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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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하얀 가면'은 서문에 밝힌 에드워드 사이드에게 이 글을 밝힌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가면을 쓴 그들. <그들>의 정체는 알기 어렵다.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특히 우리처럼 살색 누리팅팅한 인종에겐 <백색 가면>의 정체는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그 백색 가면을 존경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씹는 것을 옥시덴탈리즘이라고 하고, 백색 가면들이 유색 인종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것을 오리엔탈리즘이라 한다.

요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폭동이 유행이다. 젊은 여성이 중동 출신 남성 위에 올라타고 마구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백호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유색인종은 너희네 땅으로 가라고 하면서...

무서운 세상이다.
고은 선생이 노벨상 타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은 얼마나 큰 역설이냔 말이다.
우리의 것, 우리 사람들을 그토록 사랑하는 시들을 구슬처럼 엮어내신 선생이, 서양놈들이 다이너마이트 만든 돈으로 주는 화약냄새 나는 상을 못 받았다고 실망하는 것처럼 웃기는 이야기도 없지 않은가.

보수꼴통 도스도예프스키는 존경하면서, 살티코프 시체드린(시체? 난 첨 듣는 이름인걸)에 대해 모른다는 이야기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으면서 신선하다. 제정 러시아 관료층의 위선, 아첨, 철저한 인간성의 말살을 풍자한다는 살티코프가 읽고 싶어 졌다.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 그리고 돌대가리들(스톤 헤드)이라 스스로 일컫는 폭력집단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흑인들이나 동남아 노동자들에 비해 <비교적 하얀 가면>을 쓴 한국 제국 말이다.

같은 살빛을 가진 종족인데도, 황우석의 연구 태도를, 의혹에 싸인 문제를 풀어가는 그의 허풍만점인 자세를 비판하는 사람을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빨갱이>로 몰아 붙이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자세는 <가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새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하얀 가면> 뿐 아닌 <비교적 하얀 가면>, 또는 <빨갱이를 싫어하는 가면>들의 집합은 얼마나 명확하게 선이 그어지는가 말이다.

박노자를 읽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세상 어디나 있는 비리와 부조리를 낱낱이 까발리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천국>은 어디도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깐 말이다. 그렇지만 박노자를 미적거리면서라도 만나게 되는 이유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부정직한 나를 스스로 일깨우기 위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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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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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세계사'를 논하는 책을 썼고,

 그가 국회의원이어서 그를 사학과, 정치학과 출신이라고 한다면 서운해할 것이다.

엄연히 그는 경제학과를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한 경제학도다.

 

그가 이번엔 국민들에게 '경제'를 거꾸로 읽도록 도와준다.

먹고 살기 바쁜 한국 국민에게 '경제'란 채만식의 <치숙>에 등장하는 신빙성 없는 화자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1997년 이후, 한국은 극동의 작은 반도국으로서의 존재에서 탈피했으며, 세계 시민이 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달걀을 깨고 나온 병아리에게, 대기는 냉혹했다. 김기림의 나비와 바다에서 처럼...
온 국민이 공주처럼 지쳤고,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새파란 바다에 걸린 노란 초생달이 시렸던 것이다.

 

외환 위기가 닥치고, 책임자를 처벌(솜방망이로 매우 쳤다)했고, 한국은 다시 일어섰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수요와 공급 곡선을 새삼 만났지만,

 이 책에서 '경제적으로 사는 법',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배우기'를 꿈꾸는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 Economics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용어들을 통한 <사기극>, <위협>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야말로 거꾸로 읽는 경제학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세계화와 재벌 그룹의 <모랄 해저드> 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이 책은 일반 독자에게나, 경제학도에게나, 별 가치없는 책이지만,

예방주사처럼 맞아두면 득이 되는 책이다.

 

맞는 말이야, 정확하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군...

이것이 유시민이 바라본 경제학에 대한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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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좋은가
지승호 지음 / 시와사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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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전문인터뷰기자라는 신선한 직함을 가진 지승호의 인터뷰다.

지난 번에 읽었던 ‘마주치다 눈뜨다’의 인터뷰이들은 상당히 진보적인 논객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두던 분들이 많아서 고맙게 잘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둔 분들도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부분부분 읽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 중, 유시민과 김근태를 나는 좋아한다.

유시민의 자유주의, 자신의 선택을 위한 고집까지 난 좋다. 자기가 노빠라는 것을 전혀 부정하지 않는 자세도 좋다. 오히려 노빠 주식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충실하려 한다.

김근태는 조금 더 준비한다면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노무현이 준비가 부족해서 버벅대는 대통령임을 볼 때, 김근태의 성실함이 믿음직스럽다.

