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 현진건 장편소설 한국문학을 권하다 21
현진건 지음, 박상률 추천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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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현진건/애플북스]불국사 석가탑의 전설, 예술 혼과 화랑도 계승 의지를 담은 소설…….

 

불국사 석가탑의 전설을 그린 <무영탑>을 중학교 때 읽은 후론 오랜만에 접했다. 저자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등으로 유명한 빙허 현진건이다. 1938720일부터 193927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우리의 역사소설이다.

 

 

<무영탑>은 불국사 경내에 다보탑과 나란히 있는 석가탑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술 혼, 사랑과 갈등, 권력욕과 부패, 사대주의에 맞선 화랑도라는 전통 국선도 계승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당학을 사대하는 권력층에 반해 전통적인 화랑도의 정신을 계승하고자하는 의지를 담았기에 평생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살았던 빙허의 작가정신이 느껴지는 책이다. 1939년 출간된 박문서간본을 저본으로 했고, 대화 속의 방언과 속어 등은 최대한 살리고 지문은 현대어로 고쳤다고 한다. 569쪽에 이르는 방대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이야기는 신라 경덕왕 시절 사월 초파일 석가탄일 축제가 배경이다. 그 당시 초파일은 설, 대보름, 팔월 한가위보다 더 큰 명절이었다. 온 나라가 오색 종이를 바른 연등과 관등으로 불을 밝힐 정도로 불교가 번창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경주 안에는 808개의 절이 있었다고 하니, 초파일 축제가 얼마나 큰 축제였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 당시의 연등은 연말이면 집집마다, 거리마다 커지는 지금의 크리스마스트리 같지 않았을까.

 

재주가 특출한 아사달은 스승의 딸 아사녀와 혼인을 한 뒤, 신혼의 단 꿈을 뒤로하고 불국사의 탑을 지을 천하의 명공을 구한다는 방을 보고 신라로 온다. 부여의 이름난 석수장이 부석의 으뜸 제자인 아사달은 다보탑의 완공이후 석가탑의 완성이 더디기에 승려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석가탑은 탑 한 층마다 온전한 돌 한 덩이를 가지고 짓기에 다보탑에 들인 노력과 시간보다 갑절이 들 정도다. 그럴수록 아사달은 부여에 두고 온 스승과 아사녀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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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에 석가탑에서 탑돌이를 하며 스승과 아사녀의 안녕을 빌던 아사달은 불국사 탑돌이에 나선 아름다운 주만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주만을 보며 아사달은 고향에 두고 온 아사녀로 잠시 착각하게 된다. 주만은 낮에 본 아사달을 다시 마주하면서 그에게 더욱 빠져들게 된다. 주만은 귀족 세력인 금성과 전통 무예를 갈고 닦는 경신 사이에서 혼인 말이 오가지만 모두 거절해 버린다. 첫눈에 반한 사랑엔 이유가 없다고 했던가. 아사달을 보며 첫 눈에 반했기에 주만은 모든 혼사를 거절하며 아사달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인다. 주만은 아사녀의 존재를 알면서도 아사달님만 뵐 수 있게 해달라며 그의 여 제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곱게 자란 그녀가 힘든 석공의 일을 배우고 싶다는 것을 보면서, 사랑의 힘은 과연 위대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철이 없다고 해야 하나.

 

구슬 아가씨라 불리는 주만은 이찬 유종의 외동딸이다.

늙은 향도인 유종의 유일한 희망은 자지 중심이 잡히고 공명하는 사윗감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종의 사윗감은 사대주의적인 당학을 뿌리치고 번창하는 불교를 꺾을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기울어져가는 화랑도를 부흥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경신의 형제들은 당학파를 미워하고 국선도를 숭상하고 있었다그러니 유종의 눈에 든 인물은 당에 유학을 다녀온 금성이 아니라 전통 무예를 닦는 이찬 금량상의 아우 경신이었다.

