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날로 먹거나 잼, 설탕에 절인 과자를 만들고 익지 않은 열매는 소금에 절여서 쓰며 씨는 독특한 맛이 있으므로 향신료로 그만인 파파야. 그 '파파야' 딸을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애절한 슬픔이 담겨있다면...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에 연한 붉은빛으로 향기가 좋으며 즙이 많고 달콤한 구아바 열매. '구아바'가 어두운 밤 아버지의 땅, 멕시코를 탈출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담긴 상황을 역설적으로 상징한다면...

1920~30년대 멕시코와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업형 농장노동자들과 가족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13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성장소설 <에스페란사의 골짜기>(아침이슬. 2006)을 이루는 각 장의 제목은 과일과 야채의 이름으로 되어 눈길을 끈다.

부유한 농장주의 딸로 공주처럼 살던 주인공 에스페란사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닥친 고난과 함께 29년 대공황, 미 연방정부의 멕시코 이민 본국추방 등 역사적 사건의 급류에 휘말리면서 겪는 고통을 달콤하고 먹음직스런 과일과 채소에 비교하면서 그 역설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파파야와 구아바 뿐 아니라 멜론, 아몬드, 자두, 포도, 복숭아 등의 과일과 양파, 아스파라거스, 감자 등 채소는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 에스페란사가 성장과정에서 겪는 사건과 현실, 삶의 의미를 나타낸다.

<화려한 드레스, 아름다운 집, 광활한 대농장과 수많은 하인들... 어린 소녀라면 누구나 꿈꾸는 온갖 소중한 것들을 누리며 사는 에스페란사는 장차 엄마처럼 농장의 안주인이 되어 수천 에이커에 이르는 대농장 엘 란초 데 라스 로사스를 다스리게 될 터였다. 하지만 열세 번째 생일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아버지의 죽음과 화재, 재산과 사회적 평판을 목적으로 엄마와 재혼하려는 삼촌들의 흑심 때문에 에스페란사와 엄마는 농장에 하인으로 있던 미구엘 가족과 함께 도망치듯 미국으로 이주한다.

마침내 멕시코인들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의 기업 농장에 정착한 두 모녀는 하루아침에 귀부인과 소공녀에서 농장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농장 막사의 열악한 환경, 하루하루 품을 팔아야 하는 고된 일상, 낯선 나라, 낯선 계층에 적응하는 문제, 인종 차별, 대공황이 야기한 경제적 어려움, 엄마를 덮친 무시무시한 골짜기 열병 등 갖가지 문제에 봉착한 에스페란사는 자신이 깊은 골짜기에 떨어진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에스페란사는 아버지가 들려준 대지에 대한 사랑에서 힘을 얻고 잿더미 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골짜기를 벗어나 다시 날아오른다...>

소설가 팜 뮤뇨스 라이언(Pam Munoz Ryan)이 할머니의 실제 삶을 모델로 쓴 이 작품은 2000년 미도서관협회이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풍요와 아메리카 드림 이면에는 수많은 이민자들의 희생과 노동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옮긴이 임경민은 "사춘기 소녀가 상실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내면의 드라마와 인종차별, 파업을 목격하면서 깨달아가는 역사적-사회적 현실인식의 과정 그리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에 눈뜨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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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1-13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파야 처음 먹을때는 그 맛을 잘 모르겠는데, 점점 그 맛에 매료가 되더군요. 씨앗이 향신료로 사용되는줄은 지금 처음 알았어요.
한번 이 책을 읽고 싶네요.
 

주식형펀드 30조시대 `펀드투자 5천만원 벌기`

주식형펀드 전체 수탁고가 드디어 30조원을 돌파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체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30조13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10조원을 돌파했던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7개월여 만에 20조원을 넘어섰고 불과 두 달여 만에 10조원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30조원을 훌쩍 넘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주식형펀드의 빠른 증가세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이 저금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투자자산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루 3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오고 있는 이런 추세는 주식형 펀드의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준다.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일고 있는 지금의 증권시장, 펀드를 가입해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투자자들에게 <나는 펀드 투자로 5000만원 벌었다>(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5)의 저자 노용환 소장(노용환 재테크 연구소)은 “본인에게 맞는 펀드유형을 골라라.”고 충고한다.

