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 금요일 이틀은 몹시 추웠다.
방학이라 꽁꽁 얼어붙은 교실에 선생님들이 모여서 연수를 받았다.
강사는 정체도 모호한 케빈 리라는 분이었는데...
강의를 듣고 보니 대단한 열정가였다.
한국의 교육이 왜 그렇게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진행되면서도 효율성이 떨어지는지를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대안의 하나로 디베이트를 제시하는 시간이었다.
디베이트란 '토론'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의 패널 토론이 저질스럽고 아무 기준도 없이 나불대는 부조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데 반해,
디베이트는 형식을 갖추고 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경쟁하기 좋은 수업의 일종이다.
이 책에서는 디베이트에 대하여, 한권에 가능한한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다 담으려는 저자의 애정이 가득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근본없는 논술이 한국에 와서 암기 과목이 되어버렸듯,
디베이트의 미래 역시 오리무중이긴 하다.
그렇지만, 디베이트는 기본적으로 암기해서 풀어내는 것이 아니고,
자료를 리서치하고, 그 자료를 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암기식 수업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는 잘하는 멍청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적 열정이 디베이트를 또한 무섭게 만들기도 한다.
대구에서는 올 겨울방학부터 봄방학까지, 디베이트 코칭 연수를 교사 천여 명, 학부모 천여 명에게 실시하고 있다.
또다른 한철 바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디베이트의 특성상, 창의력이 소진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듯 싶다.
우리 학교에서 총 9명의 교사가 연수를 받았는데,
2월 25일부터 26일까지 토,일요일에 걸친 연수가 서울서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참가하실 분이 있나 했더니... 사정이 있는 세 분을 빼고 나머지 6명이 심화연수를 신청했다.
디베이트에는 그런 힘이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봄방학 중에 서울행을 결심하게 하는 힘.
아이들에게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통하여,
형식적으로 말하는 방식과, 내용을 채워 말하는 방식을 모두 가르칠 수 있다면
가르치는 일에 힘겨워하던 교사에게 큰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네이버에 가면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란 카페가 있다.
거기 가 보니, 정말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교사들이 그득하였다.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디베이트까지,
교육을 가르치는 Teaching이 아니라, 교육활동 공급자 Education activity provider로 변해야 함을 역설하는 이 책은,
수업에 지친 교사들에게 반드시 권해줄 법한 책이다.
어떤 여학생의 디베이트 수기에 이런 말을 적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
To live is to choose.
But to choose well, you must know who you are and what you stand for,
where you want to go and why hou want to get there.
산다는 것은 선택이다.
그러나 잘 선택하기 위해선 네가 누구인지, 어디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왜 가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교단 생활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던 경험을 돌아보면, 부끄럽고 한심하다.
입시 제도의 변화에 따라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지만, 아이들은 늘 패배하고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이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면, 새로운 길을 시도해 보는 일도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디베이트 공부가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