이십대 교사들이 이제는 사십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놈의 모 장관이 외치던, 정년 줄이면 한 명 쫒아내고 세 명 뽑는다던 거짓말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교사 연령은 늙어가고, 아이들은 젊은 교사에게서 패기 넘치는 교육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정녕 학교를 버릴 것인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최선책이 될 것인가?
몇 년 전, 패닉이란 가수가 불렀던 <벌레>란 노래를 듣고 난 움찔했다. 너무 구구절절이 옳아서...
벌레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세게 때려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은 미친
걸레 마치지는 깨끗한 척 거짓투성이 눈빛 끝내 뭣같은 너의생각 엿이나 처 먹으라지
일단 때리기만 하는 또 잘못을 모르는 당신은 더럽고 둔한 짐승 더 때릴 이유도 없는데 지 맘껏 때리고선
슬픈 표정으론 "나도 마음이 아파" 이런 뻐뻔히 보이는 거짓말 한대 확 쳐버리고 싶지
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 '님'이라 부르고 무릎꿇어야 하지
닐 싫어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눈에 가시 이유없이 다가와서 내 속을 뒤집어 놓고 사라지지
난 봤지 미친 눈빛 증오낀 미소 때리지는 않지 그냥 툭툭 건드리며
말 한마디로 내 모든것 밟아버리고선 그냥 슬쩍 가버리지 딱 한번봐도 노려봐야 시원하지
나도 그런 네가 싫지
온갖 욕설을 다 퍼붓고 남의 자존심 건드려 놓고 내 모든 것 박살 내 버리곤 한 마디 하는것이"사랑해"
웃기지마 그런 거짓말 하지도 마 그 말 한마디면 하 속아줄것 같니 싫다고 해 네앞에서 노는 꼴이 역겨워서 날 밟았다고 말해 돈, 놈, 썩은 돈, 놈과 돈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 이것 하나면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지
그들은 왜 받을 수 밖에 없는거지 겉으론 아닌 척 은근히 바라는 이런내가 보기에도
님이 정말 불쌍한 것들 돈만주면 이제 편안한 생활 모두 날 부러워하지 어휴 이런
중학교 고등학교 6年 어디가나 나타나는 미친것들 이젠 일어나야 해
무릎을 꿇고 맑은 눈을 곱게 뜨고 존경의 눈빛으로 끄떡그덕 하지마
대들어야 해 맞아도 눈을 똑바로 들어 수없이 이유없이 당해왔어 우린 하지만 지금 바꿔야겠어
제발 아이들이 이런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십 년 전 교사들이 불똥튀던 목소리로 살리자고했던 아이들을, 이제라도 살려보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좋겠다.
특수 교육에서 <특수 학교>가 가지는 문제점 중에, 모든 기관은 생성과 동시에 생존 본능을 갖는다고 했다.
전교조도 이제 생존 본능으로 투쟁하는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교육행정시스템 투쟁, 성과급 반환 투쟁, 이런 맥빠진 싸움들을 보면서... 어려운 문제의 해법이 없으면 대충 끄적거리는 시늉이나 하다가 백지 답지는 내지 않겠다는 안일한 판세가 아닌가 걱정도 된다.
이육사처럼... 지금 눈 내리는 혹독한 시절에...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씨를 뿌려서... 천고의 뒤에... 초인이 노래 부르게 할 일인지...
윤동주처럼...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내가 되어... 눈물과 위안으로 버텨야 할 인고의 세월은 아, 얼마인가...
괜스레 달밤에 하소연만 나게하는,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나를 일깨우고 잠들지 못하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