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3 개봉 / 18세 이상 / 121분 / 드라마,멜로 / 한국

감 독 : 박 진표

출 연 : 전 도연(은하), 황 정민(석중), 서 주희(규리), 윤 제문(재호), 류 승수(철규)



드디어…서른 여섯 살 노총각 인생에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꼬박 손꼽아 기다리기 서른 여섯 해. 천사 같은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제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서울에서 갓 내려 온 다방 아가씨라고 합니다. 차 배달도 나가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틈만 나면 그녀를 보러 다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장미꽃과 갓 짠 우유를 그녀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난생 처음 티켓을 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 합니다.


그녀는 절 쉽게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사랑 따윈 필요 없다며.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우연히 그녀의 눈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사실은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그 눈물을 씻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저는 용감하게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내 진심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세상 모든 걸 가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줄 믿었던 것도 잠시, 그녀에게 잊지 못할 과거가 찾아왔습니다. 혼자 힘들어 하는 그녀를 위해 전 재산인 젖소 목장이와 통장 5개를 처분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랑에 더 이상의 장애는 없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편지 한 통만 남긴 채 제 곁을 떠났습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미안하다고. 며칠 후, 저는 그녀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청천벼락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아플 까봐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내가 곁에 있어주어야 하는데.



모두 그녀를 포기하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끝까지 지킬 겁니다.


가족도, 친구도, 세상도 모두 그녀를 찾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녀를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제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



1. 사랑은, 지켜져야 운명이 됩니다.

몇 년 전, 박진표 감독은 신문 귀퉁이에 나온 기사 한 줄에 모티브를 얻어 사랑이야기를 시작했다. 꿈 많은 시골 노총각 석중의 사랑은 그녀가 다방 레지라는 사실도, 그녀의 AIDS라는 병도, 그녀의 과거도, 현실의 장벽들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끝까지 변함없다. 연애는 밀고 당기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결혼도 사랑보다 조건이 중요시 되는 요즘,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그 '사랑'에 대해 박진표 감독은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단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입니다."



2. 우리들이 밀어낸 사랑, 이제… 모두가 축복해 줄 사랑.

데뷔작 <죽어도 좋아>에서 70대 노인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사랑에 대한 통념을 깨부수었던 박진표 감독이 만드는 진한 사랑이야기 <너는 내 운명>. 시골 노총각과 다방 레지가 만나 나누는 사랑은 얼핏 '못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다. 통념만 가득하고, 그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세상 사람들에 익숙한 극중 은하 (전도연 분)도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랑만 가지고 사랑할 수 있는줄 아세요? 순진하게…." 이들에겐 흔히 말하는 돈도, 명예도 없지만 그 때문에 더욱 사랑 하나만 보고 사랑한다. 하지만 왜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편견, 그 편견이 휘두르는 폭력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세상 끝으로 밀어낸 그들의 용감한 순애보는 오히려 우리를 눈물짓게 한다. 그리고 박진표 감독의 바람처럼 우리들은 그들의 진한 사랑을 축복해 주게 될 것이다.

3. 진짜 연기의 맛을 보여드립니다!

주연인 전도연, 황정민 이외에도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다양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다. 석중의 어머니 역할에는 나문희가 등장하고 석중의 친구들인 삼노총엔 감초 연기 전문 류승수와 연극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윤제문이 출연한다. 은하의 다방에서 함께 일하는 서주희와 고수희 또한 연극계의 스타에서 영화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배우들. 그리고 김부선이 자신의 딸과 우정 출연하고 보건소직원 역의 김상호와 기자로 등장하는 백종학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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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3 개봉 / 12세 이상 / 120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 황 병국

출 연 : 정 재영(만택), 수 애(김라라), 유 준상(희철), 김 성겸(만택 조부)



"우주…베끼스트가 어데로?"

서른여덟이 되도록 여자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쑥맥 노총각 홍만택(정재영 분). "서방복 없는 년 자식복도 없다"는 어머니의 한숨 섞인 푸념을 들을 때마다 장가 못간 죄인이 된 심정이다. 만택의 죽마고우 희철(유준상 분)은 딴에는 여자 꽤나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막걸리에 취해 만택과 '18세 순이'를 불러 제끼는 건 마찬가지인 서러운 노총각. 이들은 마을에 시집온 우즈베키스탄 색시를 보고오신 할아버지의 권유로 우즈벡 맞선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나 장가간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된 우즈벡 맞선 여행. 안 되는 영어까지 구사하며 현란한 작업을 펼치는 희철에 반해, 답답할 정도로 순진한 만택은 번번히 퇴짜맞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 더욱 속이 타는 사람은 만택의 담당 통역관이자 커플 매니저인 라라(수애 분). 그녀에게는 이번 맞선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보다 못한 라라는 우즈벡 인사말부터 맞선 예절까지 만택의 특별 개인 교습에 나선다.

