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2 - 가정학습 실천편, 오늘 당장 아이와 함께 실천하는 가정학습 매뉴얼 A to Z
장병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짜증나는 책이다.

우선, 책날개에 등장한 그의 이력이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1932년 이승만 정부 시절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고 장택상 전 총리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 이미 탁월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국방부 정훈국에서 일했던 그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열 아홈의 나이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당시 3대 부자로 꼽히던 집안의 지원을 일절 거부하고... 1958년 피츠버그 대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1964년 조지타운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수료받았다. 이후 하와이대 등에서 역사학을 강의했다. 1958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에서 발표와 토론 중심의 미국식 수업 방식을 도입한 일본국제교육개발협회를 이끌었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 아이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한국 정부 역사상 가장 부패했던 이승만 시절, 당시 3대 부자로 꼽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친일파, 그것도 엄청난 비리의 중심에 있었던 집안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열아홉의 나이일 때는 1951년,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였다. 그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과연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이승만은 국민의용군을, 그것도 오로지 인민군에게 빼앗기면 안된다는 <몽니>하나로 수십만을 굶기고 얼려 죽였던 그 시기에...

그런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니 그렇다 치자.
그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눈곱만큼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엄마 마음을 눈곱 1/99만큼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로 정말로... 그는 엄마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른다.

엄마는 자기 뱃속에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사람이다.
남의 아이를 넷 길러본 경험으로 이런 가르침은 엄마들에게 던지는 것은 정말 <잘난 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가정이 좋단다. 그런데 왜 미국가서 미국인이랑 결혼했지?
한국이란 국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질곡의 엄마 마음을 그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 개인의 생활에 내가 간섭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주제넘게 나서지 말았으면 해서 하는 쓴소리다.

한국의 엄마들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바로 <이웃집 아줌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태교도 하고(예쁜 것만 먹고, 보고, 나름대로 수학도 풀고, 영어도 공부하고..), 정성을 들여 기르지만, 이웃집 아줌마가
'한글 나라 시켜요?'
'구몬 수학 하나요?'
'바이엘을 뗐나요?'
'태권도는 기본이죠.'
'초등학교 들어가면 미술이 중요하대요.'
'유치원은 역시 팡팡유치원이 최고래요.' 이렇게 나불대는 말을 들으면 모든 소신이 싸--악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는 다음날, 당장 114의 도움을 입어 구몬 수학과 장원 한자를 시키고, 미술과 태권도와 학습지를 한큐에 해결해 주는 종합선물세트 정체 불명의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국의 아파트 놀이터는 그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임원 엄마 모임>이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다.
모두들 남편이 뼈빠지게 벌어온 돈으로 그럴싸한 식당에 모여앉아 지랄들을 떤다.
자기 애들은 다 공주고 왕자다. 공부도 잘 하고, 초등학교에선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은 기본이며,
요즘은 독서, 논술 학원 및 지도사, 또는 학습지에서부터 영어전문학원까지...
다채로운 사교육의 세계가 스펙트럼을 이루며 펼쳐진다.
소신껏 집에서 책을 읽히고, 맘껏 뛰어 놀라고 하던 엄마들은, 창의력과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하다던 교육 철학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엄마의 며칠간의 고민과 눈치의 결과로 또 몇 개의 학원과 학습지를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자동차는 승합차가 많이 돌아다닌다.
학원 문닫으면 자동차 공장 무너질라.

지은이의 잰체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눈꼴사납다.
그가 이런 한국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남편이 벌어온 쥐꼬리만한 월급을 자르고 잘라 학원도 보내고, 휴대폰도 사줘야 하는데...
그러다가 애들이 중학생만 돼도, 학원비가 적자를 내고, 이제 대형 할인 매장의 70만원짜리 계산대 아줌마가 되어야 할 판국인 아줌마들에게, 아이들의 멘토가 되라는 말은 웃기는 짜장이고, 만만의 콩떡이다.

그의 말은 잘못된 말 하나 없다. 모두 공자님 말씀이고, 아이를 부처로 보라는 명언이다.
그렇지만, 부모에게 명언은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아무리 은총을 내려 주셔도, 자식때문에 속썩는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예술품 중에서도 최고의 감동을 주는 작품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것도 아니고,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비통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피에타가 아니던가.

