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옷치장한 나뭇잎들과

바알갛게 화장한 잎새들이

눈에 시린 하늘과

한껏 어울린 가을날.

갑자기 만난 터널의 검정색 차단,

바로 뒤에서

산모퉁이 바로 동아

내 마음을 먹먹한 당황에 맞닥뜨린

너,

무덤의 떼.

                       서울가는 고속철에서 휴대폰에 메모를 남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완강한 철길과 철길 사이에는

어느 곳에나 변함없이

노란 민들레나

파란, 내가 그의 이름을 몰라서 미안한 풀들이

여지없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주소와 존재도 모르고 있던 게

오늘따라 미안하다.

                        11. 05 서울가는 고속철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전교조 우리학교 분회장을 맡고 있는 0 0 0 입니다.


지난 28일 천성산 산행은 정말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에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이야길 드릴까 합니다.

요즘 뉴스에는 '교사들, 왜 이러나?'하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심할 정도지요.

십 년 전, 교사들이 촌지를 받고, 향응을 받고, 폭행을 한다고 선정적으로 집중 보도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뒤, 교육개혁과 함께 교원의 정년이 3년이나 줄어드는 폭력적인 정책이 발생했습니다. 국민이 찬성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 때, 원로교사 한 명 나가면, 신규 세 명 뽑을 수 있다고 달콤한 말로 국민을 우롱했지만, 사실 신규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즈음, 벌어지는 일련의 폭력 교사, 도박 교사, 성추행 교사 들의 보도 이면에는, 국민의 정서라는 객관적이지 못한 정서를 이용하여 <교사 구조조정>을 꾸미고 있는 시도가 숨어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전교조에서 오버하는 것이라면 저도 정말 좋겠습니다.

성과급을 그냥 주는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저도 좋겠습니다.


10년 뒤가 되면, 학생 수와 학급 수가 급감합니다.

그 때, 교사를 대폭 줄여야할 필요를 정부는 깨닫고 있습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교사 구조조정을 학교의 선택에 맡긴 바 있습니다. 음미체 과목을 성적 내지 말자고 했다가 물러선 사례도 있습니다. 대학입시와 관련없는 과목은 대폭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2015년이면 중학교 교사 40%, 초등학교 교사 50%가 과원의 대상이 됩니다.)


올해부터 성과급을 50%는 차등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빨리 나오고 별 탈없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입니다만, 내년부터는 100% 차등 지급을 하겠다고 하며, 이후로는 교사를 S, A, B, C 등급으로 가르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연공 서열 순으로 십여 만원 더 드리고, 손해보는 일은 별무상관이었지만, 교원 평가제와 맞물려 이제는 C등급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동료 교사와 성과급, 평가제를 놓고 경쟁해야할 날이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요즘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을 보며, 국민들을 이렇게 호도할 것입니다.

“문제 교사는 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훌륭한 교사에게 성과급을 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 S등급과 C등급의 선생님을 어떻게 가를 것인지,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 맡겨 드릴 수 있을까요? 그런 기준이 있겠습니까?


이제까지는 교사가 노동자와 다른 측면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임금 협상과 부당한 해고를 숱하게 당하고, 인격적으로도 무시당해 왔지만, 교사들은 국가에서 임금을 꼬박꼬박 지급했고, 정년이 보장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대우받아 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진보 지식인 집단의 양상을 많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노동조합이 절실하게 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격적인 임금 투쟁과 부당해고 반대 투쟁을 벌이게 될는지도 말입니다. 성과급 거부 투쟁은 임금 투쟁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로 이미 확정한 바 있고, 미루다가 방학 중에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등급간 최고 차액은 46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경력이 적다는 이유로 최하 등급을 받고, 몇 년 누적되면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에 긍정의 시선을 보내시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전교조가 오지랖 넓게 각종 사안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에 못마땅한 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 문제,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문제, 환경 문제 등에 두루 깊이 관여하고 있어서, 어쩌면 본분이어야 할 <아이들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틈나는 대로 건의도 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문제들이 하나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교직에도 물밀듯 밀고 들어와, 각종 혁신 학교, 외국인 학교는 저 앞에서 달려가고, 나머지 공립학교는 계속 지체되는 일이 눈 앞에 보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10년 안에 교사에 대한 구조 조정이 닥쳐왔으니까요.