"다 자쁘뜨러? 다 자빠뜨려!"

라라가 적어준 쪽지를 보며 우즈벡 인사말을 연습하는 만택. "내일 또 만나요"라는 뜻의 "다 자쁘뜨러"를 되뇌이다, 문득 떠오른 라라 생각에 괜시리 쑥스러워진다. 라라의 철두철미한 교습과 희철의 애정어린(?)충고 덕에 드디어 만택에게 기회가 생기지만, 진심 없이 꾸며낸 말로 얻어낸 데이트는 영 불편하기만 하다. 데이트가 계속될수록 만택의 시선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향하는데…



과연 만택은 결혼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

<나의 결혼원정기>는 감독의 경험담??

순박한 시골노총각들의 우즈베키스탄 맞선여행을 그린 <나의 결혼원정기>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한 영화임은 유명하다. 헌데 경험담이라니,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황병국 감독이었던가? 혼기를 넘기고도 장가를 못간 시골노총각들의 결혼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했던 감독은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 진실성이라 믿었고, 그것은 추측이나 상상으로는 결코 갖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2002년 4월, 3주 동안에 걸쳐 실제 노총각들의 결혼원정에 동행하게 되었다. 세 주인공을 제외한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이 여행을 통해 탄생했다. 자신보다 어린 장모를 모시게 된 47살의 노총각과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으나 장애로 인해 번번히 맞선에 실패하는 노총각이 각각 영화 속 '두식'과 '상진'의 모델이 되었다. 원정대원들이 모여 술 한잔에 풀어내는 인생사 또한 영화 속 곳곳에 묻어난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장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슴에 한이 된다며 눈물을 흘리던 노총각, 40평생 자신을 위해 울어준 여자는 그녀뿐이었다며 스쳐간 맞선상대를 그리워하는 노총각, <나의 결혼원정기> 시나리오는 이 모든 사연이 어우러져 한층 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화로 태어났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한국&우즈벡 합작영화?!

'국내 최초 우즈베키스탄 로케이션 작품'으로 화제가 된 <나의 결혼원정기>는 배경으로만 우즈벡을 활용한 게 아니다. 헌팅부터 제작준비, 촬영,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우즈벡 현지 스텝과의 합동작업으로 이루어진 영화다. 2005년 2월 우즈벡 필름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현지 통역을 겸할 제작부원을 모집하고 본격적인 스탭 구성에 나선 결과, 우즈벡 현지 스텝 46명, 한국 스텝 72명의 <나의 결혼원정기> "우즈벡 촬영 원정대"가 결성됐다. 이렇게 시작된 우즈벡 현지로케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황병국 감독은 조감독을 맡았던 <무사>의 로케 경험을 살려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진두지휘 했고, 현지 스텝 및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제작부는 모든 파트에 투입되어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제작부 막내도 4~5년의 경력은 기본이고, 모든 스텝이 6~7년 경력의 베테랑급이었던 우즈벡 스텝들은 지극히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들의 영화를 찍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작업에 동참했다. 서로의 작업 방식을 존중하며 하나된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한 결과, 예천 촬영 18회와 한국 세트 촬영 5회를 포함한 총 68회 차의 제작스케줄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성될 수 있었다.




