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비유하기 연습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건 쌩기초 기술이에요.
정의하기, 메모하기, 인용하기, 비유하기 같은 글쓰기 쌩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오늘은 한 단계 높은 글쓰기 기술인 광고 문구 만드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표어짓기 숙제를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1분 먼저 가려다가 10년 먼저 간다."

자 우리모두 초딩이 되어, 표어 하나 만들어 보는 겁니다.

어려울 것 같지요?  그래서 쉬운 것 먼저 합니다.
방송 매체나 종이 매체를 통해 많은 광고 문구를 보셨을 텐데요.  
우선 남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광고 문구를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그 문구를 약간 비틀어 보는 겁니다.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패러디입니다. 그럼 조금 쉽죠.
모방을 잘해야 창작도 잘 합니다.

지난 시간에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카테고리', 즉 범주에 관해 배웠습니다.
광고 문구 만들 때도 이 원칙이 가장 중요해요.

스포츠토토 홈페이지에 가 보면 좋은 예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볼까요?
 
오심도 게임의 일부, 오해도 인생의 일부

여기서 범주는 뭐죠? 오심과 오해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개념, 즉 '잘못된 판단, 실수' 같은 거죠. 그러면 오해가 들어갈 자리에 '오탈자'가 들어가도 돼요. 그럼 '인생의 일부'를 '책의 일부'로 고치면 되죠.

아이를 혼낼 때는 엄마는 직구로! 아빠는 커브로!

예, 심하게 혼내는 사람이 있으면 달래는 사람도 있어야 하죠.
여기'아빠'가 들어갈 자리에 '선생님'이 들어가면 안 되겠죠?
범주가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형이나 언니가 들어가는 건 괜찮습니다. 
'형은 너클볼로...'

고의사구로 살려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실습을 해 보도록 하죠. 오늘 과제는 자신이 보거나 들었던 광고 문안 중 감동적이었거나 재밌었던 것을 하나 골라서 직장인 성공시대 광고 문구로 바꾸어 보십시오.

제가 예를 하나 들게요.

“불확실한 미래의 확실한 선택, 직장인 성공시대!”

이건 원래 어느 생명보험 광고 문구입니다.

좋은 문구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범주를 지킨다는 거죠.
훌륭한 광고문안은 모두 범주를 잘 지킵니다.
범주를 잘 지키면 글에 힘이 실려요. 설득력이 갖춰진단 말이죠.
앞문구와 뒷문구의 적절한 대구를 활용하되 서로 비슷한 범주에서 비교하세요.

당구장 가면 벽에 뭐라고 써 있죠?
300 이하 맛세이 금지?  
예, 그 옆에 이런 문구도 붙어 있습니다.

“승자는 세면대로 패자는 계산대로.”

이게 범주를 잘 지킨 문구입니다. 승자와 패자, 세면대와 계산대. 캬~ 깔끔합니다.
당구장 아줌마의 센스 작렬!

범주를 활용한 글쓰기는 대구를 잘 활용합니다.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광고문구 하나 소개할게요.

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부터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고 걸었다
그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고
나는 그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과연 당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버지는 애정 표현 방법을 몰랐고,
아들은 아버지의 애정을 몰랐죠. 가슴이 짠하지 않습니까.

아, 여기서 범주는 사랑,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이군요. 다른 예를 좀 더 들어 볼게요.  

또 다시 스포츠토토 광고문구입니다.

10번 중 무려 7번을 실패한 당신,
당신이 바로 성공한 3할 타자!

여기서 범주는? 야구.

나쁜 습관을 하나씩만 줄여도
당신은 버디 인생!

여기서 범주는? 골프.

방향이 잘못되면 담장을 넘겨도 파울!

범주는? 야구, 야구 중에서도 타자.

먼저 취업한 동기를 부러워말라.
선발투수가 꼭 승리투수는 아니다.

범주는? 야구, 야구 중에서도 투수.

이 광고문구 쓰시는 분 누군지 한 번 만나 뵙고 싶어요.

범주를 지켜 쓰고 나면, 이제 범주를 좁혀 보세요.
그래야 글의 힘이 더 세집니다.