한국의 엄마들은 99.9%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마들이 더 노력을 기울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을,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한다.

누군들, 자기 자식이 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다양한 클럽 활동을 통하여 네트워크의 힘을 기르고,
실패를 통한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데에 반대하겠는가 말이다.

서울대를 나와도 취직하기 어렵다는 신자유주의 고용 유연화의 시기에,
엄마들이 읽어야 할 책은 이런 고상한 '마리 앙트와네트'가 쓴 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다루는 <쾌도난마 한국 경제>고,
교육과 노동 시장은 별개가 아닌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회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책들이다.
<지승호>의 7인7색이나, 홍세화 씨 등의 글들을 읽으면서 교육의 구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자식들이 공부를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제 입은 먹고 살 수 있고, 상류층은 아니어도 하류층은 안 될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가난과 무식함은 대물림이 된다는 <아비투스>를 몸으로 배워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마음 아픈 부모들에게 잘난 체하는 아줌마는 자기가 좋아하는 미국으로 갔으면 한다.

* 혹시 <쾌도난마 한국 경제> 읽고 싶은 아줌마는 아래 주소와 이름을 남겨주세요.(1등만 볼 수 있음)
ㅎㅎ 책 선전 엄청 하네. 하지만 저는 이 책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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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4-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2006-04-0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4-0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순간 놓쳤네요. 저도 보고팠는데. 그런데 정말 신랄하고 통쾌하네요. 추천합니다.

ceylontea 2006-04-0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속시원한 리뷰입니다.. ^^

글샘 2006-04-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재빠르시군요. 오늘 부쳤습니다.
하늘바람님... 깍둑님 다 보시고 보여달라 해 보셈.ㅋㅋ
실론티님... 요즘 외국서 살다온 것들이 '한국 교육'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게 꼴보기 싫어서 욕을 좀 했죠. 누군 뭐, 애들 놀리기 싫고 학원 보내고 싶어서 미친 넘들인 줄 아남?

chinsookhan 2006-04-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서 살다온 것들..이란 표현 참 많이 거슬리네요. 외국에 살고 있는 교포 아줌 입니다만 저분처럼 아이키우기 여기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배아파 낳지못했지만 남의 자식 길러 보셨습니까? 사랑을 위해서 아이가 있는 남자와의 결혼을선택하고 아이들을 훌륭히 길러낸 건 아무나 할수 있는일이 아니지요. 글샘님의 눈에 거슬릴만큼 잘난집안의 부잣집딸로 혼처가 없어 택한길은 아닐테니까요. 자기가 낳은 자식도 그렇게 기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남의 자식과 가족의 인연을 맺는다는것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책은 제대로 읽으셨는지 저자분은 미국인과 결혼한것이 아니고 중국인과 결혼했습니다.

글샘 2006-04-1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보셨네요. 제가 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지요.
지은이가 살아온 인생 역정에 제가 시비를 건 것은, 이 책의 가치가 한국의 교육과 학부모의 의식 개선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선입견에서 나온 것입니다.
제가 너무 격하게 욕을 했지만, 이런 식으로 강연하고 다니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조용히 살았으면 해요.

석란1 2006-05-06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읽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더냐고 물으면 아이들 관리를 참 잘 해 줬더라고 말해 줬습니다. 내 배 속으로 낳은 아이는 관리하지 않죠. 엄마랑 함께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같이 자라죠. 엄마도 아이도...
정말 통쾌한 서평이었습니다. 채증이 확 내려가네요.

글샘 2006-05-0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엄마들이 무식해서 학원으로 애들을 내모나요? 사회 구조가 그렇게 생겨 먹은걸... 한국 엄마들도 미국 가서 산다면 누구도 그러지 않지요. 이 작가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냅다 까버린 것이지, 별로 악감정은 없었답니다. 그의 자녀 교육법이 아무리 옳더라도 한국에선 잘난 체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rainmaker2650 2006-06-0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글이 더 짜증납니다.....!

