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하나 나 하나 마음에 시 한편,

그러나... 알라딘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거...
한국의 시인과 외국의 시인들의 연애시를 모아본 책이다.
애초에 선물용으로 만들었던 듯 싶은데, 좋은 시들이 제법 많다.
그렇지만, 역시 선물용으로도 시집은 아닌가 보다. 품절이라니...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의 끝구절은 언제나 쓰라리다.
이 시의 서술어만 모아 보면, 그의 삶이 투영된다.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스스로를 돌아본 시 중에선 백미로 꼽는다.

문정희의 ‘사랑은 불이 아님을’은 사랑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랑은 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불도 아닌/ 사랑이 화상을 남기었다...외롭고 깊은/ 강물 하나를...

이외수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는 참 외로운 사람을 잘 그리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으로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외수 삘보다는, 신경림의 '갈대'에 어울리는 화답시 같은 느낌.

정현종의 ‘사랑의 꿈’은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은 생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그렇지만, 역시 연애시의 최고봉은 만해 스님이다.
스님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는 연애편지 끝구절에 적기 제일 좋은 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요즈음,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은 새로운 감회로 읽힌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부세의 ‘행복’ 역시 나를 북돋운다.

사람들은 말하지. 산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아아, 사람들은 서로를 찾아헤매다. 눈물을 훔치며 돌아온다
사람들은 말하지./ 산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는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위무해 준다.
삶은 그대를 속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의 십자가에 못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그래. 존재의 뿌리를 흔들어 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랴 싶기도 하지만, 사랑의 씨앗은 뿌리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의 사랑만큼이나 많은 사랑시가 널린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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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 편 정도 올리겠다고는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마기 님의 시도 좋아지고, 시에 빠져드시는데,
이 특강이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드러내기에는 지금 제목이 나을 것 같아서입니다. 

세상에 시는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만,
뱀을 보고 '길다'고 한 것도 시라고 합니다.
오늘 태풍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지나갔습니다.
저더러 시 쓰라면, '쎄다~'정도 썼을까요? ㅎㅎㅎ 

오늘은 신경림의 '갈대'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파스칼이 그랬다지요. '팡세'란 수상록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구요.
은유법이 쓰였죠? 오늘은 갈대로 시작해서 은유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겠습니다.
일단, 신경림의 그 유명한 '갈대'를 읽어 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제가 이 시를 처음 대한 건, 대학 1학년 멍청하던 시절인데요.
같은 과 여학생 하나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이 시를 내 앞에 쑥 들이 밀데요.
그러면서, 읽어봐~ 이러는 겁니다.
멍청했던 저는 멍청하게 읽고는, 멍청하게 돌려줬다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열아홉 살 여린 나이에, 시쓰겠다던 내 친구는 '갈대'를 읽으면서 얼마나 짜릿한 전율을 느꼈을까!
그 반면, 멍청했던 나에게 시는 뭐, 시험에 나오는 시나 몇 편 알던 그런 거였습니다. 

그러다, 스무 남은 살이나 되어 혼자 자취하던 날이었는데 말이죠.
어쩌다 혼자 집에와서 비스듬히 누워 신경림 시집을 읽다가, 갈대를 떡하니 만났는데,
정말, 숨이 헉, 막히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이란 대목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데요.
그 때가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되어 해직이 시작되던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던 정도만 기억이 나네요. 

시험지 말미에 여백이 좀 남거나 하면, 시를 한 편씩 옮겨 주기도 하는데요.
이 시가 단골입니다.
이런 여학생도 있었어요.
시험 마치고, 새초롬한 눈으로 와서는
선생님이 이 시 치셨냐고... 근데, 왜? 이랬더니,
시험치다가 이 시 읽고 눈물이 나서 시험을 망쳤대요.
아이고... 그래서, 내가 미안하구나... 했더니, 아니오, 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갑디다. 

그런 게 시 감상인 건가봅니다.
마음을 퉁, 치는 울림이 있는 시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신경림의 '갈대'를 꼽습니다.
이 시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어들도 간결하고, 단정하며, 쉽습니다. 반복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 하나 없습니다. 

그러나, 시를 읽어가면서,
이 시에 대해서, 더이상 설명은 군더더기에 불과할 것이기에, 다시 읽어보시는 걸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암튼, 산다는 일은, 그런 거예요.
째콤이고, ㅋㅋ
피투성,의 존재구요.
그렇지만, 시를 쓰시는 마기님이나, 시를 소개하고 풀이하는 일에 재미붙인 저나 <기투>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갈대지만, '생각하는 갈대'가 되자구요.
파스칼의 팡세 첨에 이렇습니다. '인간은 나약한 갈대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라구요.
나약한 갈대는 '피투성'의 갈대고, 생각하는 갈대는 '기투'의 갈대인 거죠.(피투성에 대해 모르시는 분은, 10강을 들어 보시길...) 

조용히 울던 갈대,
온몸이 흔들리는 갈대,
누가 흔드는지 생각하는 갈대,
제 울음이 흔드는 것도 몰랐던 갈대,
산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던 갈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젠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갈대...

인 화자를 만나게 됩니다.  

<존재의 이유>라는 노래도 있었는데, 뭐, 그 노래 가사야 별 거 아니지만,
인간 존재가 뭐 이유가 있나요?
피투성,의 존재인 걸요. ^^
기억 나십니까? 우연히 던져진 존재, 피투성의 존재.
의미가 없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존재죠. 

도대체 사는 게 뭔가.
새삼스럽게 이 나이에 그런 고민을 떠올릴 것까지야 없는 거 아니냐?며 반문할지 몰라두요.
어떤 나이와 상관없이, 공자님 말씀처럼 지천명이든, 이순이든, 그 고민은 떠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도대체,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있는 것.

아, 삶에 대한 비유로 얼마나 처절하면서 간결한 문장인지요.
이 문장을 나직하고, 조용하게 읊조려 보세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있는 거...라구요.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팡세에서도 하고, 갈대에서도 하고 그런 걸까요?
그것은 시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답니다.
20세기라는 시대는 자본주의와 함께 열립니다.
서양의 자본주의는 후발 국가들의 시기와 질투에 휘말려, 세계대전의 연기속에 휩싸이는데요.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독일, 이탈리아입니다. 통일이 늦게 된 나라들이죠.
그런데 세계대전에서 죽어나간 군인들은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들이었대요. 청소년의 전쟁.
자본주의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 존재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런 시대를 까놓고 말한 것이 니체입니다. 

형이상학자들은 신이 있네, 없네 다투는데,
솔까말, 신이 있으면, 이런 자본주의와 세계전쟁의 꼬락서니는 뭐냐?
시대의 분석에 따라 그는 <신은 죽었다>는 말을 합니다. 신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말이죠.
인간은 '바보'지 '죄인'은 아닌데, 성직자들은 '죄인'으로 만들거든요.
그래서 니체는 '위버-멘쉬'(일본에서 초인으로 번역)가 되려면,
'낙타'같은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사자'같은 용맹함을 가져야 된다고 했답니다. 

낙타 하니깐, 하이데거의 <피투성>이 떠오르시나요?
사자 하니깐, 당연히 <기투>가 떠오르셔야죠? ^^ 훌륭한 수강생들이니 말입니다. 

니체 : 신은 죽었다
신 : 니체 너 죽었다!
청소 아줌마 : 니들 둘 다 죽었다... 

니체가 좋아할 법한 개그죠.
근데, 니체가 낙타보다도, 사자보다도 좋아한 게 있대요. 바로 '어린 아이'랍니다.
엄숙하고 장엄한 삶보다는,
어린아이처럼, 고정되지 않는 <변신>의 명수로 사는 것 말입니다.
초인,은 위인이 된 사람이 아니라,
고정된 <인간형>을 뛰어넘는 존재라고 하더라구요.
(오늘은 너무 딱딱한가요? 이제 한계점 도달인가봐~ ㅋㅋ 제목만 유쾌한~으로 바꿨어~ㅋㅋ)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그의 책도 그런 의미랍니다. 

다음엔 고정희의 시 한 편 읽어 보시죠.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이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또 나오죠. 갈대~
근데, 상한 갈대라네요. 상태가 좀 더 나빠졌쓰~ ㅋ 
상한 영혼들에게 이 연사! 두 번이나 외칩니다!
충분히 흔들리자고...
고통을 거부하지 말고, 고통에게로 가자고...
뿌리 깊다면,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을 거란 믿음을 갖고, 흔들리며 살자고
 

갈대도 못 되어, 개구리밥에 불과한 부평초일지라도,
고통과 살 맞대고 살자고...
삶은 끝없이 피투성으로 점철된 존재인데,
뭐, 화려한 도시를 찾아 헤매지 말고,
이 세상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살아 보자고...
어차피 외로운 거, 굳세게 가자고... 

아무리 막아도 바람은 불고,
갈대는 울고 있지만,
영원한 눈물도 영원한 비탄도 없노라고...
상한 갈대, 그대여.
하늘 아래선 캄캄한 밤에 너를 향한 손 하나 오고 있노라고...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들을 다룬 시들이 참 많습니다.

아까 신경림의 갈대를 다루다가, 은유법을 잠시 이야기했습니다.
중학교때, 배우잖아요. 왜. 
비유법에는 직유와 은유가 있다.
직유는 ~~처럼, ~~같이, 이런 거고, 은유는 A는 B다.
그러고 꼭, 들어주는 비유의 예는 '내마음은 호수다.'  

그런데,  이렇게 배운 성인들에게 물어봅시다.
내 마음은 호수다. 내마음과 호수 사이에 뭔가 유사점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뭐냐구요~

읽으시는 지금, 답해보세요.
호수와 내 마음의 유사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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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답이 아닙니다.
내 마음은 호수~란 비유의 뜻은 그 뒤를 다 읽어봐야 합니다. 

내 마음은 호수(湖水)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어떤가요?  
호수와 내 마음의 유사점이 뭐죠?
거부하지 않음이잖아요.
내 마음은 호수예요.
언제나, 언제까지나... 당신의 마음만 내키시면,
마음을 내서 노저어 오시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가득해서,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겠어요~
이런 사랑의 표현이죠.  

듣고 나니,
비유법을 잘못배우신 거 같지 않나요? ㅎㅎ 

비유는 '유사성'에 근거하여 빗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잘 드는 예로, '사랑은 피자'도 있는데요.
사랑은 피자와 뭐가 유사한가요?
피자 위의 토핑은 먹기 싫은 거 골라 내버리면 피자가 아니잖아요.
그건, 피자 도우지~
먹기 싫은 토핑도 같이 먹어야 맛이 나듯이, 사랑도 입맛에 맞는 상황만 즐긴다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니겠죠?
그런 비유라면, 사랑은 피자다!
좀 괜찮지 않나 자뻑에 빠져 듭니다. 

비유를 쓰는 이유는 말입니다. '사랑'이나 '내 마음'과 같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거예요.
애절하지만, 비유가 없어서 시적이지 않은 가사 한 번 보실래요? 

그 사람 날 웃게 한 사람/ 그 사람 날 울게 한 사람/그 사람 따뜻한 입술로 내게 /내 심장을 찾아준 사람
그 사랑 지울 수 없는데 /그 사랑 잊을 수 없는데/그 사람 내 숨 같은 사람/그런 사람이 떠나가네요.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른 사람아. /사랑했고 또 사랑해서/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람아.. 내 사랑아
내 가슴 너덜 거린데도/그 추억 날을 세워 찔러도/그 사람 흘릴 눈물이/나를 더욱더 아프게 하네요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아/눈물 대신 슬픔 대신/나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줘...내 사랑아
우리삶이 다해서 우리 두눈 감을때 그때 한번 기억해...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른 사람아. /사랑했고 또 사랑해서/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람아..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요즘 엄청 인기인 '탁구왕 김제빵~'인가 하는 드라마에 나온다던가? 뭐, 이승철 노래라는데... 인기라네요.