 

정동영은 좀 가벼워 보인다. 철학도 얕아 보인다. ‘마주치다...’를 읽을 때, 손석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손석희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정동영은 아나운서를 벗어나 버렸으니 이제 정치를 좀 무게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잘 봐 주고 싶어도 얕다는 느낌을 벗기 어렵다.

 

강금실이 노력하던 모습, 터닝 포인트를 찍고 장관을 사직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강금실 같은 장관을 가졌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정치사는 잠깐 행복했지 않았던가 싶다.

 

21세기 한국 정치의 성공작이라면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을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어린 시절, 노동당은 나쁜 거였는데... 무서운 것 말이다. 늑대로 비유되곤 하던. 드디어 한국 정당사에 노동당이 떴다. 사회당도 아닌 노동당이. 그 성공의 핵심에 노회찬이 있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20석이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힘을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까부는 것도 견제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잘 되길 바라는데, 노회찬의 논리는 쌈박하고 경쾌한데, 조금 준비가 덜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 인터뷰 기자로서의 지승호에게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진다.

전엔 사람들이 ‘신동아’, ‘월간조선’을 보면서 정치적인 안목을 키웠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지나치게 선정적 보도를 좋아한다.

무슨무슨 육성 증언, 긴급 입수, 밀착 취재 이런 식이었는데, 읽고 나면 소위 ‘낚인 느낌’을 많이 받곤 했었다. 실제로는 증언도, 밀착도 별로 없었는데, 말만 번지르르한...

 

지승호는 그들과 다르다. 지승호는 준비된 인터뷰어고, 인터뷰이들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낼 줄 안다. 그는 공부 많이하는 인터뷰어다. 그런 사람이 한국 사회에 있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이 사회에 살 맛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꽃을 놓고, 애국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말이다.

줄기 세포 문제로 시끄러운 애국자들에게 지승호를 들이밀고 싶다.

과연 인터뷰장에서 어떤 논리로 애국을 하겠다고 하는지를...

얼마나 아무 생각없는 ‘국익’과 ‘애국’인지를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노무현 정부의 단견이었던 ‘이라크 파병 문제’는 역시 이 책에서 계속 다루고 있다.

문제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인터뷰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은 그의 장점이다.

다음 책에서는 많은 사람 보다는, 적어도 농밀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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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5-12-0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승호입니다. 옛날 책을 읽으셨네요. 좋은 평 써주셔서 감사하구요.
제가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놀러오세요.

글샘 2005-12-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리뷰를 쓰고, 작가가 댓글을 다는 경험을 드뎌 두 번째 하는군요. ㅎㅎㅎ
반갑습니다. 기꺼이 놀러 가죠.
 
작은 인간 -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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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인류학과는 별로 인기가 없는 학과였지만, 문화인류학 강의는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지역의 다른 풍습들, 그러나 그 다른 풍습들에서 맡을 수 있는 체취는 인간의 보편성에 의거한 것이기도 했다.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을 알라딘에서 여러 번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쉽게 잊혀지곤 했지만.

맨 앞의 100쪽 정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류의 재미없는 이야기가 죽 나온다.

그렇지만, 그 뒤부터는 흥미롭다.

인류는 인종에 따라 우열을 나눌 수 있을는지... 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가 얼마나 분리정책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가운데 백 페이지 정도는 인간의 성적 특성을 다양한 문화 속에 녹여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간혹 학생들이 옆에서 기웃거리기엔 좀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서 학생들이 읽기에 흥미로운 책.
하긴 짐승같은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흥분할 만한 글도 여러 장 된다.

102가지의 작은 챕터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괜찮을 법 하기도 하다.

저자 나름대로 발전시키는 이야기 전개가 있지만 각 장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기도 하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비록 그 의도가 오만하게 시작한 학문이라 하더라도, 인류가 다양한 생물종의 한 종류(a kind)에 불과함을 잘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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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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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는 누구와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따라 그야말로 지리~~할 수도 있고, 쌈박하게 머릿속에 정리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국가와 수도를 외우는 놀이를 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과는 국가 이름도 바뀌었고, 수도 이름도 제법 바뀌었다.

일본의 재미있는 지리학회란 곳에서 엮은 책으로,
국경, 지형, 지명, 기후, 지도와 국기, 명소들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많은 학문들이 그렇듯이,
유럽 중심의 시각이 지도에도 담겨 있고,
유럽 중심의 식민지 쟁탈의 역사가 지도 속에 오롯이 그려져 있다.

우리가 보는 한반도가 중심에 있는 세계 지도는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지도다.
대부분 유럽이 한복판에 있는 지도를 쓴단다.
그렇게 보면, 한국같은 나라는 <극동> Far east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지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6학년에 나오는 세계 학습 이전에 한 번 읽힌다면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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