전세금 2,800만원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마흔 전에 일명 ‘경제자유인’이 되는 목표를 이룬 노소장이 펀드에 주목한 이유는 저금리,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 재테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원금손실의 우려가 있지만 제대로 투자하면 예금, 적금의 금리를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투자를 오랜 시간 공부한 끝에 2004년 가입했다. 적립식, 거치식, 배당주, 대형주, 중소형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8회 투자한 결과 1년 동안 5,000만원이라는 높은 수익을 얻었다. 30% 넘는 수익률을 보고 집을 담보로 1억 5,000만원을 대출받아 ‘올인’했다가 원금까지 잠식당하는 실패도 경험했지만 틀렸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환매하거나 상품을 바꿔 투자하는 등 현명한 투자법으로 지금의 결과를 거뒀다.

저자는 책을 통해 초보 펀드투자자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펀드의 유형, 가입시 주의점, 수수료 등 기본적인 투자방법부터 ‘1인 1펀드 통장 시대’를 주장하며 2010년 한국인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전문가로서 재테크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는 경제에 눈이 어두운 일반인들에게 어려움없이 다가선다.

책에 따르면 펀드 투자를 시작하려는 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투자유형에 맞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펀드의 종류는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MMF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주식형은 주식에 60%이상, 채권형은 채권에 60%이상 을 투자한다(펀드 분류 기준은 펀드평가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분류는 펀드의 `위험`에 따른 것인데 주식 편입 비율이 높을수록 펀드 수익률 변동 폭이 크고 위험이 높다. 흔히 말하는 `High-Risk, High-Return(고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이라는 의미이다.

책은 투자기간에 따른 구분법도 소개한다. 단기는 6개월 미만, 중기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 장기는 1년 이상 투자해야 환매수수료가 면제되는 상품을 말한다. 이는 펀드 평가기관 등의 개별 펀드 정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환매수수료 부과 기간` 란을 보면 된다.

이 칸이 `공란`이라면 이 펀드는 환매 시기가 언제이든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90일`이라고 되어 있다면 90일 내에 이 펀드를 환매하면 환매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초보 펀드가입자라면 눈여겨 볼만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인생주기에 따라 구분해 놓은 펀드 종류다.

다음은 개인별 투자성향과 연령대에 따른 추천 상품.
▲20대, 종자돈 모으기를 목표로 한다면 적립식펀드(주식형)과 장기주택마련펀드
▲30대, 내집마련과 자녀 학자금 마련이 목표라면 적립식펀드(주식형)과 주식성장형펀드
▲40~50대, 재산불리기가 목표라면 주식혼합형펀드, 해외뮤추얼펀드, 펀드오브펀드
▲60대, 행복한 노후생활을 목표로 한다면, 국공채펀드와 ELS펀드, 주식안정형 펀드

본인의 투자성향과 나이, 자금에 맞는 펀드를 결정했다면 "각 유형별 어떤 펀드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저자는 `과거 투자 수익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를 담보해주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펀드 가입시 가장 믿을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

3년 이상 장기일수록 객관적인 운용사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 상승장과 하락장 등을 고루 경험했기 때문에 운용사의 능력 검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3년 이상의 펀드는 많지 않고, 펀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 대상 펀드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최소1년 정도 수익률은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책은 “만약 비교대상인 두 펀드의 과거수익률이 비슷하다면 그중 수익률 변동이 적은 펀드가 더 유리하다. 과거 수익률 변동이 크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펀드의 위험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매일 경제뉴스를 탐독하고 투자한 펀드 상품의 수익률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체크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 높은 수익을 거둬 올린 저자의 땀냄새가 느껴지는 꼼꼼한 구성이 눈에 띈다.

노용환 소장은 재테크 연구와 집필, 강연 중이며 매일경제신문 부동산센터 칼럼리스트 및 자문위원, 다음 금융플라자 머니닥터와 10in10 카페의 칼럼리스트로 칼럼을 기고 중이다. 블로그(http://blog.daum.net/32in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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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출판시장 바라본 ‘키워드로 읽는 책’


다가오는 설 연휴를 30대 여성 95%가 두려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이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절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923명(73.7%)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대 이상에서는 95.4%인 1922명이 명절증후군 증상을 호소했다. 미혼자들이 많은 24세이하 응답자 중에도 52%인 388명이 여파가 있다고 밝혔다.

한때 미혼여성들에게 결혼기피 대상 1위로도 꼽혔던 ‘장남’ 가족이라면 설연휴마다 손님대접과 명절증후군에 더명절을 두려워 할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장남’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과연 어디쯤일까.

2005년 출판시장을 전면 분석한 <키워드로 읽는 책>(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5)에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베스트셀러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명진. 2004)를 분석하며 ‘불안한’ 한국사회의 남성상을 조명했다.