평소에 광고만 잘 살펴봐도 글쓰기의 원리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저도 글쓰기 책을 썼지만 이런 글쓰기 교재 읽지 않아도 됩니다.
출퇴근 길이나 TV에서 좋은 문구를 보면 메모해 두고,
흉내내 보고 새롭게 한 번 만들어 보는 과정이 진짜 글쓰기 연습입니다.

또 다른 비법이 있습니다.
모순을 활용하세요.
이것도 범주 활용 글쓰기의 일종이에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말 되게 만드는 비법이죠.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어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죠.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모순이지만 무슨 뜻인지 잘 전달되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쓸수록 버는 카드.

눈으로 마시는 맥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잠깐 복습해 보죠. 한 줄로 비유하는 연습을 했는데요, 청취자들이 올린 글 몇 편을 뽑아 왔어요.  

8958 번호 쓰시는 분.
영어공부는 구슬꿰기예요. 하나씩 꿰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목걸이가 완성되거든요!

=> 잘 쓰셨습니다. 이제 기본을 하셨으니 한 단계 높은 곳으로 가려면 구슬꿰기보다 더 신선한 비유가 없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구슬꿰기 자리에 레고 블록이나 십자수가 들어가면 더 나을 겁니다. 연애가 들어가도 되겠죠.

0007 번호 쓰시는 분.
종철님은 냉수마찰이다. 점심먹고 졸음이 쏟아지는데 잠이 확 달아나니까

=> 잘 쓰셨어요. 어법이 약간 부자연스러운데요. 점심식사 후 쏟아지는 졸음을 확 달아나게 하니까. 이렇게 쓰는 게 낫겠죠.

2666 번호 쓰시는 분.
사람들과의 인연은 전봇대다. 선이 얼기설기 엮어 있으니까

=> 신선한 비유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자기소개하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자기소개서 첫 줄 쓰는 방법입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자기소개서 훑어보는 시간은 평균 1분도 채 안 된다고 합니다.
한 줄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9-02-1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readmefile.net/blog/76
 

오늘은 한 줄로 비유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비유가 무엇인지 살펴 봅시다.

비유란 어떤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비슷한 개념을 지닌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그동안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비유하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어느 중학생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인생은 피자다...
자신이 싫어하는 토핑이든 좋아하는 토핑이든 골라내지 말고 그대로 먹어야 진짜 인생을 즐기는 거라고 했죠.
직장인 성공시대를 정의하면서 청취자들께서 등대요, 나침반이요, GPS라고 비유해 주셨죠. 

한 줄로 비유하는 데에도 특별한 기술 같은 게 있을까요?
예, 자기가 처한 현실과 관련을 깊이 맺을수록 좋은 비유를 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아는 게 아니라 몸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몸에 익은 것을 옮겨 적는 것, 그게 진짜 글입니다.
현재 자신이 몰두하는 일에 관해 쓰고, 그걸 활용해 비유하세요.

기부는 수능이 아니라 검정고시다... 김장훈 씨가 했던 비유 기억하실 겁니다.
김장훈 씨 비유가 왜 좋은 비유일까요?
자기가 겪은 삶에서 우러난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하는 비유가 아니라 몸이 하는 비유가 바로 이런 겁니다.
인생은 골프다.
제가 이렇게 쓴다면 악플이 달리거나 무플.. 둘 중 하나겠죠.
그렇지만 타이거 우즈가 그렇게 쓴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현실을 활용하라! 그런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라디오로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떤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책으로 미술 공부하는 것과 같아요.
단초만 제공할 뿐입니다. 듣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써 봐야 합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반디게시판에, 이메일에...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글쓰기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글쓰기 실력이 늡니다.

그럼 비유하기 실습을 해 보도록 하죠.

지난 시간에 청취자께서 ‘일지매는 박카스다.’ 이렇게 올려주셨지요?
제가 첨삭을 해드린다고 했는데요, 요약이라기보다는 비유하기에 적절한 사례였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취미나 인물을 다른 대상에 비유해 보십시오.
인라인스케이트, 포커, 스타크래프트....
김연아, 이효리, 오종철... 

우리가 이미 배운 정의 형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한 문장으로 비유해 보십시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탱고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프랭크가 어느 여인에게 다가갑니다.
“기다리시기 지루하면 제가 탱고를 가르쳐 드릴게요.”
“스탭이 엉킬까봐 두려워요.”
“스탭이 엉키는 것,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인생과 마찬가지죠.”

