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통신 2013-5호 부산장안고 2학년 1반
‘요요현상’을 조심해∼!
안녕, 우리반 친구들~
이제 2학년 된지 석 달 지났다. 시간 참 빠르지?
농사에서 ‘깐깐 오월, 미끈 유월’이란 말이 있어.
보리가 익기까지 오월은 참으로 지루하게 안 가다가, 보리를 베어먹고 나서 단옷날 씨름 한 판 하고, 그네 좀 타고~(추천 놀이~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하노라면, 언젠가 유월은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는 말이겠지.
여름이 돼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으려니깐 ~ 어휴~ 내 몸매가 넘 적나라하게 드러남. 그래서 요즘 정신적 만족감을 위해 헬쓰하는 책을 보고 있지. ㅋ~
거기 보니깐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체급별 운동선수 있잖아. 왜.
65kg이하급~ 이런 거.
그런 애들은 보통때 한 10킬로그램 더 나간대. 70~75kg.
그러다가 시합을 앞두고, 계체량(計體量)하는 날이 오면, 일주일 새 5~10kg을 뺀대.
물만 먹고, 땀 쫙쫙 흘리고~ 완전 굶으면서 사우나 가서 죽을 맛으로 살을 빼지.
평소에 운동을 해서 적절한 체중을 조절하면 그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런데 왜 그럴까? 운동선수가 게을러서 그럴까?
아니, 그건 작전이라는구나.
65kg급이라도, 65kg과 70kg이 싸우면 몸무게 많이 나가는 사람이 유리할 거잖아.
그러니깐, 평소에 65로 유지하기보다는, 평소에 70 이상으로 유지하다가, 계체하는 당일에 겨우 통과할 정도로만 살을 조절한대. 이들이 노리는 효과는? 바로 요요현상~!
계체에 통과하고 나면, 이들이 먹는 음식은 그대로 쏙쏙 살과 근육으로 들어가는 거지.
한 2~3일이면 5~10kg이 원위치로 돌아가는 거래. 훌륭한 작전이지?
그래서, 이렇게 다이어트 하면 완전 망하는 거지.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굶고 허기지다가 먹는 순간, 그것들은 모두 지방으로 화해서 뱃살로 축적되는 원리. 그 이름도 두려운 요요~!
42.195km을 달리는 마라톤 선수에게 물었대.
가장 힘든 구간이 어디입니까?
어딜 거 같애? 35~40km 구간이면, 호흡이 가빠오면서 죽을 거 같다기도 하던데...
그 구간은 바로 당일 아침 집을 나서는 ‘현관’에서 ‘대문’까지의 거리래.
출발하기 싫은 거지. ㅋ~ 나서는 순간 그 힘든 코스를 달려야 하니까.
이쁜 아이들아.
이제 미끈 유월이 코앞으로 다가왔구나.
다음 주면 모의고사도 있고, 한달 뒤엔 기말고사도 버티고 있고, 여름방학 계획도 잘 세워야겠고.
샘이 왜 ‘요요현상’ 이야길 했을지, 이해하겠지?
습관이란 거 말야. 그렇게 무서운 거잖아.
고치겠다고 마음 먹고 하루이틀 하고 나면, 작심삼일이라고...
바로 요요현상이 오듯, 게으른 몸으로 돌아가기 쉬운 것이 우리 몸이란다.
정독실 자리 앞에 ‘가고싶은대 희망하는과’를 적어놓는다고 입학사정관님이 이뻐하진 않을 거잖아.
몸이 이전의 자기 체질을 기억하고 있듯이, 우리 삶과 평소의 ‘습관’을 참 잘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구나. 중간고사 기간이면 그렇게도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체 해도, 시험 마치고 나면 몸은 금세 ‘요요’를 일으켜서 잠이 많아지고 잡생각이 많아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수능까지 아직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너희들에게, 가장 힘든 코스는, 고3이나 고3 여름방학이 아니란다. 바로, ‘마음먹기’의 순간. 현관을 나서서 마라톤에 참여하는 그 순간일거야.
세상만사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만, 선생님은 주변에서 공부할 때 좀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이먹고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단다. 너희도 스스로 반성해 보면, 내가 이미 레이스에 접어들어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달리고 있는지, 아직 현관 앞에서 ‘나가? 말아? 어휴, 뛰려니 지옥이고, 포기하자니 쫌 그렇고.’ 이러고 망설이고 있는지 잘 보일 거야.
우리반 앞 창밖에는 주황색 이쁜 꽃이 한창이란다.
석류꽃이야. 독특하게 생겼고 참 이쁘단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대. ㅎㅎ 남자는 미녀를 좋아하니깐, 남자는 석류를 좋아하는 여자를 좋아하려면, 석류꽃도 알아야 함. ^^)
석류꽃이 이쁘게 피었어도, 그걸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우리학교 문과반 앞에 석류나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졸업생은 얼마나 될까?
세상은 그런 거 같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인생이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하게 되는 사람에겐, 자신에 대해서나 삶의 이치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때 보이는 세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보일 수 있는 것 같아.
잔소리가 공부하란 소리만은 아니란다.
막연한 future는 ‘미래’라고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futere는 ‘장래’라고 한단다.
‘미래희망’이라고 하지 않고 ‘장래희망’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지? 너희는 미래의 엄마, 아빠일 것이고, 미래의 아줌마, 아저씨일 것이고, 미래의 영혼들이 되겠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고, 너희의 ‘장래’는 오늘의 ‘나쁜 습관’이 ‘요요현상’을 불러오느냐, ‘좋은 습관’이 ‘선순환’을 일으켜, 점차 나아지는 자신을 만드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너희 몫이라 여겨 또 잔소리를 하는 거야. 선생님은 원래 잔소리꾼인 직업이거든. ^^
미끈 유월~ 다 보내고 한숨쉬지 말고, 계획 세운다고 ‘스케줄의 여왕’으로 등극하지나 말고, 나의 ‘습관’이 근육질이 되도록 힘들어도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근육을 기르는 유일한 길임을 기억하자꾸나. 근육이 많아야 기초대사량이 많아서 숨만 쉬어도 살이 빠지는 것처럼, 습관이란 근육을 단련시켜야 ‘요요라는 함정’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 하는 잔소리다. 다요트에 열을 올린다고 저녁밥을 굶은 일은, 살을 부르는 일임을, 뽀오얀 지방을 수집하는 일임을 이해하겠니?
오늘 숙제, 우리반 앞 석류꽃 얼마나 이쁜가 쳐다보기
담임선생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