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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2 - 가정학습 실천편, 오늘 당장 아이와 함께 실천하는 가정학습 매뉴얼 A to Z
장병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짜증나는 책이다.
우선, 책날개에 등장한 그의 이력이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1932년 이승만 정부 시절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고 장택상 전 총리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 이미 탁월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국방부 정훈국에서 일했던 그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열 아홈의 나이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당시 3대 부자로 꼽히던 집안의 지원을 일절 거부하고... 1958년 피츠버그 대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1964년 조지타운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수료받았다. 이후 하와이대 등에서 역사학을 강의했다. 1958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에서 발표와 토론 중심의 미국식 수업 방식을 도입한 일본국제교육개발협회를 이끌었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 아이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한국 정부 역사상 가장 부패했던 이승만 시절, 당시 3대 부자로 꼽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친일파, 그것도 엄청난 비리의 중심에 있었던 집안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열아홉의 나이일 때는 1951년,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였다. 그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과연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이승만은 국민의용군을, 그것도 오로지 인민군에게 빼앗기면 안된다는 <몽니>하나로 수십만을 굶기고 얼려 죽였던 그 시기에...
그런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니 그렇다 치자.
그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눈곱만큼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엄마 마음을 눈곱 1/99만큼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로 정말로... 그는 엄마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른다.
엄마는 자기 뱃속에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사람이다.
남의 아이를 넷 길러본 경험으로 이런 가르침은 엄마들에게 던지는 것은 정말 <잘난 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가정이 좋단다. 그런데 왜 미국가서 미국인이랑 결혼했지?
한국이란 국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질곡의 엄마 마음을 그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 개인의 생활에 내가 간섭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주제넘게 나서지 말았으면 해서 하는 쓴소리다.
한국의 엄마들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바로 <이웃집 아줌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태교도 하고(예쁜 것만 먹고, 보고, 나름대로 수학도 풀고, 영어도 공부하고..), 정성을 들여 기르지만, 이웃집 아줌마가
'한글 나라 시켜요?'
'구몬 수학 하나요?'
'바이엘을 뗐나요?'
'태권도는 기본이죠.'
'초등학교 들어가면 미술이 중요하대요.'
'유치원은 역시 팡팡유치원이 최고래요.' 이렇게 나불대는 말을 들으면 모든 소신이 싸--악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는 다음날, 당장 114의 도움을 입어 구몬 수학과 장원 한자를 시키고, 미술과 태권도와 학습지를 한큐에 해결해 주는 종합선물세트 정체 불명의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국의 아파트 놀이터는 그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임원 엄마 모임>이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다.
모두들 남편이 뼈빠지게 벌어온 돈으로 그럴싸한 식당에 모여앉아 지랄들을 떤다.
자기 애들은 다 공주고 왕자다. 공부도 잘 하고, 초등학교에선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은 기본이며,
요즘은 독서, 논술 학원 및 지도사, 또는 학습지에서부터 영어전문학원까지...
다채로운 사교육의 세계가 스펙트럼을 이루며 펼쳐진다.
소신껏 집에서 책을 읽히고, 맘껏 뛰어 놀라고 하던 엄마들은, 창의력과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하다던 교육 철학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엄마의 며칠간의 고민과 눈치의 결과로 또 몇 개의 학원과 학습지를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자동차는 승합차가 많이 돌아다닌다.
학원 문닫으면 자동차 공장 무너질라.
지은이의 잰체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눈꼴사납다.
그가 이런 한국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남편이 벌어온 쥐꼬리만한 월급을 자르고 잘라 학원도 보내고, 휴대폰도 사줘야 하는데...
그러다가 애들이 중학생만 돼도, 학원비가 적자를 내고, 이제 대형 할인 매장의 70만원짜리 계산대 아줌마가 되어야 할 판국인 아줌마들에게, 아이들의 멘토가 되라는 말은 웃기는 짜장이고, 만만의 콩떡이다.
그의 말은 잘못된 말 하나 없다. 모두 공자님 말씀이고, 아이를 부처로 보라는 명언이다.
그렇지만, 부모에게 명언은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아무리 은총을 내려 주셔도, 자식때문에 속썩는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예술품 중에서도 최고의 감동을 주는 작품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것도 아니고,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비통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피에타가 아니던가.
한국의 엄마들은 99.9%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마들이 더 노력을 기울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을,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한다.
누군들, 자기 자식이 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다양한 클럽 활동을 통하여 네트워크의 힘을 기르고,
실패를 통한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데에 반대하겠는가 말이다.
서울대를 나와도 취직하기 어렵다는 신자유주의 고용 유연화의 시기에,
엄마들이 읽어야 할 책은 이런 고상한 '마리 앙트와네트'가 쓴 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다루는 <쾌도난마 한국 경제>고,
교육과 노동 시장은 별개가 아닌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회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책들이다.
<지승호>의 7인7색이나, 홍세화 씨 등의 글들을 읽으면서 교육의 구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자식들이 공부를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제 입은 먹고 살 수 있고, 상류층은 아니어도 하류층은 안 될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가난과 무식함은 대물림이 된다는 <아비투스>를 몸으로 배워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마음 아픈 부모들에게 잘난 체하는 아줌마는 자기가 좋아하는 미국으로 갔으면 한다.
* 혹시 <쾌도난마 한국 경제> 읽고 싶은 아줌마는 아래 주소와 이름을 남겨주세요.(1등만 볼 수 있음)
ㅎㅎ 책 선전 엄청 하네. 하지만 저는 이 책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