<나의 결혼원정기> 배우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나의 결혼원정기>의 배우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캐릭터로 분하기 위한 학습과제가 주어졌다. 정재영과 유준상은 경북 예천사투리를, 수애는 러시아어와 평양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해야만 했는데, 이를 위해 배우들은 고3 수험생 못지않은 공부를 해야 했다고. 정재영, 유준상은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경북 예천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사투리 완전정복'에 나섰고, 수애 역시 촬영장에 매니저 대신 러시아어와 평양사투리 선생님 두 분의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 등 철저한 캐릭터 준비과정을 거쳤다. 이 외에도 정재영과 유준상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과제가 있었으니, 바로 촌스러운 시골노총각 되기!! 정재영은 15kg을 찌운 몸에 바가지머리를 해 순박하기 그지없는 '만택'으로, 유준상은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뽀글파마를 감행해 농촌계 작업꾼 '희철'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행여 열심히 찌운 살이 빠질 새라 노심초사했던 두 사람의 노력 또한 눈물겹다. 영화 속 달리는 장면이 유독 많았던 정재영은 체중유지를 위해 더 진땀을 빼야 했고, 유준상은 동그랗고 볼록한 배를 만들어 보이기 위해 촬영 직전마다 3리터가 넘는 물을 섭취하는 수고를 거듭해야 했다.


<나의 결혼원정기>에는 미술팀이 없다?!

우즈벡의 이국적인 배경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속 몇몇 공간들은 미술팀의 손에 의해 원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제일 먼저 진행된 공간은 기술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호텔로 우즈벡 촬영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인 만큼 미술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었고, 소위 '간지작업'을 이해하지 못해, "왜 깨끗이 해 놓은 벽을 더럽히냐"는 우즈벡 스텝과의 충돌이 빚어지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화려한 촬영 공간인 결혼식 피로연장의 지상 7m 높이에 수백 개의 줄전구를 와이어로 연결해 밝은 빛을 연출해내는 모습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만류하던 한국 스텝들도, 무모한 작업이라 얘기하던 우즈벡 현지 스텝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의 결혼원정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간인 사마르칸트 공항도 각각의 항공사 부스를 만들고 여러 가지 싸인물을 제작하는 등 최다물량 투입, 최대제작비를 쏟아 영화 속 '안타까운 이별의 공간'을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꾸며진 아름다움보다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정겨움, 여유로움, 밝고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곳 우즈벡의 모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훌륭하게 마친 미술팀.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준 미술팀을 현장에서는 '마술팀'이라 불렀다고.


50도의 더위를 물리친 <나의 결혼원정기> 촬영 원정대

우즈벡의 풍부한 광량을 담아내기 위해 빛이 가장 좋은 여름에 촬영해야 했던 터라, 한국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인 6~8월, 촬영 기간 내내 4~50도를 웃돌아 현지사람들도 쓰러지는 무더위 속에 우즈베키스탄 로케이션은 진행되었다. 냉동탑차며 얼음조끼까지 더위방지책으로 생각 안 한 것이 없던 제작진은 결국 얼음, 물, 음료수 등을 끊임없이 조달했고 스텝들은 얼음 팩을 몸 곳곳에 지니고 다녔다. 7월의 살인더위를 버텨내고 이동한 사마르칸트는 사막 지역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스텝의 1/3 이상이 물갈이로 인해 온몸에 빨간 반점이 번지게 된 것. 2명의 스탭은 타슈켄트로 급이송되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알로나 역을 맡은 배우 신은경은 온몸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특수분장(?)을 하고 수영장 씬 촬영에 임해야 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스탭진의 굵은 땀방울이 모여 우즈베키스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낸 <나의 결혼원정기>는 관객들에게 이제껏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할 것이다.

**



살아있는 소재에 웃음과 감동을 불어넣은 휴먼 프로젝트

순박한 시골 노총각들의 결혼원정을 그린 <나의 결혼원정기>는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 다큐멘터리를 영화화하기로 한 황병국 감독은 혼기를 넘기고도 장가를 못간 시골 노총각들의 결혼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풀어내고자 했다. 희화화된 캐릭터와 과장된 상황에서 오는 웃음이 아닌 인물들의 순박함과 애환에서 유발되는 따뜻한 웃음. 어리숙하지만 풋풋한 노총각들의 절실함에서 나오는 애틋한 감동. 영화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재에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2005년 최고의 휴먼드라마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공간, 우즈베키스탄의 대발견

우즈베키스탄은 아직까지 축구로만 알려진, 낯설고 생소한 미지의 나라다. 하지만 영화 속 노총각들에게는 이 땅 어딘가 내 배필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에 가슴 떨리는 '사랑이 꽃피는 나라'. 실제 우즈베키스탄 맞선여행에 참관하며 시나리오를 집필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2년여 동안 수 차례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들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공간을 발견해내는 데 주력했다. 푸른 돔의 이슬람 사원과 실크로드 시대를 그대로 간직한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우즈베키스탄의 다양하고 이국적인 문화는 개성 있는 캐릭터,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만나 관객들을 설레임 가득한 여행으로 초대한다.


