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당신이 희망입니다. - KBS 박선규 기자가 대한민국의 선생님들께 띄우는 희망 메시지
박선규 지음 / 미다스북스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또 제목을 보고, 정말 선생님들 힘내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인 줄 알았다.
케이비에스 기자 나부랭이가 쓴 책에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기대한 내가 좀 모자랐는지도 모르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추천글도 탄력을 준다. 오세훈이가 추천했을 때 알아봤어야 되는데...
신영복 선생님, 솔직히 이 책 안 읽어 보셨죠? 읽어보셨음 '교육에 대한 담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동시에 성찰하게 한다'는 망발을 하셨을 리가 없었을 거다. 내가 아는 신영복 선생은...
만약에 신영복 선생이 이 책에 전적으로 동감이라면... 에라, 똥이다.

이 책은 결코 '대한민국의 선생님들께 띄우는 희망 메시지'가 아니다.
이 책은 박선규의 자서전이고, 제 잘난 맛에 지껄이는 잡문이고, 한국 사회에서 가진자 편에 붙은 자가 '중립'의 눈으로 본다고 착각하고 쓴 쓰레기 글이다.
전혀 좌파가 아니면서 좌파 신자유주의란 역설을 만든 대통령하고 똑같은 넘이다.
둥근 네모, 네모난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는 멋진 역설을 썼다고 흐뭇해하는 것들...

그가 교직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과연 '학교가 고리타분해서'였을까?
이 시점에서 그는 솔직하지 못하다. 그는 돈을 벌러 방송국으로 갔다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다.
그가 말했듯이, 교직은 돈을 버는 곳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시절엔 돈을 버는 친구들이 불쌍하게 여기던 자리였다.

그가 미국에서 몇 년이나 굴러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너무나 친미주의자다.
이 신자유주의 식민지 땅에서, 미국 넘들은 남의 땅에 비행장을 설치하고 사용료 한 푼 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행장 이용료를 내라고 큰소리치는 세상에, 잘난 그가 얼마나 미국이 부러웠겠나. 쳇.

부시는 교육을 잘 받아서 훌륭하고, 노무현은 훌륭한 선생님을 못 만나서 불쌍하다고?
그게 말이니? 그런 너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 훌륭해졌다고?
대통령이 고졸이어서 불쌍하냐?
솔직히 고려대밖에 못 나와서 서울대 나온 친구들이 부럽다고 말할 자신은 없니?

사람들은 한국의 7-80년대의 발전을 '교육의 힘'이라고 말한다.
물론 산업 사회로 들어가는 데, '학교와 군대'가 큰 기능을 했지만, 그건 인간을 통제하는 포드주의의 힘이었고, 미래로 들어가는 창의력 교육과는 정 반대에 선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교육'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수업료를 못 낸다고 맨날 터지고, 어머니회를 열어서 돈을 걷고...하던 비정상적 시대.
그렇지만 가난했기에 학교는 상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열어 두기도 했던 시대였다.

이제 학교는 시대를 따르지 못하고 휘청대고 있다.
학교 밖에서는 끝없이 교육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교육 과정을 확 줄이고, 특활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뿐이다.
학원을 다닐 필요 없이, 수학책을 쉽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시험엔 교과서에서만 내면 된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할 줄 아니?
특활은 인생의 절반이다.
아이들이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신앙도 기르고, 건강도 기르려면... 공부를 줄이고 특활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부에서 이런 생각을 하진 않는다.
교육 과정을 바꾸는 일은 생색내기고, 아이들 살리기엔 관심이 없다.
박선규가 '전교조'를 까는 데는 웃음이 난다. "왜 선생님들께서 이라크 파병 문제에, 부시를 욕하고 미국을 반대하는 일에, 지극히 낭만적인 북한 껴안기에, 왜 FTA 문제에 그렇게 매달리시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걸 보면, 그가 교사되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다. 문제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그렇지만, 나도 일견 그렇다. 전교조는 교육의 대안 세력을 자처하면서, 너무 많은 데 매달려서 힘을 분산시키고 있기도 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교사가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만 가르쳤으면 좋겠단다.
그 결과가 지금 이 한국 사회란 걸 그는 모른다.
교사들이 진작에 올바른 철학을 가르치려고 했더라면, 정의를 세우려고 했더라면, 교사들이 학부모 돈으로 회식이나 하고 히히덕거리지 않았더라면 이 사회는 이렇게 썩진 않았을지도...

