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이명인 장편소설|문이당|292쪽|9000원

제주도를 배경으로 출가한 남편의 빈자리를 홀로 채우며 살아가는 40대 중년 여성이 연하의 남자를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더 이상 자기 인생에 사랑이 없을 것이라고 믿던 여자에게 갑작스레 사랑이 찾아든다. 소설은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여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다.



 홀리데이

이수광 장편소설|오후에|252쪽|9000원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회자케 했던 죄수탈주 사건의 실화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무대의 시공간은 1988년 10월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감중이던 죄수들이 집단으로 탈출했다. 탈주범들은 어느 가정집에 들어가 한 가족을 인질로 삼았고, 온 국민은 인질극 현장을 생중계하는 TV 앞에서 손에 땀을 쥔다.



 스퀴데리

E T A 호프만 지음|정서웅 옮김|열림원|164쪽|9000원

환상소설의 대가가 쓴 범죄추리소설. 루이14세 시절,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73세 여성작가 스퀴데리의 활약을 그렸다. 한 밤중에 젊은 남자가 스퀴데리의 집을 방문해 그녀에게 자신이 훔친 값비싼 보석이 든 상자를 전한다. 상자 속에 있는 글을 읽고 보석의 주인을 알게 된 스퀴데리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려 하지만 뜻밖에 거절당하고, 보석의 원주인이 얼마 후 살해당한다.



 행인의 독법

방민호 비평집|예옥|336쪽|1만6000원

199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저자의 네번째 평론집. 저자는 리얼리즘의 개념을 해체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메타비평적 작업을 하는 한편, 기존의 문학적 지형도와 세력 편성에 의지하지 않는 자신만의 비평적 척도를 만들어 왔다. 1부에서는 문명 또는 인류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문학의 길을 점검하고, 2부와 3부에서는 최근 발표된 소설과 주요 기성작가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성은 태양의 ‘메신저’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태양계 행성을 안쪽부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외우는 건 쉽다. 하지만 행성의 특징을 물어오면 막막하다. 이 책은 태양 둘레를 도는 천체들에 대해 야무진 설명을 달아준다. 덤으로 태양과 달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수성은 작고 날쌘 태양의 메신저란다. 새벽에 태양이 떠오를 것을 미리 알리거나 땅거미가 질 때 태양의 뒤를 쫓아가기 때문이다.

화성은 먼지 사막에 싹트는 생명의 희망. 계속되는 융기로 표면이 달라지는 지구나 금성과 달리 화성은 생성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지표면을 가지고 있다. 천구(天球)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곱 개의 현은? 토성이다. 토성의 고리 체계는 얼어 있던 위성이나 소행성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운석’이나 ‘소행성’ 같은 용어 설명부터 ‘1초’의 과학적 시간 개념까지 친절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각 행성에 얽힌 신화나 일화도 흥미롭다. 천문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도 읽을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동아일보]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이명옥 김제완 등 지음/324쪽·1만5000원·시공아트

프랑스 총리를 지낸 조르주 클레망소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루앙대성당 연작에 ‘성당(회화)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채의 변모를 거듭하는 루앙대성당 앞에 여러 개의 캔버스를 세워 놓고 옮겨 가며 붓질을 한 결실이었다. 모네는 결국 이 연작을 40점이나 그렸다.

그는 ‘건초더미 연작, 눈의 효과’에서도 변모하는 빛의 효과를 포착했는데 강추위를 무릅쓰고 눈밭에 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빛의 인상을 추적하기 위해 불과 몇 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붓질을 해야 했다.

태양 빛은 우주 공간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공기를 만나면 산란되기 때문에 대기권을 환하게 밝힌다. 대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는 푸른빛을 더 많이 흩어지게 한다. 태양 빛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대기를 비스듬히 오래 가로질러 오면서 푸른빛이 아주 많이 흩어져 버리므로 불그스레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정오에는 태양이 대기권을 수직으로 비추기 때문에 거의 산란되지 않아 태양 빛이 투명해지게 된다. 루앙대성당이나 눈밭 위의 건초가 하루 사이에도 여러 번 색깔을 바꾸는 이유의 하나다.

이 책은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등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을 전공한 네 명의 중견 과학자와 이명옥(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 사비나미술관장이 테마별로 명화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형식을 취했다.

거장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와 명화에 스며든 풍부한 과학 담론을 읽는 맛이 있다. 또한 명화가 결코 한 천재적 예술가의 영감이나 열정에서만 나온 게 아니며, 예술가가 과학적 안목을 가지고 자연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미술계의 관습에 혁명을 일으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가령 파블로 피카소가 종래의 원근법이 사실은 모순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아인슈타인상대성 이론, 사진술, X선의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입체파 미술을 들고 나온 점이 그렇다.

특히 점묘파의 대가인 조르주 쇠라가 원색의 점들을 화면에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결국 색채 물감을 섞어 그린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 것은 색채 과학을 터득한 결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제국이 남긴 흔적…‘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동아일보]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앤드루 콜린스 지음·한은경 옮김/622쪽·2만8900원·김영사

아틀란티스는 많은 고고학자들을 설레게 해 온 이름이다.

아름답고 강한 고대제국이 위세를 떨쳤지만 기원전 1만 년경 지진과 홍수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역사학자인 저자도 아틀란티스에 매혹됐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은 ‘아틀란티스는 실재한 제국’이라는 저자의 믿음을 증명하는 책이다. 20여 년 모아온 자료를 정리하고 얼개를 짜 맞춰 아틀란티스 신화를 복구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저자가 주장하는 아틀란티스의 위치는 오늘날의 쿠바. ‘아스틀란’에서 건너온 ‘뱀의 사람들’이 멕시코의 일곱 개 동굴에서 살았다는 멕시코 신화를 소개하면서, ‘아스틀란’이 ‘아틀란티스’와 어원적 뿌리를 같이하고 ‘뱀의 사람들’은 쿠바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일곱 개 동굴이 쿠바 본토에서 10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는 등 발품을 들인 증거물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아틀란티스 문명이 사라진 데 대해서도 고대 문서를 분석해 운석으로 인해 빙하시대가 도래했고 이 시기에 아틀란티스 문명이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

[동아일보]

◇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박이문 지음/518쪽·2만2000원·생각의 나무

근대 이후 과학은 화전민이었다. 목적론적 세계관의 지배를 받던 철학의 영역에 불을 지르고 인과론적 해석의 씨앗을 뿌려 왔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세포동물에서 시작됐다는 진화론과 우주가 티끌에서 탄생했다는 천체물리학은 인간을 필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연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인간 존재의 고결함의 표지인 정신, 마음, 영혼에 기대어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추구하던 철학은 만물을 물질로 환원해 버리는 과학의 기계론적 해석 앞에 무력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철학이 부활한다. 우연한 존재인 인간이 이 우주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주체이며 동시에 그의 선택에 의해 세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막중한 윤리적 책임을 짊어졌음을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35년간 써 왔던 과학칼럼을 엮은 이 책은 과학과 철학의 그런 역설적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또한 한국 사회를 ‘공황(恐黃) 상태’로 몰아넣은 황우석 교수 사태야말로 그 살아 있는 실습의 현장이었음을 깨우쳐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