다른 학교들에서도 성과급을 반납하여 <교원 평가와 성과급>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셔서 조합원이 아니신 선생님들께서도 대거 참여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본교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의 동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꿀물 몇 푼 받아쓰는 데 급급해서는 앞으로 닥쳐올 <독>에 대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뜻을 같이하시는 분들은 일단 교무실에 붙여둔 <교육부에 보낼 항의 서명 용지에 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구 사항은,

1. 차등성과급 확대를 강행할 경우, 전액 반납한다.

2. 성과급을 전액 수당화하여 교직 연구 수당으로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이후, 방학 중에 각 선생님들의 통장으로 성과급이 입금되거나 하는 경우, 제 명의 통장을 개설하여 알려드릴 것이오니, 제 통장으로 입금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오늘 드린 말씀이 몇 년 후, 쓸쓸한 웃음거리로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 오버한 것으로 말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006년 7월


걱정만 많은 동료 교사가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토익을 990점 맞는 중딩들이 인터넷 뉴스에 자주 오른다.

그 아이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연 토익에 그렇게 목을 매다는 이유는 뭔지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토익 시험처럼 리스닝과 리딩만으로 영어를 잘 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인데... 언어란 말하는 사람의 철학과 사고 방식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소리를 말하고 듣는 것은 중요한 것이 전혀 아님을 왜 모르나.

취업 준비생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는 토익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시간나는대로, 토플, 텝스, 일본어능력시험, 한어수평고시도 그려볼 예정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타지마할 2006-04-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다고 별 뽀족하게 저항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죠.
 

담임 통신 2006 - 2호                                   부산공업고등학교 2학년 금속과 2반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반갑다. 

옛말에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있다.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말이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렴.

봄이란 건, 따뜻하기만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겨울부터 여름으로 넘어가는 스펙트럼의 다양한 지점을 봄이라고 한다. 그런 걸 분절적으로 일컫는 말이 ‘봄’이다.

‘봄’은 ‘보다’라는 말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볼 만한 꽃이 학교 곳곳에 만발하는 계절이다.

운동장 아래 벤치 위로는 벚꽃이 만개하였고, 이름도 잘 모를 붉은 꽃송이들이 교정에 가득하다. 저희들을 보아 달라고 저렇게 아름다운 빛깔을 내세우고 있는데, 좀 봐 줘라.

우리 위로 푸른 하늘이 열려 있고, 바로 내 등 뒤에 푸릇푸릇한 새 순이 손짓을 하는데, 모른 체 살아가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2학년이 된 것도 한 달이 지났다.

올해 우리반은 아직까지 결석이 한 번도 없는 훌륭한 반이다.

선생님은 요즘 아침 조회 들어올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다. 깨끗한 출석부.

좀더 욕심을 낸다면, 일년 내내 결석이 없는 학급을 만들어 보자. 그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이루는 것이니깐. 결석은 진학과 취업에 좋은 것이 없으니,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바란다.


시인 엘리어트의 ‘황무지’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단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첫 구절은 아주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4월이 왜 잔인하다고 했는지는 사람들이 잘 모른단다. 겨울의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는 봄비를 아름답다고 하지 않고, 왜 가장 잔인하다고 했을까? 이 시인은 말한단다. 겨울은 오히려 하얀 눈에 덮여 포근했던 휴식의 시간이었다고. 이제 봄이 되어 온 세계의 생명들은 힘든 일생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 삶은 고통으로 일관된 것이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쓰는 편지글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제목을 붙였다.