천연기념물인 도롱뇽을 다 죽이란 말이냐, 왜 남의 전쟁에 우리 젊은이를 보내야 하느냐, 학생들을 경쟁의 기계로 만들자는 것이냐, 북한 주민을 다 굶겨 죽이라는 말이냐, 농민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 그런 얘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공허합니다. 짜증도 납니다....
이게 기자냐?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짜증만 나는 것이?
너는 분명 미국의 눈으로 문제를 보고 있다. 그게 너의 문제다. 박선규.

선생님들이 '무뇌' 상태로 아이들에게 주입식 공부만 가르치면 너희 가진자들은 얼마나 좋겠니?
그래야 희망이 있겠지?
너처럼 반장 하고 육상도 잘하던 아이를 이뻐해주고, 병신같이 공부 못하던 것들은 인간 취급도 안 하던 선생님들이 너무 존경스러웠겠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일관하는 이 책에서 주로 씹는 것은 노무현의 성급함, 유시민의 얄팍함, 전교조의 오지랖 넓음 같은 것이다. 그가 씹는 것들은 모두 택시기사와 비슷하다.
한겨레 신문을 보지 않으면서 한겨레 신문을 빨갱이 신문이라고 욕하는 것처럼...
그의 어머니가 전라도 본적을 화급히 서울로 옮긴 것에서 그는 '전라도'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덩어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원 평가 같은 문제를 그는 너무 찬성한다. 교사는 우물 안 개구리여서 세상을 너무 모른단다.
이런 잘난 넘. 니가 다 해 먹어라.
물론 교사도 수준이 다 다르다. 그치만, 옛날 교사들에 비하면 요즘 교사들이 훨씬 민주적이고 따뜻하다. 음주 수업도 별로 없고... 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실력도 훨 낫다. 여성이 많아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건 나쁜 면이 아니다. 세상은 다 그렇다.

교사는 세상을 모른다. 그럼, 기자하는 너는 세상을 아니?
내 눈엔 오만과 아집에 사로잡힌 너는 황우석이 낙마할 때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황우석 안에서 너를 보고 있지 않았나 해서... ㅎㅎㅎ
인간은 누구나 제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
한국엔 돈 많이 버는 너같은 기자보다, 열 배는 더 많은 교사들이 있다.
니가 배운 선생님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지금 교사들은 똥이란 무식을 깨닫기 바란다.
이 책을 읽고도 네 종아리 때려줄 선생님이 없음이 나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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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9-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어지간히 화나셨나봐요 ㅎㅎ 진심이 느껴지는 리뷰(!)에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대체 어느정도길래....^^;;

글샘 2007-09-11 09:22   좋아요 0 | URL
화가 좀 나긴 하더군요.
일욜 밤에 읽고는, 밤잠을 다 설쳤습니다.
별로 읽을 가치는 없을 듯...^^

마노아 2007-09-1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리뷰만 보고도 분노지수가 짐작이 갑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읽지도 않고 추천사를 쓰신 걸까요. 그건 좀 실망스럽네요. 작가야 말할 것도 없지만.

글샘 2007-09-11 09:23   좋아요 0 | URL
아, 분노지수는 드레곤볼에 나온 스카우터로 읽어내는 거 아닌감유? ㅋㅋ
신영복 선생님이 정말 이 책을 좋아서 저런 주례사를 썼다면, 제가 그 분 비판서라도 내고 싶습니다.

드팀전 2007-09-1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같은 ..한없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천지에 깔려서 나를 돌게 하는...

글샘 2007-09-11 09:25   좋아요 0 | URL
정말 바보같고 짜증나서, 리뷰를 쓰지 말까 하다가 에잇, 하고 저질렀습니다.
그런 인간들은 왜 그리도 천지에 깔려서 우리를 돌게 만드는 걸까요.
아마 우리가 좀 모자란 인간인 듯...
라 만차의 기사처럼 가분수이고, 발도 땅에 닿아있지 못한 몽상가인...
그 인간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한나라당을 응원하고...ㅠㅜ

프레이야 2007-09-10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정말 화나게 한 책이군요. 음주수업이란 대목에서 중2때 국어샘 생각이 나요.
나이드신 분인데 수업때마다 술취해 들어오셔선 냄새 풍기며 횡설수설했죠. 또 폭력샘이라면 기억나는 분만 해도 몇 있어요. 보는 제가 모멸감에 몸서리쳤던.. 님이 드신 내용만으로도 대충 짐작되는 글이군요. 화난 글샘님.. 에효..