적절하게 비유하는 것, 참 중요합니다.
비유는 원래 개념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징표입니다.
직설적 표현보다 한 단계 높은 의사소통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축구 아스널 팀의 감독 아르센 웽거에게 기자가 물었어요.
“외국인 선수들을 지나치게 많이 영입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웽거 감독이 대답했죠.
“저는 선수들의 여권을 보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죠?
“전 무조건 실력대로 뽑아요.” ....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 얼마나 근사합니까.

비유를 잘해야 글을 잘 씁니다.
비유를 잘 구사한다는 것은 인생을 근사하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가수 김창완 씨, 이제는 연기자로 더 유명하시죠.
수필집을 내셨는데 서문에 비유적 표현이 많이 나오더군요.

"나는 게으른 어부다. 한데 요즘엔 그 짓도 싫증이 났나 보다. 그늘에 앉아 그물코를 손질하고 있다. 그물을 손질하며 꿈꾼다. 커다란 물고기. 꼭 그 물고기를 잡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그물을 손질하는 동안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내 앞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수필집은 내가 놓쳐 버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또 다른 비유하기 비법, 즉 원칙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부터 제가 새로운 용어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카테고리라는 용어입니다. 다른 말로 범주라고 하지요.
제가 ‘한 줄로 정의하기’ 시간에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렇게 정의할 때 B와 C는 비슷한 개념에 포함된 것이어야 한다고 했었죠. 그 비슷한 개념이 바로 범주입니다.
이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잠깐 복습해 보죠. 한 줄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지요?

우리가 학위 논문을 쓰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요약해 보자고 했죠. 책이든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보고 나서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그 책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수준이 높아집니다.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해 보면 좋은 글과 좋지 않은 글을 분별하는 안목이 생깁니다. 좋은 글이나 영화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워요. 그런 작품을 돈 주고 사 보아야 하는 겁니다. 한 문장이면 될 것을 구구절절 길게 늘여 쓴 찌질한 자기계발서는 돈 주고 사 보기 아깝잖아요.

비유 사례 몇 가지만 더 보죠. 

<형사>, <M> 같은 영화를 연출한 이명세 감독에게 리포터가 물었어요. 영화감독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명세 감독이 대답합니다. 

"영화감독은 양어장 주인과 비슷해요. 고기들을 풀어놓죠. 그러면 어떤 사람은 그물을 가져와서 고기를 잡을 것이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강태공 같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고기를 잡든 그건 관객의 몫이죠."

<<우리말 바로쓰기>>의 저자 고 이오덕 선생에게 누가 이렇게 물었어요.
“틀린 말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쓴다면 표준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오덕 선생이 이렇게 답하지요.
“세상 사람 모두 도덕질을 한다고 해서 나도 도덕질을 해야지...이래서 되는가? 글쓰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클래식(classic)'이란 말이 있죠? 고전을 의미하는데요.
비유적 표현에서 비롯한 말이에요.
이 말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는데 '함대(艦隊)'라는 뜻이었어요.
나라가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국가를 위해 군함을 기부하는 부호를 뜻하는 말로,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켰어요. 그래서 인생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신적인 힘을 주는 책이나 작품을 가리켜 '클래식'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광고카피 만드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표어짓기 숙제를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자 우리모두 초딩이 되어, 표어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스포츠토토 홈페이지에 가 보면 좋은 예들이 있습니다.

예)
오심도 게임의 일부, 오해도 인생의 일부

아이를 혼낼 때는 엄마는 직구로! 아빠는 커브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강룡(지음), 정훈이(그림), <<김대리를 위한 글쓰기 멘토링>>, 뿌리와이파리, 2007.

직장 동료였던 공대 출신 마케팅팀 김 대리가 어느 날 기획팀 소속이었던 나에게 물었다. “너 국문과 대학원 다니다 왔지? 글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책 많이 읽고, 또 많이 써 봐야지. 글쓰기에 왕도가 어디 있어.”


참 개떡같은 조언이었다. 김 대리는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도사 나셨구먼.’ 그 뒤로 김 대리가 글을 읽거나 쓰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와 등 돌리고 살아갈 김 대리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때늦은 답변을 대신해 이 책을 쓴다.