당신의 그런 고정관념이 바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병페를 고착하시키는 주요원인입니다. 저의 지인은 이책을 읽고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도 엄마의 달라진 모습에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책을 쓰게 된 의도나 좋은 취지 등은 무시하고, 잘못된 지금의 한국사회 현실을 기준으로 삼고, 또한 이승만 시절 운운하며 책의 순수한 의도와 취지를 퇴색시키는 당신의 글에 제가 더 짜증이 나는 군요.
당신은 혼자 그렇게 고정관념속에 사세요.
남의 치부 아닌 치부를 드러내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지 마시오.
이렇게 좋은 책을 선택할 독자들의 소중한 기회를 뺏을 수도 있으니까....



나불리옹 2006-08-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원하시는 책은 그럼..
명문대 보내는 100가지 방법..이런것??
지금은 비록 학습지,학원에 목숨걸고 있지만...
치열한 현실속에서..
이런책을 읽고 다시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을듯 싶네여..
결국 엄마들의 목적은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거 아니겠습니까..
비록 저자와 세대차(?)를 조금 느끼긴 했지만..
부모가 들려주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잘 읽었었는데..

지니 2006-11-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글이 더 짜증난나는 분께 한표, 아니 몰표!!!
작가의 시대적, 사회적, 경제적 모든 형편이 우리와 다를순 있습니다.
내가 난 자식도 아닌데 내가 난 자식에게도 '멘토'로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절절히 느끼는데 내가 난 자식이기에 노력할수 밖에 없는데
더구나!! 포기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당신이라면 그럴수 있겠습니까?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단 1%도 할수도 아니 왜 해야하는지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아무리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변해서는 안되는 철학과 가치관이 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해 생겨나는 여러가지 사회적 병폐...
그래서 우리가 자식교육을 더 바르게 해야하고, 그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교육하느냐에 이 사회의 미래가 달라지겠지요.
책이란 100% 공감하고 내것이 되기위해 읽는 것은 아닙니다.
100% 잘된 책도 나와 내 아이에게는 맞지 않을수 있습니다.
어느분이 세상의 아이수만큼 교육법도 있어야한다는 말에 공감하니까요.
하지만 나의 가치관과 교육관에 비추어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생활에
응용하면서 되집어보면 되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자주 잊곤하는 기본적 가치관, 생활관을 다시 돌아보고 짚어볼만한 충분히 읽어본말한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리뷰란 책에서 얻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서평으로서의 기본이 안되어, 혹 님의 리뷰만으로 다른이들이 이책을 판단하는 오류가 없기를 바랍니다.

mossy 2007-03-2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평을 읽고 나니, 맘이 참 착잡합니다.
똑같은 책을 읽고도 무엇을 얻는 사람이 있고, 짜증만 난다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간만에 또 알았네요. 그저 똑같은 일 앞에서도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부류에 속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라피스트 2009-12-1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쓰셨습니다.
일단 차별화된 서평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관점을 달리하면, 의도가 어쨌건 이런 시선과 느낌도 있을수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교육환경 ..분명 비율효적이고, 모두가 불행한 환경이라는건 맞습니다만,
그럼에도, 주변의 사교육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확고하게 책쓴이 처럼 자녀교육을 펼쳐나간다면 ... 어떨까요? 쉽지않겠지만, 좋은 대학에 갈수 없더라도, 사회의 자신의 역활과 자리를 찾고, 자녀에게 학벌과 무관하게 ..행복을 찾아가는 삶이 될수있지 않을까요?
 
추억의 학교 우리문고 9
조반니 모스카 지음, 김효정 옮김 / 우리교육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칸소네를 듣다 보면, 유난히 리코르디...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추억이란 말이다.

한국처럼 학교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나라도 드물다.
개발의 시기, 가난을 벗어나는 길로 학교는 '상아탑'이었고, '우골탑'이었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교복을 입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추억의 상업화는 자주 볼 수 있다.

힘겨운 부분은 다 잊혀지고, 아스라히 아름다운 기억만 남는 것이 추억이라던가...
교사와 선배의 폭력, 입시 지옥과 수시로 치르는 시험, 공부의 압박...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추억이 가득한 것은,
그만큼 학창 시절 교복 안에서 만들어진 학교의 추억은 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씁쓸하게도, 달콤하고 행복했던 추억은 별로 없었지만...