글샘 2007-09-11 09:26   좋아요 0 | URL
미국 가서 쪼매 활동하고 왔다고, 졸라 잘난 체 하는데 구역질이 납디다.
읽는 게 아닌데 그랬어요.^^

페다고그 2007-09-2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떻게 같은 책을 보고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 많이 생각하고 뒤를 돌아다보게 됐는데... 거친 표현에 무슨 얘기인가 들어와봤는데 정말 겁나네요. 어떻게 그렇게 속이 비비꼬였을까요. 사용하시는 어투나 표현이 전혀 선생님 같지 않아요. 정말 선생님은 맞나요?? 당신같은 분들에게 배우는 아이들이 정말 걱정스럽네요. 당신이 정말 선생님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설마 아니시겠죠. 선생님이 맞다면 아이들을 위해 어서 그만두세요. 왜 그런지는 당신의 글을 한번 조용히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이런 글을 버젓이 올려놓고.. 배짱도 좋으시네요.

나그네 2007-09-2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샘!! 내 보기엔 당신이 정말 선생님들을 욕보이고 있구려. 대단한 당신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소. 인터넷이 이래서 문제요. 너무 비겁하고 천박해. 저자는 그렇다치고 (사실 그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신영복 선생까지 그렇게 매도할 수 있나? 당신의 흥분에 인터넷에 책 이름을 쳐봤더니 거의 모두 좋았다는 내용이더이다. 그럼 그 사람들도 다 쓰레기란 말이오?? 내 비슷한 부류가 될 것 같아 그냥 갈까 했소만 그래도 당신이 교사를 빙자했기에 이렇게 한마디 남기오. 인생 그렇게 살지 마시오. 정말 애들 물들까 겁이 나오...

어이없슴 2008-02-0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까대는 풍토 정말 답답하군요
내가 교사는 아니나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가는 책이더구만
다시한번 읽어 보고 느껴봅시다 ^^

이건좀아닌듯 2008-02-1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두 이책을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비비 꽈있는 내용은아니였던 것 같네요. 사실 좋은 눈으로 중립적으로 보시려고 했지, 님이 그렇게 나쁘게 말씀하시고 그러시면 안될텐데요. 더군다나 박선규님께서 노무현님을 말하실때 예전에 좋았었다는 마음도 함께 들어가 있었는데요. 자신의 마음에 안든다고 다른사람들에게까지 안좋은 인상을 심어주시면 안되죠^^
저자신은 매우 공감가게 읽은책이여서 이렇게 안좋은 글을 보니 기분이 안좋네요.좀 수정하시거나 자삭해주세요. 사실 전 글쓴이님이 더 이해가 안되거든요^^이런 말투를 하시고서 선생이시라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학생이였던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같네요.

글샘님 2008-02-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샘님! 저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인데요. 그래서 책을 검색해보다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감명깊게 읽어서 당연히 좋은 글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네요. 댓글을 보아하니 선생님이신가봐요?? 선생님이란 분이 정말 이런 글을 쓰셨다는 게 놀랍네요. 학생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으세요? 박선규박선규 너너 이러면서 막말하시는 것도 그렇고 너무 충격이네요. 박선규 작가님은 당신같은 선생님들께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응원하시는데 그렇게 비판하시다니요.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을 듯 한데.. 많은 책을 읽으시는 거 같던데 작가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하시지 못하신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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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렇게 붙이면... 사람들이 뭘 떠올릴까? 방학이나 연금, 정년 보장 뭐 이런 것들...

난 이런 책을 읽으면서,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한다.
교사에겐 일 년에 수십에서 수백 명의 천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것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천사들이 다 예쁜 건 아니다.
이도 안 닦아 냄새가 나고, 머리도 안 감으며, 퉁명스럽고 먹을 거 줄 때만 웃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아무리 골때리는 녀석이라도, 이 나라의 씨이오들이나 정치가들보담도 순수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일수록 천국에서 나온 지가 얼마 안 되는 신선함을 갖고 있기때문에 많은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교사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천사들과 살다 보면, 그 혜택에 감사하지 못하고 늘 독재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천사들은 독재자도 그냥 용서해 주니깐.

학교에서 일어난 자잘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사건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날마나 그 학교에서 사는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들 속에 담긴 애환을 그냥 읽지 못한다.
눈에 밟히는 제자들이 꼭 무더기로 떠오르고, 그 제자들은 한결같이 남들보다 예쁘거나 공부 잘하지 못한 아이들이고, 내가 한 대라도 더 쥐어박고 구박했던 천덕 꾸러기들이었다. 눈물이 울컥거리고 솟는다.