김 대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기획서 구상에 관한 간단한 요령이었다. 개요를 잘 짜는 방법이 궁금했던 거지 문예공모전 나가서 상 타는 법을 물어본 게 아니었다. 나는 왜 김 대리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사이클 선수가 되는 법을 가르치려 들었을까. (...) 자전거 타는 방법은 사이클 황제 암스트롱에게 배우는 것보다 친구나 형한테 배우는 게 낫다. 싸보이지만 괜찮아.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교조주의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 있다. 선생님은 칠판에 한자로 적으며 한참 설명했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해하는 척했다. 종이 울렸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다시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곧이곧대로 하는 거 말야.” 간단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놈이 괜히 전교 1등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놈은 습득한 정보를 자기 방식대로 재정리하여 이해했기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나를 쉽게 납득시킬 수 있었던 거다.

전자제품 사용자들은 딸려오는 매뉴얼을 달달 외지 않아도 된다. 당장 필요한 몇 가지 기능만 직접 눌러보고 익히면 그만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연로한 아버지(신구)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가 죽으면 비디오를 틀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유익한 것은 비디오 매뉴얼일까, 아들의 설명일까. 나는 한석규가 되어 신구 김 대리에게 비디오 켜기, 재생, 끄기, 이 주요 기능만 보여주려 한다. 빨리 감기, 되감기, 녹화방법은 뺐다. 세 가지 기초 기능만 숙달하면 필요할 때 스스로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은이의 말 중



- 엉성해 보여도 일단 완결된 버전을 만들어 놓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기가 쉽다. 후레자식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본드 불고 가족을 힘들게 한다. 시작이 반인 것은 맞다. 그러나 실전에서 절반은 필요없다. 완성본만 필요하다.


- 빤쓰 줄여놨으니 돌아오라는 엄마 말씀에 집 나온 소년의 가슴에 울컥 뜨거운 것이 솟는다. 새 빤스 타이트하게 착용하고 이제 엄마 말씀 잘 듣고 새사람 되리라 두 주먹 불끈 쥔다. 돼지표 본드여 사요나라. 그게 개념 재규정이다. 자기 꼬라지를 알고 조금 더 나아지려고 하는 태도. 공자님, 소크라테스 선생 모두 비슷한 말씀 하셨다. 무식한 줄 모르면 유식해질 수 없다. 일단 니 주제파악을 해야 한다. 한예슬 언니가 ‘꼬라지 하고는’ 하고 말할 때 그거.

- 때와 장소에 적합한 합리적 의제 설정, 명쾌한 설명, 정확한 근거 제시, 절묘한 비유. 이런 것들이 바로 카테고리 신이 내리는 축복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9-02-1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미있네요.

글샘 2009-02-12 21:27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니 제가 오려 붙이고 있죠. ㅎㅎ
 

오늘은 한 줄로 요약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요약은 지난 시간에 배웠던 메모와 인용의 중간 정도 특성을 띱니다.
메모할 때는 원문과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적으면 되고,
인용은 자기 생각과 상관없이 원문에 충실하게 옮겨야 한다고 햇습니다.
요약은 그 중간입니다. 원문에 충실하되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글을 잘 쓰려면 하고자 하는 말을 짧게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왜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뭔 얘기인데?”, “한 마디로 뭔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짧게 줄여보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오늘은 긴 문장을 한 마디, 즉 한 문장으로 짧게 줄이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첫 시간에 했던 ‘한 줄로 정의하기’와 비슷하지요?
맞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정의하면 이거다... 그게 바로 요약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어요.
덜 중요한 걸 모두 없애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한 문장만 남죠.
쓸데없이 두세 문장으로 쓴 것은 한 문장으로 합쳐도 됩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전투 장면 많이 나오죠?
이거 다 쓰잘데기 없는 부분이에요.
영화사에서 초딩 관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어넣은 거죠.

스타워즈를 꼼꼼히 읽어보면 이 작품은 인간사의 선과 악의 문제, 음모, 배신, 자기동일성... 이런 것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스타워즈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뭐냐?
아나킨이 자기동일성, 즉 자기정체성을 되찾는 드라마죠.

위대한 재패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
이건...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죠.

