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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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처음에는 가난해서 실업계로 진학한 아이들에 대한 동정심과 이 아이들도 환경이 실업계일 뿐이지, 인간성이 그 본성이 실업계인 것은 아니다... 이런 의지를 가져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의지가 무너지는 데는 몇 달 걸리지 않았다. 수시로 일어나는 지각, 조퇴, 결석, 결과에 소낙비가 내리는 결석부가 되어버린 출석부. 날마다 몇 명씩 흡연 지도로 학생부로 들락거리는 학급, 수업 시간에도 싸움질을 하고, 젊은 여선생님이 수업하면 휴대폰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끄기도 하고, 휴대폰을 압수당했다가도 살짝 되가져 온 뒤, 선생님이 잃어버렸다고 박박 대들기도 하고, 신입생의 책가방을 훔쳐가기도 하거나 교실에서 흡연을 하고, 복도나 계단에서 흡연하는 것은 예사이며, 실습실 앞에선 신발을 훔쳐가기도 한다.

정말 썩은 생선같은 아이들이 수두룩 했다. 그래서 빨리 이 썩은 생선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환경에서 벗어나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작년까진 열심히 수업하면 그만큼 아이들이 좋아하고 따라주던 환경에서, 이젠 수업은 적게 할수록 아이들이 좋아하고, 열심히 수업하면 아이들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좌절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즈타니 선생은 물론 우리 나라 교사는 아니지만, 우리보다 훨씬 약물 중독이나 폭력 조직의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밤의 선생님이 되셨다. 생선은 썩지만, 아이들은 썩지 않아. 이것이 그분의 유일한 신조다.

아이들은 썩지 않아... 그래.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서 조금 악취가 난다고 해서 아이들을 닦아 주거나 청소를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썩어 빠진 아이들이라고 내팽개쳐 버리면 아이들은 정말 금세 썩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랬다. 실업계 아이들의 부모들은 일반계 아이들의 부모들에 비해 학력도 낮고, 소득 수준도 훨씬 낮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한 학교에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비투스를 운운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해서 가난한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 '그래 너흰 평생 가난하게 살아라!'하는 포기의 말을 남기는 교사가 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사실, 미즈타니 선생이 만나는 아이들은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 아니다. 마약에 중독되거나 가정에 심각한 결손을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손가락도 바칠 수 있는 단순무식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그런 분이 우리 학교에도 필요하다. 난 내 손가락을 바칠 정도로 단순무식하지 않은 <나름대로의 지식인>이기 때문에 그런 용기는 없지만, 썩어빠진 생선이라고 욕하면서 벗어날 궁리나 하는 썩어빠진 정신의 교사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상해가는 냄새를 풍길 때, 이 한마디를 기억하리라.

생선을 썩지만, 아이들은 썩지 않아.

아이들은 늘 관심을 가지고 눈물을 닦아 줘야 하고, 밝고 깨끗한 환경에 놓아 두어야 썩지 않음을 기억할 일이다.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미즈타니 선생께 고마움을 전한다. 정말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일깨우는 교사가 되기를 약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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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심 2005-09-2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투스

문화적 취향, 옷맵시, 말씨에서부터 걸음걸이까지 한 번 몸에 배인 습관은 쉽사리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몸에 새겨진 습관, 행동양식을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라고 불렀다.
영어의 habit 과 어원을 같이하는 아비투스는 같은 철자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프랑스어로는 아비투스로 발음된다. 현대 철학을 가르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의식과 사회구조 중 어느 것이 본질적인가를 묻는 논쟁은 닭과 달걀의 그것 만큼이나 지리한 대립이었다. 부르디외는 양 진영을 모두 비판하면서, 개인의식과 사회구조를 통합한 ‘아비투스를 가진 개인’을 제시했던 것이다.


글샘 2005-09-2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송합니다. 아비투스란 말을 그냥 써 버려서요. 그리고 설명을 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5-09-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시길... 첨 뵙네요^^
 
5차원 전면교육 학습법
원동연 지음 / 김영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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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이큐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아이다, 이큐가 좋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에서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아이큐가 좋아야 한다. 아이큐란 인텔리전트 쿼테이션, 즉 지적 능력 척도라 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의 시대가 되었고, 정보의 바다에서 지식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많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도 지식을 평가하고 있다. 숱한 수능 문제는 사실 곰곰 생각해 보면 지식의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지만, 세상을 아이큐가 좋다고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일류대를 나왔다고 해서, 일류 기업에 취업되었다고 해서 인생의 행복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제 어느 정도 지난 듯 하다.