순도 100%, 공감 200%의 노총각 보고서

영화 속 주인공은 제대로 사랑해 볼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한 시골 노총각들이지만, 누구에게라도 공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간미를 보여준다. 서른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여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만택은 답답할 정도로 순박한 노총각. 만택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희철은 유들유들하다 못해 뻔뻔하지만 속정이 깊어 누구보다 만택을 잘 알아준다. 외로움보다 장가를 못 가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에 더 사무치는 두 시골 노총각의 애환을 유쾌하고 생생하게 그리는 <나의 결혼원정기>는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완벽한 연기호흡을 자랑하는 최상의 캐스팅

<나의 결혼원정기>의 캐스팅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짜맞춘 듯 적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순박한 시골 노총각 정재영과 뻔뻔하고 귀여운 농촌계 선수대표 유준상, 강단 있고 똑 부러진 현지 통역관 수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기대된다는 것. 공인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실미도><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신화를 이뤄낸 정재영과 CF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낸 유준상, 스크린 데뷔작 <가족>으로 충무로의 헤로인으로 떠오른 수애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감을 증폭시켰음은 물론이다. 배우에 캐릭터를 맞춘 듯 몸에 꼭 맞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세 배우의 연기호흡은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선정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대미를 장식할 영화로 <나의 결혼원정기>를 선택했다. 그 동안의 개?폐막작들에 비해, 이번 폐막작은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가 선정되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주년인 만큼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와 감흥이 있는 영화를 선정했다'는 영화제 측의 선정 사유는 영화의 완성도와 더불어 대중성을 짐작하게 한다. "많은 삶의 짐을 지고도 군소리 없이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변방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송가"라는 평가 또한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파이란><집으로…><가족>에 이은 튜브픽쳐스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더욱 신뢰감을 주는 <나의 결혼원정기>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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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7 개봉 / 15세 이상 / 129분 / 드라마,로맨스,옴니버스 / 한국

 

감 독 : 민 규동

출 연 : 엄 정화(허유정), 황 정민(나두철), 임 창정(김창후), 서 영희(하선애), 김 수로(박성원)



사랑에 제대로 미친 남녀들의 7일간의 기적같은 연애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방식들. 여기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커플들이 있다.
언제나 당당한 여우같은 페미니스트 여의사와 육두문자를 남발해대는 마초같은 강력계 형사, 세상이야 힘들든 말든 둘의 사랑만큼은 언제나 달콤해야한다고 믿는 못 말리는 닭살 동거 커플, ‘내 사전에 사랑은 없다’고 외쳐대다가 어느 날 몹시 당황스런 스토커(?)와 맞닥뜨린 전직 농구선수, 우연히 꽃미남 가수를 만나 마음이 흔들려버리고 마는 예비 수녀, 이런 그녀를 사로잡아버린 아이돌 스타 가수의 아슬아슬한 사랑.

연애라곤 꼬이기만 하던 그들이 사랑에 제대로 미치면서 생애 가장 짜릿한 일주일이 시작된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

남다른 구성의 色다른 사랑이야기!
독특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민규동 감독의 새로운 시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소품류의 기존 로맨틱 멜로 드라마와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가진 시나리오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냈다. 일곱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한 시나리오 안에 자연스럽게 녹이며 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만들어 낸 것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테마별로 나열해 놓은 옴니버스 형식과는 달리 하나의 구조 속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시나리오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다. 배우들의 캐스팅에 있어서도 이 시나리오의 독특함은 단단히 한 몫을 하였다.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잘 짜여진 시나리오는 처음이다”라며 시나리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엄정화, 임창정, 김수로, 황정민 등 충무로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은 모두 단숨에 출연 계약을 맺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턱 퍼레이드



오늘은 내가 쏜다!
촬영 일정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우리에게 어색함이란 없다!