노래 가사에서 비유를 써서 추상을 구체화하긴 어렵죠. 직설적일 수밖에요.
근데, 다음 시 한번 읽어 봅시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이성복, 꽃피는 시절>

저는 이 시를 첨 읽고, 이별하는 상황을 떠올렸답니다.
위에 나온 '제빵왕~' 주제가보다 훨씬 가슴 먹먹하게 하는 이별가 아닌가요? 

1연 : 당신은 멀리 있어요.
2연 : 자꾸 당신이 고개를 들어요.
3연 : 내 안의 당신은 나를 벗어나려 하지만 
4연 : 내게서 당신이 떠나면 내 몸 다 찢어져요.
5연 : 온몸이 당신과의 이별을 아파해요.
6연 : 어떻게 당신을 보낼까요.
7연 : 당신을 어떻게 보낼까요...

뭐, 하는 이야기는 이런 건데요. 

나는 울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5연)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7연) 

히야~ 다들 이별이야 몇 번 씩 해 보셨잖아요.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토할 지경이 되고, 벌컥벌컥 물 마시고 길길이 날뛸 지경,
다들 경험해 보셨잖아요?
어, 다들 왜 그래요.
이 구절 읽고 술 마신 다음 날 떠올린 사람들처럼?
그건 아니잖아요. 그런 건 이별이 아니잖아요. 그냥, 퇴근이지. ㅋㅋ (개콘을 안보신 분은, 먼저 보시고 읽으셔얄 듯 ㅠㅜ)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아, 얼마나 애절한 이별의 메시지인지요. 

그런데, 이 시의 제목을 보셨나요? 제목은 꽃피는 시절~이랍니다.
꽃피는 시절에 이별을 한 걸까요?
이 시를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이제 나는 <나무>로 변신을 하겠습니다.
나는 뻣뻣한 나무입니다.
내 안에서 봄이 오면, 꽃이 피어나려 움트고 있겠지요. 

다시 1연 : 겨울에도 나는 꽃이 올 것을 알아요.
2연 : 봄이면 당신은 당연히 올 거예요.
3연 : 내 안에 너 있다~
4연 : 꽃이 피려면 내 몸으 갈라지는 고통을 겪어야 해요.
5연 : 희고 고운 꽃이 잎잎이 피어날 거예요.
6연 : 그러나, 어떻게 꽃잎을 떨굴까요? 미치겠네~
7연 : 내게 매달린 조그만 꽃잎과 어떻게 이별할까~ 

꽃이 피었다 떨어지는 것을.
나무에서 꽃이 솟아나고, 이별하는 것을,
남녀간의 이별의 상황과 유사한 점들을 추출해서,
<이별>이란 추상을 <낙화>란 구체로 비유한 것!
이런 것이 비유의 짜릿한 전율이 아닐까 합니다. 
저 짜릿한 거 참 좋아하네요. ^^ 

신영복 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보통 우리더러 집을 그리라고 시키면, 지붕부터 그리잖아요. 지붕 아래 집 그리고, 창문 그리는 순서.
근데, 목수가 그림그리는 걸 봤더니, 주춧돌부터 그리더래요.
그 다음 기둥, 창문, 지붕은 맨 나중이라죠.
지붕부터 짓는 집은 없는 거죠.
그런 게 삶에서 우러난 지혜이자 삶의 연륜, 곧 나이테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립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험을 통하여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을 뜻하는 말입니다.
어제 제가 쓴 리뷰에서 <매직>의 순간을 이야기했는데요.
사노라면, 매직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미립>이 나는 프로가 되기도 하는 거겠지요.
제 리뷰에 쓴대로, 꿈꾀꼴깡끼끈꾼이 되려고 너무 심하게는 아니고,
미립이 날 때까지 <기투>하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 옆에서 22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방학인데도 이제 수능 99일 전인 아이들의 공부를 보노라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제 미립이 나서 좀 잔인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원래 새싹은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엽록소가 없답니다. 
근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부터 광합성하라고 후려잡는 거나 아닌지...
알묘조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장자,엔가 나오는데,
싹이 자라게 하라고 시켰더니,
밤새 모든 싹을 쏘옥~쏙 잡아당겨서, 키를 크게 해 놨더래요.
담날, 싹들은 모두 죽어버렸죠.

 

방학인데, 자녀분들은 모두 잘 자라고 있을까요?
혹시 알묘조장하시는 부모님들은 안 계실까요? 

유럽에 가면, 곳곳에 '로댕'의 작품으로 '깔레의 시민들'이란 동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진 깔레의 시민들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요. 

태풍도 지나갔고, 다시 열기가 올라봤자, 이제 가을에 점령당한 여름은 맥을 못 춥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생각해보는 동영상 2편 넣으면서, 오늘은 문을 닫을게요.

 

 

비도 내리고, 기분도 꿀꿀한데,
쐬주 한 잔 하지 마시고, 엔딩 포엠 한 편 읽어 보세요.

곽재구, 새벽편지, 입니다.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제 닉넴이 '글샘'입니다. ^^ 
국어 선생님이라 글 샘이구요.
글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길 바라는 글 샘이구요.
글 잘 쓰고싶은 샘이 많아서 글 샘이랍니다. ^^ 

오늘도, 어딘가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지 않나요? 

아름다운 밤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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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1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추를 지나니 엄마말씀대로 찬바람이 나긴 나는군요~~
세상만사 다 때가 있는거죠~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지나고 보니 다 꽃피는 시절이 되는듯 싶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낭만이 있었지..이러면서요

글샘 2010-08-11 21:47   좋아요 0 | URL
꽃피는 시절, 그런 의미가 담겨 있겠지요.
청춘의 이별을 꽃피는 것과 비유한 것은 참 절창입니다.

낮에나온반달 2010-08-1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강 제목을 바꾸신 것. 이 특강이 오래오래 계속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기님은 살짝 서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고정희의 시는 언제 읽어도 울컥, 합니다.
상하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조금쯤은 맛이 가 있지만
그래도 서로 마주잡을 손이 있으니...


비로그인 2010-08-11 22:17   좋아요 0 | URL
살짝이 아니라 많이 서운하죠.ㅋ
하지만 한편 맘이 편합니다.
시 숙제의 부담이 덜해졌으니까요.

글샘 2010-08-12 10:10   좋아요 0 | URL
마기님, 많이 서운하셨어요? ^^
이렇게 롱런할 거라고 생각도 안해서 붙였던 이름이니깐, 이제 당분간 이렇게 갈게요.

오래오래 계속될 지는... 제 능력에 기대를 걸어 보겠습니다.
상한 영혼... 이런 시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죠.

시 숙제의 부담 없이도 잘만 쓰시더구만요. ^^

비로그인 2010-08-12 12:07   좋아요 0 | URL
어제는 시를 써봤지만...당장 오늘아침부터는 뭔가 달라졌어요.
나를 위한 시 특강에 숙제를 한다는...그 특별한 상황이 사라지니까...시상이 전혀 떠오르지가 않네요.
푸히히~~

글샘 2010-08-12 20:09   좋아요 0 | URL
꼭 숙제는 아니라도 답시는 계속 써 주셨으면 해요. ^^

양철나무꾼 2010-08-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아침이네요~^^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들은 라디오에서 이승철 노래가 나왔었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
(헐~컴 스피커가 안 되는 걸 어찌 알고...)

시 특강 제목이 바뀌었네요?
그렇다고 앞으로 마기님의 답시를 볼 수 없게 되는 건 아니겠죠?

글샘님의 특강이 오래오래 계속 된다는 건 해피한 일이지만,
마기님 식의 특강 해석도 전 좋았거든요~^^
(네,저 마기 선녀의 나무꾼 맞습니다여~)

글샘 2010-08-12 10:11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계속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컥, 합니다. ^^

페크pek0501 2010-08-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강의가 계속되도록 저도 한 표 찍겠습니다.ㅋ
제목은 어떤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많아서, 길어서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종종 찾아와 시 강의를 읽곤 했어요.
시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 강의는 계속되어야지요.
마기님의 시도 하고 다른 시인들의 시도 하고...
이럴 때 저도 시를 쓸 줄 알면 좋은데 ㅋㅋ
그냥 전 팬으로 남겠습니다.

글샘 2010-08-12 20:09   좋아요 0 | URL
너무 길었군요. 안 그래도 길이를 줄여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래 가려면 짧게 가야하는데... 쓰다보면 생각이 막 엮어서... 꼬여요.
계속 가도 좋을까요???
 

덥기는 한데, 이제 확실히 늦더위임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더위 속에 가을이 들어와 앉은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제 아무리 용맹한 척 하는 장수라도, 슬그머니 숨어드는 복병을 다 알아챌 수는 없는 법이죠.
여름은 그렇게 가고, 또 가을은 그렇게 오고 할 거예요. 

요즘 마기 님의 시를 보니깐, 마음 속에서 불이 확 일어났다, 잦았다 하기도 하구요.
어느 순간, 환한 불이 확, 켜지기도 하고, 깜깜한 암흑 칠흑의 어둠이 오기도 하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거 같네요. 

시 속에 담겨있는 언어들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고 계시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시를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그런 면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데 말이죠.
마기 님의 시 속에선 구체적인 '인물, 사건, 배경'이 묘사되어있지 않거든요. 

다만 한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이, 연속 장면으로 플레이되지 않고, 스틸 컷으로,
한 장면으로 캡처되어 보여지는 것이 시의 형식이기 때문에, 마기님의 마음 속에 또는 주변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모두 아는 사람 아니고는, 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오늘은 배경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그런 시들을 몇 편 골랐습니다.
사실 시를 읽는 데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뭘 말하고자 하는 거지?
이럴 때, 유사한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있다면, 훨씬 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겠지요. 
시를 읽을 때, 독자가 완성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인이 보여준 한 장의 필름, 한 조각의 '스틸 컷'을 들고,
앞 뒤에 구체적 배경, 인물간의 관계, 사건을 상상해서 집어넣어 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방법이랍니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문태준의 시는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기막힌 재주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의 경험은 스틸 컷처럼 단편적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영화의 플래시 백 장면처럼, 여러 장의 스틸 컷이 플래시 터지는 순간처럼 조합을 이뤄서 엉성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러면, 그 시를 읽는 독자들은 그 스틸 컷들 사이의 빈 공간에 자신의 경험을 집어 넣어, 나름의 해석을 하곤 하죠. 

이 시는 문태준의 시집 <가재미>에 실린 시 입니다.
제목이 울죠. 누가 울고 간다.
울긴 누가 울었겠어요. 화자가 울고 있죠.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고 있습니다. 자기가 울면서, 누가 우네~ 이런 거.
우는 자기는 밉잖아요. 쓰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그랬을 겁니다. 누가 울고 간다. ^^ 

이 시의 2연에는 '외따롭고, 머츰하다'는 낯선 말이 나옵니다.
외따롭다는 '외롭다'와 '따로따로 떨어져있어 외롭다' 이런 생각들이 함축된 좋은 시어죠.
머츰하다는... 눈이나 비가 그쳐 뜸하다는 뜻이라고 사전에 실려있는데요, 여기서는 생각이 멈칫, 거리면서 진행이 잘 안 되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구요. 좀 멍청하게 멍~때리고 있는 장면인 거 같기도 해요. 

살바도르 달리의 '창가에서'란 그림을 위에 덧붙였습니다.
저 여성은 제법 오래 창가에 서있는 거 같네요.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걸로 봐서 말이죠.
뭔 생각에 젖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여성의 마음이 '외따롭고 머츰할' 것 같아서 고른 그림입니다. 

화자 옆으로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가 '와서 울고, 와서 울고 갑니다.'
그 새를 보고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는데,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가버렸습니다. 
새가 울었는데, 그 새의 울음이,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게 여리게... 피아니시모로...
가느단 울음이 이어지네요.
새의 울음인지, 화자의 울음인지, 낮게, 여리고, 그리고 길게... 울음이 납니다.
귓속에서 이명처럼 울리는 울음. 그 소리를 꺼내어 펼치면, 추억이 떠오르겠지요.
추억 속에는 '그렇게 울다 떠난 사람' 하나쯤, 간직되어 있겠지요.
그 울음이 펼쳐져서 가슴속에 붉게 번지고 스며들어,
이제는 끄집어낼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린 거네요. 