이 시점에서 요즘은 한 가지 특성만으로는 세상에 적응하고 성공적인 삶은 살기 어렵다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그것은 다중 지능 이론이라 하는데, 이 책에서는 다중 지능을 다섯 가지로 이야기한다. 그 다섯가지는 곧, 지력, 체력, 심력, 자기관리, 인간관계라고 하는 다섯 가지 모양으로 그려 놓고, 그것을 다이아몬드 쿼테이션, 디큐라고 명명한다.

이 책을 서론만 읽고는 제법 읽을 것이 있는 듯 해 보였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모든 것을 점수로 환산해 버리는 것. 그래서 국어 공부를 잘 해도 말을 못하거나 글을 못 쓰기도 하고, 과학 점수가 높아도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며, 역사 공부를 잘 해도 역사관이 부족하고, 윤리 점수가 좋아도 윤리 의식이 땅바닥이라는 것.

이것의 문제점은 지력 중심의 교육관이 판치고 있어서이며, 아이들에게 지혜의 힘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원론적이면서 가장 훌륭한 교육 방법을 제시할 듯 시작하였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서는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공부의 처음은 올바른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공부의 뒷심은 다면적인 종합에서 나오는 것이며, 공부의 종점은 구체적인 학습 내용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하는 올바른 방법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리고 다면적인 종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커리큘럼에는 미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책이다.

그 커리큘럼은 많은 부분 그렇듯이 교회의 교리 학습에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고, 국어 과목에 치중할 수도 있고, 영어가 약한 학생은 영어 부분에 집중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이 글의 서문은 학생들에게나 학부모에게나 교사에게나 큰 시사점을 주는 글인 듯 하다. 아이들에게 개미같은 부지런한 교사가 훌륭한 방법으로 아무리 주입하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인생에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음을... 그리고 교사나 학생은 다양한 학습법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공부를 완성해주는 로열 로드 Royal road는 어디에도 없음을 깨달아야 함을...

결국 학생의 지력에 부모님이나 교사의 도움을 받은 의지력(심력), 자기 관리를 통한 체력, 그리고 지혜의 샘에서 취한 자기 관리 방법, 원만한 인간 관계와 공동체 생활... 이런 것은 인류가 전승해온 지혜이며 삶의 방도의 일반론이었던 것 같다. 이런 학습서를 읽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사람은, 결국 처음의 자리로 돌아옴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공부는 <내>가 하는 것임을... 학문에는 왕도가 없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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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 2008-08-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차원 전면교육은 결코 추상적인 내용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는 아주 구체적인 25가지 커리큘럼을 갖고 있답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이나 실시되고 있는 연수, 각 교육청이나 실제 저자가 세운 세인고등학고, 벨국제학교의 교육과정 속에 녹아 있지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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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신은 있다. 난 그걸 믿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알고 있다. 산다는 것은 조금 더 알게 된다는 것인데, 살면서 그런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남구 도서관에도 간다. 갈때마다 세 권씩 빌려 오는데, 빨리 읽을 때는 이틀만에 다 읽기도 하고, 어떨 때는 기한이 다 되어 부랴부랴 읽고 반납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이번에 빌려온 것도 사실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책을 <오늘> <내가> 읽으라고 연결해 주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빌린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에게 온 것이라고밖에 말 못하겠다.

오히라 미쓰요의 이 책은 상당히 유명하다. 어려서 왕따의 고통을 당했고, 불량청소년이 되었고, 중졸의 학력이며 술집을 전전하다 야쿠자의 처도 되었다. 그러나 스물 여섯의 나이에 정신을 차려 십년의 방황을 접고, 공인 중개사, 사법 서사, 마침내 사법 고시에 합격한 의지의 일본인의 표상이다.

지난 금요일 우리 반 특수학급 학생이 울면서 조퇴를 했다. 토요일 그 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반 친구들이 괴롭혀서 죽고 싶다며 학교를 가기 싫어한단다. 퇴근후 가정 방문을 해서 부모와 대화를 나눈 결과, 부모님은 너무 흥분하여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겠다며 진단서를 끊어 놓은 상태다.