이 영화는 일곱 커플의 사랑이야기인 만큼 등장인물이 타영화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다가 각각 커플별 촬영이 많아 모든 배우와 스텝이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배우들은 어색함을 만회하고 좀더 친밀한 사이가 되자며 돌아가며 한턱 쏘는 자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촬영전에 미리 만나 술자리를 갖으며 친밀감을 높였다. 그리하여 자칫 어색한 장면이 될까 우려했던 장면들도 자연스럽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한 예로 동갑내기인 엄정화·황정민은 촬영전 술자리에서 어찌나 친해졌는지 민망할 수 있었던 첫 촬영날의 베드씬 마저도 즐거운 분위기로 유도해 냈다. 그에 더하여 “내, 내리는 중입니다. 빤스가 보이길래...” 라며 애드립으로 경상도 억양을 첨가한 센스있는 황정민의 대사는 그날의 촬영장을 일순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기 까지 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의상



촬영을 위해서라면 폭염도 이겨내리!
촬영을 위해서라면 한파도 이겨내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라 촬영하는 동안 계절이 바뀌어도 그 계절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없었다. 때문에 4월 4일부터 8월 15일까지의 촬영 일정 동안 계절이 바뀌었지만 배우들은 한결같이 가을 옷을 입고 촬영에 임해야 했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초봄의 쌀쌀함 속에서도, 모두가 덥다며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한여름에도 얇은 가을 외투를 걸치고 촬영을 해야 했다. 더울 땐 얼음주머니를, 추울 땐 핫팩을 안주머니 여기저기 넣고 촬영에 임하면서도 배우들 중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스텝들과 구경 나온 주위 사람들이 안스럽게 지켜보았지만 정작 배우들은 아랑곳 않고 열정적으로 연기해내 여기저기에서“역시 프로다”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한편, 우리나라에 한 장 밖에 없는 루이뷔똥 블라우스를 입고 ‘모텔 씬’을 촬영했던 엄정화는 콩자반이 튀어야 하는 ‘포장마차 씬’에선 안타깝게도 그와 똑같이 만든 이미테이션 블라우스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까메오



주연배우 황정민이 까메오?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

주연배우가 그 영화의 까메오도 될 수 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엄정화·황정민 커플이 극장에서 데이트 하는 씬에서 비춰지는 스크린 속 스크린 장면이 바로 황정민이 열연을 펼쳤던 영화 <달콤한 인생>인 것이다. 이 웃지 않을 수 없는 까메오의 등장은 기본이고, <색즉시공> 때 맺었던 두사부필름과의 인연으로 하지원도 까메오로 등장해 바쁜 스케줄 중에도 영화사와의 우정을 과시하였다. 하지원은 극중 전직 농구선수였던 성원(김수로)의 첫사랑 치어리더 ‘연주’ 역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속에 그녀가 몇 번 나오는지 찾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선생 vs 여제자>의 대담숙성 초딩제자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이세영도 까메오로 출연해 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세트

사람을 닮은 공간!
사랑에 빠지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장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이니만큼 각 커플별로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공간 또한 모두 다르다. 때문에 미술팀은 각자 커플의 분위기에 맞는 세트를 제작 또는 섭외하기 위해 그 어떤 영화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빨간 소파와 센스있는 소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유정(엄정화)의 집은 사실 수원에 있는 한 호텔의 스위트 룸을 꾸민 것이며, 곽회장(주현)과 오여인(오미희)이 중년 로맨스의 진수를 펼치는 정겨운 단관극장은 종로의 허리우드 극장 옥상에 손간판을 그려 거는 수고를 통해 탄생된 공간이다. 창후(임창정)와 선애(서영희)의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는 신혼집의 깜찍한 소품과, 성원(김수로)과 유정(김진아)이 만나는 아기자기한 소아병동도 모두 미술팀이 발로 뛰어 얻어낸 것들이다. 덕분에 촬영 세트가 너무 예쁘고 분위기 있어 촬영이 끝난 후 세트장 없애는 것을 아쉬워한 스텝들은 이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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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생애 가장 짜릿한 일주일간의 특별한 연애 이야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들의 기분 좋은 설레임을 그린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그들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유쾌하게 그려낸 사랑 이야기이다. 여러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가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그 동안 보아왔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다. 민규동 감독은 하나의 독립된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단순히 나열하는 옴니버스 영화와는 달리, 촘촘히 얽혀 있는 다양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새롭고 독특한 구성으로 그려낸다. 사랑에 제대로 미친 남녀들이 엮어내는 ‘7일간의 기적같은 연애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에게 얼굴 가득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사랑스럽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모여 즐거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싱글즈><결혼은 미친 짓이다> 엄정화, <색즉시공><위대한 유산> 임창정, <재밌는 영화><간 큰 가족> 김수로, <바람난 가족><달콤한 인생> 황정민. 따로 있어도 이목을 끄는 흥행 메이커들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한꺼번에 등장한다. 매 영화마다 재미를 2배로 배가시키는 열연으로 충무로 캐스팅 1순위인 개성파 배우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맛깔스런 연기로 신세대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견 배우 주현과 오미희, 천호진, 그리고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정경호와 <올드보이> 윤진서, <마파도> 서영희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로 소화하며, 생애 가장 매력적인 개성을 발산한다. 이 모든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 대결은 더 이상의 적절한 캐스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서 영화의 매력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

여기 사랑에 빠져 정신 못차리는 ‘캐릭터’들이 있다!