임길택 선생은 완전 촌구석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특히 마음이 짠했던 것은 특수 학급 아이들 이야기다.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은 특수학급 아이들. 그래도 그 아이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을 나는 즐거워한다. 내가 물렁해서 그럴 것인데도 스스로 좋은 교사라고 착각하며 산다. 지금은 스물 한둘 되었을 영이 생각이 난다. 그넘은 한 해에 한 번 정도 어눌한 발음으로 전화를 한다. 벌써 나랑 만났던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작년인가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특수학급 아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돌보아 주어야 할 구석이 많고, 아이들이 때리고 욕하고 구박하는 일이 잦다. 특히 실업계 아이들은 정의감이나 급우애를 역설하기엔 모두가 어려운 아이들이기도 하다. 며칠 전 수행평가에 '수특이, 스륵이...'라고 놀린다는 아픈 글을 읽었다. 그 아이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한번 더 눈길 주고, 한번 더 다독거리고, 그런 아이들을 야단치고 손씻으라고 잔소리하고 목욕좀 하라고 오줌냄새 난다고 안 씻으니 아이들이 싫어한다며 구박하는 것이 선생인 내가 하는 일들이다.

남들이 그리도 하고 싶어하는 자리에 올라앉아 있으면서 불만도 많다.
학부모들도 여교사가 많다고 불만이 많다. 다들 제잘난 맛에 살아서 그렇다.

임길택 선생님. 왜 좋은 사람은 빨리 죽나...

오늘 지난 달 '우리 교육'을 읽다가 어느 국어 교사가 매번 모의 고사를 쳐서 아이들에게 자기 점수를 공개한다는 글을 얼핏 봤다. 나는 늘 잘난 체만 하는 위선 덩어리였고, 욕심쟁이였다. 편하기만 바라는...

이런 책을 자꾸 읽어야 정화가 된다. 조금 착해져서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이뻐 보인다.
임선생님이 '자기 좋아하는 책만 읽는' 일을 반성했다. 10분만 아이들 가르칠 궁리를 하면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데도... 미안하다.

요즘 인터넷으로 '종이접기' 연수를 받고 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사는 이 직업은 먼지 구덩이에서 날마다 말썽꾸러기들과 실랑이하는 유치한 직업이지만, 나름의 맛과 향이 있다.

그런 향과 맛을 음미하며 살 수 있는 인생에 감사한다.

이 책을 소개해 준 드팀전 님의 허접한 이벤트에도 감사를...
오늘, 예찬이 돌 축하해요~~(돌은 맨입으로 축하하는 거 아니랬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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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30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들은 독재자도 그냥 용서해주니깐..
정말 그렇군요.
어쩌면 우리의 일그러진 영혼도 그들이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땡스투도 누릅니다.

혜덕화 2007-06-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습니다. 늘 천국에 살면서도 불평하는 것, 이게 어쩌면 교사가 가진 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07-06-3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6-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이벤트는 허접했는데 리뷰덕에 반응좋군요..^^
아기는 저녁 무렵 돌잔치를 위해 지금 푹 자고 있고 어제밤 아기땜에 잠을 못이룬 아내도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나두 졸리다..ㅇㅇ
 
학교와 계급재생산 - 반학교문화, 일상, 저항
폴 윌리스 지음, 김찬호 외 옮김 / 이매진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진상'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꼴통, 문제아, 못생긴 넘. 뭐,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인 듯 싶다. 바보, 병신, 온달같은 욕보다는 덜 비속해 보이지만, 암튼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실업계 학교의 아이들은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을 유용한 데 쓸 수 없을까?를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했다. 무료로 한자나 수업을 해준다고도 해 봤고, 연극반 같은 걸 이끌기도 한다. 풍물반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활동시키기도 하고, 봉사 동아리도 꾸려보고 한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결과는 참 초라하다. 아이들이 무슨 활동에도 참여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 책은 1978년에 나온 책이어서 현대 사회의 아이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이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아이들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 책의 결론은 이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 패러다임은 '공정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처럼 보인다. <지식>을 통해 <자격>을 주고, 자격에 따라 <고소득>이 분배되며 <풍요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삶. 이에 반하는 사람은 무식하고 무자격이고 저소득이고 가난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것. 사회가 구조적으로 부모와 아이들을 재생산 구조 속에 밀어 넣는다고 하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이 책은 아이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노동자 조직에 알맞을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억척스러운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싸나이"를 좋아한다는 것.