우리는 학술 논문을 쓰는 게 아닙니다.
학술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이라면 텍스트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요약하면 안 되지만,
우리는 논문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마음대로 요약하면 됩니다.
자유롭게 요약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요약 기술을 터득할 수 있어요.
그러면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게 쓰잘데기 없는지 구별할 수 있지요.
책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예전에 <<블루오션전략>>이라는 책이 히트를 친 적 있죠.
이 책 내용이 뭐냐? 한 마디로, “경쟁이 없는 독점 시장을 찾아내라.” 이거죠.
딴 내용 없어요.

서점에 깔린 신간서적, 특히 자기계발 서적 중 80퍼센트 이상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하죠.

그럼 요약하기 실습을 해 볼까요? 

여러분이 본 영화나 TV프로그램이나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십시오. 
평소에 영화 보고 나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글쓰기 실력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길고 자세하게 요약한 것 하나와 짧고 간결하게 요약한 것 하나를 들려 드릴게요.

먼저 길게 요약한 겁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뇌없는 허수아비와, 심장없는 양철인간과, 용기없는 사자가, 철없는 도로시를 만나 에머랄드성으로 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 있는 줄만 알았던 마법사가 없음을 아는 순간, 없는 줄만 알았던 각자의 것을 발견하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좀 어렵죠?
그럼 짧은 거 하나 소개할게요.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는 개체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과 개체의 속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차이를 다룬다.

팬더, 원숭이, 바나나... 이 세 개 중에 관련있는 것 두 개를 묶어 보세요.
저는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는데요, 동양인들이 대부분 그렇다는군요.
서양인들은 개체의 속성이 비슷한 팬더와 원숭이를 묶었고요.

하나 더?

<해변의 여인>은 남자의 껄떡거림과 귀여움에 관한 보고서다.   

또 다른 요약 비법이 있어요. 
키워드처럼 보이는 단어 두세 개를 고른 다음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중요한 대사를 적절히 인용해도 죻은 요약문이 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블레이드 러너>에 자주 나오는 단어가 기계, 사이보그, 인간입니다. 그러면 이 세 가지를 갖고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죠.

블레이드 러너는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기계들의 이야기다.

드라마 <대장금>하면 전 이 말이 떠오릅니다. 

장금이, 홍시!
전 <대장금>을 이렇게 요약했어요.

대장금은 홍시맛이 나면 끝까지 홍시라고 뻐팅길 수 있는 정직과 신념이 일구어낸 인간승리 드라마다.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영화 <선택>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인간은 커다란 사상은 버릴 수 있어도, 작은 양심은 버릴 수 없는 거요."

이 대사 하나가 영화 내용 전체를 요약합니다.

<선택>은 버릴 수 없는 작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영화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인용 방법에는 간접인용과 직접인용이 있는데 우리는 직접인용에 관해 배웠지요?

예. 인용을 할 때는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메모는 자기 편하라고 하는 거고, 인용은 남들 보기 편하라고 하는 겁니다. 잊지 마세요.
물은 셀프라고 했잖아요. 인용을 할 때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해요.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출처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찾아서 명기해 줘야 합니다.

인용 형식에는 지나치게 구애받지 마세요. 인용문을 보고 독자들이 원래 책이나 영상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출처를 적어두는 게 인용의 관건입니다.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셨던 게시물을 몇 개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미선 : "비법이란 없었어.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해지는 것." (영화 <쿵푸팬더> 중 포)  

잘 하셨습니다. 형식을 잘 갖추었습니다. 이제 포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추가하면 됩니다.

서동기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교수)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유명한 대사죠.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했는지 적어주면 더 좋죠.
키팅 선생이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관습에 구애받지 말 것을 주문하며... 이런 맥락을 표시해주면 더 근사한 인용문이 됩니다.

조남숙 : (유쾌하게 사는 법, 막시무스가) "당신이 공짜로 얻은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지불한 것이다."라고 했다. 

출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전 막시무스라고 해서 영화 <글래디에이터>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책이더군요. 물컵을 잘 헹구긴 하셨는데 건조가 약간... 덜 됐죠? 그래도 직접 시도해 보셨다는 게 중요해요. 자꾸 해 봐야 늘거든요.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비유하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비유를 잘 해야 어디 가서 글 좀 쓴다고 명함이라도 디밀 수 있어요.
멋있게 비유하기 위해 먼저 쌩기초 비유 기술을 익히겠습니다.  
비유는 자기가 처한 현실과 관련을 맺고 있어야 힘이 실립니다. 다음 시간에 뵙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9-02-08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readmefile.net/blog/74
 

오늘은 한 줄로 인용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줄로 인용한다는 게 뭐냐?

