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너무나도 많아서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도 학교 곳곳에 남아 있는 군국주의적 잔재(전체 애국 조회, 교장 선생님 말씀, 애국가 제창, 국민 의례, 국기에 대한 맹세, 교가 제창, 선도부, 교복, 짧은 머리... 등등등...)가 그렇고,
온갖 언론에 도배하는 전쟁 용어들(격침, 공습, 출격, 출사표, 아군과 적군, 진영 등등...)이 그렇고,
군대식 욕설이 난무하는 계급 사회가 그렇다.
과장님은 퇴근해서도 과장님이고, 과장님 사모님은 대리 부인의 상관이다.
군대처럼 연좌제까지 있다니...
그런 한국 전쟁은 늘 6.25란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한국 전쟁이란 객관적인 이름으로 외국인들이 부른 그 전쟁을,
전쟁 발발 시점을 과장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욕하는 이름인 6.25.
한국이 전쟁 신드롬에서 얻은 것도 있다.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늘 죽음에 오락가락 하고, 무슨 일이든 전투적으로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일어선 지금 그 빨리빨리 병은 곳곳을 부실하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지만, 그 직접적 피해자들이 거의 죽게된 지금까지 한국 전쟁에 대한 공식적이고도 객관적인 연구는 많은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고, 영원히 그럴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은 공식적인 연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 전쟁 연구에 비하여, 사실(fact)적 접근을 통한 진실을 담보해 내려는 노력이 신선하다.
다양한 자료들에서 전쟁의 단면들에 배어든 핏자국을 찾아내고, 아직도 공론화되지 못한 공적인 힘에 의한 살인 행위들을 증언하려 노력한다.
한국은 아직도 전쟁중이다.
전시에는 언론의 자유도, 사상의 자유도 탄압받게 되는데, 한국은 아직도 전시나 마찬가지다.
박제된 지식, 압제하는 앎, 예속된 앎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저자의 의도는 신선하며, 충분히 이 책에서 그 의도를 실현하고 있다.
그가 한국 전쟁을 <현재화> 시킨 것은,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를 마무리지어야 할 시점에서, 이제 그 연구를 생채기를 내면서라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누가 먼저 총을 쏘았고, 왜 전쟁이 발생하였는지... 기존의 연구 관점으로 보아서는 현대사에 얻을 것이 없다.
필자의 의도처럼, 전쟁중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났는지, 그 일들이 한국의 현대 정치, 사회에 어떻게 반복 재생산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온고지신>으로서의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는 현미경으로서의 <한국 전쟁>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고 시각의 교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류의 감성적 접근을 넘어서, 그 영화에서 이은주가 죽게 된 배경도 이제는 백일하에 드러날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좀 아쉬운 점은 주를 붙일 때, 각주로 달았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뒷부분에 후주로 넣으면서 이야기를 읽을 때, 놓치게 되는 점은 아쉬움일 수 있다는 생각.
주가 많아서 모두를 각주로 처리하기엔 좀 산만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