번짐.
저는 이 단어가 참 좋습니다.
얼룩,에 비하면 얼마나 투명한 단어인지요.
번져가는 모습도 좋구요. 한때 담배 연기가 공기 중으로 번져가는 모습이 좋아서 담배를 배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체력이 고갈돼서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지만 말이죠. ^^
그림을 그릴 때면, 투명한 물통을 씁니다. 믹싱보울인데요. ^^
거기 원색의 물감이 꼬불랑거리면서 번져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흥분돼요. (ㅋㅋ 글샘 이상한 사람으로 보겠다. 저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ㅎㅎㅎ)

시를 읽는 일은, 시어를 음미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시 하나 가슴에 품어 두고, 추억에도 젖어보고, 그 빈칸 속에 자기를 은근히 밀어넣어도 보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화자의 배경지식과 독자의 배경지식은 다르지만,
어딘가에서 접점이 있을 것이고, 그 접점에서 유사 체험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거겠지요.  
이런 배경지식을 어려운 말로 스키마(schema), 또는 셰마라고 합니다. ^^ 잘난 체~

배경 지식, 나왔으니 야한 이야기 하나 할게요. ^^
어떤 바람둥이 남편이 너무 미운 아내는 돈을 들여서 한 달 식량과 함께 남편을 무인도에 떨궈 뒀더랍니다.
한 달 뒤에 무인도엘 갔더니, 그 남편이 어떤 동물에게 뭔갈 먹이고 있더래요.
뭔가, 감이 오시나요?
바로,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이고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이 이야기를 외국인에게 들려준다면, 이해가 가지 않겠죠?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단군신화라는 배경 지식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에서 시작하는 유머니깐 말입니다. 

자, 그럼 좀더 야한 걸로~(요새 글샘이 19금에 재미붙였어요. ㅎㅎ) 
전에 어디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데,
언제 지울지 모릅니다.
a 모양의 테이프, 무삭제판 전격 공개...
이런 글이 있는 겁니다.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클릭을 했는데, 벙 쩠어요. 
이런 게 떴기 때문입니다. ㅋ 

>> 접힌 부분 펼치기 >>

 

기발하죠.
우리가 언제부턴가 O 모 양의 테이프, B 모 양의 테이프... 이런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A자만 보고도 누굴까? 이런 생각이 파박 떠오르는 거져. ㅎㅎ

문태준의 다른 시 한 편 보죠.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 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 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문태준, 그맘때에는> 

제목이 '그맘때에는'입니다.
그맘때, 화자의 마음 속에선 언제나 그맘때, 면 떠오르는 심상이 있는 거죠.
양철나무꾼님,
나무꾼님에게 그맘때는 어떤 계절이죠?
마기님, 마기님에게 그맘때... 하면 누가 생각날까요? 
갑자기 물어서 당황하셨죠. ㅋㅋ 수강생 놀려먹는 거 재밌습니다. ㅎㅎㅎ 무료니깐 많이 놀려야지.
pjy님, 혹시 백지영 아니시죠?  내 귀의 사탕먹는... ㅋ

이 시의 시적 화자, 서정적 자아라고도 하는 그 이에게 '그맘때'에는 이런 생각이 납니다.
그맘때는 '잠자리가 날고, 잠자리가 사라지는' 그런 시절이에요.
벼가 차츰 익어갈 늦여름 무렵이면 파란 논둑 사이로 밀잠자리, 고추잠자리들이
어지럽게 하늘을 수놓고는 했더랬는데요. 

그럴 무렵, 화자는 어떤 비석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비석은 돌로 만들죠. 오래오래 단단하게 거기 버티고 있으라구요.
그 단단한 화강암 재료의 비석을 쓸어보면서, 아, 넌 참 단단하구나.
나는 물러터진 인간인데,
나약하고 보잘것 없어서,
금세 스러질 인간인데...
화강암의 석재가 풍기는 단단함이 손 끝에서 사라지기도 전인데,
내 손을 애처로이 바라봅니다.
빈 손입니다. 텅 빈 인생이죠.
그렇게 하루가, 보잘것없는 하루가 지나갑니다. 빈 손인채로...

화자는 마음이 여려서,
금강, 이란 말을 싫어하나봅니다.
뭐, 영원한 사랑,
끝없는 사랑, 언제까지나... 이런 단단해 보이는 말들,
화자하고는 인연이 아닌 거 같죠? 
그런 말들을 쉽게도 쓰는 사람들 보면, 금강석처럼 마음도 단단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안 그런데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봅니다.
후두둑 후두둑하면서 풀잎에 내려앉고 떠오르는 어지러운 비상을 즐기던 잠자리들,
그들이 어느 순간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린 걸까요?
여름의 우르릉거리는 우렛소리를 따라 간 것일까요?
온 세상에 잠자리가 가득할 것만 같던,
영원히 잠자리들의 세상일 것만 같던 그 들판에서, 

그맘때가 오면요. 잠자리들이 사르르 스러지듯,
영원히 불멸의 몸일 것 같던 나도, 그대도,
화강암으로 만든 비석이 아닌 거죠.
자, 이쯤에서 손바닥 한 번 봐 주세요. ^^
빈 손.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이야기를 조금 넣으니깐, 어떤가요?
이거 뭐야? 이러던 데서, 아, 얘도 나랑 똑같은 애구나~ 이런 동감이 밀려 옵니까? 
잠자리떼를 보면서, 비석 하나를 만나면서,
관찰한 것이 마음 속으로 와락, 달겨드는 때,
관조의 순간입니다.
시인들은 이렇게 예민해요.
민감하고, 온 몸이 감수성이어서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개구리 표피처럼요.
그러다가 익숙하지 않은 낯선 향기가 끼쳐오기라도 하면,
표피에서 산소를 잡아채듯, 낚아채는 거죠.

시를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예요.
시는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편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할 거란 생각을 합니다. 

얇은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란이 깎은머리
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볼에 흐르는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臺에 黃燭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닢 닢새 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하늘 한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煩惱는 별빛이라

휘여저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合掌이냥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三更인데
얇은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조지훈, 僧舞> 

뭐, 교과서에도 실려서 다들 알고 있는 조지훈의 승무입니다.
조삼모사. 기억 나시죠? 낯선 시 읽었으면, 디저트로 익숙한 시 하나쯤 읽어도 무방하겠죠.^^ 

익숙한 시인데, 고딩들에게 이 시를 이해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 시하기 전에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답니다. 애들이 다들 긴가민가 하고 듣는데, 사실은 지어낸 이야기에요. 

화자는 30대 중반쯤의 신문 기자쯤 됩니다.
절간에 어떤 스님과 승무에 대한 취잿거리를 만들 일이 있어서 절에 하루 묵습니다.
초저녁에 개울에 나가 땀을 식히고 있는데,
조용조용한 걸음의 한 비구니를 만나죠. 
눈에 띄게 예쁜 얼굴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도 마음 속에 계속 비구니의 표정이 남아있습니다.
무슨 사연으로 스님이 되었을까... 

그러다 밤이 이슥해서 부처님께 바치는 공양으로 '승무'가 펼쳐집니다.
미리 약속이 되어 이 기자는 줌렌즈로 당겨가면서 승무를 촬영하곤 하는데요.
아,
승무를 준비하는 스님이 아까 그 비구니인 거예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왜인지... 

얇은 비단으로 하이얀 고깔을 접어 쓴 모습,
뷰파인더로 보인 그 모습은 한 장의 나비였어요.
아, 중력의 지배에 개의치않고,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이용해 나풀거리며 공기 속의 계단을 찾아가는 나비 말이죠. 

스님의 두 뺨으로 불빛이 비치는데, 왠지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그 눈물은 여승의 눈물인지, 뷰파인더를 바라보고 끔쩍이는 기자의 눈물인지, 분간도 안 가지만요.
텅 빈 무대에 노란 촛불 둘이 말없이 녹고 있습니다.
고요,
원시적인 고요함이 지배하고 있어요.
아주 정적이죠.
뷰파인더 안에서 간혹 한들 흔들리는 촛불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정지한 상태 같습니다. 

오동잎 잎새에 달빛이 비친 배경으로, 드디어,
승무가 시작됩니다.
긴 한삼자락을 휘감아 하늘을 가리웁니다.
어쩌면 나비처럼 중력감이 느껴지지 않는 동작이에요.
이제 뷰파인더에 스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알록달록 의상에
화려한 손동작이 아름다웁게 가득 찼습니다. 

그러다, 작가는 찍었어요.
새초롬하게 내민 외씨같은 버선발 한 쪽. 

여승은 동작을 줄이고, 천천히 슬로우 슬로우... 데드 슬로우로...
여리게 여리게 피아니시모로...
먼 하늘 한개 별빛을 응시합니다. 

작가는 다시 비구니의 얼굴에 초점을 맞춰요.
아~ 그러다 보고 말았어요.
그 이쁜 복사꽃 두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 맺힌 것을...
찰칵찰칵찰칵, 연속 사진으로 그 방울을 잡아내려 계속 찍습니다.

세상사에 시달린 한 가냘픈 인생이,
어쩌다 머리를 밀고, 번뇌를 별빛으로 보내는 승무를 추고 있는 것이냐!
아, 인생의 사닥다리는 어디에서 끊어져있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다시 동작은 이어집니다.
나어린 여승의 동작치고는 무척이나 유연하고 장엄해요.
그래서 그 동작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합장이라도 해야할 듯 한 느낌이랄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밤이 깊어 귀뚜라미 소리도 어디선가 들리는데요. 

다시 스님의 모습으로 가득한 뷰파인더 안에는,
한 마리 나비로 정지한 여승의 모습이 잡힙니다. 

처음의 나비와는 조금 다른 나비죠.
번뇌를 별빛에 의탁하고 난 후라서 그런 걸까요?
뭔지 모를 애상감에 젖어들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어때요.
조지훈의 승무,가 그림으로, 아니, 사진으로 가득 마음에 들어차셨나요?
이런 시를 그냥,
주제 : 승무를 통한 속세의 번뇌의 종교적 승화
이렇게 외워버리면 재미없잖아요. 

빈 칸을 조금 메워보고,
그러면서 시를 익숙하게 끌어안고 쓰다듬고 그 부드러운 언어의 결을 느끼는 거죠. 
느껴지세요? 매끈거리면서 보들보들한
어쩌면 어린아이 젖살에서 나는 향기라도 맡아질 것 같은 시의 냄새가... 

7,8년 전에 '눈사람'이란 드라마가 있었어요.
공효진이 형부인 조재현을 사랑하는 뭐, 그런 설정이었는데,
노래가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번 들어 보세요~

 

노래 나오기 전에,
첫부분의 공효진 목소리가 왠지 애끊는 느낌이 있죠.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사랑.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싶지만, 꺼내면 눈사람처럼 녹아서 사라질까 두려운...
그런 사랑,
이런 설정 하나로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겠죠. 

하이데거란 철학자가 있어요.
'인간은 의미있는 존재, 순수한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후설의 의견에 맞짱뜬 사람입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자신이 선택하지도 만들지도 않은 세계에 자의와 상관없이 던져진 존재>라고 정의해요.
음, 쿨한 형이죠. ^^ 

째콤입니다. ㅎㅎ 아세요? 째콤.
옛날에 인디언 마을에 세 아들이 있는 가족이 있었어요.
큰 아들 달빛 아래서, 둘째 큰 나무 기둥, 막내 째콤.
엄마, 우리 이름은 어떻게 지었어? 이렇게 물었더니,
큰 아들은 달빛 아래서 닷,닷,닷... 사랑을 나눈 결과였구요.
둘째는 큰 나무 기둥에서 닷,닷,닷...(맘마미아 버전이라구요~) 

근데, 막내가 묻죠? 엄마, 째콤은 뭐야?
엄마가 째려봅니다.
뭐긴 뭐야, 임마! 째진 콘돔이지...

으---음!! 다시 하이데거로 돌아갑니다.
인간은 자의와 상관없이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이런 것을 한자어로 피투성(被投性)이라고 해요.
피투성이,가 아니라, 피투성!
던져짐을 입은 존재! 피,투,성.