먼저 인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을 인용이라고 합니다. 원문 주요 구절을 정확히 옮기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가장 중요한 구절만 따서 한 문장으로 옮겨보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메모하기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요?
차이가 있어요.

메모는 보거나 들었던 내용, 또는 떠올랐던 생각을 자기가 보기 편하라고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 말이라고 해서 꼭 똑같이 옮길 필요가 없어요.
나 혼자 쓰는 컵이니까 대강 씻어도 돼요. 대충 헹궈서 마시면 돼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마셔야 할 컵이라면?
깨끗이 씻어 놔야 하죠. 물은 셀프니까요.
누가 마실지 몰라요. 누가 읽을지 몰라요.

인용은 남들 마시라고 마련해 둔 물컵이예요.
인용은 남들을 위해, 즉 독자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명심하세요. 

자신이 인용한 글은 박지성이 읽든, 이천수가 읽든 보편적이며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다 똑같이 읽어야 해요. 출처를 정확히 밝히고 그대로 옮겨 적으면 보편성과 객관성은 저절로 갖춰집니다.

인용은 메모보다 한 단계 상위 기술입니다.
메모를 잘 한다고 다 인용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인용을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메모도 잘 합니다.
인용이 더 어렵거든요.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글쓰기입니다.
말을 할 때는 뻥을 약간 섞어서 해도 별로 티가 안 나지만 글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인용도 그래요.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손님들을 자기 집에 묵게 하면서 신장이 자기 침대보다 길면 도끼로 잘라내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억지로 길게 늘여서 죽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메모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아요.
자기 편한 대로 줄였다 늘였다 하는 거죠.
메모할 때는 앞뒤 조금 자르고 이해하기 편하게, 필요한 것만 적으면 되지만
인용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메모를 인용처럼 포장하고 가장하는 글이 가장 나쁜 글이에요.
식자재 판매하면서 원산지 표기 무시하는 넘들이 있죠?
이넘들이 바로 메모와 인용을 혼동하는 작자들입니다.

인용을 하려면 독자를 향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게 최고 서비스입니까?
원 뿌러스 원이 최고 서비스인가요? 아니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원산지 표기, 내용물 표기 정직하게 하는 게 진짜 서비스죠.

인용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직접인용이고,
남의 말을 자신의 말투로 옮기는 게 간접인용이죠.
둘 다 필요해요. 그렇지만 둘을 섞어 쓰면 안 됩니다.
뭐뭐...했다 라는...
이 표현부터 고쳐야 합니다.

SBS 뉴스 - 아직은 환율이나 실적이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 아니라는

한겨레 - 두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진정한 세계 최고는 아니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 아니라는

조선일보 - 근본적으로 촛불집회를 막는 것이 위기탈출책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아니라는

한국경제 - '믿음'을 쌓을 수 있는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결코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이 내 신조
=> 없다는

직접인용을 하든지, 간접인용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하세요.
직접인용보다는 간접인용이 한 단계 상위 기술이지만,
오늘은 직접인용 연습만 해보겠습니다.
직접인용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단계 기술인 간접인용을 잘 할 수 있어요.
모든 일에는 순서란 게 있잖아요.
전문용어로 '지소선후 즉근도의'라고 합니다. <<대학>>의 한 구절이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알면 도에 가까울 것이다.

인용 사례를 종류 별로 몇 개 들어 볼게요.  

SBS 공개홀, 요리 방송 오디션을 앞둔 어느 조리사. "퓨전 요리가 왜 생겼는지 아세요? 유명한 요리사 밑에 들어가서 기술 배우려면 보통 7년이에요. 하도 지겨우니까 독립하는 거죠. 자기가 아예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서..."

김수행,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부록] 시험문제 모음" 에서. "자본은 흡혈귀와 같다. 해설하라."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나온다. 예를 들어 설명하라."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 SBS 스페셜, 2008년 6월 15일, <윤봉길은 이렇게 총살됐다>, "윤봉길 의사의 특공작전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10만 명의 대병력으로 1932년 중국 상해를 점령해서 완전무장한 일본 군대의 3중의 경계망을 뚫고 수행한 특공작전이기 때문에 절대로 이건 테러가 아니라 이건 특공작전입니다."