어제는 너무 머릿속이 띵~ 하여 그저 깊게 호흡을 했다. 아내가 퇴근하고 나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니 좀 속이 시원하기도 하였지만, 해결된 건 전혀 없다. 오늘도 종일 생각이 난다.
괴롭힌 녀석들을 혼내주나.
아니지. 어쩌면 그녀석들의 나쁜 짓이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크게 되는 걸 막아야 해.
그래도 특수학급 아이를 괴롭히고 협박하다니 나쁜 일이야.
나쁜 놈들도 다 내 아이들인데...

그러다가 또 깊이 숨을 들이 쉬다가... 잊었다가, 생각나다가... 주말이 있다는 것이 지긋지긋한 일요일이었다. 마치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맞은 일요일처럼...

열두시가 다 되어 땀을 좀 흘리고 자려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하느님을 만났고, 우리반 특수 학급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나를 만났다. 또 우리반 꼴통, 센스 없는 복학생도 만났고, 자칭 깡패도 만났다.

아, 하느님은 얼마나 지혜로우신가. 내가 무슨 고민에 빠질 줄 다 아시고, 이렇게 책을 내 손에 쥐어 주시다니...

다른 책을, 예를 들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 화를 줄이는 법 같은 명상 서적을 보았다 한들 내 혼란한 마음을 풀어 주진 못했으리라.

왕따와 이지메의 문제로 고민하는 내게, 오히라 미쓰요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늦은 밤이지만 말똥한 눈으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평생을 다른 시선을 받으며 살아야 할 우리반 특수학급 아이,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 - 담임이 무서워서 절대로 이르지 못하도록 비겁한 협박을 하는 어리석은 녀석들, 복학해서도 학교에 재미를 못 붙이는 우리반 철이... 이런 녀석들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불행한 일, 재수없는 일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들이 내 부처고, 예수님이고, 스승님임을 깨닫도록 이 책을 내게 보내 주신 신의 인도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런 일에 감사를 드리며 잠이 쉬이 들지 못하는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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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 입시문화의 정치 경제학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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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다니는 어떤 아이가 그랬단다. "엄마는 겁도 없어. 어떻게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지?"

우리나라의 어린이 출생률이 세계 최하인 이유.

그건, 우리 나라가 위험한 나라여서도 아니고, 전쟁의 위험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단 하나의 이유. 자식 기를 환경,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동감이다. 겁도 없이 아이를 낳을 것인가. 아니면, 비참하게 살아갈 아이의 삶을 미리 조절할 것인가.

아이는 아이가 살아갈 생을 타고 나기 때문에 낳아만 주면, 스스로 자란다던 말도 다 예전 말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되던 시대도 있었다. 다 예전 말이다. 서울대 나와서, 대기업 들어갔지만 사오정되고 오륙도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교는 공부를 시키지도, 하지도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인교육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속내를 보면, 허울뿐인 재량활동에, 특기적성활동에, 각종 예능.영어 과외 활동까지 교사도 아이들도 죽을 지경이다. 돈대는 학부모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부모는 죽지못해 살아야 하니까.)
중학교 가면 극소수 <대한민국 1%>는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하여 모든 과목을 관리한다. 멋도 모르고. 과학고 아이들이 왜 자살하는지를 모르고, 그저 과학고 가면 인생이 펴는 줄 안다. 나머지 아이들은 중간만 하면 가는 일반계 '까잇거 대충' 해서 들어간다. 부모가 조금만 관심 버리면 실업계로 가서 고생한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아침 일곱시에 집나가서 24, 25시에 들어온다. 게오르규의 소설 중, 25시란 게 있다. 정말 비인간적인 시각 아닌가. 25시.(무슨 편의점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평생 먹을 것을 쥐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대학 신입생은 고교 졸업생보다 정원이 많단다. 고1들이 촛불시위를 하고 난리를 친 것은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날 짓이 아니라, <이제서야 나선 대견스런> 일이다. 오로지 입시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부정한 방법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칠갑된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교육의 부재 그 자체다. 상고는 이미 그 존재 이유를 잃어서 정보고로 이름을 바꾼지 오래고. 공고는 현장의 전산화와 3디 직종의 기피 현상으로 역시 교육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이 끊긴지 오래된 지금, 실패한 아이들이 오롯이 모인 곳이 실업계 고교라 보면 된다.
대학은 아이들을 뽑을 방법이 없다. 그저 점수대로 줄세워서 뽑고 보면, 빛좋은 개살구들이다. 명문대들은 그나마 개살구라도 얻어걸리지만, 하위권 사립대들은 정원이 한참 미달이어서, 정원을 유지하려고 모든 멍청한 신입생들에게 무조건 <장학금>을 하사한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시범학교 몇 개 운영하고(이 시범학교가 또 교육을 완전 망치는 꽃놀음이다.) 잘 되었다고 한다. 코미디도 블랙 코미디고, 하류 화투판이다.