나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 나가기가 부끄럽다.
우리 아이들은 '존나게'가 입에 붙어 있으며 'C발'같은 말들도 1분에 한 번은 넣어 줘야 말발이 매끄러워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복도, 계단, 화장실 등에서 흡연하는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는 교실에서 흡연 방뇨를 일삼는 넘들도 있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 이골이 나 있으며, 쉬는 시간에 도박을 즐긴다.
마음에 안 들면 주먹이 먼저 나가고, 좀 물렁한 교사에게 대들며, 여자아이들을 따먹는 다는 둥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한다.
지각 조퇴 결과 결석을 숱하게 하면서도 결코 자퇴는 하지 않으려 한다.
사물함 안은 정리되어 있지 않고 자물쇠도 없다.
이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양식은 교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인다.
이 아이들은 긴 머리 휘날리며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부-아아앙----- 달리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삶의 낙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70년대 산업화 사회 말기에 쓰여진 책이었기에 말미에 비정규직의 증가, 자동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조금 들어있긴 하지만, 일단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싸나이'들은 장래 노동 계급이 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름도 노동자스러운 '해머타운'의 아이들의 현재는 어떨까?
중간 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애써 외면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며, 반항적이고 무식한 길을 자발적으로 걸어간 그들의 현재는...

노동 시장은 세계화에 편승하여 자동화되고, 이주노동자들로 가득 들어찬다. 우리 아이들은 장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희망조차 없는 아이들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극단에서조차 내몰린 아이들의 미래는 범죄와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나 아닐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이 크다.

그저 일상적 저항과 반학교 문화를 거쳐 노동 계급으로 성장하여 자본주의에 반체제적 사고를 가지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란다면 이 아이들의 일상적 일탈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무서운 걱정이...

장마는 계속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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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6-2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중간계급으로 진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 하는 과제처럼 보입니다.그렇게 된다면 중간계급은 또 상류계급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것도 당연해 보여야 하는 논리가 유출되는데요..^^ 마지막 문단에서 쉽지 않지만 답을 찾아야 될 듯 보입니다.(장마말구요..) 희망의 인문학이라도 함께 할까요.^^ 애새끼들이 싫어하겠지만.^^

비로그인 2007-06-2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용공부할 때 얼핏 제목만 본 책이네요. 읽기를 미뤄둔 책. 이주노동자들이 아이들 일자리를 뺏고 있단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지요? 실업계 아이들에게 노동교육이 정규교육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장마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렇게 우울하시면 어떡합니까? 기운내세요, 글샘 님.

글샘 2007-06-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가 요즘 보이잖아요.
모조리 비정규직이 되고 있는데, 파견이고 용역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노예 계약 하에서 파업이나 투쟁은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리고 말잖아요. 애새끼들은 인문학이 아니라, 낼모레 기말고사 셤문제를 그대로 복사해줘도 엎어져 잠만 잡니다. 잠자기 덥다고 에어컨 켜 달라는...ㅜㅠ
이유님... 아이들에게 노동교육을 해야하는 건 맞는데요, 노동자가 되지도 못하는 처지에 노동 교육이 필요할까요? 이주노동자들이 아이들 일자리를 뺏고 있는게 아니라, 그게 현실인거죠. 자동화와 소수 고급 인력, 그리고 저임금 노동의 자리는 이주 노동자. 지금 실업계 애들도 90%가 대학에 가요. 취업이 안 되니까. 그냥 가 보는 거죠. 교수 월급 주러...

비로그인 2007-06-2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 노동자의 범주를 어떻게 정하시는 건지요? 쌩노가다만 노동자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그리고 설사 관리자나 자본가가 되더라도 노동교육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제가 듣기로는 한국인 고용이 안 된다고 해요. 구인광고를 내도 사람이 안 온다고 해요.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해서요.(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싫어서, 단결할까봐, 의식이 성장할까봐,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이주노동자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공장에 자기들이랑 아줌마랑 일한다고 해요. 그 조건에 일할 사람은 이주노동자랑 아줌마로 귀결된다는 거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차고 있어서 아이들이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노동조건이 갈수록 하향화되고 있어서 아이들이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제조업들이 갈수록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한 몫하고 있을테구요.

글샘 2007-06-2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그거 아닐까요? 80년대 노동자들이 일하던 자리는 많은 부분 기계가 대신하고, 남은 일자리들은 나이 드신 비정규직이나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하고요. 그런데 그런 자리의 임금은 아이들이 알바하는 수준보다 낮거나 비슷하거든요. 근무조건이 열악하기도 하죠. 기름밥먹고 욕먹고 일도 처음부터 배워야 하고... 그런거 보단 아이들이 맥도날드에서 폼나게 흰옷입고 노동하려고 하죠. 한국에서 노동 교육이 학교로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교사가 노동자냐? 이러거든요. ㅋㅋ 잘려봐야 맛을 알까? 임금이 성과급으로 전환되고 연금이 팍팍 줄어들어서 퇴직을 고려하는 주제에 아직도 노동자를 경멸하는 노땅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보담은 빨리 퇴직하길 바라는 게 낫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노동법 이야기해도, 자기들은 대학생이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서 듣질 않아요. 비교적 고급 노동자가 되는 인문계 애들이 오히려 더 잘 듣는다니깐요.

