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6 - 1호                                   부산공업고등학교 2학년 금속과 2반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반갑다. 어제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이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배우는 선생님들 성함은 꼭 알고 지내기 바란다.

여러분의 2학년 진급과 금속과 2반으로 편성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희의 마음이야 어떤 것이든 새 환경을 맞게 된 것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축하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새로 한 해를 맞으며, 몇 가지 잔소리를 하자.

첫째, 사소한 학교 규칙은 지키고 가자.

너희의 자존심인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말을 담임 선생님이 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학생답게 단정하게 자르면 좋겠다.

그리고 아침 8시 반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등교해 주기 바란다.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아파서 늦게 오는 경우에는 꼭 보호자께서 연락을 주시도록 해라. 그것이 살아가는 예의다. 문자 보내거나 너희가 전화하면 그건 몽땅 사고로 처리한다.

학교에 오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하기 바란다.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도 외우고, 이런 저런 숙제도 좀 하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하는 식으로 조회 시간까지 기다리자.

지각생이 생겨서 늦게 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자습을 한다.


둘째, 담임 선생님을 ‘간섭하는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보통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는 학생 야단치고, 흡연 학생 벌주고, 종례 시간에 꾸중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열여덟 살이나 먹은 너희에게 그런 잔소리나 하는 담임 선생님이 필요할까? 너희가 사소한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면, 올해도 역시 그런 잔소리꾼 담임 선생님을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가 그 사소한 규칙들만 잘 지켜 준다면, 아침 조회 시간에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얼굴로 하루를 열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곤란한 이야기’,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부모님과의 충돌’ 등등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날마다 해골이 복잡한 것이 너희 청소년이다. 고민 없이 산다면, 그건 할아버지가 아닐까? 모두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 고민을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훌륭한 청소년도 있겠고, 그 고민을 핑계로 자기 인생을 야금야금 좀먹는 빙시~같은 청소년도 있겠다.

선생님이 너희의 고민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너희가 마음을 열어 보기 바란다. 혹시 알아? 좋은 일이 생길는지…


셋째, 게임의 법칙을 알면 게임이 즐겁다.

우선, '게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게임을 하나 생각해 보자.

게임의 법칙 하나. 모든 게임은 시작할 때 레벨 1에서 시작한다.

내가 레벨 1에서 버벅거릴 때 높은 지력과 마법을 쓰는 사람도 원래는 1이었던 거다.

게임의 법칙 둘. 모든 게임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어떤 때는 한 시간 투자하면 한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두 시간 투자해도 별로 소득이 없을 때도 있고, 누구는 좋은 아이템을 잘 얻는데, 난 아닐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인정하면 맘 편하다.

게임의 법칙 셋. 게임은 레벨이 오를수록 어려워진다.

레벨 2로 오르기 위해서는 아주 허약한 몬스터 십여 마리만 처치하면 된다. 레벨 3으로 오를 때는 이십여 마리…. 레벨 10정도 되면 100여 마리. 여기까진 재미있고 쉽다. 하루만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레벨이 20이 넘어서면 하루에 1레벨 올리기도 어렵다. 3,40 레벨 정도 되면 한 레벨 올리기가 정말 어렵다. 이 때쯤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찾는다. 아니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새 아이디를 만들거나.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레벨이 오를수록 게임은 어려워진다는 것. 알아차려라.

게임의 법칙 넷. 게임을 하다보면 캐릭터가 반드시 죽는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너무 어려운 상대를 찾아가서 무리하게 득점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죽지 않으려면 적절한 상대를 찾아 꾸준히 득점하는 것이 요령이다.

게임의 법칙 다섯. 누구나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예외는 없다. 게임의 법칙 두 번째에서 게임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지만, 게임은 마지막까지 참고 진행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마지막 게임의 법칙. 퀘스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업그레이드가 훨씬 쉽고, 그리고, 이 게임의 법칙을 늘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게임이 정말 즐겁다.


넷째, ‘나’를 사랑하자.