새파란 새내기 교사가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새내기 교사의 머리 꼭지에 올라 앉으려 한다.
교사에게 새총을 들이대면서...
그 때, 파리가 한 마리 등장. 대장 꼬마의 빨간 고무줄은 파리를 놓친다.
새내기 교사는 파리를 맞추고 대장 꼬마를 굴복시킨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책 구석구석 가득하다.
그 아이들을 이해할 줄 아는 교사들도 책에는 많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하여도,
학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이유는,
그 안에는 어떤 사회보다도 아름다운 아이들과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 학부모에게 촌지를 요구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교사가 나온다.
며칠 전엔 방학 중,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교사가 구속되었고,
요즘 뉴스엔 운동부 여학생들을 성폭행한 교사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뉴스에 난다고 학교가 정말 어두운 곳일까?
학교 폭력에 시달리거나, 아이들이 죽어간다고 뉴스에 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분필냄새 나는 교실을 달리며 추억을 만든다.

아이들에겐 장난감이 불규칙동사 활용표보다 중요하고,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창문 너머 봄이 온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어른보다 먼저 새싹을 볼 줄 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눈이 낮아서,
더 낮은 것들을 어루만질 줄 알고,
어른들처럼 무릎을 굽히지 않아도,
충분히 쉽게 낮아질 줄 안다.
아니, 낮아지지 않고도 같아질 줄 아는 하심을 가졌다.

아아, 이 책을 읽으면서 혜연이가 자꾸 생각난다.
혜연이는 올해 교원대를 졸업했지만, 임용고사에서 떨어져서 재수중이다.
교생 실습을 다녀오고 나면 교사가 되고 싶은 열병을 한번쯤은 심하게 앓지 않는가.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겨 주어야,
아이들도 두고두고 아로새길 추억을 한번쯤 만들 수 있지 않겠나... 하면서.
어젠 혜연이랑 통화를 했다. 공부는 하지만, 아직 9개월이나 남은 시험이 불똥튀기지 않을 밖에...

내 어리석었고 게을렀던, 그렇지만 내 18년 교원생활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신규> 시절이 계속 떠오르고, 그때 가르쳤던 아름다운 아이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교사에게 <학교의 추억>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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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김대유 / 내일을여는책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교사를 하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소리다. 이 아이들을...

누구를 막 탓하고 싶고, 나의 능력 없음을 엄청나게 저주하는... 날이 많다.
그런 밤이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푸념을 하기도 한다.

요즘 매스컴에서 '학교'는 하나의 상품 코드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스텐 도시락과 교복의 추억으로 남은 과거를 팔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이 교복을 입고 나오거나 잊었던 친구를 찾기도 하고,
아예 고등학생들을 불러 놓고 진행하는 프로도 많다.
봉숭아 학당이나 여고 괴담은 오히려 전통적인 이야기고,
친구 이후 각종 영화의 방과 후 옥상 같은 학교 폭력씬들은 학교를 무자비하게 파헤친다.

여고 괴담에도 미친개라는 교사가 나왔고, 권상우는 대한민국 학교 다 *같다고 때려 치운다.
어이하다가 학교가 이렇게 파괴되었는지...

김대유 선생은 학생 지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분이다.
교육 운동을 왜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뿌리 깊은 온갖 욕심'이 교실을 황폐화 시켜가고,
우리는 '성적'이라는 눈금으로만 아이를 파악한다.
아이들에게 눈 가리고 연자매를 돌리는 나귀마냥 말을 잘 들어주길 원하지만,
이미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1등을 향해 오르는 무리들로 탑을 쌓아가는 이 사회의 모습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난파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부르짖는 작은 동물들의 파열음을 듣는가?
어른들은 못 들은체 고개를 돌린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몰락하는 지금, 어른들 세계라고 온전할 것인가?

학원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내듯 아이들에게 중요한 기관으로 매김되고,
학부모의 자위감, 입시 위주 정책, 입시와 다른 교육과정, 욕심 덩어리 사교육의 사탕발림에 아이들은 영혼을 판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삶은 황무지에서도 피어나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것이라 단언한다.
사자가 사냥할 때는 그 대상이 맹수든 토끼든 최선을 다하듯,
아무리 작은 학급 행사, 학생 지도라도 얕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당한 말씀.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도 지도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

누구의 책임인가를 더 이상 따지지 말자고 한다.
그것이 소용없는 짓이라고 말할 시간조차 아깝기 때문이란다.
썩은 것들을 살아있는 새 것으로 바꾸는 교육 개혁의 의지는
태산을 옮긴 우공 이산의 전설처럼 작은 손길, 작은 눈길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생활지도는 구속이고, 상담은 잔소리가 되어버린 학교.
잘해야 본전인 학급 운영.
그리고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가나, 좋은 소문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는 말처럼 탈도 많은 일, 일, 일...
그러나 쓰러진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멈춰선 것은 달리게 하는 열정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가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길 간절히 비는 선생님의 마음은 헛되지만은 않다.