섹시하고 도도한 정신과 여의사 허유정(엄정화), 터프하지만 여자 앞에선 쑥맥인 노총각 나형사(황정민),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 로맨티스트 창후(임창정), 결혼식 도중 뛰쳐나와 파란만장한 동거를 시작한 용감한 여자 선애(서영희), 애인이 농구감독과 바람난 사실을 알고 농구도 때려친 불같은 남자 성원(김수로), 평생 오드리 햅번을 연인으로 꿈꾸는 고집불통 구두쇠 곽회장(주현), 중년에도 연기자의 꿈을 꾸고 사는 소녀같은 오여인(오미희) 등,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작품의 등장 인물 모두가 독특한 캐릭터를 자랑한다. 때문에 관객들은 캐릭터들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얽혀있으며, 그들 중에 누구와 누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바로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예쁘게만 포장된 꿈 같은 판타지가 아니다. 어딘가 부족한, 그러나 밉지 않은 정감 어린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가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이다. 사랑은 어느 날 뜬금없이, 그것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찾아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 샘솟는지 모를 설레임으로 매일 밤 잠을 설치게 만드는 요상한 감정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이렇듯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가슴 떨리는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그리하여 사랑을 해봤거나 사랑을 하고 있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랑 영화의 별미에 취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랑 만들기를 보고 있자면, ‘나도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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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8 개봉 / 15세 이상 / 121분 / 드라마,미스터리 / 한국

감 독 : 윤 종빈

출 연 : 하 정우(유태정), 서 장원(이승영), 윤 종빈(허지훈), 임 현성(수동)



그 날 이후 … 더 이상 친구일 수 없었다

2년여 동안 나름 군기반장으로서 모범적인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는 말년 병장 태정은 중학교 동창인 승영이 내무반 신참으로 들어오면서 평탄치가 않게 된다. 상관의 군화에 매일같이 물광을 내 갖다 바치는 것이 당연하고 고참은 신참 팬티를 뺏어 입어도 당당할 수 있는 군대 특유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승영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태정은 친구라는 이유로 승영을 계속 감싸주지만 자신까지 곤란한 상황에 몰리기가 일쑤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는 태정의 충고와 걱정에도 아랑곳 않고 승영은 자신이 고참이 되면 이런 나쁜 관행들을 다 바꿀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태정에겐 그런 승영이 답답하고 자신의 제대 후 홀로 남겨질 친구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그러던 중 승영도 어느덧 지훈을 후임으로 두게 된다. 다른 고참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승영은 자신의 소신대로 지훈에게 잘 해주지만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부대 내 따돌림은 심해지고 인간적으로 대한 지훈도 제 멋대로이다. 태정이라는 보호막도 없어진 승영은 이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하는데…

1년여 후, 제대하고 군대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태정에게 어느날 승영으로부터 갑작스레 만나자는 전화가 온다. 승영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태정은 여자친구를 불러내고 승영은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자꾸 태정을 붙잡는데.. 태정의 제대 후 승영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한국 남자들이 이십 대에 겪는 두 번째 사춘기…
: 군대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남성성의 현주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라는데 왜 모든 제대한 남자들은 그 지루한 군대 얘기를 심심풀이 땅콩보다도 더 자주 술자리 안주 감으로 등장시키는 것일까?