책에 따르면 한소장은 <대한민국...>을 보자마자 숨이 막혔다고 한다. 순간 장남으로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5남1녀의 장남, 장손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이 물밀 듯 밀려왔다. 대학 1학년, 설을 지내러 고향에 들렸을 때마다 작은 할머니는 새벽 4시반에 그를 깨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세배는 9시가 되서야 겨우 끝났고 세배하는 집집마다 계속 떡국을 먹어야 했다. 9시가 넘어 오후까지 이어지는 제사순례의 절이 지겨워 2시에 줄행랑을 치곤했는데 그때 마다 느낀 것은 “사실 제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족보상 내 위에 올라 있을 뿐 나와는 어떤 추억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불만과 의구심 뿐이었다.

무수한 손님을 접대하느라 힘들어하는 집안 여자들과 많은 제사들을 보며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아내와 다투는 대부분의 이유가 ‘집안일’ 때문이었고 아들을 기대하는 집안의 바람과 달리 딸만 둘 두었던 그에게 장남은 억압과 사슬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의 정의에 딱 맞아떨어지는 이 책은 은행지점장, 자영업자, 개업의 등 평상시에는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까지 손을 내밀게 했고 눈물 흘리게 했다. 전교조 출신의 한 교사는 대전에서 서울로 오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아버님, 어머님, 동생 그리고 자신에 대한 생각에 한참을 울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보기는 처음이라는 고백을 했다고도 한다.

저자 윤영무의 장남 인생은 자신의 인생에 비하면 약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버젓이 두 아들을 둔것만으로도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한국 사회의 코드를 정확하게 건드렸다는 생각에는 동의했다.

한겨레에 쓴 한 소장의 독후칼럼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민국 서글픈 이름,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본 기사 1위에 랭크됐고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런 현상을 보며 그는 장남이 이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호주제는 폐지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여성억압에서 남성억압으로 완전히 코드가 옮겨가고 있다. 특히 책 시장에서는 1970년대 이래 여성억압이 ‘장사’가 되는 중요한 코드였지만 한물간 것으로 인식된다.”(본문 중)

출판시장의 변화를 시대별 대표작품을 예로 들어 구분하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책들을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출판시장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들여다본다.

책은 일하는 여성을 나타내는 조어(造語) ‘에그제리나’를 소개한다. 여성 중 상급 관리직 종사자가 많은 것을 고려해 ‘executive(관리직, 중역)’의 ‘exe`와 발레리나의 ’리나‘를 묶어 만든 이 단어는 상급관리자의 경직된 느낌을 여성의 향기가 나는 말로 풀어준 매력적인 단어로 일본 여성지 ‘MISS` 편집장 소고 히로미가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바뀐 여성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변화를 반영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에그제리나‘ 에서도 달라진 여성상을 엿볼 수 있다.

한 소장은 펑펑 눈물 흘리는 남성들을 받아들이는 변화된 사회분위기에 주목한다. ‘장남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슬로건을 내건 <대한민국...>이 단기간에 10만부를 넘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이유를 “앞뒤를 충분히 재고 나서 자기주장을 펴는 게 아니라 그냥 주저앉아 마구 울어댈 만큼 이 시대의 남자들이 ‘절박한’ 처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남자의 스트레스는 여자의 세배나 된다지 않는가” 라고 분석한다. 출판전문가로서, 수십년간 한국사회에서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남성으로서 갖는 남다른 견해가 돋보인다.

책이 말하는 출판계 30개 키워드는 장남과 여성을 비롯 ▲임파워먼트 ▲심리학 ▲남성 ▲중년 ▲노년 ▲팩션 ▲18세기 ▲미시.생활사 ▲고전 ▲일본소설 ▲리메이크 출판 ▲영상과 책 ▲요다형 책 ▲블루오션 ▲10년 후 ▲땅테크 ▲평전 ▲이순신 ▲코엘료 ▲요리 ▲여행 ▲사진 ▲육아 ▲지도 ▲자기계발서 ▲공부 ▲한자 ▲토익 등이다

이를 통해 출판시장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는 사실과, 하나의 키워드(테마)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분야의 지식을 통합해 키워드를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기호 소장은 사석에서도 출판시장을 인문, 아동, 청소년 등 영역중심이 아닌 키워드 중심으로 볼 것을 권유해 온지 오래라고 한다. 책의 컨셉이 선명해지고, 키워드를 정해 타깃 독자를 배려한 구성으로 책을 만들면 훨씬 더 시장성이 큰 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전 한 인터넷 서점담당자로부터 독자들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80퍼센트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경영서 ‘블루오션 전략’의 ‘블루오션’이 2005년 경제-경영 분야를 뛰어넘어 전 사회적인 주목을 받은 사실은 좋은 예다.