이런 학교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던 이십 년 전. 그 때 학교를 뒤바꾸었더라면, 그 때 조금 피흘렸더라면... 지금 이렇게 모두가 혼란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 소리지르던 교사들을 해직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던 학교 현장은, 이제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 없게 되었다. 말기로 접어 든 것 같다.

학교가 죽었다.

하고 종이 울리기 전에, 다시 회생의 몸짓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학교에는 삼십 년 전의 폭력과 부조리함이 만연하고 있는데... 어느 한 군데서도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를 우습게 본 것이 오래 되었는데, 학교는 아직도 삼십 년 전. 유신 시대의 권위를 최고로 여긴다. 아직도 군사부 일체의 유교 국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교육자연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도 물론 바뀌어야 하겠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틀이 잡혀야 한다.

국가는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한다. 대학을 줄여 나가고(서울대를 줄일 것이 아니라, 전문대부터 손대야 한다.) 선발권을 대학에 주어야 한다. 고교는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되도록 하고, 학생들의 봉사활동과 특별활동의 기회를 넓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기반 없이 그저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아서 사교육비의 뻥튀기를 조장한 졸속 정책을 책임지고 자살하는 교육부 장관은 아무도 없다. 죽일 놈들.

부모들도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방법은 세상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 자식이 대기업 들어가도 그 기업 망하면 내 자식도 망하는 걸 알아야 한다. 원만한 아이를 길러 냄이 부모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정말 즐겁게 자라 주면 되도록... 그리고 공부가 필요한 직업(교사, 교수, 의사 등이 무식하면 좀 곤란할 듯)이나 특정 자격을 취득하여야 할 학생들만 고교 내지 대학에서 코피 터지게 공부해 보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공론화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애들 벌세우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전교조를 만들 때는 그러자고 했는데, 지금은 전교조에서도 학교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공론화하는 것은 힘들어 졌다. 가장 큰 이유는 십여 년 전에 토론의 주축이었던 이십대 교사들이 이제는 사십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놈의 모 장관이 외치던, 정년 줄이면 한 명 쫒아내고 세 명 뽑는다던 거짓말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교사 연령은 늙어가고, 아이들은 젊은 교사에게서 패기 넘치는 교육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정녕 학교를 버릴 것인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최선책이 될 것인가?

몇 년 전, 패닉이란 가수가 불렀던 <벌레>란 노래를 듣고 난 움찔했다. 너무 구구절절이 옳아서...

벌레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세게 때려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은 미친
걸레 마치지는 깨끗한 척 거짓투성이 눈빛 끝내 뭣같은 너의생각 엿이나 처 먹으라지

일단 때리기만 하는 또 잘못을 모르는 당신은 더럽고 둔한 짐승 더 때릴 이유도 없는데 지 맘껏 때리고선
슬픈 표정으론 "나도 마음이 아파" 이런 뻐뻔히 보이는 거짓말 한대 확 쳐버리고 싶지
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 '님'이라 부르고 무릎꿇어야 하지
닐 싫어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눈에 가시 이유없이 다가와서 내 속을 뒤집어 놓고 사라지지
난 봤지 미친 눈빛 증오낀 미소 때리지는 않지 그냥 툭툭 건드리며
말 한마디로 내 모든것 밟아버리고선 그냥 슬쩍 가버리지 딱 한번봐도 노려봐야 시원하지
나도 그런 네가 싫지

온갖 욕설을 다 퍼붓고 남의 자존심 건드려 놓고 내 모든 것 박살 내 버리곤 한 마디 하는것이"사랑해"
웃기지마 그런 거짓말 하지도 마 그 말 한마디면 하 속아줄것 같니 싫다고 해 네앞에서 노는 꼴이 역겨워서 날 밟았다고 말해 돈, 놈, 썩은 돈, 놈과 돈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 이것 하나면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지
그들은 왜 받을 수 밖에 없는거지 겉으론 아닌 척 은근히 바라는 이런내가 보기에도
님이 정말 불쌍한 것들 돈만주면 이제 편안한 생활  모두 날 부러워하지 어휴 이런

