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곁에서 같이 가르치고 배운 것이 꽤 오래 되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20년 남짓 한국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89년에 발령받아 가르쳤던 아이들은, 어찌 보면 애어른들 이었다.
시대가 하수상하니 담배피우는 아이들 지도하다가 고발도 당해보고,
자동차 와이퍼가 부러지는 테러도 당해보고,
요즘엔 상담할 시간도 없이 학교를 안 나오다가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게 만난다.
자기 주장이 강해진 것이라 생각하면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길러서 자기밖에 모르는 멍충이로 만드는 세상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컬링.
제목이 뭐 이래?
컬링이란 시시한 스포츠(?)에 대한 시시한 이야기다.
보통 스포츠 정신이라고 하면, 치열한 육체와 정신의 투쟁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이 불변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컬링에 입문하게 된 아이들은,
야구부에서 도태된 아이들과, 어쩌다 컬링 동아리에 들었다가 해체를 맞게된 아이들.
그리고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그냥, 인간이라서 들어오게 된 '으라차'까지...
동계 올림픽을 유치는 해 놓았는데,
이건 뭐, 86,88 아시안 게임, 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처럼 흥미로운 게임도 아니고,
온갖 처음 듣는 스포츠들로 가득하고 한국은 선수도 없는 종목들로 가득한 올림픽을 어떡할지 고민일 듯 싶은데,
이 소설이 적고 있듯,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 한편으로 다행이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요즘엔 김연아 덕에 피겨 정도가 관람종목이다.
영화 덕에 스키점프도 조금 재미가 있지만, 컬링이란 종목은 아무리 봐도,
스포츠라고 하기엔 20% 이상 부족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나름의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며,
스피리트! 는 훌륭한 종목이고,
팀워크와 인간의 평정심을 시험케 하는 훌륭한 종목일 수 있음도 이 소설에선 끼워넣고 있어 양념맛이 좋다.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늘 불안하지만, 또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집단에 대하여 피해를 입는 주인공들이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우정과 결의를 다지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든든하다.
강산처럼 덩치도 있고, 멸치처럼 촐싹거리지만 늘 곁에 있어주는 친구도 있고,
좌절하는 꿈나무 여동생도 있는 청소년 소설.
과연 왜 공부하고 왜 대학을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소설은 답을 던진다.
그냥, 하는 거라고.
인생은 늘 정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만은 아니라고.
그냥, 하다보면, 거기서 목표도 생기고, 삶의 의미도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이 책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간단 명료하면서 시크한 말투가 그대로 느껴져서 즐겁다.
주제도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인기있을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