ME의 그림자를 그려보면 WE가 된다.

우리 학교는 나빠, 우리 반은 별로야,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우리 아빠는 무능력해... 핑계로 돌리는 <우리>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란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지. 바로 <나>다. It's ME. 바로 ‘나’란 말이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 온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내가 최고 잘났다는 왕자병 환자의 발언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하는 노력’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저 꽃송이를 느낀다면, 우리 가정의 가난에 불만갖기 전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느님의 우주다. 그만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빛이고 별이고 꽃송이 같은 존재란 말이다. 꽃이 찡그리는 거 봤니? 늘 웃으며 살아라. 지나간 과거의 <그들>을 탓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다. 멋진 진학을 꿈꾸는 학생, 지금 여기의 나를 돌아보라. 멋진 취업을 원하는 친구, 지금 여기의 나를 느껴보라.

과연 나는 멋진 미래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우리의 고마운 인연을 소중히 관리해서, 내년에 너희가 3학년 올라가는 날, 너희를 만나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다고 추억하고 싶다.


유승준의 「비전」의 가사를 음미해 보며 잔소리를 마친다. 정말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을 생각 없이 체념한 듯이 맞이하고 있니?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그대로 보며 맞춰나가며 그대로 너는 정말로 행복한 거니? 누구를 위한 것도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차 버려! 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딛어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거야 (…울어버린 것만 같은 후회 뒤늦게 밀려올 때 그땐 늦게 될 꺼야 진정한 자신의 바램에 가깝게 가기 위해 꿈을 멈추어서는 안 돼) 네 삶을 사는 것이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발을 내!딛!어!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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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와락!!!

아영엄마 2006-03-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게임의 법칙~ 멋집니당~~ ^^

hnine 2006-03-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위해 선생님이 생각하고 다듬으며 보낸 시간,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주기 바랍니다.

깍두기 2006-03-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고뇌가 느껴지는군요.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이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기를...

글샘 2006-03-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말만 그럴듯 하지, 사실은 멋지지도 않답니다. ㅋㅋ
아영엄마님... 게임의 법칙, 괜찮은 생각이죠? 그래서 읽어야 하는 선생이죠.
hnine님... 속내를 들켰군요. ㅋㅋㅋ 아이들에게 글을 적어 주면, 내용보다는 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것 같애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아, 올해 골때리는 선생은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뭐, 이런...
깍두기님... 그나마 저는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니 이런 꼼수라도 쓴답니다. 오히려 오직 몸으로만 말해야 하는 초딩 선생님들이 정말 위대하시죠.

역전만루홈런 2006-04-1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이런 담임 선생님 평생 한분만 만나도 아이들의 인생은 확 바뀔텐데..
정말 멋집니다..

글샘 2006-04-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인생은 확, 바뀌는 게 아닙니다.
교사가 아이를 확 바꿀 수 있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까요?
조금 바꾸고, 조금 망칠 수 있을 뿐이죠. 망치지만이라도 않았으면... 하고 삽니다.
 

담임 통신 2005 - 5호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예술가에게…


우리 반 친구들에게 쓰는 네 번째 편지구나. 고등학교 들어온 지 이미 여덟 달이 지났고, 이제 두 달만 있으면 겨울 방학과 2학년 진급이 되겠구나. 오랜만에 잔소리 편지를 써 본다.


1. 너희는 <나>라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이다..

담임이라고 매일 아침마다 지각생 체크하고 벌세우고 쥐어박고 하다 보니 정작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사람은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아무 고통도 없이 살게 된다. 그저 엄마를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며, 배고프면 울고 금세 방긋방긋 웃고 살았다.

그러다가 말을 배우고, 지식을 익히고, 유치원, 학교라는 사회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기 시작하지. 그러면서 <선>과 <악>을 배우게 된단다.