책은 출판시장을 뛰어넘어 사회전반에서 확장돼가는 이런 `키워드` 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기획회의>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어냈으며 출판시장을 읽는 주요맥락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은 출판 관계자와 애서가들이 탐낼 만한 책이다. 2006년 출판시장을 예견해 볼 수 있는 안목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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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순신` 전쟁영웅 의 삶


지난 2005년 12월 29일 미 로스엔젤레스 시더스 사이나이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전설적인 한국인 전쟁영웅 김영옥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 김영옥 예비역 대령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내셔널 메모리얼 묘지에 안장됐다.

이탈리아 최고무공훈장, 프랑스 십자무공훈장에 이은 국가 최고 훈장인 `레종 드뇌르(Legion d`Honneur)` 무공훈장, 미국 특별무공훈장, 한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 등 20여개의 훈장을 받은 전쟁영웅 김영옥.

미군 역사상 육군 전투대대를 지휘한 첫 소수민족 장교이자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로마 해방을 앞당긴 주역, 미 대통령 부대 표창을 두 차례 받은 전설적 일본계 부대(442연대 100대대)를 이끈 장교, 한국전에서는 무패의 신화를 남긴 미 육군 7사단 31연대 1대대장을 지냈다.

2차대전 후 전역했다가 한국전 발발 후 입대를 자원한 김 대령은 패전을 거듭하던 1대대의 대대장이 되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갔다. 동부전선에서 38선을 60km나 끌어올려 현재의 휴전선을 만들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63년부터 2년 동안 한국에서 미 군사고문단에 근무하면서 국군 최초의 미사일 부대 창설 등 한국군의 현대화를 도왔다.

사지를 넘나드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총알과 수류탄 파편은 그의 몸 11곳에 신경을 잘라놓았고 2차 세계대전 참전 때 잃은 손가락 일부와 한국전쟁 당시 부상으로 받은 40차례의 수술은 영광의 상처였다.

지난 2000년 미 육군으로부터 ‘노근리 사건’에 대한 외부전문가위원회(outside experts committee) 위원으로 위촉됐고 2003년 한국 정부로부터 사회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1978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최대의 자선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의 LA 지부(chapter) 이사를 지내며 재미일본인을 포함한 미국내 소수민족의 권익에 앞장섰던 고 김영옥 대령은 미 최대 한인봉사단체로 성장한 한인정신건강정보센터를 만들었고 한인 2세를 위한 한인청소년회관, 한미연합회, LA 한인건강정보센터의 설립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자 전쟁영웅으로서 사회봉사에 앞장섰던 그였지만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보여준 예의는 그가 진정한 영웅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다.

퓰리처상 후보에도 올랐던 재미 저널리스트 한우성(49. `뉴 어메리카 미디어` 한국부장)씨가 97년부터 500회 이상 김영옥 대령을 인터뷰해 써낸 논픽션 <영웅 김영옥>(북스토리. 2005)는 2차대전 당시 영웅 이전의 `인간 김영옥`을 이렇게 묘사한다.

"순간 잠깐 생각에 잠긴 아카호시 일병이 기관단총을 다시 등에 메더니 가슴에 차고 있던 수류탄 두발을 떼어낸 양손에 들고는 영옥을 쳐다봤다. 영옥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카호시 일병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빼지 않은 채 참호 바닥에 내려 놓고 밖으로 나왔다. 다른 독일군이 참호에 왔을때 미제 수류탄을 보고 초병들이 포로로 잡혀갔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불가항력인 상황에서 포로가 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적이라도 탈영병으로 취급받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상당히 위험한 짓이었다. 영옥이 고개를 끄덕여 허락한 것은 서로 말은 안했지만 영옥도 아카호시 일병의 의도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1943년 9월 로마의 외항(外港)인 안지오 상륙작전에 성공한 연합군은 북쪽에서 보강 병력이 대거 내려와 안지오를 포위한 독일군과 장기 대치상태에 빠졌던 상황. 스스로 작전을 자원한 김 대령(당시 중위)과 일본인 전우가 생포해 온 독일군 2명의 자백으로 연합군이 승기를 잡게 된 것이었다.

1944년 5월 23일 버팔로 작전으로 연합군은 로마를 지키는 독일군의 마지막 저항을 분쇄하고 6월 4일 드디어 로마에 입성했다. 로르망디 상륙작전이 개시되기 바로 이틀전이었다.