'군대 갔다 와야 진짜 남자가 되고 어른이 된다' 라는 식의 말이 진리와도 같이 통용되는 우리 사회에서 '군 복무'는 대한민국의 소년이 성인 남자로 살아가는데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그 동안 사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왔던 '소년'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혹독한 계급사회에 무방비상태로 던져져 '군인'의 얼굴을 배운다. 처음에는 위계구조 말단의 피해자로, 시간이 지나면서 가해자의 위치로 탈바꿈하는 법을 배우면서 명령과 복종의 권력관계 속에 심어진 비틀어진 남성성을 서로에게 권하고 강요한다. 군대라는 곳에선 누구나 한번씩은 피해자였고 또 가해자였기 때문에 일방적인 피해 의식이나 죄의식을 가지기보다는 단체의 행동과 룰을 합리화하게 된다. 그래서 그 시절에 보낸 인생의 시린 사춘기는 '지나고 보니 힘들고 고달팠지만 인생살이에 엄청난 도움을 준 곳'으로 기억되어야 하고 그렇게 대한민국 남자들이 공유하게 되는 '군대의 기억'은 감히 거부할 수 없는 룰이 되어 우리 사회에 또다시 경직된 위계질서를 만들어간다.




충성! 친구야…
폭력의 질서 안에 변해가는 사람의 관계를 응시하는 흥미로운 시선

최 고참 병장과 신참 이등병으로 만나게 된 두 친구 태정과 승영. 절대적인 규율과 위계질서로 점철된 조직에 우정이라는 사적인 감정이 끼어든 것만도 불편한데 한 술 더 떠 승영은 강압적인 군대 규율에 반감을 가지고 거부하다 위기에 몰리고 그럴 때마다 병장인 태정은 승영을 보호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승영은 적당히 타협하는 태정의 모습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사회가 원하는 남성성을 지닌 태정을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폭력과 권력에 길들지 않으려는 승영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태정의 제대로 보호막을 잃자 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토록 거부하던 '적응'을 하게 되면서 승영은 자신이 그동안 용인하고 호의로 대했던 지훈을 너무나 답답하고 '변해야 할' 인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승영에게 지훈은 결국에 지키지 못한 자신의 신념을 정면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래서 지훈의 죽음은 권력의 질서 앞에 포기한 자기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지훈에 대한 죄책감으로 도저히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런 이야기, 무겁거나 재미없을 거라고?
군대얘기 맛깔스럽게 풀어놓는 윤종빈식 레시피



<용서받지 못한 자>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한마디는 바로 '군대 이야기'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도 너무 들어 식상하고 칙칙한 군대 이야기는 그다지 영화에서 보고 싶은 소재가 아니다. 익히 알아 지겹거나, 아니면 너무 무거울 것이 뻔한 군대 내 폭력과 자살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길래 관객의 공감과 몰입, 끊이지 않는 웃음과 영화 본 후의 진한 여운까지 끌어낼 수 있었던 걸까?

바로 이 점이 무게 잡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윤종빈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감독은 위계질서라는 명분하에 일상화된 구타와 기합, 성추행 등등의 문제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자살이라는 묵직한 사건들을 거시적인 군대 조직의 불합리성 문제로 서둘러 정리하려 들기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개개인의 관계를 규정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미시적으로 파고들어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때문에 관객 또한 정색하고 볼 것을 강요 당하지 않고 영화적 재미를 즐기는 가운데 공감하고 안타까와하며 거시적인 권력의 구조까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2005 최고의 캐릭터 영화 탄생!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발군의 연기

두 시간의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동안 지루함은 커녕 한달음 내달리듯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과 연기의 호흡이 베테랑 스타들을 능가하는 신인 배우들의 연기이다.

적당히 조이고 풀어주는 법을 아는 군기반장 태정, 강한 자의식으로 저항하지만 결국 항복하고 마는 지식인 스타일의 승영, 사회가 원하는 남성성의 기준에서 아예 미달인 고문관 지훈, 신참 괴롭히기가 고참의 특권이자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이 없는 수동 등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자신의 군대시절을 떠올렸을 때 하나씩 들어맞는 인물들이 다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캐릭터들이다. 이렇게 보편적이지만 일견 뻔할 수도 있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다른 성격 때문에 미세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들을 예민하게 잡아낸 에피소드들을 통해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갖는다. 따라서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이라면 이들의 표정 속에서 그 시절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고 군대 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여성 관객들은 술자리 호언장담으로만 들었던 남자들의 진짜배기 사연을 훔쳐보는 쾌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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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6 개봉 / 15세 이상 / 113분 / 드라마,미스터리,범죄 / 미국,독일

감 독 : 폴 해기스

출 연 : 맷 딜런(라이언 경관), 산드라 블록(진 카봇),  제니퍼 에스포지토(리아), 라이언 필립(핸슨 경관)



당신의 가슴에 손을 대는 순간,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LA 교외의 한 도로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 그레이엄(돈 치들)의 표정이 당혹과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이야기는 36시간 전, 15명의 삶으로 돌아간다.