어른들은 학교나 집에서 <선>한 것은 승자가 되는 것이고,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악>한 것은 패자가 되는 것이고,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사실 살다 보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은 <다르게> 태어났다. 머리가 좀 좋은 사람도 있고,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고, 말을 잘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비슷한 처지의 삶을 살게 되는 거다.

그런데 이 사회는 우리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려 든다. 그래서 자신을 완전하지 않다고 하는 심각한 <질병>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이 사회에 살면서 사회의 조종을 당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제라도 이것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우리는 진리 속에 태어났지만, 거짓을 믿으며 자랐다”는 사실을.

톨텍이라는 인디언 부족의 이름은 ‘영혼의 예술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우리는 모두 영혼의 예술가라는 것이지.

가장 훌륭한 예술이란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바로 이 삶을 사는 것은 바로 <예술>이고, 우리 모두는 <예술가>라는 거야.

우린 이제 <선>과 <악>으로 나누어진다는 <거짓말>을 믿지 말기로 하자.

그림자 <WE>에 매이지 말고 나의 본모습 <ME>를 되찾자는 말이다.


2. 믿음이야말로 인간의 강력한 힘이다.

어제 학급 석차와 계열 석차를 가르쳐 준 것은 너희를 <좌절>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나의 ‘위치’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적을 매기고 석차를 내는 것 자체가 우리를 숫자로 파악하려는 일이다.

내가 너희에게 그런 숫자들을 제시한 이유는, 과연 <이 숫자에 만족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볼 기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혈관 속에는 모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고, 그 핏속에서는 수많은 피톨들이 폐에서 산소를 받아 세포로 나르고 있으며, 수많은 신경 다발 속에서는 갖가지 자극에 반응하느라고 엄청난 에너지의 전류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완벽한 신의 창조물을 보고,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만든 <거짓말>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완벽한 인간이란 것을 믿기 바란다.

어렸을 때를 돌이켜 보기 바란다. 정말 공부를 못했는지…, 내가 정말 바보인지….

어린 시절 어머니들이 너희를 기를 때, 모두들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사회가 너희를 완벽하게 기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너>라는 사람 자체를 믿는 일, 이것이 스스로를 높여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3. 책 속에 길이 있다.

마지막 부탁 한 가지.

1주일에 한 번씩, 국어 시간에 책을 읽도록 했는데, 간혹 보면 몇 달 전에 빌린 책을 아직도 내 놓고 졸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난 이 말을 믿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을 읽으면,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책을 읽다 보면, 하고 싶을 일도 생기고, 가고 싶은 곳도 생긴다. 이야깃거리도 많이 생긴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친구들이라면, 부디 책을 많이 읽어라. 너희처럼 학교에서 공부 스트레스 적은 환경은 어찌 보면 일반계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행복하다고도 할 수 있지 않겠니?

우리 반 친구들이 이렇게 물어 본다면 피자라도 쏘겠다.

“선생님, 좋은 책 좀 소개해 주세요.”

삶이란 게임은 레벨이 오를수록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책이라는 벗을, 스승을 모시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게다.

나중에 대학에서 일반계 졸업한 친구들이 너희를 무시할 때, 이 말을 해 주는 것은 어떨까? 너희가 무의미한 수능문제 반복할 때,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고.

자기 홈페이지에 독후감을 간단하게 적는 습관도 좋은 방법이겠지.

남은 두 달, 행복한 교실이 되길 바란다.


召命 분수대가 차가워보이는 가을 날

너희가 <거짓말>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담임 선생님이 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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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2006-01-09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선생님이 된다면, 글샘처럼 좋은 말 해줄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싶어요..^^ 정말 글샘네반 아이들은 행운아들이예요.

글샘 2006-01-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꼭 선생님이 되세요.
그리고, 제가 꼭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실력도 갖추시고 사랑 가득한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담임 통신 2005 - 4호                                       부산공고 1학년 기계과 1반


소년을 얕보지 말라


우리 반 친구들에게 쓰는 세 번째 편지다.


1. 너 자신을 얕보지 마라.