이 피투성은 인간의 기분, 그 중에서도 불안을 통해 자각된대요.
피투성, 세상에 내버려 졌음이 늘 불안을 가져오는 거죠.
예를들면, 일상생활의 어느 순간
왜 나는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혹은 머지않아 죽을 나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와 같은 불안을 내포한 물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그때 우리는
왜 나는 여기에 존재하는가라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이 이 세상에 던져졌고, 여기에서 절대로 도망가지 못한다는 피투성을 자각할 수밖에 없구요.
일단 피투성을 자각할 때,
인간은 언젠가 자신이 죽게 될 것이며
이 세상을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잠자리들이 사라지듯이...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짜릿하지 않으세요? 난 느끼는데~~ ㅎㅎㅎ
시를 읽는 일은 이렇게 신나고 짜릿한 체험이랍니다.
철학 책을 읽다가, 한 편의 시와 같은 영감을 얻는 오르가즘의 순간. 

오르가즘은 산소의 결핍에서 오는 거라는데요. ^^(갈수록 성인판 시 특강으로 변질되고 있음)
그래서 섹스를 하면 숨을 헐떡거리고, 산소가 결핍되고, 오르가즘을 느낀다는데...
시를 읽으면, 맛있는 섹스보다 더 아름다운 오르가즘을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가 산소를 막 먹나봐요. ㅍㅎㅎ

아, 다시 하이데거로...
하이데거 왜 이렇게 잡담 속에 잠깐 튀어나오는 거야? ㅋ
이런 죽음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포착해서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시작돼요.
이런 시도를 기투(企投)라고 합니다. 

피투성이 세상에,
피투성의 외로운 불안감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의지.
그걸 언어로 표현한 것이 <기투>라는 것이죠.
뭔가 기획하고, 재구성하려는 노력인데... 

마기님과 제가 요즘 하는 짓이 바로 <기투>입니다.
마기님은 시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ㅋ
저는 그 시의 바다를 항해하는 네비게이션을 프로그래밍하고 있죠.
제 네비게이션은 아직 프로그래밍 중이라서 목적지를 콕, 하고 찍으면 정답을 보여주는 수준은 아니지만요.
좀 불안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안심 보험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합니다. ^^ 

sk 텔레콤에서 <되고송>을 만들어서 성공한 적이 있었죠.
생각대로 하면 되고~ 하던 노래요.
생각대로 T의 로고를 보면, 그냥 폐곡선이 아니에요. 

한 번 꼬여있죠. 바로 뫼비우스의 띠랍니다.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그곳.
그맘때에 머물러있지 않은 마음을 내는 바로 그곳.
어디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곳을 지향하는 회사의 경영마인드가 느껴지는 로고예요. 

제가 젤 좋아하는 한 권의 책! 금강경에서 말하는
응무소주 이생기심.
아무데도 마음 붙잡히지말고, 그 마음을 내어라~ 생각대로~~ 티,

    

피투성으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
이 존재들이 한 번 꼬인 이 도형에 의지하는 그런 것이 바로 <기투>가 되는 것인데요.
오래오래 기투의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오래된 영화 중에 <시네마 천국>이라고 있잖아요.
거기 보면, 맨 마지막에 토토의 주제가가 나오는데요. 엔니오 모리꼬넨가? 
속세에서 나누는 더러운 장면이라고 신부님들이 잘라냈던 키스신들을 모아서 편집한 화면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키스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런 생각을요.
비록 버리려고 잘랐던 모든 것들이지만, 그것들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인지...
생각을 조금 바꾸면,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조각나서 버려진 존재들처럼 무의미한 '센'에 머물 수도 있지만 말이죠.
그 스틸컷들을 모으고 모아 나가면,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 나가다 보면> - 찾을 심 尋 한 자만 붙여 주면요.
센 千이 치히로 千尋가 되는 환상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지도 않을까요?

퍼즐조각들이 잘 맞지도 않고, 전체 그림의 윤곽이 보이지도 않아서 불안해하는 인간에게,
뭐, 어떠냐, 이 자슥아~
꼭 죽어 봐야 지옥을 알겠냐?
쪼가리난 필름들도 눈물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천국이야, 임마!
시네마, 파라디소~ 시네마 천국!!! 

이런 외침을 주는 거나 아닌지... 오늘도 센은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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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8-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투성(被投性/Geworfenheit) 게보르펜하이트
기분(Stimmung) 슈티뭉
불안(Sorge) 조르게
기투(企投/Entwurf) 엔트부르프

2010-08-04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8-04 20:43   좋아요 0 | URL
보통 사람은 그걸 놓쳐버리고 마는데, 시인은 그 순간을 잡는 거잖아요. ^^
읽어주셔서 제가 고맙죠. ㅎㅎ
조그만 돌멩이를 여섯개의 손으로 꼭 끌어안고 그냥있는... 힘빠진 잠자리를 보셨군요.
스르르 풀려나기 직전의 잠자리를... 뭐, 사람도 그런 거겠죠.

양철나무꾼 2010-08-0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그맘 때는 지금이신가 보군요,인디안 섬머라고도 불리우는 요즘.

제 그맘 때도 지금이예요.
오행을 해석하는 여러가지 관점 중에 '중앙土'라는 개념이 있어요.
나머지 木火金水가 중앙토로 가기 위해서 거치는 '토용'이라는 시기가 있는데,
제가 지금 그'토용'인거죠~

중앙토가 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시기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간과하기 쉽죠.
전 좋은 샘을 만난 덕분에 온몸으로 누리는 행운을 경험하고 있는 거구요.

제가 샘의 특강을 들으면서,
또 마기님의 시를 읽으면서,
어렵거나 궁금했던 부분들이 이렇게 해결되어서 더 좋은 것도 있구요~^^

글샘 2010-08-05 13:09   좋아요 0 | URL
정답이네요... 항상 '지금'이 그맘때입니다. ^^
지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거구요. 스틸 컷이죠. 스틸 컷! 한 장. 오늘도...

좋은 샘...이라고 칭찬하시면, 자꾸 쓰고 싶어질 거예요. ㅎㅎ

pjy 2010-08-0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장면, 한 컷이 모여서 인생인거죠^^
근데 어쩌다기 멈칫하는거야 그렇다쳐도 너무 사소한 장면마다 퍼드득거리면 과다 에너지소모ㅋㅋ;
그래서 예술가들이 쫌 힘든가? 생각이 듭니다~

마기님은 이런? 오후에 저런 감성이 생긴단말입니까?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글샘 2010-08-07 0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소한 장면마다 퍼드득거리면... 지치죠.
마기님의 감성, 정말 감탄할 만 해요.^^

낮에나온반달 2010-08-0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좀 오래 알라딘을 쉬었더니 그동안 특강이 세 개나!!!!
소급해서 읽기는 하지만 출석 도장은 여기다 찍습니다.
좀 불성실한 학생이지만 이런 문제아도 함께 품어가실 거라 믿으면서.
설마... 우등생, 수제자, 범생이들만 제자로 받는 건 아니시죠?
그렇다해도 할 말은 없고,
내치시면 몰래 들어야지 생각합니다.

2. 속에 날개를 감추고 있던 제자를 만나시고,
날개를 끄집어내주시고,
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쁨을 누리고 계시는군요.
마기님이 시를 써본 적이 없다는 말이 혹, 뻥이 아닐까 싶은...
천재일까요? 아님 뛰어난 스승님 때문일까요?

3. 제 서재에 달아주신 댓글에 대한 답을 지금 합니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에 나오는 시들을 특강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셨는데...
그게 제 오케이가 필요한 일이겠습니까.
무조건 찬성이지요. 특강이 계속되는 것만 해도 어딘데요.
그 만화책을 읽지 않으시고 특강을 하시면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겠군요.
기대하겠습니다.

글샘 2010-08-07 09:3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자들 중엔 다들 있어요. 제자를 내치면 선생이 아니죠. ㅎㅎㅎ
네. 마기님의 날개를 제가 끄집어냈다면 정말 큰 기쁨입니다. 근데, 저도 뻥이 아닐까... 의심해요. 천재이거나... 뛰어난 스승은 한 게 없는걸요. 뭘~
그녀의 완벽한 하루에 나오는 시들은, 생활이 진하게 묻은 거여서... 특강보단 이야기 형식으로 집어넣어야 할텐데... 그 시들은 유념해 뒀다가 특강에서 틈틈이 엮어보겠습니다. ^^ 아무래도 한방에 가는 건 재미가 없을 거 같구요. 제 능력도 안 됩니다. ㅎㅎ
더운 여름 잘 나세요~

세실 2010-08-1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내용도 설마 1시간만에 쓰신 거예요? 일필휘지~~~
님은 아무래도 EBS로 가셔야 할듯. ㅎㅎ
승무에 대한 님 나름대로의 설정. 멋집니다. 30대 중반의 신문기자라...

그리고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느낌이 좋아서 몇번 소리내어 읽었는데
대략 맞추었네요. 헤헤~~~

글샘 2010-08-11 01:32   좋아요 0 | URL
요건 두 시간 정도 걸렸을 거 같습니다. ^^
저는 ebs 싫어해요. ㅎㅎ
시가 막막할 땐, 머릿속에 저렇게 드라마를 만들면, 재밌어 지더라구요.

아무래도... 가재미는, 반갑죠?

세실 2010-08-11 19:51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헤헤~~~ 사무실 책꽂이에 두고 생각날때 마다 읽고 있습니다. 누구? ㅎㅎ

글샘 2010-08-11 21:48   좋아요 0 | URL
틈틈이 시집을 펼치는 세실님~ 아름다워요~~
 

 장마가 오락가락하고, 올여름은 혹서기가 길지 않아서, 복숭아 농사짓는 어느 아는 분이 수확이 좋지 않다네요.
누군가에게 좋은 일은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런 법이지요. 

아, 요즘, 마기 님의 시를 보면, 좀 기분이 오묘합니다.
처음에 시 특강을 할 때만해도,
마기 님처럼 시를 써본 적도 없다는 분이 과연 시를 지속적으로 올려주실지...
어지간한 배짱으로 그렇게 시를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생각을 했더랬는데... 

정말, 일취월장, 괄목상대... 청출어람 청어람도 댈 바가 아닙니다.
마기 님의 시는 참 좋아요. 나중에 제가 좋은 거 몇 개 뽑아서 문예지에 보낼까봐요. ㅎㅎㅎ
오늘 '진주'는 정말 멋지던걸요. 기대하지 않았던 시가 올라와서 더욱 놀라웠는지도 모릅니다. ^^
2천년의 세월을 눈물로 참아온 진주의 이미지와, 클레오파트라나 안토니우스의 이야기(수능 용어로 '서사'라고 합니다.)가 얽힌 멋진 시였어요.  

그런 뜻에서 마기 님께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나희덕의 '귀뚜라미'입니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 귀뚜라미)

아마도 시를 쓰는 이라면, 또는 글을 쓰는 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거 같습니다.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윗줄은 자기 시를 자기가 읽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대목이구요.
아랫줄은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이지요. 

지금은 매미가 하늘을 찌르는 소리를 내는 시절이래요. 여름이죠. 지금같은...
자신은 귀뚜라미구요. 매미 소리 걷히는 맑은 가을이 오면... 자신의 울음도,  
지금은 숨막힐 듯 귀뚜르르... 낮게 갇힌 소리인 자기의 노래가, 가을이 되면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될 수 있을지... 

이런 의문없이 시를 쓰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자신을 더욱 갈고 닦는 절차탁마의 시기를 거쳐야, 돌 가운데서 옥도 탄생하는 법이겠지요.
마기 님도 먼 훗날, 저와의 우연한 인연을 고마워하는 후기를 쓰기는 시인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강요 같애. ㅋ)
의문은 의문대로 묻어두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시를 써 주시기 바래요. ^^
시쓰기를 즐기시는 마기 님이 되시길...  

