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정희 2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 시대의창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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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박정희를 읽는 것은 현대사를 읽는 것이다.
왜 친일파가 정리되지 못했는지, 왜 친일파가 득세하게 되었는지...
왜 그 아내는 저격당했는지, 왜 그 딸은 정치가로 나섰는지...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그 칼에 봉사한 자. 반드시 역사의 칼에 베인다.

참말을 하면 사람에 베이고, 거짓말을 하면 하늘에 베이는 법이다.

이런 진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런데, 한편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국가인 것처럼 보인다.

2차 대전 말기, 파리 해방 직후 나치 협력자 숙청 당시 일부 관용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한 알베르 카뮈의 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비록 인간의 정의가 너무나 불완전하다고 해도, 인간의 정의를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의 정직함을 필사적으로 견지함으로써 그 불완전함을 교정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런 교정의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왜곡된 역사나 날조된 신화보다
더 서글픈 것은 세뇌당한 영혼이다...

국가주의에 세뇌당한 영혼으로 가득한 서글픈 한국.

<옥에 티>

채홍사 : 채홍준사의 준말로 연산군때 전국에 보내 미녀와 준마(특히 백마)를 징발해 오게 하던 관리. 박정희에게 미녀를 바치기 위해 차지철이란 짐승이 채홍사란 아랫것들을 부렸단다. 이 책에서 기생을 뽑던 관리라고 그냥 적어 온 것은 '채홍사'가 일반명사로 쓰이게 하는 오류를 보인다. '채홍사'는 미친 것들이 만든 <미친 명사>다.

불정선인 :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잘못 읽은 소리. 일제때 말을 듣지 않는 조선인들을 얕잡아 부르던 말. 불정선인이란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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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 / 시대의창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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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 개발의 망령 속에 휩싸여, 그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박정희.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릴만한 만화가 나왔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라면, 그 추악한 박정희의 이면에 대하여 치를 떨게 될는지도 모른다.

대학 입학하고,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에 며칠 밤을 잠못 이루던 생각이 난다.

정말 거짓이었을까? 저 선배들이 거짓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내가 배웠던 것은 모두 거짓이었다.

경제 개발의 신화도, 국가 재건의 역사도. 그 배경엔 추악한 권력 장악의 음모만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 만화는 총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1권에선 일제 시대 박정희의 행적, 해방 후 좌익으로의 변모와 한국 전쟁 후 군인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군사 쿠데타를 성공하기까지의 굴곡진 역사를 잘 보여준다.

부마항쟁을 일으켜 박정희를 몰락시키는 데 주역이 되었던 부산 사람들.
그러나 요즘엔 도장 찍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한나라당원이 되어 버리는 무식한 사람들이 판을 치는 동네.

무식해서 아직도 박정희의 망령에 휩싸이는 이들에게 이런 책들을 읽히고 싶다.
그렇지만 모르겠다. 무식하기에 이런 책을 쓴 놈들을 죽여 버리고 싶어질는지도...

이렇게 세계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잘못된 세계관을 주입시켜온 것은 무서운 일이다.

박정희의 본격적인 살인적 폭압은 2권에서 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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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하는 사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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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지 2년이 넘었다.

나는 강준만의 글을 잘 읽지 않았는데, 서울대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등의 논리는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한 마디로 그는 참 말이 많은 사람이다. 언론 공부를 하는 교수다 보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낸 이유는 1장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1장은 민주당을 버리고 나간 열린우리당 니놈들, 잘 되나 두고 보자... 하는 거다. 결과적으로 열우당은 잘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건 민주당을 버려서가 아니라, 그놈들의 출신이 그랬기 때문일게다.
내 생각에, 1장은 강준만의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헐리우드 액션! 경고 1회!!!

난 이 책의 2,3장이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그건, 강교수의 본령이 언론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강준만의 생각을 읽는 것은 재미있다.
그리고 한국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오버> 액션의 현장은 그의 눈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아이를 안 낳는 저 출산율 문제와, 급속한 노령 사회에 대한 준비의 부족.
세계적인 사교육비 지출국가로서의 교육 문제.
건강한 국가 에너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구태 의연한 정치.
세계화에 발목잡힐 수밖에 없는 낡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

어느 하나 만만한 것 없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오버 액션> 하면서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다.