고등학교 들어온 지 벌써 석 달이 지나간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희는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었고, 중간 고사도 무사히 마쳤다. 지난 주에는 수련회에도 다녀왔고…. 나날이 지각도 늘고 있고, 꾀병과 정신병으로 조퇴도 늘어난다.

바야흐로, 너희는 ‘工高生’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베든 포우엘의 시, 소년을 얕보지 말라는 글이 있다.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소년을 얕보지 말라 

                                                   베든 포우엘

소년을 얕보지 말라.

그 아이의 집이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이라고

그 아이를 얕보지 말라.

에이브라함 링컨의 집도

통나무 집이었다.


소년의 부모가 무식하다고

그들을 얕보지 말라.

세익스피어의 아버지는

그의 이름조차 쓸 수 없었다.


그들이 보잘 것 없는 직업을

택했다고 얕보지 말라.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도 땜쟁이였다.


신체적 결함이 있다고 해서

소년을 깔보지 말라.

밀턴도 맹인이 아니었던가.


소년을 얕보지 말라.

그들은 인생항로에 있어서

언젠가는 앞장설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불친절한 일이고

온당치 않은 일이며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너희 중 많은 수는 스스로를 얕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가정의 환경이 친구와 비교해 보니 부족하다고 해서, 나에게 신체적인 결함이 있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가질 직업이 보잘 것 없다고 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를 얕보지 마라.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온당치 않은 일이고, 무례한 일이다.

 

2. 약한 친구에게 아량을.

우리 학급에는 서른 네 명의 친구들이 생활한다. 그렇지만, 서른 네 명은 모두 참 다르다. 힘이 센 친구도 있고, 약한 친구도 있다. 말을 험하게 하는 친구도 있고, 말수가 아주 적은 친구도 있다. 겁이 없는 친구도 있고, 겁이 많은 친구도 있다. 교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친구도 있고, 매일 몇 번의 교칙을 어기는 친구도 있다.

바로 이런 곳이 세상이다.

내 주변에는 나보다 나은 면이 있는 친구도 있고, 못한 면도 있는 친구도 있지만,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인간적으로 <열등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명심 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착한 일을 한다고 바로 복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앙은 멀어지고, 나쁜 일을 한다고 바로 재앙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복이 멀어진다.>고. 내가 저지르는 잘못은 반드시 내게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나 하나 좋자고 마구 개발한 환경은 우리에게 재앙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던가.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 늘 잘할 일이다. 그것이, 부족한 내가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다. 약한 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 약한 <비겁자>는 되지 말자.


3. 기타 등등 잔소리.

첫째, 유월 한달은 몽둥이 강조 기간.

흐트러진 너희를 일깨우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지각하는 사람. 청소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 무단 결석. 주번활동하지 않는 사람. 수업 시간에 지적받는 사람. 선생님들께서 1기1 수업 들어오기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것도 몇 사람 때문에. 몸조심해라.

둘째, 기말 고사는 6월 28일(화) - 7월 1일(금).

중간 고사 망치고 부모님께 ‘다음 기회’를 외쳤던 거짓말쟁이들. 정신 차려라.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주제에 변명까지 나불대지 마라. 오직 몸으로 노력하고, 점수로 말하고, 성적으로 반성할 일이다. 다시는 다음 기회란 없다. 부모님 얼굴 떠올리면서 밤을 새워라.

셋째, 수행 평가에 게으르지 말라.

우리 학교는 시험이 쉽다. 반면, 수행평가는 비중이 큰 편이다. 수행 평가를 우습게 보다가는 작은 코 뭉개진다. 과목마다 30-40점이 수행평가로 들어간다. 이미 지나간 것이라도 기본점이라도 받도록 노력해라. 순간의 게으름이 평생을 좌우한다.


4. ‘개구리 법칙’을 떠올려라.

개구리가 뜨거운 맛을 보면 팔딱 뛰쳐나가지만, 미지근한 물에서는 데어 죽는다. 게으름에 물들어 시들어가지 않으려면, ‘나쁜 습관’은 <지금 당장> 정신 번쩍 차리고 내던지기 바란다.