작년에 한창 유행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이란 그룹이 있었죠.
그의 '싸구려 커피'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서민적이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뭐 솔직한 노래였죠.
요즘의 청년 실업을 적나라하게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어제 한 잔 진하게 한 사람이죠. 복장은 추리닝(트레이닝 하면 좀 추리닝같지 않다는... ㅋ). 것도 파란 색 추리닝. ㅎㅎ
해장으로 싸구려 커피를 마십니다. 미지근한...
눅눅한 싸구려 비닐 장판이 우굴우굴 우는데 발바닥이 쩍~
아, 온몸으로 청년 실업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88만원 세대'란 짱나는 용어보다, 얼마나 온몸으로 쩍~ 합니까.
사오정, 오륙도 운운하더니, 이제 삼팔선을 넘어 이태백으로 전락합니다. ㅠㅜ
아, 우울한 88만원 세대의 우리 아이들이여...
학원 보내서 될 일이 아니에요. ㅠㅜ
(세면 년, 세까지 벌면 둑놈, 창업하려면 세란 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십대 반은 수...)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구분이 안 가는 장자적 삶을 사는 이 청년에겐,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상황이 옵니다.
해가 뜬다, 뭐 취직도 하고 인생 창창하게 푸른 하늘 보며 살아야 하는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뜨기도 전에 집니다. 취직같은 거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일자리가 없다는... 이태백의 비애. 

십 년 전, 한스 밴드의 <오락실>에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된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형상화 한 데 비하면,
훨씬 더 슬픕니다. 어두운 미래죠.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아빠

장난이 아닌 걸 또 최고기록을 깼어/처음이란 아빠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용돈을 주셨어 단 조건이 붙었어/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어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건 아닐까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아빠

늦은 밤중에 아빠의 한숨소리 /옆엔 신나게 코골며 잠꼬대 하는 엄마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실까

아침은 오고 또 엄마의 잔소리 /도시락은 아빠꺼 내꺼 두 개
아빠 조금 있다 또 거기서 만나요/오늘 누가 이기나 겨뤄봐요
승부의 세계는 오 너무너무 냉정해/부녀간도 소용없는 오락 한판
아빠 힘내요 난 아빠를 믿어요 /아빠 곁엔 제가 있어요 
아빨 이해할 수 있어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 <한스밴드, 오락실>

 

지금은 비록 미약한 존재인 귀뚜라미가, 가을을 기다리듯, 의지를 가지고 바람을 가지고 사는 일이 희망이겠지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이야기처럼,
마지막에 남은 놈, '희망' 말입니다. 

오늘은 더할 나위 없는 '절망'을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붓는 언어의 마술사,
역설의 달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시를 몇 편 보겠습니다. 
'희망의 정수박이'는 들어보신 어휘인가요? 스님의 대표작 '님의 침묵'에 나오는 말이죠.  

1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2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3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4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5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6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7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읍니다
8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9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0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저는 학교 수업이 개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많은 수업을 하기 때문이에요.
개그맨들은 1주일에 한 번 웃기면 되지만, 교사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웃겨야 되거든요.
그치만, 웃기지 않은 수업은 실패한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맨날 개콘을 일부러 찾아서 봅니다. 아이들과 말이 통하기 위해서죠. (사실 제 수준이 그만큼이기도 하구요.ㅋ)  
근데... 시 특강 읽으시다보면, 별로 안 웃길 때도 많죠. ^^
성인 상대라서 좀 쫄아서 그래요. ㅎㅎ 

이 시는 10행으로 되어있는데요. 4/4/2 전법을 씁니다. 축구 용어지만...
우선 수비수로 도입부의 4행까지는, 서술어가 모두 <갔습니다> 입니다.
수비수는 뭐 축구에서 얼굴도 잘 안 나오죠. 늘 골 넣는 사람만 인정하는 더러운 게임 아닙니까?
4행까진, 어려울 거 없어요. 그냥, 우리 헤어졌어요~~ 이거죠. 

그 다음 4행. 8행까지가 박지성의 미드필더입니다.
수비도 하고, 공격도 이뤄지는 그야말로 축구의 최강자들이 접전을 벌이는 곳입니다.
5행에서 '역설'이 나옵니다.
역설, 기억 나세요? 두 가지 상황이 서로 모순이 되는,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하나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이 함께 놓인...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이런 상황 이해가 가십니까?
그이의 목소리만 들으면 세상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귀먹고 말죠.  

나미란 가수 노래 중에,  '사랑이란 묘한거야'가 있는데요. 딱 이거죠.
안 보이고, 안 들려요. ^^ 눈멀고 귀멀죠.
그리고 그이의 얼굴만 생각하면 머릿속은 온통 상상의 나래를 타고 퍼즐조각들이 돌아다니죠.
삶던 빨래 태워먹는 거 일도 아닙니다. ^^
지독한 사랑에 빠진 거죠.
근데, 일상 언어로는 '향기로운 말소리에 귀가 뜨이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런 걸 역설이라고 합니다.
(한글 맞춤법에는 '님'이 아니라 '임'이 맞습니다. 고전이라서 그냥 님으로 적을게요.) 

그대하고 걸을 때면/ 나는 지나가는/사람들이 안보여/나의 눈에 가득 고인/그대 얼굴 하나 때문에

우리 둘이 속삭일땐/다른 사람들의/이야기는 안들려/내 귓가에 밀려드는/그 목소리 하나 때문에

사랑이란 묘한거야/모양도 없는 것이/살금살금 다가와서/내 마음을 채워주네

사랑이란 묘한거야/빛깔도 없는 것이/시시각각 변하면서/내 마음을 물들이네

우리 둘이 만날때면/나는 뙤약볕이/쏟아져도 안더워/우리들이 만날때면/겨울에도 나는 안추워<나미, 사랑이란 묘한거야>

6행에서 이별로 놀란 마음이 나오죠. 슬픔. 대놓고 슬픔.
그치만 7행에서 반전이 됩니다.  
이별을 쓸데없이 '울음, 슬픔'으로만 만들면 제 스스로 사랑을 깨뜨리는 결과가 됨을 이 화자는 압니다.
그래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 희망의 정수를 만들죠.
회자정리 거자필반(만난 이는 이별하고, 떠난 이는 돌아온다)...
이런 윤회의 진리를 믿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 두 줄. 이 부분은 최전방 공격수입니다. 독일의 클로제나 아르헨의 메시의 자리죠. 브라질의 호나우두나.
폼도 죽여줍니다. 앞의 4,4에서 패스해준 볼을 골로 연결시키고,
골을 넣고 세레머니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축구 선수의 꽃이죠.
이 시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화려한 꽃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두 줄이지만, 짧고 굵게! 강하게! 가는 겁니다.

전에 '깃발' 설명할 때, 아아~~하는 것은 반칙이란 말을 했는데요.
사실은, 한국의 시들은 향가, 고려가요, 시조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계속 저 4/4/2 전법을 구사하고 있거든요.
근데, 마지막 부분의 2행 앞부분에 감탄사를 넣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러니, 마지막 부분의 아아~~는 퇴장당할 정도의 반칙은 아니라고 봐도 됩니다. ^^ (깃발,이란 시도 4.4.2 전법이거든요.)

또 나오죠. 역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안 보냈다... 함께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더 간절한 화자의 마음이 느껴지시죠?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님의 부재, 님이 가서 현실에 없는 상황을 '님의 침묵'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그렇지만, 님이 현실에 없다고 화자는 "굿바이, 세상에 반은 남자!" 이렇게 쿨하게 변하지 않죠.^^
님이 없지만,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 사랑의 노래는 님의 부재를 둘러싼 화자의 마음을 계속 감싸고 있죠.
마치 향 연기가 번져서 향 냄새가 가득하듯... 

아아아~~~ 저는 저 마지막 구절에 참 애착이 갑니다. 
축구로 몰아붙이자면, 완벽한 드리블에 완벽한 슛으로 '골~~~'을 얻은 거 같습니다.
님의 침묵과,
스스로 이기기 힘든 사랑의 노래와,
그리고 님의 부재를 휩싸고 도는 나의 사랑 노래...
어쩌면, 종교적으로 승화된 느낌까지 나지 않습니까? 
그 사랑은 얼마나 깊고 큰 사랑일는지요.

만해 한용운의 일생으로 보아, 님을 조국, 또는 부처 등으로 해석하지만, 그저 사랑하는 님으로 봐도 멋진 시 아닌가요? 

모순되는 어휘들을 딱, 붙여서 잘도 써먹는 역설의 달인, 만해 스님의 다른 시를 보시죠.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저 하여요//

잊고저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힐까 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어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 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여요//

구태여 잊으려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여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한용운, 나는 잊고저> 

<남>은 일반적 진술이고, <나>는 역설적 진술이죠.
일반적으로 사랑이라면 님 생각하는 거지만, 난 잊고자 한대요.
궁금증 유발 효과 만점이죠. 이게 뭔 말이래? 이러고... 

다음 두 줄은 사유를 설명합니다.
잊으려니 자꾸 생각이 나서, 임을 잊을 수 있기나 한지, 생각해 본 거죠. 

그 담 석 줄은 재밌습니다. 잊으려면 생각이 나고, 생각하면 또 잊히지 않으니, 잊으려 노력도 말고 생각도 안하려 해볼까... 
그 담 석줄두요. 내버려 두려도...
그리 아니 되고, 님 생각뿐이라고 커밍 아웃~ (뭔 스님이 이래 연애시를 잘 쓴대?) 

그 담 넉줄... 뭐, 잊을 수도 있어요. 구태여 잊기로 들자면... 잠잘 때나 죽고 나서나... 허걱,
못 잊는 단 말을 이렇게 쎄게... 하시는군여...  

마지막 두 줄... 또 아아~~ 뭐, 전통의 계승이니깐, 봐주자고 그랬죠?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생각나는 마음보다,
당신을 사랑해선 안 되는 상황, 또는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굳이 잊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 그것이 화자의 고통의 근원이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니, 무소(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잖아요.
사랑의 미몽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湖水만 하니
눈 감을 밖에.<정지용, 호수>

참 이쁜 시죠?
한 줄에 다섯 자씩.
글자 수를 맞추려 노력한 표도 나구요.
그대 얼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화자는,
그대 얼굴을 손바닥 둘로 폭~ 가립니다.
그렇지만,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은 호수만 해서... 가릴 수가 없죠. 눈 감을 밖에...
에고, 그렇다고 가려진답니까?
만해 스님처럼, 잠과 죽음뿐이기로... 괴로운 거죠. ^^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문정희, 가을노트>

이별한 후, 마음은 '가을'이 되어버렸대요.
조그만 상처에도 우수수 옷벗는 나무처럼 춥고 외로워 떨었지요.
까만 씨앗처럼,
아직도 못다한 말과 못다한 노래가 많이도 남았는데,
사랑이 져서, 가을 들녘에 놓인 볏단같이 쓰러졌네요.  

지난 번, 강은교의 <사랑법>은 '실눈 뜨고 보는 것'이었잖아요.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는...
그 모든 걸, 실눈 뜨고 보는 자리.
그대 등 뒤에 있는 큰 사랑의 자리.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이 시에서 <사랑법>은 '조용히 물드는 것,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 죽을 때까지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라고 하네요.
좀 여러 가지여서 정리가 한 방에 되지는 않습니다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별 앞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한없이 쪼그라 들고 오그라 드는...
초 마이크로 나노 수준의 입자처럼 되어버리는... 그런 거요.
마음 속에 눈물이라도 번져 나가듯, 세상 모든 일에 슬픔이 물들어 버리는 마음
세상의 찬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감당하는 일...
그리고 사무치고 사무쳐서 죽을 때까지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가는 것이라고...
한용운 스님의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는 역설이나,
강은교의 '실눈 뜨고 보기'에 비하면, 이 시의 화자는 훨씬 마음이 여린 사람으로 보입니다. 

뭐,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별의 상황에서 그렇게 의연할 수만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목도 좀 센티멘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가을 노트>라...
하이틴이 열광할 법한 멜랑콜리...한 회색의 노트와 슬픔... 