중학교 고등학교 6年 어디가나 나타나는 미친것들 이젠 일어나야 해
무릎을 꿇고 맑은 눈을 곱게 뜨고 존경의 눈빛으로 끄떡그덕 하지마
대들어야 해 맞아도 눈을 똑바로 들어 수없이 이유없이 당해왔어 우린 하지만 지금 바꿔야겠어

제발 아이들이 이런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십 년 전 교사들이 불똥튀던 목소리로 살리자고했던 아이들을, 이제라도 살려보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좋겠다.

특수 교육에서 <특수 학교>가 가지는 문제점 중에, 모든 기관은 생성과 동시에 생존 본능을 갖는다고 했다.

전교조도 이제 생존 본능으로 투쟁하는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교육행정시스템 투쟁, 성과급 반환 투쟁, 이런 맥빠진 싸움들을 보면서... 어려운 문제의 해법이 없으면 대충 끄적거리는 시늉이나 하다가 백지 답지는 내지 않겠다는 안일한 판세가 아닌가 걱정도 된다.

이육사처럼... 지금 눈 내리는 혹독한 시절에...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씨를 뿌려서... 천고의 뒤에... 초인이 노래 부르게 할 일인지...

윤동주처럼...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내가 되어... 눈물과 위안으로 버텨야 할 인고의 세월은 아, 얼마인가...

괜스레 달밤에 하소연만 나게하는,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나를 일깨우고 잠들지 못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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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6-1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책 제 책꽂이에 처박혀 있는데 읽어볼까...어찌어찌 들어왔는데 읽기가 싫더라구요. 왜냐면 전 학교와 관계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거든요. 이적의 이름은 이적단체고무찬양의 그 이적 이랍니다. 이름도 불온하죠? 그리고 사람들이 애를 낳지 않는 이유를 최재천교수는 생물학적 입장에서 모든 생물은 생존 환경이 열악해 지면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그런 차원에서 우리의 생존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애를 안낳기로 한 사람인데 이유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도 결국 저와 같거나 저보다 더 너절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죠. 아 우울하다...

글샘 2005-06-1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이 책을 별로 권하고 싶진 않네요. 너무 슬픈 이야기만 잔뜩 적혀 있어서...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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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해골 속엔 누구나 비슷한 용적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모든 활동은 바로 이 <뇌>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리고 살아 간다. 사람이 <살 + 암>인 것은 바로 이 뇌의 작용으로 <살아 있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린 이 뇌를 너무 혹사한다. 술을 마시면 '골'이 빠개지려고 한다. 낮잠을 오래 자고나면 '골'이 띵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골치'가 아프다.

뇌를 사랑한다면, 이런 <골때리는>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아니, 오히려 <골>을 사랑하고, 기를 북돋아 줘야 인생이 풀린다는 이야기다.

뇌에 관한 연구로 상당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으로는 <마인드 맵>이 있다. 인간의 뇌는 둥글기 때문에 직선보다는 둥근것, 이미지... 이런 것들을 쉽게 기억한다는 것.

이 책은 뇌호흡으로 뇌의 기능을 높인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힘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힘을 길러주고, 뇌의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는 것은 신뢰도가 높아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어린이들은 누구나 그 어려운 언어의 기제를 별 지장없이 익힐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면, 인간의 능력은 대개 대동소이하다는 가설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전제는 바로 이것이다. 부모가 깨어 있어야 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가 훌륭해야 한다.

난 이 대목에서 좌절한다. 부모가 못났고, 부모가 가난하고, 부모가 무식하고, 부모가 막돼먹었으면... 아이들은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인가.

교사가 뇌호흡 같은 지도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자꾸 비관적이다. 긍정적으로 보라고 한다고 해서, 세상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이 책의 효용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희한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맞출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내가 나를 믿는 기회를 주는 것.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자기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누구나 천재임을, 그래서 아이들을 인정해 주는 교사가 필요함을 특히 초등 교육에서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도 천재성을 닳고 닳려서 지금 저 모습으로 자랐나 생각하니 괜히 안쓰럽기만 하지만, 이제라도 그 <마야>의 천재성을 짓누르지 않도록 나를, 내 뇌를 깨우자. 그리고 <나는>이라고 말하자. 아이 메시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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