召命 동산에 초여름이 오는 날


게으른 공고생이 되어가는 너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담임 선생님이 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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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해콩 2005-05-3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왜 저는 지난 학교에서 이런 맛깔스럽고 통쾌한 펀치를 날리지 못한 걸까요? 애처럽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분명 게으르고 핑계대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 오늘... 우울한데 잠시 밝아지네요.

글샘 2005-05-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1교시가 홈룸 시간인데, 이거 나눠주고 잔소리 좀 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펀치에 짜식들이 나가 떨어질는지... 잔소리하면 알아듣는 놈이 하나라도 있겠죠.

기억하겠습니다!해콩 2005-06-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한문수업은 각 반마다 두 시간씩이랍니다. 한 시간은 한문이론 수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글들을 읽으며 덤으로 한자, 한자어 공부까지 하는 시간이지요. 이름하여 '삶을 가꾸는 글읽기'... 갑자기 제 수업안내라니...생뚱 맞죠? 실은 부탁이 있어서요... 이 글을 '삶을 가꾸는 글읽기' 수업자료로 활용하고 싶어서요.. ^^; 시가 너무 좋아서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그것만으론 내용이 너무 짧기도 하고 또.. 샘의 편지글은 공고생 뿐만 아니라 저희 학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여.. 조심스럽게 여쭙습니다. 조심... 조심...소심...황당하시고..당황스러우시죠?

글샘 2005-06-0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시간에 쓰시다니... 정말 당황스럽군요. 그냥 모르게 살짝 쓰시지... 수업 시간에 쓰는 건, 저작권에도 문제가 없는데... 하긴 이런 편지글 따위로 저작권 운운하는 건 좀... 작년부터 틈틈이 쓴 편지들이 있는데, 편집해서 쓰시든지... 해콩님 자유로하시길...

기억하겠습니다!해콩 2005-06-0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모르게 살짝 쓰려고 하다가.. 그래도.. 허락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다음부터는 그냥 살짝!!
 

 

담임 통신 2005 - 3호                                       부산공고 1학년 기계과 1반


목표를 세웠으면, 도전하자.


우리 반 친구들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다.


1. 내 인생에 지각하지 말자.

오늘은 8시 10분에 지각자 체크를 했다. 어떤 학생은 8시 10분은 너무 이른 시각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아, 명심(銘心, 마음에 새김)해라. 세상은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살아야 하는 피곤한 쳇바퀴 속임을. 어떤 집단에서든 정해진 시각에 맞춰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니, 오히려 출근 시간보다 이삽십 분 일찍 출근해서 청소도 하고 그날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 보통의 직장인들이란다.

부디 수요일에는 지각자가 한 명도 없기를 빈다. 정말 그 날은 굵은 몽둥이로 종아리를 다섯 대씩 때릴 예정이다. 너희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등교 시간도 제 맘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주는 부디 8시 10분을 모두 지켜 주기 바란다.

대신, 수목금토 나흘간 지각자가 한 명도 없다면, 다음 주부터는 지각자 체크 시각을 8시 30분으로 늦춰주마. 나흘간 종아리를 맞는 사람이 생기면 등교 시각은 점점 앞으로 당길 것이다. 혹독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체 생활에서 나 혼자의 잘못으로 나 혼자만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수단이니 제발, 지켜주기 바란다.

담임이 멋대로 되도록 놓아 두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세상에 가장 불쌍한 인간은 ‘이별한 인간’이 아니라 ‘잊혀진 인간, 기대받지 못하는 인간’임을 배우기 바란다. 너희에게 기대하는 것은 제발 들어라.


2. ‘나’를 사랑하자.