비로그인 2007-06-2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말씀 드렸던 겁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라기보다 노동조건 자체가 열악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저임금 노동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순간, 해결책은 이주노동자 추방과 적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그런 논리가 곧잘 나오기도 하구요..
근데, 최저임금관련 선전전을 나갈 때면, 학생들이 전단지 잘 받아가는데요?^^ 가끔은 친구들 주겠다고 더 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알바를 많이 하니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산재 관련 기사 스크랩을 하다보면, 현장실습 나간 실업계 학생들이나, 알바하던 청소년들이 다쳐서 제대로 보상 못 받은 얘기나, 임금이나 산재와 관련된 어떤 교육도 학교에서 받은 적이 없다고 얘길 해서 말씀 드린 겁니다. 아마도 기사에서나 접하는 저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현장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계시겠지요. 장마라 장마비를 기대했는데 습한 더위와 불볕더위로 괴롭네요. 건강하세요.

글샘 2007-06-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노동자는 한국이 필요해서 불러들인 것인걸요. 추방할 수 없지요. 이미 코시안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버렸지 않나요.
그래요. 아이들에게 최저임금 이런 것 선전하고 알바하다가 다치거나 하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교육도 필요하겠지요. (요즘 현장 실습은 거의 나가지 않으니깐 큰 문제가 없긴 합니다만) 이런 교육을 학교에 와서 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애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면 이넘들은 떠들고 잘 듣질 않아서 ^^;; 강사를 불러놓곤 늘 난감하지만 말입니다. 노동 조건 교육같은 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교사는 지성인이다
헨리 지루 지음, 이경숙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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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지루의 '지성인으로서의 교사 Teachers as intellectuals'의 번역본이다.

쉽게 술술 읽기 어려운 책이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지루의 지루한 문체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주제 자체가 쉽지 않다. 원 제목이 Toward a critical pedagogy of learning인걸로 봐서 변혁적 교육운동에 대한 주제에 강조점을 두었던 것 같다.

과거 많은 교육개혁 운동과는 달리,
현재의 교육개혁 요구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미국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위협과 도전 둘 다를 선물하고 있다.
현 교육개혁안들은 공교육 교사들이 청년들에게 지
적, 도덕적 지도력을 발휘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점에서 분명히 교사들에게 위협적이다.
교육개혁 논의에서 오히려 교사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교사들은 일상적인 교실 생활의 현실과 거리가 먼
전문가들이 내린 지시나 결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고등 기술자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성격과 절차를 비판적으로 검증해 보면 교사들을 배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235-6)
현재 정치적 분위기는 여러모로 교사들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분위기는 교사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중적인 토론을 벌일 수 있는 도전의 기회이기도 하며,
교사양성과 현직교사 프로그램, 일반적인 교실수업의 성격과 목적 등에
절실히 필요한 자기 비판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토론을 통해 교사들은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집단으로 뭉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공교육을 개혁하는 중요한 시기에 반드시 교사가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
점을 대중들에게 증명할 기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미국 공교육은 이중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한 측면은 신우익의 등장과 함께 신우익들이
학교에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공격을 퍼붓고 있음이다.
위기의 다른 측면은 진보적 교육자들이 자신의 전망과 전략을 갖고서
신보수주의적인 교육정책에 제대로 대처해내지 못하고 있음이다.(319)

이 이야기들에 '미국'이란 말만 없었다면, 한국의 교육 현실과도 너무도 부합하는 말들로 보인다. 이 책을 움켜쥐고 읽는 동안, 가슴이 많이 뜨끔했고, 머리가 많이 띵했고, 많이 민망했지만, 과연 나의 모습을 어떻게 변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책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이 변화의 시대에, 거꾸로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시점을 <진지한 자기 비판의 기회>로 삼고, <공교육을 개혁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제1장에서는 <교육과정>을 다시 바라보는 장이다.