마지막에서 자기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네요.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은 사랑... 눈에 보이죠? 형상화.
이별의 슬픔이라는 '추상'을 슬프고 앙상한 뼈로 '구체'화 시키기. 그게 형상화입니다.
슬프고 앙상한 마음만 남은 데 비하여, 뼈란 단어 하나가 가진 힘이 크죠? 

오늘은 이별에 대한 시를 몇 개 다뤘습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일들이야 일상다반사(스님들이 차마시고 밥먹는 것처럼 흔하다는)인 것이지만,
정말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못 만나기도 하구요.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은 자꾸 부딪치기도 하지요. 

'시'라는 것은,
만남, 또는 이별이라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마지막 행처럼,
당신의 침묵을 마치 그윽한 향연기처럼 휩싸고 도는 사랑의 힘 

무거운 눈물 대신
환한 웃음 한 번 주세요 <마기 님, 이별 부분> 

이별의 상황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던 스님의 구절처럼, 무거운 눈물 대신 환한 웃음 한 번 주세요~
이렇게 표현한 마기 님의 시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겠지요. 

그치만, 좀 더 직설적이고 시크한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떠나는 주제에 뻔뻔스럽다~  

이렇게 톡, 쏴주는 센스도 작렬할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 

연애시 전공 박사 스님의 시를 한 편 더 보시죠.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대로 말하는 것과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 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
피는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언덕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한용운, 거짓 이별>

이번엔 '이별'을 애초에 거짓,으로 부정하고 나서네요.
우리는 지금 헤어져 있지만, '거짓 이별'의 상황이란 것입니다.
거짓 이별이니까, 그 상황은 곧 종료될 것이고, 둘이 짝 만나서 붙어있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거짓 이별이래도, 이별은 이별이니깐,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아쉬움...
(에효, 스님 맞는 겨?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운운할 때 알아봤어~)
시간이 흘러... 머리가 희어지고, 피는 식어가도...
(아, 거짓 이별인데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
그래도... 마음은 더욱 붉어 가고, 눈물은 더워간답니다.
이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는 마음은 커지고, 진해지는 거네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요?
올해 수능에서 ebs를 엄청 강조하는데, 거기 해설을 본다면,
"이별이 끝나고 만날 수 있다해도, 또다른 삶의 그늘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뭐, 이러고 있는데요.
그 위에서 <거짓 이별>이 우리를 떠난다고 했으니, 이제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건데 말이죠.
독자의 기대처럼 <화려한 만남>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 상황입니다.
이별이 가고, 죽음이 옵니다.
이 죽음은 '개체의 생명이 끝남'의 의미이기도 하겠고, '부정적 상황의 상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앞의 것으로 본다면, 이별이 끝나는 것은 나의 죽음과 함께일 것입니다... 이렇게 풀 수도 있겠구요.
뒤의 것으로 보면, 이별이 끝나지만, 다른 어려운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구절일지도 모르겠네요.

아, 저의 시 특강은 [희미한 착각속에 화려한 오해]가 빚어낸 글입니다.
1. 저의 희미한 착각
   알라딘의 많은 분들이 시에 배고파 하실 거야. 
   내 개그를 읽으면 사람들이 킥킥 웃을 거야.
   글샘의 시 고르는 안목에 다들 감탄을 보내고 있을 거야.

2. 저의 화려한 오해 
   내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시를 즐길 수 있게 될 거야.
   내 특강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반갑게 찾아 읽을 거야.
   마기 님도 꾸준히 내 특강에 화답하는 시를 올려 주실 거야. 

그렇지만, 혼자 착각하고 오해하는 헛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 일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유쾌한 시 특강을 하는 일이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아무 계획없이, 틈틈이 특강을 올렸고,
제 탓에 마기 님 머리만 하염없이 세고 있을지 모를 일인데요.
제가 몇 달 간은 글을 조금만 쓰려고 합니다.
뭘 좀 하려고 하거든요. 딴짓을... ㅎㅎㅎ
당분간 일주일에 한 번, 오늘처럼 금요일쯤... 올릴 계획입니다.
마기 님이 제일 좋아하실 소리군여. ^^ 

마기 님 시는 더 많이 올려 주셔도 좋습니다. 특강과 관계없이... 마기 님 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저도 제 특강을 간혹 읽어보곤 하는데, 어떤 부분은 엉성하고, 어떤 부분은 저도 재밌게 읽곤 합니다.
계속 쓰다보면, 좀더 나아지는 구석도 생기겠죠.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나쁜 글도 있는 법일테니깐요. 

피자에서 싫어하는 토핑을 다 골라내고 나면, 피자가 맛이 없어진답니다. ^^
싫어하는 토핑도 다 얹은 채로, 그대로 드세요~ (완전 강요 ㅋ)  

정희성의 <숲>을 엔딩 포엠으로 덧붙입니다.
나무들은 제가끔 서있는데, 우린 그걸 <숲>이라 부릅니다.
사람들도 제가끔 서있는데, 우린 <알라디너>라고 부르죠. ^^
알라딘이란 공간에 서있는 나무들이, 간혹은 <숲>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외롭게 지나치는 낯선 그대와 <숲>에 선 나무가 되고 싶은 저녁입니다.
(이거 뭐, 연애편지 쓰는 멘트 같어. ㅋ)
내친 김에, '낯선 그대'여, 사랑해요~
(아우, 소름돋았어요. ㅋㅋㅋ)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있더군
제가끔 서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면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정희성, 숲>

** 뱀의 발바닥 :  포이트리 poetry와 포엠 poem의 차이는, 
                        앞의 것은 <시>라는 장르를, 뒤의 것은 한편의 <시>를 가리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창동의 영화는 <한편의 시>가 아니라, <우리 인생이 시>란 거니깐, 포이트리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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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번 특강,,,
엄청 웃고 또 울었어요.
금요일만 특강이 올라온다는 말씀은 웃을 일이면서 울음이 나기도 합니다.
몇 달에 걸쳐 뭔가를 하신다는데...잘 해내실거라고 믿구요, 쬐금 섭섭하기도...ㅎㅎ.
희미한 착각과 화려한 오해...는 착각과 오해가 아닐지도 몰라요.
착각과 오해라는 주제로 시를 써볼까나? 푸히히~

글샘 2010-07-31 09:56   좋아요 0 | URL
12월까지 시험준비를 좀 할 게 있어서요. 재미는 있지만 천천히 올릴게요.
착각과 오해도 좋겠네요. 시 주제로 ㅎㅎ

세실 2010-07-3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지용 시인의 호수. 참 예쁜 시죠. 이 시를 소리내어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응? 또 아련한 추억?? ㅎ
님 시 특강 참 좋아요.
근데 달랑 2편만 나를 위한 시 특강이었고, 그 담엔 계속 마기님을 위한 시 특강이라 이거죠?
(사람이 말야 치시하게 화답시 해주는 마기님만 예뻐하고, 시 못쓰는 세실은 무시한다 이거잖아.
뭐 또 딴 이유 있냐고..중얼 중얼 중얼.....하품!)

비로그인 2010-07-31 00:17   좋아요 0 | URL
같이 골룸~~하실래요?

세실 2010-07-31 06:14   좋아요 0 | URL
풋. 시러 시러.
나두 글샘님 놀리는 재미^*^

글샘 2010-07-31 09:58   좋아요 0 | URL
좋다니깐 고맙습니다. ^^
시를 열심히 쓰시는 마기님께 하는 강의인데요. 세실님도 같이 들으심 되니깐 삐지진 마셈.
무시하는 거 아니걸랑요. 딴 이유는... 비밀! ㅍㅎㅎ
세실님 놀리다가, 당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0-08-02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그동안도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었지만,
즐거워서 하시는 일이라는 한마디에 훨~멋져보이십니다요~

전 옛날에 6개월짜리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강의를 하면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힘들게 오랜시간 공들여 얻은 지식들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때 그 허허로움 때문에 책을 더 들이팠었어요.

사나흘 뜸했던 거 같은데,헐~특강 두편에 답시 두편이라니...3,4주 자릴 비웠던 것 같습니다~

글샘 2010-08-02 23:37   좋아요 0 | URL
아, 멋져보인다는 말이 젤 좋네요. ㅎㅎㅎ
이러면 착각과 오해가 심화되는 수가 있습니다.

음, 6개월짜리 강의를 하신 분이라... 수강생이 엉망이었던 모양이져. ㅋㅋ
저처럼 수준 높은 수강생을 두고 강의하면, 샘물이 솟는 것처럼 글이 퐁퐁 나온답니다.
그래서 제가 글샘,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3,4주나 자리 비우시면 출석부에서 지워버린다는... ㅎㅎ

pjy 2010-08-0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어린 페이퍼인데 보면서 자꾸 드는 딴생각~
다람쥐가 귀뚜라미를 먹던가?ㅋㅋㅋ
아무래도 주말에 너무 돌아댕겨서 더위먹은 모양입니다^^

스님이 연애 시를 잘쓰는 이유는 신도들이 주저리주저리 말해도 찰떡같이 잘 들어줘서 내공이 쌓인게 아닐까요?ㅋ
원래 간접경험이 상상의 나래를 쓰고, 한발짝 떨어져봐야 제대로 보이는 상황이 많이 있잖아요^^
착한척 널부러져 있는 사랑시를 보면 쫌 답답합니다~
전 아리랑파라서 일단 가시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야되고! 덤으로 구관이 명관인줄 반성한뒤 돌아와야됩니닷!

글샘 2010-08-02 23:39   좋아요 0 | URL
다람쥐는 귀뚜라미를 먹습니다. ㅎㅎㅎ 쥐 종류는 잡식성이에요.
그런 때 있잖아요. 자꾸 별것 아닌 생각이 꽉 물고 떨어지지 않는 그런...
그럴 땐, 그냥 냅둬요~~~

만해 스님은 결혼도 했던 사람이에요. 따님이 한 분 계셨져. 근데, 그 따님을 일본놈 호적에 출생신고를 안해가지고설라무네... 호적도 없었다는... 그나저나 사랑시엔 달인 급이에요. ㅎㅎㅎ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네요. 

알라딘에서 마기 님이란 제자를 만나서 팔자에도 없는 시 특강을 하고는 있는데요.^^
아, 마기 님 시가 일취월장, 날로날로 진보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특강하기가 오히려 두렵습니다. ㅎㅎㅎ
저의 일방적인 칭찬은 아닐 것입니다.  
수강생들이 한결같이 칭찬을 하니깐 말이지요.
지난 시간의 '바람에게 배웠다'란 시는 뜻밖의 놀라운 수확이었습니다.
그 전에 마기 님께서 '노래'라는 놀라운 시를 썼을 때, 제가 '당분간 이 시를 뛰어넘는 시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마기 님을 놀렸는데, 아, 정말 괄목상대할 만한 분입니다. 

마기 님, 나중에 유명해 지시더라도 저 잊으심 안 됩니다. ^^  

마기 님의 '바람에게 배웠다' 같은 시를 <관조적인 시>라고 합니다.
관조적이다.
음, 뭔가 좀 있어 보이죠?
무게가 있는 말 아닌가요? 관조적...
한자로 볼 관 觀, 비출 조 照 를 써서 관조,란 말을 씁니다.
우리말로 풀면, "뭔가를 골똘히 보아서 생기는 마음 속에 비치는 생각"을 뜻하는 말입니다. 

마기 님이 골똘히 바라본 것이 무얼까요?
제가 보기엔 마기 님의 삶이에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골똘히 살펴보신 거죠. 그러다 보니깐, 마음 속에 슬쩍 생각이 비쳤을 겁니다.
그걸 잡아서 쓰는 걸, 관조적이다... 이렇게 표현해요.
그 관조적인 생각에 <바람>이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형상화>를 시도한 시가 마기님의 시였죠.
그러다보니깐, 삶을 아직 오래 살지 않은 젊은이들에게선 관조적인 자세가 나오기 어렵겠지요.
사물과 삶을 연관짓고, 거기다가 <형상화>의 옷을 입혀야 제대로 된 시가 나오는 것이니 말입니다.  