국어 시간에 ME의 그림자가 WE라고 했던 거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는 나빠, 우리 반은 별로야,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우리 아빠는 무능력해... 핑계로 돌리는 <우리>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란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지. 바로 <나>다. It's ME. 바로 ‘나’란 말이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 온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내가 최고 잘났다는 왕자병 환자의 발언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하는 노력’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저 꽃송이를 느낀다면, 우리 가정의 가난에 불만갖기 전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느님의 우주다. 그만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빛이고 별이고 꽃송이 같은 존재란 말이다. 꽃이 찡그리는 거 봤어? 늘 웃으며 살아라. 지나간 과거의 <그들>을 탓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다. 멋진 진학을 꿈꾸는 학생, 지금 여기의 나를 돌아보라. 멋진 취업을 원하는 친구, 지금 여기의 나를 느껴보라. 멋진 미래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3. 중간 고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는 모두 엉터리가 된다. 처음은 그만큼 중요하다. 첫 중간 고사. 고등 학교 시험 중 제일 중요한 시험이다. 그런데, 다들 잘 치고 싶다는 의욕은 있지만, 잘 칠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전산 숙제를 하는데, 2진수, 8진수, 18진수로 만들 줄을 모른다. 그게 바로 시험 문제이거늘... 모르면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 보고, 베끼더라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간 고사 준비임을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학생아. 25일-28일까지 시험이니까, 9일부터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영어와 수학을 복습, 또 복습해야 한다. 실업계 시험 문제가 쉽기는 하지만, 평균 100점이 나오게 내지는 않는다. 2+3을 내지는 않는다. 적어도 교과서 문제는 다 풀 수 있고, 교과서 영어 문장은 중요한 것은 줄줄 외워서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2주 정도 기간을 잡아서 <제 1차 학습> 1주일은 전 과목의 시험 범위를 죽- 읽어 본다. 그리고 컨닝 페이퍼를 만든다.(이 컨닝 페이퍼를 실제로 쓰면 큰일난다.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로 압축된 시험에 출제 가능성 높은 것들은 적는 컨닝 페이퍼는 시험 1주일 전에 완성하라. 컨닝 페이퍼의 형식은 과목에 따라 다르다. 어쨌든 전과목의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라. 시험에 나올만한 걸로 정확히 추출해서. 무식한 놈은 잘하는 친구의 컨닝 페이퍼를 베껴라. 베낀 놈이 원본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 범위는 정확하게 알아 두는 것은 기본이다. <제 2차 반복 학습> 시험 1주 전부터는 문제집도 풀고, 컨닝 페이퍼의 내용을 정확하게 암시한다. 시험 감독이 엄하므로(감독이 2-3명), 컨닝 페이퍼는 볼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문제집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꼭 봐라. 프린트만 달달 외워서는 만점을 받을 수 없다. <제 3차 반복 학습> 그리고 시험치기 전날에는 다음날 칠 과목의 컨닝 페이퍼를 충실히 챙기고, 배부한 프린트, 노트를 확실하게 반복 학습한다.

이렇게 세 번을 보고 시험에 임한다면, 인문계 진학한 친구들이 침을 흘릴 대학 진학, 주변의 어른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부러움을 흘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멋진 아내 감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밝은 미래에 가까워진다.

학원을 믿지 마라.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지, 전문가가 도와줄 수 있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법. 선생님을 믿고 최선을 다해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활용해라.


4. 인생은 유도의 낙법 연습이다.

낙법은 유도의 기본이며, 낙법은 넘어지는 연습, 지는 연습, 실패하는 연습의 반복이다. 한 술 밥에 배부른 사람 없다. 처음부터 성공하겠다는 꿈은 너무 뚱뚱하다. 넘어져도, 또 넘어져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목표를 가진, 도전하는 사람.


마지막 부탁, 이 종이 버리지 마라.


召命 동산에 목련이 만발한 봄날,


책임 회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고등학교 생활을

멋지게 완성해 나가길 바라는 담임 선생님이 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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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4-0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글을 받다니 정말 행운아들이네요..
특히 ME의 그림자가 WE라는 말씀 깊이 와닿네요.