너희가 알아야할 대부분의 상식은 열 살이 되기 전에 다 익혔단다.

부지런하게 살아라. 책을 읽어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라. 지각하지 마라.

선생님이 열 여덟 너희에게 그런 잔소리를 해서는 안 되겠지?

오늘은 46년 전, 이 땅에서 있었던, 잔인했던 4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너희가 4.19라고 들어서 알고 있는 사건.


1960년은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의 부정 부패, 언론에 대한 탄압, 미군원조 축소에 따른 경제적 붕괴, 학생운동 탄압 등의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시기였단다.

그런데, 간크게도 자유당 정부는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여기에 저항하여 전국에서 부정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일어났단다. 그러던 중, 4월 11일 실종되었던 김주열 학생이 마산 앞바다에서 왼쪽 눈에 미제 최루탄이 박힌 시신으로 떠올랐고, 시위는 급격히 확대되었지.

그런데도 이승만은 시위를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고 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체 했고,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정치깡패들의 습격을 받는 사건 이후, 19일 서울에만도 3만 이상의 시민과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고, 대통령 집무처 경무대로 수천 명이 전진하자 경찰이 발포하여 이날 자정까지 서울에서 약 130명이 죽고 1,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지.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결국 이승만은 26일 하야하고 하와이로 도망치고 말았어.


부정을 저질러 자기만 잘 살겠다고 하는 독재자의 종말은 언제나 비극적이란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잘 살자는 것도 있지만, 올바로 살자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일일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월급 많이 받으며 편안하게 사는 삶? 예쁜 아내를 맞아 아이들을 잘 기르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삶?


어른들이 너희에게 꿈이 없다고 야단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 않니? 요즘 아이들은 영 ‘꿈’이 없어서 큰일이라고.

2,30년 전, 가난하던 시절엔 은행원, 회사원이 되어 <먹고 사는> 꿈이 있었단다.

그런데, 우리 나라가 이제 좀 부자가 됐잖아. 그래서 <먹고 사는> 건 꿈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 그럼, 너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 봤니?


너희도 알겠지만, 너희가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긴 어렵고,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하는 공무원이 되기는 정말 어렵단다. 앞으론 공무원도 점점 줄어들테고, ‘비정규직’ 자리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단다.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은 한정되어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리도 많은 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 미래의 한국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너희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내신 성적을 높이는 것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단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거야. 물론 시험 준비도 잘 하고, 수행 평가도 열심히 내고, 수업에도 잘 참여해야겠지만, 너희 나름대로 ‘실력있는 사람’,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이제 잔인한 4월이 오면, 신문에 ‘데모’ 소식이 자주 실릴 것이다. 인터넷 뉴스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프랑스에서는 ‘노동 시장 유연화’(노동자를 쉽게 자르는) 법안 때문에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길거리에 나서서 난리가 아니란다. 한국은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 상황이 훨씬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미리 대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하늘과 땅만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너희가 할 일은, ‘바로 사는 길’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다. 무슨 공부냐 하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연예인 뉴스나 읽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좀 공부하란 말이다.

세상은 아주 빨리 변하는 것 같지만, 참 바뀌지 않는 측면도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기는 측면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지만, 이미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많은 재산을 가진 자들 중심으로 모든 제도가 돌아가는 것은 참으로 바뀌지 않는다.


작년에 APEC이란 회의 이후로, 외국 쌀이 들어오게 되었고, 한국 영화 상영 의무도 줄이게 되었다. 앞으로 엄청난 파도가 밀어닥치면, 작은 일자리들은 그 파도에 쓸려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선생님이 게시판에 붙여주는 읽을거리들이나, 뉴스를 읽으면서 생각을 키우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4월은 잔인하다는 둥, 하면서 심각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건 멀리 봐야 하는 이야기고...

날마다 교실에선 ‘항상 웃자.’


2006년 벚꽃 만발한 소명 동산에서


너희의 행복을 비는 담임 선생님 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