새로운 교육과정 양식의 근거는 비판적이면서 역사적이어야하며,  개인적이어야... 단, 개인의 독특성과 요구를 특정 사회의 실재로 인식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 자본의 형식들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 알아야>하는 교육과정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일별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얼마나 '개인의 영달을 위한 교육'으로 치닫는지를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질 따름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치중립이라는 주장 포기해야 하는데, 아직도 교육은 중립이란 족쇄에 휘둘리며 가진자의 편에 서는 것 같다.

학교는 젊은이들을 현재의 사회에 적응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키우는 변혁적 임무를 맡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 학교는 너무 앞쪽에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앞서고,

학생들은 공식적 교육과정의 내용에서보다는 학교의 세 가지 메시지 시스템에 배인 이데올로기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운다. 교육과정 시스템, 교육유형 시스템, 평가 시스템... 이런 저자의 의견은 벽돌처럼 균일한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프로크로스테스의 침대'로서의 학교를 반성하게 한다.

애플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할까?’만의 문제가 아니다.(117)고... 하며,‘어떻게 그리고 왜 특정 집단 문화가 학교에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지식으로 전달되는지’ 비판적으로 감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공식적인 지식이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적 형상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학교는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앎의 표준을 어떻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로 정당화하는가>에 답해야 할 것이란 말이다.

1. 학교의 기본적 일상 규책들이 어떻게 지배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가?

2. 교육과정의 특정 지식이 지배이데올로기 형상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3. 이런 이데올로기들은 교사들이 자기 활동을 정하고 이끌고 그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근본적인 관점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세계관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습관을 의식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도록 돕는 것. 세계관이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늘려준다는 이론이 타당하다면, 세계관은 우리 자신의 권력을 통제하고, 그 권력을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반성하고, 장차 우리의 행동 방식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결국 교육은 비판적이고 올바른 세계관을 갖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

제2장에서는 글쓰기와 목소리 내기의 문제를 교육과 연관지어 다룬다.

위대한 진실은 비판받기를 원하지 우상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은 국으로 있기를 바란다.
그 침묵의 문화를 거부하는 일은 정말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의사소통의 통로 개방도 아직 머나먼 일이다. 계급의 언어를 사회화 하는 형식, 학생과 교사가 함께 협상하여 만들어낸 의미로서의 학교의 각종 규칙들은 아직도 구각을 벗지 못한 것 투성이다.

지루는 비판적 글쓰기는 하나의 과목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민주적 삶과 가까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학을 재형성하고 재구조화해야 한다. (145) 교육학은 암기과목이 되어선 안 된다.
프레이리 (163) 비판적인 태도를 계속 발휘해야 사람들은 순응의 자세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학은 교사가 될 사람들의 암기과목에 지나지 않은 것 아닐까?

인쇄문화는 개념화의 방법을 더욱 향상시키고, 전자매체와 영상매체의 억압적 역할을 걷어낸 사회조직까지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브레히트가 글을 썼을 때보더 훨씬 절실한 문제. “굶주린 자네, 책을 움켜쥐게, 책이 무기야.”(180)

언어를 기술적 의미에서 개념 정의하거나 대화와 정보전달 같은 의사소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의미에서 정의함으로써 언어를 탈정치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알아서 입다물게 하는 데 언어 실천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202)

문화와 언어는 결코 사람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여기에 기여하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결코 중립일 수는 없다.

 3부에서 교육의 지성적 비판적 역할에 대하여 그는 맨앞에서 인용한 것과 같은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교육의 원리는, 학생들을 적극적이고 책임감있는 시민으로 교육하는 과제를 조직 원리로 삼아야 한다. 즉 스스로 결정하며 사려깊고 민주적인 삶을 위해 투쟁하는 지적 기술과 용기를 갖춘 시민으로 교육해야 한다. (256)

그람시는 ‘지성인을 사상의 생산자이자 전달자라는 문자적 의미 이상’을 생각한다. 즉 지성인은 관념과 사회적 실천을 중재하고 정당화하고 생산하는 ‘정치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278)

글자를 읽으며,
과연 나의 삶이 이 글자들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았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삶과 직결되진 않는다.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이미 19년째 접어들었다.
아직도 올곧은 선생이 되지 못한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기만 하다.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고, 아이들에게 삶의 실천적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변혁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은 왠지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남은 20여년의 정년까지의 기간을 비참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올곧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스승의 날 아이들에게 받는 한 송이 카네이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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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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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발칙하다. 통쾌하다.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마음은 답답하다. 답이 없어서...