글샘 2005-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짜식들, 나같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니 너희는 얼마나 운이 좋으냐... 하고요. 어리석게도... 요즘엔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갖게 된 우연했던 내 삶의 갈림길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열여덟 나이에 고지식했던 제가 그 때는 별로 인기도 없던 교직을 택했던 <대사건>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난 일을 날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담임 통신 2005 - 2호(부모님 통신)               부산공고 1학년 컴퓨터응용기계과 1반


목표를 가진 고등학교 생활을 도와주세요.


반갑습니다.

아이들의 담임을 맡게된 교사입니다.

학생들을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시키신 학부모님의 마음은, 우선 우려가 많이 되실 것이고,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해서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크실 것입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총 35명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중학교에서 67%-73%의 성적을 얻어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친구들이어서, 학습에 관심이 적고 고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가 쉽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마음을 누르고 있을 수도 있고,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 담임으로서 일년간 학생들을 지도할 방향을 말씀드리고, 부모님들의 협조를 얻고자 가정 통신을 띄웁니다.


우선,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나 부모님들께서도 청소년기에 얼마나 정서적으로 날카로웠던지 떠올리신다면 학생들과 좀더 원만한 관계를 가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소한 잘못들을 하는 것은, 원래 못된 인간이어서라기 보다는, 쑥쑥 자라는 육체에 비해서 아직 마음이 올바른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학교의 역할은 건강한 신체에 아름다운 영혼이 올바른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을 믿고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요즘은 어느 가정에나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작은 억압에도 불만을 가지기 쉽습니다. 단체 생활에 따르는 규율이나 규칙들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들 수는 없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서 비난을 할 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상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에 건의할 것이나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는 사항은 담임과 상의해 주시면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학교 일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3월 28일부터 아침 8시 20분까지 등교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학생들이 8시 30분의 등교시간을 자꾸 어겨, 사회생활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등교시간을 조금 당겼습니다. 학생들이 절대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가정에서도 각별히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교 시간은 5시 정도가 될 것입니다. 게으름으로 인한 지각이나 결석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본교의 학생들은 비교적 고른 분포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자기들이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을 때 꿈도 꿀 수 없었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학원을 보내고 수능 준비를 시키시는 것은 불필요한 일입니다. 이 학생들은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게 됩니다.(빠른 학생은 2학년 2학기까지) 그러므로 1학년 때부터 내신 성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한 번 망친 내신은 학교를 다시 다니기 전까지는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중간, 기말 고사는 적어도 2주일 정도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내신 성적은 진학반이나 취업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본교에 진학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5월 22일(일)이 워드프로세서 필기 시험과, 7월 30일(토)의 한자검정시험에 응시하도록 지도할 생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험들이므로 학생들이 틈틈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함께 지도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꽃과 같고 별과 같이 밝고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그런데도 어려서부터 성공의 경험보다는 실패의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상당수입니다. 저는 1년간 우리 아이들에게 숨겨져 있던 꽃봉오리를, 별의 씨앗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국가에서 맡긴 담임입니다. 학생과 관련된 작은 일들이라도 항상 담임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말씀은, 이 아이들은 책을 읽어본 일이 너무나도 적은 아이들입니다. 제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볼 수 있도록 지도하겠사오니, 가정에서도 시간을 정해 두고 자녀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의 관심이 아이들의 가슴 속 <보석>을 일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끔 서점에도 가시고, 아이들과 같이 책 읽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도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은 학원도 아니고, 잔소리도 아닌, 독서 습관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생겨난 소신입니다.


드릴 말씀은 많으나,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학기에 한두 번씩 부모님 통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전화는 학교(607-3817), 휴대폰(016-9668-9750)이며, 이메일은 shy3042@hanmail.net입니다. 학교에는 문턱 같은 것 없습니다. 언제든지 무슨 일로든지 학생과 연관된 일은 연락 주시면 학생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 가정의 소중한 아이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긴밀한 협조를 이루는 보람찬 1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3월 24일


아이들의 담임선생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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