숱한 사례를 들면서 힘든 속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묻어나는 글은 차라리 눈물겹다.
문제아라고 눈돌려 버리기 쉬운 아이들을 새로운 교우 관계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격려와 애정으로 마음 중심을 사로잡고, 한 편의 편지로 감정에 호소하는 갖가지 방법을 치사하게 동원하는 그 이름은, 교사다.

학생부를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작금의 학교 풍토,
담임을 자원하는 사람이 수요의 절반도 안 되는 뒤바뀐 학교.
점점 높아만 가는 교사의 평균 연령과 떨어져만 가는 학생의 흥미는 긴밀한 상관 관계가 있다.
2,3년마다 교무 분장을 바꿔 유능하고 경험있는 교사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이 좀 귀찮더라도 안주하고 복지부동하는 것보다 필요한 일이 아닐까?

질높은 교사 문화 속에서 당연히 소양이 풍부하고 훌륭한 교사가 나온다.
그런 환경 속에서 올바른 생활지도와 힘있는 상담이 가능해 질 것이다.

두고두고 생각해 보고자, 기억에 남을 말들을 주절주절 적어 보았다.
이런 리뷰들은 남들 읽으라고 적거나, 알라딘 좋으라도 책 선전하는 리뷰는 아니다.
하긴 이 책은 벌써 절판된 지 오래다. 두고두고 고마워해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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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3-2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글샘 2006-03-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가나, 좋은 소문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고 한 저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책에 나온 말이었답니다.
담임수당 받고(1년에 백만원이 넘는데) 담임 하겠다는 사람이 갈수록 없어지니... 딜레마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션 클래식 2
박홍규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페인의 자유교육 사상가 페레의 평전과 그의 교육관을 맞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19세기 중반에 이미 자유교육을 주장할 정도로 자본주의의 그늘은 깊었다.
자본주의의 학교 교육은 <복종>을 강요하는 데 문제가 있다.
강제와 엄격한 훈련은 근대의 공장에 맞는 인간상을 기르는 데 그 목표가 있다.

페레는 그의 <모던 스쿨>에서 인간의 고유성을 지속하고 이중성을 거부하는 교육을 주창한다.
학교는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재산, 국가, 가족)이라는 잘못된 관념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곳이 되어야 하고,
민중 교육은 민중이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도록
어린 시절부터 양심적, 지성적,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명을 하겠다던 많은 사람들에게서 권력에 집착하는 은폐된 위선과 이기주의를 발견하고,
보다 진실한 사람에게서는 불충분한 이상을 보고 답답했던 페레.

18까지도 유럽은 성당이라는 초자연주의 감옥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었다.
페레는 교육자의 의무를 그런 감옥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전에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계급의 지배나 착취에 대항하는 것, 국가 교육이 성당 교육 이상으로 유해함을 역설하여
'반종교, 반전제, 반애국, 반조국, 반자본>적 교육을 펼치려 하였다.

정부가 관장하는 학교는 자본주의와 군국주의의 반동적 도구에 불과하다고 느낀 것이다.

상상에서 비롯된 생각과 불합리하고 환상적인 허구가 이제까지 진실로 여겨져 왔고,
인간의 행위를 해명하는 직접적인 원리가 되어왔다.
또한 그것은 이성적이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비난하는 구실이 되어왔다.
(번역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의 깨인 생각은 21세기가 열린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 비극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교사의 통제를 떠난 후에도 편견에 대해 강인한 적개심을 가지며 모든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런다면 이라크에 간 아이들 중에 내 제자가 몇이나 될는지... 덜 걱정해도 되지 않을까?