스스로 교사이면서도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면 어떤 담임과 교과 교사를 만나느냐가 1년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은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가 실려있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가 여럿 있다.
수업 시간에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고, 아이를 오해해서 야단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오류를 저지르거나 늘 아이를 야단치기만 한다면, 교사는 더이상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교사는 비판의 대상이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오류를 너무 오랫동안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
변화하는 입시 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수능에 없는 교과목도 교사가 있어서 가르치거나 배정해서 자습을 해야 한다. 선택과목을 고를 수는 더더군다나 없다. 아이들이 보충수업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충수업 시간에 와서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는 빈도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학생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고 모색할 만한 능력과 마인드를 가진 교사도 많이 부족하다. 각종 상담 연수를 받거나 진로에 대한 사례를 공부할 여건도 부족하지만, 선생님을 상담 상대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나기는 가물에 콩나기 아닐까.

열린 교육의 광풍이 한국 교육을 뒤집어 놓은 후에도 한국의 교육 성과는 2003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문제해결력, 읽기, 수학, 과학에서 조사대상국가 41개 국가 중 각각 1,2,3,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흥미도 동기등 질적 능력에서는 38위의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책은 독일이 그 시험에서 20, 21위를 해서 충격을 먹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쓴 책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이런 책 쓸 시간에 열심히 아이들과 문제를 풀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을 3% 퇴출시킨다고 한다.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인한 일이다.
공무원이 더이상 철밥통이 아닌 시대가 불현듯 오고 말았다. 학교에선 누구를 내 쫓나?
나이 많은 교사? 그가 따스한 인품의 소유자인데도?
인기 없는 교사? 그가 정말 생활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하는 생활지도부장일는지 모르는데도?
수업이 안 되는 교사? 그의 지적 능력이 세계 수준일 지도 모르는데도?
비주요과목 교사? 국어 선생보다 훨씬 좋은 체육 선생은 수두룩하다.
불평 분자 교사? 그의 불평들이 귀에 거슬리지만 쓴 약이 될는지 모르는데도?

교사를 줄을 세우고 잘라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버팅길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교육부는 어느 날 교육 공무원을 잘라내야 할 시점에서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교사를 내 놓아라! 그것이 교육의 미래다.
정부는 젊은 교사들이 세상에 충분히 많이 나와서 아이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모든 교사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야 한다.
복지부동하는 교사를 만드는 것은 그런 제도의 탓이 크다.
남들 월급 많을 때 참고 견뎠더니 돌아오는 것은 욕됨 뿐이란 말은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어느 날 나도 길거리에 나앉은 교사가 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여는 일이라면...
뭘 하든 먹고 살 힘은 내게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너무 겁이 많고 변화가 적다.
담임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고, 수업 적게 하고 싶어하는 교사가 너무도 많고, 보충수업에만 용심을 내는 교사들이 너무도 많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사가 너무너무도 많고, 수업이 지루한 교사가 너무도 많고, 그저 월급을 타러 학교에 오는 교사들이 너무도 많다.

학교에 20대 선생님이 2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 선생님도 30% 정도 있어야 한다.
40대 선생님은 부장 정도 하면서 2,30대 선생님들과 팀을 잘 맞출 수 있어야 한다.
50대 선생님은 10%로도 충분하다. 지혜를 모아 학교를 잘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40대 교사인데도 우리 학교에서 하위 20%안에 든다. 미칠 노릇이 아닌가?
내가 학년 부장을 한다면... 우리 학년에서 막내 바로 위의 나이 정도 될까?
이곳이 한국 교육의 미래가 없는 지점이다.
20년 전부터 그대로 늙어가고 있는 한국의 교육.
더이상 창의성도 재기 발랄함도 기대할 수 없는 곳.

그러나 오늘도 우리 아이는 학교로 갔고, 나도 수업을 간다.
돌틈에서도 민들레가 피듯이, 옥상의 민들레꽃을 찾을 수 있으려나...

이 좋은 책의 치명적 오류는, 맨 뒤에 덧붙인 몇 사람 한국인 독자의 논점이 완전히 개판인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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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2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07-04-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입학한 큰아이 선생님도 나이가 젤루 많으시더군요. 최하 50대...
좀 젊은 선생님을 기대했건만...ㅠㅠ
그나저나 한국인 독자가 뭐라고 덧붙였길래...그 내용이 무척 궁금한데요.

글샘 2007-04-0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학교가 미래를 담기엔, 공적인 기반이 너무도 부실합니다. 한국의 학교는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기관으로 이미 변질된 것 같애요. 그래도 아직은 학교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니깐 어쩔 수 없기도 하죠. 힘내라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몽당연필님... 초등 1,2학년 담임 교사가 나이가 많으신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수업이 적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것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입니다. 아, 한국인 독자가 뭐라고 덧붙인 게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자들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확하게 적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