 

금성은 금 시중의 아들로 당나라의 말과 글을 조금만 알아도 유세를 하던 세상에 당나라에 유학까지 다녀온 인물인데다 한림학사이기도 하다. 자신이 사모하던 주만에게 매파를 여러 번 보냈지만 거절당한 금성은 주만의 집 담을 넘으려다 주만과 부딪치기도 하고 석가탑 현장으로 쫓아가 아사달에게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위기에서 구해주는 건 경신이었다.

 

한편 부여에 있는 아사녀에게는 괴이한 소식이 전해진다. 신라에 간 아사달이 장가도 들었고 자식까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것이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 걸까?

아사달을 기다리다 지친 아사녀는 직접 경주 불국사로 찾아간다. 하지만 불국사 문지기는 거지같은 아사녀를 내쫓기 위해 거짓말을 해버린다. 불국사에서 십오 리나 되는 연못인 그림자 못(影池)에 가면 석가탑이 완공될 때 그 그림자가 비친다고 말이다. 아사달에 대한 그리움이 과했을까.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문지기 말만 믿는 아사녀는 그림자 못을 찾아가서 그림자가 비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서라벌의 유명한 뚜쟁이 콩콩 노인을 만나게 되면서 끼니도 해결하고 여자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드디어 아사달은 석가탑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슬픈 결말로 치닫게 된다.

탑을 완성한 아사달, 부모 몰래 아사달을 따라 부여로 갈 채비를 하는 주만, 그런 주만을 막을 수 없는 부모의 결정, 남편을 기다리던 아사녀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사달, 그런 아사녀의 환영을 보고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을 혼을 다해 돌에 새기는 아사달, 아사녀의 죽음 이후 옷값과 밥값을 받으려는 콩콩 노인,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망해 불덩이에 뛰어들려는 주만, 주만을 구해낸 경신의 이야기가 슬프도록 아름답게 흐른다. 지금의 시대에는 이해 못할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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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이 조선이 일제 치하에서 분연히 일어설 의지를 모으기 위해 썼다는 소설이다. 부여의 석수장이의 예술 혼, 불심, 세속화된 승려, 당학에 대한 사대주의에 대한 경종, 외세를 물리치고 신라 화랑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정신, 장인정신 등을 보며 작가가 나타내고자하는 시대정신을 보게 된다.

불국사 석가탑의 전설, 예술혼과 화랑도 계승 의지를 담은 소설,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문화재를 부각하고 전통 국선도를 통해 민족혼을 고양 시키고 싶었던 빙허의 간절함이 담겼기에 더욱 소중한 소설이다. 예스런 문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정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은 한국의 대표문학이기에 귀중한 책이다. 올리뷰 이벤트로 받은 책이기에 더육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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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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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그 해 여름은 잔혹했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서 처음 만났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들은 대개 잔인하지만 욕망 가득한 사회와 비틀어진 어른들의 모습을 들춘 흥미진진한 스릴러였다. 이번에는 독일 타우누스 지방이 아닌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 주의 작은 농촌 페어필드가 배경이다.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처럼 십대 소녀의 방황, , 결핍된 가족애, 작은 마을 전체가 연관되는 이야기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사랑에 굶주린 십대 소녀 셰리든의 잔혹한 가족사, 일탈적인 성적 모험, 그로인해 정서적 성숙을 하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셰리든은 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그랜트 집안에 막내로 입양된 소녀다. 그래서일까. 늘 양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산다. 양어머니는 화가 나면 셰리든에게 재앙을 불러오는 더러운 피라고 소리치거나 쓸모없는 쓰레기라는 악담을 거침없이 퍼붓는다. 그럴 때마다 양아버지는 셰리든을 위로하기는커녕 무관심한 듯 방관해 버린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이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십대 소녀에게 끌리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비슷한 처지의 또래, 마음이 통하는 또래다.

셰리든은 비슷한 또래인 제리 일당과 오래된 방앗간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거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게 유일한 낙이다. 셰리든은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매사에 열정, 자유로운 기질, 음악적 재능, 유머 가득한 소녀다. 하지만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천대로 인해 늘 이유 없는 불만이 내재된 폭발 직전의 소녀였다.