김 대령은 당시 작전참모로서 연합군의 피사로 무혈입성 전략을 펼쳤는가 하면 탱크가 내려갈 수 없는 산비탈에 탱크를 내리는 전략으로 독일군 탱크부대를 전멸시키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기존 유럽식 전쟁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전략으로 연이은 승전을 거듭함으로써 오늘날 미국 군사교본을 다시 쓰게 만든 장본인이 된다.

2001년 재미 일본계 교육재단인 `고 포 브로크(Go for Broke)`는 김 대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60분짜리 단편영화로도 제작했으며 2003년 KBS다큐 `한민족리포트`이어 2005년 `MBC 스페셜` 역시 김 대령의 일대기를 다뤘다.

(사진 = 1. 한국계 미국인 전쟁영웅 김영옥 전 미군대령이 지난해 2월 5일 LA주재 프랑스 총영사로부터 프랑스 최고 무공훈장인 ‘레종도뇌르’ 를 받은 뒤 수훈 소감을 밝히고 있다. 출처 국정브리핑 자료 2. 고 김영옥 예비역 대령이 한국전쟁 참전(1951~1952년)당시 돌보던 고아원 아이들)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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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손가락’으로 써내려간 기적의 책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난 꿈을 버릴 수 없어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이원규씨가 매일경제신문에 했던 말이다. 마흔살이 되던 1999년. 수년 내에 온몸이 마비되어 사망한다는 ‘루게릭병’ 선고를 받은 후 지금까지 그는 한시도 희망을 놓아본 적이 없다.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동아일보사. 2005)를 읽으며 독자가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강한 의지다. 단 한 장, 아니 한 줄의 문장도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이유는 혼자 힘으로는 의자에 앉거나 설 수도 없는 그가 매일 8시간씩 1년간 목숨을 다해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이후 혼자 힘으로는 한 발짝도 걸을 수 없게 된 그는 스스로 일어날 힘이 없어 직장에 나간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꼼짝 없이 종일을 누워 지낸다. 안면근육도 많이 빠져나가 아랫입술과 턱주변이 일그러졌고 웃음과 울음을 마음대로 조절하거나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목근육의 약화로 머리무게를 이기지 못해 고개가 앞쪽이나 뒤쪽으로 꺾여 스스로 고개를 들 수도 없다. 혼자 힘으로는 단 한권의 책도 가져다 볼 수 없고 책장을 넘길 수 도 없는 그가, 어떻게 책을 집필 할 수 있었을까. 몸이 건강한 사람도 쉬운 일이 아닌데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하나에 의지해 매일 8시간씩 글을 썼다는 굳은 의지앞에서는 ‘기적’도 남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글과 책에 대한 열정의 모체는 ‘문학’이었다.

“작은 누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새침데기 문학 소녀였다. 나는 누나가 노트에 끄적여 놓은 시나 일기를 몰래 자주 훔쳐보았는데, 그중에는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 내린다’ 라는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Apolinaire)의 시도 있었다. 내가 만약 문학적 감수성이 있다면 그 출발은 바로 작은 누나 일 것이다.”(본문 중)

동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병을 얻어 교사직을 그만뒀지만 발병1년 전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에 합격해 수학했고 2004년 드디어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정도로 문학을 향한 열정은 남달랐다. 어릴 적부터 문학을 좋아했던 그에게 누나는 많은 영향을 미쳤던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책이 주는 감동은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때문이기도 하다. 결혼 후 10년이 지난 1999년 가을. 감기한번 걸리지 않았던 그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고 부부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곧 마음을 잡고 다시는 울지 말자고 서로에게 약속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약속을 한번도 어겨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내는 내가 안보는 데서 가끔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나에게 용기를 주려고 애쓰지만 가끔 퉁퉁 부어 있는 두 눈을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나는 치유의 각오를 더욱 새롭게 다진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내가 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아내의 환한 미소를 언제까지나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본문 중)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아내. 이원규씨는 ‘문제없는 부부는 없다’는 말로 자신의 병을 ‘일축’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만 가지고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고 배려하는 측은지심과 인내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인 삼각경기를 예로 드는 비유는 탁월하다. 2인 삼각경기는 경기도중 한사람이 예기치 않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두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서는 때에 따라 주변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게 된 경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묶여 있는 끈을 풀지 않고 끝까지 헤쳐 나가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두터운 부부애를 증명한다.

이원규씨는 혀가 굳어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음성변환장치가 개발된다면 스티븐호킹박사처럼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어떤 순간에서도 그는 결코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평소 좌우명처럼 여기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변함없는 희망아래 소중한 삶을 불태운다.

“인간은 융통성 있는 동물이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적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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