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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 배너 주니어.해럴드 C. 캐넌 지음, 이창신 옮김 / 풀빛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 앞에 선 지 벌써 17년하고도 반이 넘었다.
학교도 다섯 번째 옮긴 셈이고, 아이들도 숱하게 만났으며, 끝도 없이 많은 수업을 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업에 대해서, 아이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결론은 없다.
매 시간 수업은 어렵고, 한 아이 한 아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
수업은 준비해 간 자료를 풀어 버리는 일방 통행이 아니기 때문이고, 아이와의 만남도 문화 전달자로서 주고 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엔 항상 다양한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반응한다. 떠들고, 장난치기도 하고, 눈을 피해 즐기는 놈도 있고, 온갖 고민으로 죽을 상을 한 아이도 있다.
한 마디로, 내가 준비해 간 수업을 열렬히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는 한 두명에 불과하다. 그 한 두명은 개인적으로 나를 좋아하거나, 나의 수업 방식에 매료되어(어디 가나 이런 비정상적인 1%는 있게 마련이다.ㅋㅋ) 또는 성격 형성이 잘못 되어 무조건 수업에 열중하는 아이들이다.
특히나 이 땅에서 국어 교사를 한다는 것은, 특정한 정체가 없는 일이어서 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문법만 가르친다면 딱딱할텐데, 문학도 가르치고, 언어학도 가르친다. 그렇지만, 잡다하게 가르치다 보니 솔직히 전문성이 떨어지긴 한다.
담임으로서, 교과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만나는 일은 지극한 즐거움이면서,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담임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얼마나 할 일이 적은지 모른다. 비담임의 가장 큰 홀가분함은 딸린 아이들이 없다는 데 따른 해방감이다. 담임은 일단 담당한 서른 몇 명(내가 처음 담임한 아이들은 56명이었다.)을 조금이라도 더 알기 때문에 상담할 일도 많고, 잡무도 그만큼 늘어 난다.
이 책은, 이런 총체적 난관에 빠진 교사들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그래, 너만 그런 곤란을 겪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교사는 이런 다양한 것들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어.
안나 카레리나에 '행복한 가정은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이유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수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교사마다, 수업마다 다르다.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야 하지만, 한 가지만 결핍되어도 불행한 가정이 되어 버리듯이,
성공한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만 결핍되어도 실패한 수업이 되기 쉽다.
교사는 지식만으로, 인격만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 교사는 인격, 마음, 정신과 관련된 자질을 남김없이 동원하여 아이들과 만나게 됨으로써 갖가지 곤란함을 겪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싫증은 열정만큼이나 전염이 강하다.
내가 힘들어 하면 주변의 아이들,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겠는가.
학생의 학습은 <지식은 배우기 힘들고, 더 이상 혼란을 잃으키지 않을 때가 되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나중에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고, 지식을 얻으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사고 방식을 발견하며, 지식이 없을 때보다 더욱 활기차게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다.
교사의 권위는 인격을 구현한 것이고, 자기를 인식하고 자신감이 표현된 것이다.
훌륭한 교사/학교와 평범한 교사/ 학교의 차이는 학생의 포부를 얼마나 키워주느냐에 따라 구별된다.
가장 무너지기 쉽고 일단 획득하게 되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요소가 교사의 권위라는 것이다.
교사는 도덕적이어야 한다.
요즘 세상에서 비판을 받는 교사들은 도덕성에서 무너졌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교사의 도덕성을 함축하는 말이 <부모처럼>이다. 부모의 특징은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말이다.
수업의 질서도 중요하고, 교사의 상상은 필수적이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훌륭한 가르침 뒤에는 학생을 향한 교사의 포부가 깔려 있다.
교사를 신뢰하는 학생은 자신의 능력도 신뢰하면서 성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교사에게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벗이 되어 주는 책이다.
내가 하고 싶은 하소연을 다 이해해 주고 있으며,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다 포함하고 있다.
특별한 이론적 배경을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교사여서 겪었던 갖가지 피로함을 위무해 주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내가 교사라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교대나 사대에서 교사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 또는 교직에서 어렵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