얼마 전에 양철나무꾼 님 서잰가 어디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김해자의 <데드 슬로우>입니다. 우선 한번 읽어 보시죠.
61년 소띠 누님인데, 많이 유명하신 분은 아닌 거 같더군요.  

큰 배가 항구에 접안 하듯
큰 사랑은 죽을 만큼 느리게 온다
나를 이끌어다오 작은 몸이여,
온 몸의 힘 다 내려놓고
예인선 따라 가는 거대한 배처럼
큰 사랑은 그리 순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죽음에 가까운 속도로 온다

가도 가도 망망한 바다
풀 어헤드로 달려왔으나
그대에 닿기는 이리 힘들구나
서두르지 마라
나도 죽을 만치 숨죽이고 그대에게 가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김해자, 데드 슬로우>

시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항해 용어가 두 가지 등장하네요. 데드 슬로우와 풀 어헤드, 그리고 예인선도...
큰 배, 예를 들어 수십 만 톤 되는 배는 항구에 들어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부산같은 항구 도시엔 컨테이너선 들도 많은데요.
그런 배가 관성에 밀려 항구까지 들어왔다가는, 그 관성이 아마 항만을 다 부수고도 남을 겁니다.
물리학에서 F=ma라고 하잖아요. ㅋㅋ 항만을 부수는 힘에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는 배를 접안시키는 방법이,
바로 데드 슬로우예요.
배는 바다 한복판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도선사가 예인선으로 맞으러 나오기까지 닻을 내리고 기다리죠.
그러면, 그 무거운 배를 움직이려 밧줄로 함께 묶인 예인선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 속도 역시 '겁나게' 슬로우 해야 되겠죠?
질량이 어디 간 거 아니니깐 말입니다. 그래서, 큰 배는 거의 서있는 듯한 속도로... 천천히 천천히... 항만으로 다가옵니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도선사는 엄청난 기술로 취급된답니다.(돈도 열라 번대요. ^^) 

아, 바다에서 속도계를 풀로 놓고 앞만보고 달리던 <풀 어헤드>가
이제 목적지인 항구를 앞에 두고, 멈춘 듯한 속도로, <죽자고 느린> 데드 슬로우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 속도를 '관찰'한 시인은 '마음에 상이 맺'힙니다.
아, 이 속도로 가다가 언제나 항구에 도착하나...
가기는 가는 건가?
그런 관찰이, 어느 순간,
아이고, 내 사랑하고 이놈의 배가 움직이는 꼬라지가 똑같구나.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그치만, 저는 좀 웃음이 나는데요. 피식 웃게 됩니다.
저렇게 죽는 시늉을 하지만요, 사실은 데드 슬로우의 속도는 큰 배를 항만에 반드시 접안시키기 위한 안전장치임을 화자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어쩜 반어같아요. 속마음은 어떻겠어요? 

얌마, 암만 느려도 닿긴 닿을 거야, 꼼짝 말고 기둘려~~ 

이런 마음이 비추이지 않습니까? 참 제멋대로 해석이죠. ㅎㅎㅎ 
그대가 기다리는 창가로 금세 달려가서 활짝 웃음을 짓는, 그런 만남이 아닌 것 같죠?
오래오래 기다려온 사랑이지만, 쉽게 만남이 예정되어 있어 보이지는 않는 조금은 슬픈 사랑.
그렇지만, 저에게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관조>가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시선으로 읽히네요.  
관조를 통해 기다림에 대한 넉넉한 통찰력 이 생긴 것처럼 보여서 든든해요.

이왕 관조를 공부한 김에,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활짝 연 자줏빛 심장은
당신에게 날아가는 화살이다 아니
당신이 꽂히길 기다리는 과녁이다
따스한 빛살이여,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온몸 굽혀서라도 간다
마알갛게 속 내비치는 연자줏빛 혈관 내뻗다
지지대 휘감고 돌아 비틀린 허리
가늘고 긴 용맹정진이여,

당신에게 가는 길은
날마다 용솟음치고 밤마다 숨죽이는 일
당신을 사랑하는 길은
밤마다 희망을 접고 날마다 다시 손 뻗치는 일
당신과 하나 되는 길,
나를 떼어내는 일이라는 듯
어젯밤 뚝 떨군 검붉은 살점 위로
오늘은 여린 잎살 하나 솟아오르고 <김해자, 사랑초>

사랑초란 풀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검색했더니, 잎사귀에 화살같은 무늬가 있기도 하더군요.
그치만 사진이 별로 안 이뻐서, 조 위의 것으로 넣었습니다. 저것도 사랑초래요. ^^ 

화자가 보고 있는 건, 당연히 '사랑초'죠.
그런 관찰을 통해서 화자의 마음에 비추이는 상념은,
풀꽃일 뿐인 사랑초에게서,
심장과 화살과 과녁을 느낍니다.
우리의 만남을 위하여 <온몸 굽혀서라도> 가는 <용맹정진>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앞의 '데드 슬로우'에 비하면 훨씬 대놓고 가죠? ㅋㅋ 

당신에게 가는 길은 역시 탄탄대로가 아닌 모양이에요.
<숨 죽이는 일>이 되고, <희망을 접었다가도 다시 손 뻗치는 일>이 되니까 말입니다.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는 <나를 떼어내는>, 그래서 <검붉은 살점이 뚝 떨어지는> 고통스런 과정과 함께합니다. 

그렇지만, <당신과 하나되는 길>의 그 기다림...의 결과로, <오늘은 여린 잎살 하나 솟아올>랐습니다.
작가는 마음 속 '슬픔'을 <관조>를 통해서 '희망의 기다림'으로 승화시키는 재주를 가진 시인이네요. ^^ 

수강생 여러분, (여럿이 듣기나 하는 건지...)
제 해설을 읽고는 반드시, 꼭, 위의 시로 되돌아가서 감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안 보이던 단어들이 보이는 것을 느끼면서,
뭔가 공부가 되었고, 감상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잠시라도 착각에 빠져 보시라는 거예요. ㅎㅎㅎ 

기다림,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기다림>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람'입니다.
그러니까, 간절한 바람이 들어있는 거예요. 와서 만나기를 말이지요. 

역시 기다림의 미학의 최고봉은 한예종에서 김회장네 둘째 인촌이한테 퇴장당한 황지우의 시입니다.
조금 길지만, 길단 생각 안 드실 정도로 좋은 시입니다. 감상해 보시죠.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화자는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하고 기다립니다.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이니까요.
그런데, 그 기다림은, 마음의 조바심을 동반하죠.
옛날 노래에도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요... 내 속을 태우는구려.' 이런 가사가 있었지요.
좀 싸구려 티가 나죠? ㅋㅋ 커피 한 잔과 내 속을 태우는구려. 

뭔가 관찰한 속에서 마음에 비추이는 '관조'가 없잖아요. 그러니 싸구려틱하죠.
시는 물론 클래식한 계급에서만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감정보단 조금 고상한 '감추는 장치'가 있죠. 그 감추기는 은유가 되기도 하고, 관조가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내 속을 태우는구려'와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사이에는 '와'만 있는 게 아니죠. ^^
전자가 직설적으로 아이고 속탄다~~를 외치는 반면, 후자는 가슴 애리는 일로 감각적 표현을 합니다.
감각이란 건, 뭐 이미지, 배우셨죠? 감각적 이미지...
보이는 건 시각, 들리면 청각, 맛은 미각, 느낌은 촉각, 냄새는 후각...
시에서 가장 흔히 쓰는 게 시각인데요, 여기서는 가슴이 애리는, 가슴 속이 알싸하게 뒤집혀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네, 기다림의 간절한 조바심을 촉각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아, 얼마나 간절한지, 몇 글자로 다 보이지 않습니까?
어려서 부모님 오시길 간절히 기다리다보면, 형제들끼리 이제 정류소 왔다, 전봇대 돌았다, 슈퍼 앞이다... 이러고 기다리잖아요.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너였다가, 너였다가... 다 너로 보입니다.

'사랑하는 이여'를 부름을 기점으로 화자의 태도는 '기다림에 조바심내는' 수동적 태도를 버립니다.
이제 화자도 그대에게 가기 시작하죠. 적극적 태도와 능동적 자세로 그대에게 다가섭니다.

아직 너와의 거리는 멀겠지만, 그 아주 먼 데서 부 나는 너에게 가기 시작하고
아주 오랜 세월 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는 것을 믿으려고 합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우리의 만남은 <금세> 이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거리는 <아주 먼 데>기 때문에, 아주 먼 데서부터 서로 움직이기 시작하구요.
그래서 <아주 오랜 세월>동안 <천천히> 다가서는 기다림의 자세를 마치 마음공부하듯 스스로를 잡도리하고 있네요.
네가 오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일은 못견디게 힘든 일이지만,
내가 천천히 먼 훗날을 내다보며 다가가는 일은 힘겹지만은 않은 일이 되겠지요.  

자, 여기서 퀴즈, 하나! 
위의 시를 쳐다보지 말고, 이 시에서 '문'이 몇 번 나왔을까요?
퀴즈, 둘!
그 문은 어떤 문이었을까요? 

정답은 퀴즈 1번.
     세 번입니다. ^^
퀴즈 2번의 답은,
      문을 열고, 문이 닫힌다, 문을 통해... 이런 문입니다. 

기다림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작가는 '문'을 등장시킵니다.
그 세 번의 문은, 처음엔 자꾸 열립니다.
아, 미치겠죠.
저 문이 열리면 우리 임이 오시려나.
아냐, 다음 문이 열리면 오실거야... 조바심, 심하면 쓰러지죠. ㅎㅎ 

두번째 문, 이제 닫힙니다. 으--윽, 좌절하죠. 닫힌 문 앞에서.
님은 갔슙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슙니다...
기다리던 문이 닫혔을 때, 아, 그 기분은 얼마나 참담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면, 시가 아니죠. 일기고, 낙서고, 절망의 기록일 뿐이겠죠.
그렇지만 세 번째 문, 통하는 문이 등장합니다.
네가 닫혀있지만, 내가 가려고 맘먹고 달려들면, 너는 통할 거야! 이런 희망이 보이십니까? 

황지우가 이 시를 쓰던 시절은 서정주가 좋아하던 전두환이 독재를 하던 때였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대, 그걸 닫힌 문으로 형상화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닫힌 문을 보고 그저 눌러앉아버리면 슬프죠.
그 문을 통해 데드 슬로우로,...
<아주 먼 데서>, <아주 오랜 세월을>, <천천히> 오고 있는 민주화라면, 열린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기다리는 일에도 마음 조급해 하기만 해선 안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 구절을 그렇게 해석한다 해도, 강사한테 깡통 던지진 않으시겠습니까? ^^(갈수록 눈치 보임)
요즘 양철나무꾼님이 가끔 인용하시는 시도 멋지구요.
낮달님이 엊그제 쓰신 '시'의 리뷰도 아주 멋지더라구요.
돌팔이 시 특강에 다들 감탄하셔서 제멋에 겨워서 축늘어 졌었는데... 긴장타야겠습니다. 

특강이 넘 진지하니깐, 제멋에 겨워서 축늘어 진 이야기 좀 할게요. 19금입니다. 20토는 없습니다. ㅎㅎㅎ 

이 민요 제목이 뭔지 아시죠? 천안삼거리
가사는 이래요. 

천아은 삼거리 흥~흥~
능수야 버들은 흥~흥~
제멋에 겨워서 흥~흥~
축늘어 졌구나 흥~흥~
에헤야 데헤야 흥~흥~
성화가 났구나 흥~흥~ 

이 노래가 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 아이 초딩 4학년때 담임 샘이 이제 갓 교대 졸업한 2년차 처녀샘이었는데요.
이 노래를 갈치고는... 우리 애 통지표에, '천안삼거리를 분위기에 맞춰 잘 부를 수 있음'으로 적어 둔 것을 아직 기억합니다.
뭐, 이상한 줄 모르시겠죠? 아직은...
그러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의 서문에 붙은 이 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실감하시게 해 드릴게요.  