평범한 몸짓으로 살기 어려운 사회. 강준만은 그걸 읽어낸 것이다.

사회에서 아무 것도 담보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아이도 못 낳고, 늙어도 연금이 없어 헤매고 있으며, 노후를 생각해서 연금보험이 날개를 단다.
내 아이는 잘 가르치기 위해서 사교육에 목을 매고, 기러기 아빠는 시들어 간다.
원정가서 출산을 하며, 조기교육과 조기유학, 전국민의 영재화에 엄마들은 생사를 건다.
오후 4,5시면 아파트 놀이터엔 석양의 그림자만 가득하고, 아파트 길목엔 학원 승합차로 길이 메인다.
정치가들은 날마다 개혁을 부르짖지만, 아직 진정한 개혁의 청사진을 이야기한 사람은 나올 기미가 없다.

날마다 오버고, 모두가 오버다.

여기 강준만의 존재 가치가 있다.

오버하는 사람에겐, "야, 너 엄청 오버해!"하고 용감한 말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스스로 오버함을 깨닫고 덜 오버하려고, 좀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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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지승호의 누드토크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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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시비돌이 지승호가 본격적인 인터뷰어가 되기 전, 짤막한 인터뷰들을 실은 책이다.

요즘 나온 책들에 비해, 준비가 좀 적었고, 2002 대선 직전에 이뤄진 인터뷰들이어서 시사성은 떨어지지만, 객관적인 시각은 높이살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주된 질문의 관점은 월드컵 이후, 월드컵의 역동적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02 대선 어떻게 될 것인가, 여성주의의 적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이다.
아쉬운 점은 월드컵의 역동적 에너지에 대해 대부분 유의미함을 지적하면서도, 4년이 지난 지금 그 에너지는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

그렇지만, 앞의 간결한 인터뷰들 못지 않게, 시비돌이의 교육에 관한 레포트들은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 김규항과의 인터뷰에서 <운동이란, 그 운동에 이미 동의하는 사람들끼리의 한풀이가 아니다. 그 운동에 찬성하지 않거나, 회의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끌어 들여 세를 늘이는 게 운동>이라고 한 말이다.
김규항이 글쓰기는 <용접공이 용접을 하듯 한 사람이 사회에서 부여받은 노동이다>라고 한 관점도 재미있다. <용접공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건너다닐 다리를 용접하는 것처럼, 지식인의 글쓰기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용할 정신의 다리를 용접하는 일이다.>라고 한 말.

그 운동에 있어서 문부식은 <전부 철의 혁명가라면 소수의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비루하고 치사한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로 하여금 뭔가 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것은 아니다>는 한나 아렌트의 말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도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윤밴과 이야기할 때, 모두와 이야기해 놓고는 왜 윤도현 사진만 실었지? 윤밴이 화냈겠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승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무감한 어른들에게 시비 걸기> 코너에 실린 글들은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글이었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통탄스럽게 하는 글이었다.

사실 어른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어른들끼리 모여 일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내고, 통제를 더 강화하자는 식의 결론만을 내리>는 그것이었다. 청소년들의 용의 복장 문제의 과정이 그랬고, 원조 교제 건이 그랬고, 각종 인터넷 심의가 그렇다.

어른들의 해결 방식에 <토론 문화>는 어디에도 없었고, 오로지 <아직 어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해답을 내려 주었고, 통제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상처가 깊어가기만 하고 골이 커질 따름이다. 상처의 치유에는 <칼>을 들이댈 때는 들이대고, <햇볕>에 노출시킬 때는 노출시켜야 하는 것이란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조한혜정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내버려둘 참을성을 길러야할 때>인 것 같다.

변정수(연예인 아님)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이라는 공간만큼 정치적인 공간이 없다. 타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이 일상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정을 정치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휴식공간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니 늘 동상이몽일 수밖에...>하는 말이 나온다.

