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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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외롭다. 인간도, 뱀파이어도.

이야기는 어느 재활병원에서 일어난 의문스러운 자살 사건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과거가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재활병원에는 수연과 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의지처가 되는 은심 할머니가 입원해 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차별받고 착취당한 난주가 그 병원의 간호사로 있다. 내 번째 자살부터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난주의 눈에 띈 완다. 완다는 사랑하는 이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니는 외로운 사람이다. 수연과 난주와 완다 모두 외롭다. 그리고 울란, 그 역시 사랑하는 이 때문에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더더욱 고독하고 외로운 피냄새에 민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얀 눈밭과 릴리를 상상하면 영화 <렛미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춥고 창백하고 차가운 존재... 이 책에서는 뱀파이어란 존재가 뜨거운 햇빛을 갈망하기에 따뜻한 피를 마시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외로워 보였다.  

인간은 모두 섬이라고 했던가. 존재 자체에 외로움이 내재되어 있다면, 타인에게서 그 외로움을 덜 방법은 없을 것이다. 태어난 이상 외로움은 안고 가는 수밖에. 그래서 모리스의 말이 완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도 살면서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될 테니까. 한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 바닥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모두가 각자 외로움을 깔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으로 치유할 수는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면서 나 하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뿐이지.˝ (p.245)


할머니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장미꽃을 수연에게 선물했다. 종이접기 시간에 자신이 직접 접은 꽃이라며, 시들지 않으니 오래도록 간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도 시들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시드는 건 막을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피었기에 저문다는 것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 P249

수연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기상천외한 무기들을 전부 떠올렸다. 젓가락, 구둣주걱, 형광등, 샴푸통, 장식용 램프, 옷걸이…. 일상의 모든 것은 악의를 만난 순간 살인 흉기로 변했다. 생일 케이크용 칼도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겪은 이후로, 수연은 흉기에 예외를 두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흉기는 마음이다. 다른 것들은 단순한 도구에 불과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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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랑 x 알라딘] 종이 책갈피 세트(10개입) - 김이랑 작가 종이 책갈피 세트(10개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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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에 탐스러운 열매들이 매달린 채 ‘나를 써줘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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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지 x 알라딘] 종이 책갈피 세트(10개입) - 윤예지 작가 종이 책갈피 세트(10개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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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다. 다섯 개의 예쁜 책갈피가 두 장씩 들어있다. 빳빳하고 기분 좋은 책갈피가 자꾸만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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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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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다른 고딕 소설과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서 즐겁게 읽었더랬다. 읽은 지는 제법 오래됐는데 리뷰도, 페이퍼도 아무것도 안 썼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딕 소설은 음침해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닮았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사람은 선한 면도 가지고 있지만 나쁜 면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 개스캘의 <회색여인>은 가부장적 질서에서 빠져나온 여자들이 살아가려면 또 다른 가부장 남자에게 의탁하거나 남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아망트는 인물 성격이 매우 극적으로 변하는데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런 것일까, 살아남기 위해서일까. 신분이 뒤바뀌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녀가 가부장을 담당하고 영주 부인이었던 마님은 보호받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님은 회색여인이 되어 기록을 남겼다.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 역시 <회색여인>과 마찬가지로 흄세로 이미 만났었다. 앨리스라는 여인, 대를 이어 온 저주 같은 사랑,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하지만 무기력했던 앨리스들. 기회가 오자 남장을 한 채 총을 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화가는 이야기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결국 파멸한 이는 영국 남성의 전형인 윌리엄 오키였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두 여자와 결혼하여 두 여인과 각각의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는 정형화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심지어 이 남자는 이 얽힌 실타래를 풀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한다. 이런 무책임한 남자가 결혼을 두 번이나 하다니... 하지만 이 인연을 푼 것은 다름아닌 트레블린 부인에게서 은혜를 입은, 또 하나의 자녀인 헬렌의 사촌 폴이다. 폴은 의도를 가지고 트레블린 부인에게 접근했고, 사촌 헬렌의 신분을 회복시키려 했고, 트레블린 부인에게 입은 은혜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메리 셸리의 <변신>은 마법 같은 이야기이다. 난쟁이와 몸이 바뀐 귀도는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귀도는 재산을 탕진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 준 약혼녀 줄리엣마저 배신한다. 그리고 난쟁이와 몸을 바꾸고,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난쟁이를 저주한다. 도플갱어 단편선 <나의 더블>에 실렸어도 어울렸을 법한 작품이다. 귀도와 난쟁이 둘은 결국 도플갱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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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 부인 정탐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
정명섭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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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일까, 넷일까 고민했다. 별 다섯을 준 이유는 김금원과 <호동서락기>의 존재를 알려준 것과 오가작통법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사형 집행 방식, 다모가 수사하는 방식을 여타 다른 소설보다 더 자세하게 알려줘서이다. 읽는 동안 관노인 다모 박순애의 활약과 '삼호정 시사'를 만든 김금원과 함께 시를 즐기는 이운초, 임혜랑, 박죽서의 기개와 재치가 멋졌다. 


여기 나오는 두 가지 사건은 모두 조선 시대 때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한다. 역시 실제 사건이 가장 험악하고 잔인한 듯 하다. <사라진 신부>의 은월이 겪은 기가 막힌 사건이나, <며느리의 죽음>의 박아지가 죽은 사건은 모두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지,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다. 그래도 인과응보, 일벌백계가 이루어진 것은 좋았으나, 또한 그 안에서도 희생된 이들이 있었다.


김금원이 금강산, 제천 의림지 등을 여행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면, 은월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들어 온 새어머니의 핍박에 운신이 어려웠다. 여인의 몸가짐 운운하는 것도 은월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박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속적삼을 입은 채 죽어 있었기에 정말 친한 이의 소행으로 용의자가 좁혀지는데,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바깥 출입도 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밖에 나오면 행실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다고. 


그나마 이 때 여자에게도 재산이 상속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나았다. 여자를 경시하고 여자의 활동을 싫어하는 사회였기에, 관노에게 수사권을 준 것 역시 이해가 되었다. 양반 여자가 권력을 가지는 게 싫었을 테니까. 심지어 경국 대전에는 '부녀로서 절에 올라가는 자, 사족 부녀로서 산천에서 놀이를 즐기는 자는 장 100대에 처한다'는 부녀자 여행 금지 법안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는 고려 시대의 영향으로 부녀자들이 외출을 곧잘 했다고 하는데, 세종 때 이래서는 안 된다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갑갑한 세상 속에서도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모인 박순애도 김금원도 은월도 모두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아낸 멋진 여자들이었다. 


"세상은 고용한데 죽음은 끊이지 않는군."(p.190)

 

그러니 삼호정 시사 다섯 여인과 박순애는 약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으니. 그들을 응원하며 다음 권이 나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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