이런 재미없는 민요는 없습니다.
이 가사를 그대로 읽으면, 천안이란 도시의 3거리에 능수버드나무가 늘어졌다가 바람에 날리는 서경적인 풍경이죠.
민요란 것은 '재미'와 '흥겨움'이 어우려진 노래입니다.
주로 노동요로 기능하는 것으로서,
은근히 이성에 대한 감정이 쏠리게 하는 가사가 들어가야 되구요. 박자는 신명이 나야 하는 거죠.
신명나는 박자도 아니고, 좀 축 처진  흥~흥~ 이런 후렴구도 민요의 <구비 전승>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자, 이제 19금 해설 들어갑니다. 

천안 삼거리는 천안 씨티의 쓰리 브랜치가 아닙니다.
천은 클로쓰(옷감)구요, '안'은 인(속)입니다.
아, 어떤 과부가 콩밭을 매면서 땀을 빨빨 흘리고 있었어요.
근데, 그 동네 삼식이 넘이 지게를 지고 휘파람도 가볍게 논두렁 위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해가 설핏 지려하기 좀 전인데요, 아, 삼식이의 실루엣이 그만 그 과부 눈에 들어온 거예요.
아, 바로 in the cloth, three branch가 보인 거죠.
천 안쪽의 삼거리 말입니다.
아~~~ 과부 코에서 끈적하고 눅진한 소리가 나요.  흥~흥~
이렇게 요망한 노래랍니다. 

능수 버들은 무엇을 비유한 것일까요?  흥~흥~ ㅋㅋㅡ  그 삼거리에 말이지요.
그리고 제 멋대로, 축 늘어졌다가, 성화가 나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아이고 망측해라... ^^(빨개졌어요.) 
이 노래의  흥~흥~ 은 과부가 혼자서 얼굴 빨개져서 내는 흥소리입니다.
그래서 천안 삼거리란 민요의 멋은 '요망하고 은근한 멋'이죠. 

근데, 우리 아들이 4학년때, 이 노래를 분위기에 맞춰 잘 부를 수 있었다구요???
그 처녀 선생이 뭘 좀 알고 그런 걸 적었으려나요? ㅍㅎㅎㅎ 
이 민요는 초딩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구욧!!!
이 민요는 주부 가요 열창에서 가르치면 아줌마들 혼이 빠지게 좋아하는 노래예요. ^^

음음... 자, 다시 원위치로 돌아갑시다.
첫사랑 이야기, 이런 거 해달라는 수강생은 블랙리스트에 올릴 거예요. ^^ 

이런 시가 익숙하신가요?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서정윤, 홀로서기> 

이 시는 한창 민주화 투쟁으로 날이 선 청춘을 보냈던 젊은이들에게 이문세의 노래가 위무의 손길이 되어 주었듯,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란 부제로 유명했던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가 불후의 명작으로 오래오래 남는 시가 아닌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소녀 취향의 파스텔톤 습작집에는 어울릴 법한 이 시에 부족한 것, 그것은 바로 인생에 대한 <관조>가 아닐까... 이런 생각. 

말은 멋있는데,
가슴이 아픈데, 고개를 들고 미소를 날리는데,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다림... 나같으면 미소가 아니라 눈물이 날릴 거 같은데요.
센치하다... 이런 말을 쓰지요.
센티멘탈... 우리 말로 감상적 感傷的 이라고 합니다.
아픔을 느끼는... 그런 걸 뜻해요. 시를 감상 鑑賞 하는 게 아니라요.
센치한 시들은 사람의 아픈 마음을 콕, 찌르죠. 멜랑꼴리하다... 좀 우울한 걸 그렇게도 말하구요.
이런 마음들을 <정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인이 표현한 <정서>가 독자에게 찡하는 감동을 주려면,
제대로 형상화가 이루어지거나 관조적 통찰력이 들어가있는 편이 훨씬 오래 남는 느낌을 주는 거 같습니다. 

오늘은 '관조'라는 글쓰기 방식과 '기다림'에 대한 시를 몇 편 만났는데요. 

전에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읽었지요.
오늘은 황동규의 시 연작 세 편을 함께 보겠습니다.
완전 떨이~~~로다가...
제목하여 <조그만 사랑노래>, <더 조그만 사랑노래>, <더욱더 조그만 사랑노래>
이 사람, 사소한 거 좋아하더니, 조그만 거도 좋아하죠. ㅎㅎ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또 사소한 사랑을 이야기하네요. 조그만 사랑...
그대의 배경에서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사소한 일도 있었듯이,
그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길도 있죠. 맨날 같이 걸었던 그 오솔길... 뭐, 이런 거요.
그런 길이 사라졌어요. 이별,이죠.
그런데 편지를 받아요. 어제를 동여맨 편지.
어제는 과거의 추억이겠죠. 우리의 사랑 이야기들...
그런데, 그 사랑이야기를 꽁꽁 동여맨 편지를 읽으면 이제 헤어진 마당에 눈물이 흐를까요?
아니면 한숨만 폭~ 날까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고 뇌어 보고 싶어도...
눈이 날려요.
그 눈은 땅에 정착하지 못하고, 떨면서 떠다니는 불안한 눈이네요. 

이 시에서 화자의 마음, 이별한 화자의 처지를 가장 단적으로 <형상화>해주는 시어가 뭔가요?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화자의 마음게 간 금들이 보이시죠?
이 금을 보여주려고, 자기 마음에 찍~~하고 갈라진, 그 금을 나타내려고 쓴 시가 이 시죠.

아직 멎지 않은
몇 편의 바람
저녁 한끼에 내리는 젖은 눈,
혹은 채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녹아
한없이 달려오는 물방울,
그대 문득 손을 펼칠 때
한 바람에서 다른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황동규, 더 조그만 사랑 노래> 

이번엔  더 사소한 노래래요. ^^ 귀여운 아저씨 같습니다.
바람이 불고요, 젖은 눈이 내려요. 아세요? 젖은 눈?
날이 아주 춥지는 않은가 봅니다.
눈과 물방울이 섞여 내리는데,
왠지 화자의 눈자위가 붉게 젖어있는 느낌도 드는데요.
물방울을 향해 그대가 손을 펼치기라도 한다면,
바람에서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로 변신하고 싶은 사소한 사랑이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아, 화자의 미련,
아직도 그대를 향한 그 사소한 사랑은
그대에게 젖은 눈,
눈발이든 눈빛이든,
사소한 사랑은 눈이 녹은 물이든, 눈에서 흐른 물이든,
그대 손끝에 스치기라도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리석은 사내의 간절한 바람이 눈에 보이시죠?
형상화.
물방울로 다가가고 싶은 아쉬운 마음의 형상화. 

연못 한 모퉁이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지
달려가다 달려가다 금시 떨어지는지
꽃잎을 물위에 놓아주는
이 손. <황동규, 더욱더 조그만 사랑 노래> 

더욱더 작은 거 하나요. ^^
꽃잎이 화르르 떨어져요.
그 꽃잎을
아마도 그 꽃잎을 이 남자의 당신이 사랑했던 거겠지요.
어리석게도,
그대는 곁에 없는데, 이 남자는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를
가만가만 집어다 
물 위에 놓아 줍니다.
그리고 제 손을 바라보죠.
이 손. 

아아, 아마도, 이 손에 집혔던 저 작은 꽃잎과 오버랩되는 손은
내 눈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당신의 그 손이 아닐까요?
차마 잊힐 리 없는 그대의 차고 희던 그 손...
이 사내는 물끄러미 제 손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조그만 사랑을 느끼는 것입니다. 제 손을 보면서 말이지요... 

아, 오늘은 형상화와 '관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니깐,
기다림과 사랑에 대한 시들을 읊게 되었네요. 

역시 10대에서 70대까지 공통의 관심사는 오직 <사랑>이란 말은 진리인가 봅니다. ㅎㅎㅎ 
이렇게도 사랑에 대한 노래가 많고 많은데도, 아직도 천 하룻밤을 더 사랑노래로 지샐 만큼 특강은 많이 남았으니 말입니다. ^^ 

제 강의를 듣고,
새로운 시를 만나서 좋다고 하셔도 좋고,
어려운 시를 풀이하게 되어서 좋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시를 가까이 하고,
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셨다고 하는 게 저는 제일 좋습니다. 

자, 오늘 숙제 하나씩!!!(수강생 떨어지는 소리가 우두두 나는 거 같아요. ㅎㅎㅎ) 

일 년에 댓 권 정도는 시집을 삽시다!
시 쓰는 사람 머리카락 다 빠지는데, 가발은 아니라도 발모제 살 돈은 벌게 해 주자구요! 

혹시 특강을 했으면 하는 좋은 시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 주셔도 좋아요.(레파토리 떨어진 핑계 겸 ㅋㅋ) 

아름다운 밤이에요. ^^
날마다 저는 밤이 아름답습니다.
자는 일도 좋구요.
꿈꾸는 일도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밤은 상상의 나래를 펴도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모두, 굿 나잇. 

노래는 비틀즈의 '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를 덧붙일게요. 
판타스틱한 꿈 하나 꾸시라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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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앞에 추천이 있었으니 출석을 두번째고, 댓글은 제가 첫번째네요 ㅋㅋ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시종일관 '관조'의 맥을 잊지 않게 해주시니
웃고 나서도 뭔가 분명해지는 느낌이에요.
'천안 삼거리'도 관조가 있고 없고의 차이겠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모양인데 건강 유의하세요^^

글샘 2010-07-29 07:56   좋아요 0 | URL
그쵸. 관조의 눈을 가지고 민요를 바라보면, 건강한 민중의 힘이 느껴지죠. 저걸 초딩 교과서에 실어 놓다니... 에효=3=3 입니다. ㅎㅎㅎ
진짜 즐겁고 유쾌하셨다면, 그 이상의 칭찬이 없겠네요.

아, 오늘 매미 우는 거 보니깐, 장난이 아니네요. ㅎㅎㅎ
무더위에, 후와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gimssim 2010-07-2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동규의 시도 좋고, 옆에 달린 우체통도 맘에 들고, 비틀즈도 감미롭습니다.
무엇보다 글샘님의 열정도 사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마니마니(많이많이) 감사^^

글샘 2010-07-29 18:26   좋아요 0 | URL
이거 중년의 여성분들께 소녀시대의 감성을 심어드린 걸까요? ㅎㅎㅎ
시를 읽으면서 소녀시대로 돌아가시는 것도 좋고, 주부가요처럼 웃으셔도 좋습니다.
자주 오세요~~

순오기 2010-07-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천안 삼거리에서 빵 터졌습니다~~~ 구비문학 배울때 교수님이 저런 강의했었거든요.ㅋㅋ
천안 사는 내 친구한테 그 얘기 해줬더니 천안이 자기들 사는 천안인줄 알았다고...^^
글샘님 머리에는 얼마나 많은 시가 들어 있을까 궁금하네요.
저는 시를 쓰거나 리뷰를 잘 쓰지는 않아도 1년에 10권 이상은 삽니다~~~ 잘했죠?ㅋㅋ
우리집 사랑초 화분엔 서로 다가서지 않아도 맞닿을 정도로 촘촘히 피어 있어요~~~~~^^

글샘 2010-07-29 18:27   좋아요 0 | URL
빵, 터지라고 쓴 건데요. 뭐 ㅋㅋ 빵 터지셨다니 고맙군요. ㅎㅎㅎ
정말 천안삼거리에 능수버들은 민요로서 하나도 매력이 없거든요.
시집을 1년에 10권 이상 사신다면, 모범생 대열에 끼워드릴게요. ㅎㅎ
마기님은 시 쓰니깐 수제자고, 순오기님은 시인을 먹여살리시니깐 우등생으로 부르겠습니다. ㅎㅎㅎ

blanca 2010-07-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드 슬로우.. 예인선...꼭 기억하고 싶네요...이런 좋은 글을 읽어 부셔서 제 더위를 식혀 주시네요....감사합니다.

글샘 2010-07-29 18:28   좋아요 0 | URL
아, 글이 썰렁한가요? 더위를 식혀 주었다니까는... -_-;;;b
우리 주변에 좋은 시는 참 얼마나 많은지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고맙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