오늘 과제는 영화 속 명대사를 한 문장으로 인용해 보는 겁니다.
한 문장으로 작성하되 그 앞에 괄호를 치고 괄호 안에 영화 제목과 영화 속 등장인물 이름을 적으세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김선생이 서사장에게), “내가 청진기 대면 딱 나와. 나, 김선생이야.”

여기서 제가 백윤식 대신 김선생, 임하룡 대신 서사장이라고 썼습니다.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 내용 인용할 때 등장인물 이름을 정확히 표기하는 게 좋아요.
배우 이름으로 인용한 글은 메모지, 인용이 아닙니다.  
극중 이름을 적고 그 대사가 이루어진 앞뒤 상황까지 함께 적으면 더 좋죠.  

예를 하나 더 들게요.

(영화 <여인의 향기>,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슬레이드 중령이 찰리에게)
“작은 것을 종합하면 큰 것을 알 수 있단다.”

영화 내용을 인용할 때는 극중 이름과 대사의 맥락까지 적어라! 잊지 마세요.
이런 걸 잘 해야 나중에 단행본, 정기간행물, 논문 같은 거 인용할 때도 잘 할 수 있어요.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서 계란 한 판 사죠.  
집에 와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둡니다. 하루이틀은 상관없어요.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서 계란 후라이를 해 먹으려고 하는데 좀 꺼림칙합니다.
이게 언제 산 거지? 상한 거 아닐까?
그래서 베테랑 주부들은 계란을 샀을 때 싸인펜으로 구입날짜를 적어둡니다.

인용 비법도 이와 같아요.
인용할 때 출처를 적어둬야 나중에 번거롭지 않아요.
나중에 날짜 알아보려고 마트 영수증 찾아서 계란 항목 찾아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짜증나거든요. 그냥 계란 버리고 말지...

계란을 사면 날짜를 적어 두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럼 날짜만 정확히 적어두면 되냐... 그렇습니다. 날짜 대신 회차를 적어두어도 좋습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2008년 6월 11일 방영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97회, “이외수”편.

TV 프로그램 같은 경우를 보죠.  
우리가 평소 가장 많이 접하는 게 TV입니다. 책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죠.
저는 TV에서 글쓰기 소재, 즉 글감을 가장 많이 얻습니다.
작가라고 해서 맨날 셰익스피어 읽고 플라톤 읽는 거 아니거든요.

인용출처를 정확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써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전문용어로 아까비... 죠.

예전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외수 씨는 뭐라고 뭐라고 하더라...
“무릎팍도사 97회에 출연한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두 문장 중에 어떤 게 힘이 더 셀까요?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정확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고, 개념규정하고, 또 재규정하여, 한 줄 메모로 남겨라...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셨던 메모 중 몇 개를 뽑아왔어요.  

변상진 : 두 번째 주 수요일 19시18분에 삼성역7번출구 앞 선녀호프에서 맥주 각1000씩합시다.

잘 하셨습니다. 가르쳐드린 대로 그대로 하셨죠?
변상진 씨는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평생 잊지 않으실 겁니다.
EBS 반디게시판에 직접 써 보셨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이 이해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장윤호 :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겠다.  
 
그렇습니다. 적으신 것처럼 그게 바로 메모의 목적입니다. 어제 쓴 글보다 더 낫게 쓰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야 글이 발전합니다.

인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원문 문구를 임의로 바꾸지 마세요.
전문용어로는 이걸 '전의(傳疑)'라고 합니다. 의심나면 의심나는 대로 옮기라는 말이죠.
일단 옮겨놓고 나서 인용문 밑에 자기 의견을 덧붙이세요.

어떤 책에서 '획정'이라는 단어를 봤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거 '확정'의 오타 같거든요. 그러면 고쳐도 될까요? 안 됩니다.

획정 : 劃定 <명사> 구획을 정함.
확정 : 確定 <명사> 확실하게 정함.

인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문 그대로 옮기는 겁니다.
설사 맞춤법 틀린 게 명백해도 그냥 옮기세요. 그러면 독자들도 다 알아요.
편집하지 마세요. NG  장면 그대로 놔두세요.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글쓰기 쌩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긴 글을 한 줄로 요약해 보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긴 글을 요약하는 거, 어렵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겁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9-02-08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readmefile.net/blog/trackback/69 펌글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