기존 교육의 실제적인 의미는 <지배와 복종>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교사는 생각을 심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자는 아동에게 그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강요하지 않으며, 아동 자신의 에너지에 호소한다.
참된 교육자는 심지어 그 자신의 사상이나 의지에 반하더라도 아동을 존중하며, 아동의 에너지에 최대한 호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것이 그의 자유 교육의 핵심 테제다.

기존의 교육받은 자들의 입에 발린 지식과 지적인 기형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의 자유로운 자발성을 신뢰하는 교육. 얼마나 낭만적인가...

자유교육은 개인의 모든 재능을 자신이 완전히 장악한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 목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 삶을 사랑하는 인간, 행복한 인간으로 교육시키기 위해,
본질은 자유가 되어야 하고, 자유를 느낄 때 행복하다.
행복이란 권위와 억압이 배제되고 자유 속에서 스스로의 생활이 허용될 때 얻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 행복이다.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은 사람과 행복이 주어진다는 말과 같다.

결국 교사가 억압의 가해자여서는 안 된다는 것.
교육이란 '르쳐 키우는' 것을 넘어서서 <아이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깨닫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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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나라
강준만 / 개마고원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강준만의 초기 저작. 서울대 신드롬, 서울대 콤플렉스를 잘 파헤친 책이다.

한국인에게 서울대란 무엇인가?

자기 자식을 제일 보내고 싶어하는 대학.
출세가 일단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학.
'샤'자처럼 보이는 철교문이 촌스럽지만 경원하게 되는 대학.
(그 "샤"자는 국립 서울 대학교의 앞자음을 모은 도안이다. 촌스럽기도...)
정치가, 경제인, 방송인... 등등 한국의 윗자리가 다들 나왔다는 대학.
그래서 한국이 비틀거릴 때면 언제나 욕을 먹는 대학.

일반적으로 모든 학과에서 서울대는 <최고>다.(커트라인이 제일 높다는 말)
서울대에 없는 한의예과나 일어일문과 같은 것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교수진도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숱한 저서들을 본다면...)

그런데, 그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로 따지면 200위 안에 겨우 든다던가... 뭐, 그렇다.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대학, 그렇지만 그토록 욕을 하는 대학.
그 원인을 강준만은 잘 파헤치고 있다.

서울대를 만든 것은 <미군정>이었다.
코쟁이들은, 자기들의 허수아비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립 종합 대학 설립(안), 국대안>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부분을 미국식으로 이식시키려고 의도했고, 그 의도는 멋드러지게 성공했다.
이것이 더도 덜도 아닌 서울대의 실체인 것이다.

한국의 최고 학부, 서울대가 왜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가. 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없는가... 비판할 필요 없다.
한국의 최고 학부라고 착각한 그 서울대는 바로 <미국식 제도>의 기반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8년보다 2년 이른 1946년에 서울대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한 친일파는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친미파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 기득권 세력이 되어 각 분야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의 실체다.

그러다 보니 학연을 따지게 되고, 그 학연의 맨 위에 자리한 것이 서울대가 된다.

서울대 폐교론도 등장하지만, 서울대 아래 연세대, 고려대가 있는 한, (또 그 아래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등이 있는 걸 누구나 안다.) 서울대 문닫는다고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서울대를 줄일 필요는 있겠다.
경영학은 연세대 쪽으로 특화시키고, 법학은 고려대 쪽으로 특화시키고(이러자고 하면, 수많은 서울법대 출신 법관들이 관습법을 들고나오겠지?) 뭐,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치면, 서울대에 남을 것은 인문대, 자연대, 공대(이것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와 섞어 보고), 농대 정도일까? 사범대야 서울 시내 각 대학에 흩어버리면 되고...

똑똑한 아이들 받아서 바보 만드는 서울대는 더이상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애들이 미적분도 못한다는 공대 교수들은 무식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적지 고등학교까지 죽자사자 공부한 아이들로 200위 안에 든 대학교.
그렇다면, 이젠 대학 가서 죽자사자 공부하게 만들어야 20위 안에 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10년 전에 전근 선물로 이 책을 건네준 추선생의 글씨가 앞장에 적혀있었다.
지금이야 실업계 근무하니 서울대 갈 아이야 없지만, 몇 년 있으면 다시 서울대 신드롬에 사로잡힌 아이들과 씨름할 생각하면, 지금도 힘들지만, 그도 역시 피곤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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