백인 부부 릭과 진 - 지방검사 릭(브랜든 프레이져)과 그의 아내 진(산드라 블록)이 두 흑인청년에게 차를 강탈당한 밤, 아내 진은 주위 모든 것에 화가 난다. 집문 열쇠를 수리하러 온 멕시칸 남자 대니얼은 의심스럽고 가정부에겐 짜증이 난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모르고 있다. 자신이 정치적 성공에 몰두한 남편 때문에 외로우며, 36시간 후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을 만난다는 것을...

흑인 부부 카메론과 크리스틴 - 같은 시간, 흑인이자 방송국 PD인 카메론(테렌스 하워드)과 아내 크리스틴(탠디 뉴튼)은 지방검사 릭의 강탈당한 차와 같은 차종이라는 이유로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에게 검문을 당한다. 라이언은 여자에게 몸수색을 이유로 성적 모욕을 준다. 수치를 당한 아내는 남편을 비난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 사건이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줄까 두렵다. 아직... 그는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 - 라이언(맷 딜런)은 아버지의 병 수발이 힘들기만 하다. 그의 폭력은 병든 아버지로부터 받는 아픔에 대한 화풀이일 뿐이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수치심을 안겨준 흑인 여자(크리스틴)와의 운명적 만남을 알지 못한다. 또한, 핸슨(라이언 필립)은 라이언의 행동에 분노하지만 36시간 후, 그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엄청난 충돌이 있음을 감히 상상도 못한다.

이란인 파라드와 멕시칸 대니얼 - 페르시아계 이민자인 파라드는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총을 사고 열쇠를 고치지만,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도둑이 가게에 침입한 날, 그것이 열쇠 수리공 멕시칸 대니얼 때문이라고 생각한 파라드는 결국, 대니얼의 어린 딸을 향해 총을 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오해는 기적과 구원을 가져온다.

흑인형사 그레이엄 - 살인사건의 현장, 그가 보고 있는 시체는 자신의 동생이다. 백인사회에서 성공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그이지만, 지금 그 앞엔 동생의 시체와 함께 '동생을 죽인 살인자는 너'라는 어머니의 비난만 남아있다.

흑인청년 피터와 앤쏘니 - 36시간 전, 지방검사 릭의 차를 강탈했던 피터와 앤쏘니. 피터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끝에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충돌을 맞이한다.

LA.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36시간을 향해 그들은 서로 교차하고 충돌하며 달려가고 있다.
아직, 그들은 모르고 있다. 서로와의 충돌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



아픔의 밑바닥에서 묻다
"어떻게 해야,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던 2005년 미국 개봉 당시, 영화 '크래쉬'는 인종 갈등을 다룬 영화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랍인, 한국인... '크래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서로 다른 표정의 얼굴들. 그러나 영화 '크래쉬'가 단지 정치적이거나 논쟁적 영화라면 그처럼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하며 사랑과 감동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다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이 찾고 싶어 하는 희망에 그처럼 함께 목말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기 한 경찰(맷 딜런)이 있다. 그는 늙고 병든 아버지의 간호에 지쳐 있다. 마음속에 응어리진 아픔은 타인에 대한 그의 배려를 앗아간다. 그리고 그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일탈적 충돌이 전혀 뜻밖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인생이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는 것을. 관객은 또 다른 여자(산드라 블록)를 만난다.



그녀는 정치적 야심에 목마른 남편(브랜든 프레이져)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녀의 아픔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의심하고 소리치고 스스로 상처 입히는데, 왜 아파야 하는지 그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 직전의 사고현장에서, 몸을 가눌 수 없는 고통의 극한에서, 아픔의 밑바닥에 이르러서야 깨닫기 시작한다. 당신과 친밀하고 싶고, 당신과 소통하고 싶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을 받아들이고 싶었다는 것을! 충돌(Crash)이란 접촉(Touch)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며,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처 한가운데에서 그들은 스스로 묻게 된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Stranger)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그들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 그 공포와 단절, 몰이해가 한 젊은 청년의 죽음을 결정하는 충격적 반전을, 영화는 침착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폴 해기스는 화해의 손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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