텔레비전에서 문제 가정에 CCTV를 달아 놓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부장제의 정치력을 확인하고 올바른 가정 세우기에 햇볕을 쬐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주의 <전국 아동학대 방임예방협회>가 발표한 아동학대 방지 이유 중,
학대 행동은 다음 세대로 전수 된다. 아동 학대의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좋다...는 내용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아이들의 자퇴사이트를 불건전하다고 삭제해 버리는 어른들...
과연 그들의 일상은 얼마나 건전한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억압은 나쁜 것이란 논리는 정말 간단한 것이다.

 

<이 책의 옥에 티, 맞춤법 오류 몇 가지>
8쪽. 우리 안에 있는 숫한 콤플렉스의 <숫한>은 <숱한>의 오기
29쪽. 나중에 잘 되서의 <되서>는 <돼서>의 오기
30쪽. 정치할께요의 <-께요>는 <-게요>의 오기
40쪽. 흐뜨러진의 <뜨>는 <트>의 오기
248쪽. 미쳐 생각하지 못한 힘이 생긴다. 의 <미쳐>는 <미처>의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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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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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너무나도 많아서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도 학교 곳곳에 남아 있는 군국주의적 잔재(전체 애국 조회, 교장 선생님 말씀, 애국가 제창, 국민 의례, 국기에 대한 맹세, 교가 제창, 선도부, 교복, 짧은 머리... 등등등...)가 그렇고,
온갖 언론에 도배하는 전쟁 용어들(격침, 공습, 출격, 출사표, 아군과 적군, 진영 등등...)이 그렇고,
군대식 욕설이 난무하는 계급 사회가 그렇다.

과장님은 퇴근해서도 과장님이고, 과장님 사모님은 대리 부인의 상관이다.
군대처럼 연좌제까지 있다니...

그런 한국 전쟁은 늘 6.25란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한국 전쟁이란 객관적인 이름으로 외국인들이 부른 그 전쟁을,
전쟁 발발 시점을 과장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욕하는 이름인 6.25.

한국이 전쟁 신드롬에서 얻은 것도 있다.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늘 죽음에 오락가락 하고, 무슨 일이든 전투적으로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일어선 지금 그 빨리빨리 병은 곳곳을 부실하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지만, 그 직접적 피해자들이 거의 죽게된 지금까지 한국 전쟁에 대한 공식적이고도 객관적인 연구는 많은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고, 영원히 그럴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은 공식적인 연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 전쟁 연구에 비하여, 사실(fact)적 접근을 통한 진실을 담보해 내려는 노력이 신선하다.
다양한 자료들에서 전쟁의 단면들에 배어든 핏자국을 찾아내고, 아직도 공론화되지 못한 공적인 힘에 의한 살인 행위들을 증언하려 노력한다.

한국은 아직도 전쟁중이다.
전시에는 언론의 자유도, 사상의 자유도 탄압받게 되는데, 한국은 아직도 전시나 마찬가지다.

박제된 지식, 압제하는 앎, 예속된 앎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저자의 의도는 신선하며, 충분히 이 책에서 그 의도를 실현하고 있다.
그가 한국 전쟁을 <현재화> 시킨 것은,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를 마무리지어야 할 시점에서, 이제 그 연구를 생채기를 내면서라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누가 먼저 총을 쏘았고, 왜 전쟁이 발생하였는지... 기존의 연구 관점으로 보아서는 현대사에 얻을 것이 없다.

필자의 의도처럼, 전쟁중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났는지, 그 일들이 한국의 현대 정치, 사회에 어떻게 반복 재생산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온고지신>으로서의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는 현미경으로서의 <한국 전쟁>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고 시각의 교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류의 감성적 접근을 넘어서, 그 영화에서 이은주가 죽게 된 배경도 이제는 백일하에 드러날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좀 아쉬운 점은 주를 붙일 때, 각주로 달았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뒷부분에 후주로 넣으면서 이야기를 읽을 때, 놓치게 되는 점은 아쉬움일 수 있다는 생각.
주가 많아서 모두를 각주로 처리하기엔 좀 산만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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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이 책 절반가량 읽다가 관뒀었는데요,
비슷한 말이 자꾸 되풀이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글샘 2006-02-0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가 많아서 좀 지루하긴 하지요.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지루한 점이 있어도, 관점은 올바른 책이 아니었나요?

글샘 2006-02-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이 책에 서너 번 나온 <절대절명>이란 말은 원래 <절체절명>이 맞는 표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