어느 날 이러한 일탈을 벌인다는 이유로 보안관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그 날 이후로 셰리든은 아빠에게 처음으로 뺨을 맞고 엄마에게 외출금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집안일을 더욱 많이 맡게 된다. 안타까운 건 그녀의 일탈에 대해 야단치는 어른들은 있었지만 그녀의 상처에 대해 보듬어 준 어른들이 없었다는 거다. 분명 셰리든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녀의 마음을 다독거려 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그녀의 마음을 털어 놓을 집안의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여름의 일탈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명망 있는 지역 유지인 아버지와 감리교 근본주의 집안 출신인 어머니를 둔 마을 최고의 부유한 집안에 입양되었지만 셰리든은 늘 집안일과 농장 일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 들게 된다. 그러다 고모할머니가 근처 목련주택에 이사 오면서 할머니의 집은 셰리든의 피난처가 되기도 하고 할머니의 서재에서 읽는 소설들은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마음이 통했던 첫사랑인 제리와의 이별, 아버지와의 갈등, 어머니의 학대, 고모할머니의 서재에 있던 책 속에 담긴 성적 판타지로 인해 그녀는 점점 성적인 호기심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농장의 일꾼인 대니와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육체적 쾌락에 빠지게 된다.

 

학교에서는 노래에 대한 끼를 발산하며 축제에도 참여하고 매디슨에서 가장 큰 축제에도 참여해 인정을 받는 셰리든이지만 집에서는 마녀 같은 엄마의 잔인하고 심술궂은 타박, 한 살 많은 에스라 오빠의 성추행, 아빠의 무관심으로 얼른 어른이 되어 집을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어느 날 밝고 활력 넘치고 경쾌한 셰리든과 그녀의 모든 것을 질투하는 양어머니의 관계에는 아픈 가족사가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게 되는데…….

우연히 알게 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접한 셰리든, 양아버지와 친 어머니의 사랑,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던 억센 언니의 매력적인 동생에 대한 질투, 친어머니에 대한 것을 셰리든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입양 조건, 남자의 절망을 이용해 동생의 남자를 가로채기 위해 벌인 음모들, 타지에서 살해당한 친어머니의 의문의 죽음 등을 알게 되면서 셰리든은 더욱 집을 벗어나고자 한다.

게다가 경찰의 성폭행, 그로인한 살인, 임신한 아기를 남몰래 낙태하고, 자신을 떠나버린 남자들, 부모님의 배신, 남자들에 의한 성폭행,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그녀는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준 이는 그토록 위선적이라고 여겼던 새로 온 목사, 아버지 또래의 호레이쇼였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주변의 어른 남자들을 통해 위로를 얻거나 육체적 관계를 통해 쾌락을 누리는 십대 소녀를 보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 하지만 무기력한 아이에서 힘이 센 어른이 되고 싶은 셰리든의 정에 굶주린 일탈을 보며 삶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가족 사랑이 결핍된 성장기의 소녀, 엄마의 따뜻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녀의 가슴 아픈 방황을 보며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어른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아파보지 않으면 이해 못 할 사랑에 목마른 사춘기 십대 소녀의 잔혹한 성장기이기에 더욱 가슴 저린다. 부모와의 소통이 단절된 십대의 방황,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 그 과정에서 성적인 일탈, 가슴 아픈 가족사, 세상 어디에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바랄 뿐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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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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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절대 긍정의 스미레처럼 행복한 미소를 날려 봐~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 대부분은

스스로 꿈을 위해 다가간 사람이다.

꿈이 꿈으로 끝난 사람 대부분은

꿈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사람이다. (225)

 

모리사와 아키오는 따뜻한 감성의 작가,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유머 감각 넘치는 작가다. 그의 작품으로는 <쓰가루 백년 식당>, <푸른 하늘 맥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절대 긍정의 분위기가 소설 속에서 흘러넘친다. 해서 몰입해서 읽는 동안 저절로 웃음이 전염되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32살 싱글녀인 스미레는 언제나 열정이 넘치는 워커홀릭이지만 초긍정의 소유자다. 살아가노라면 좋은 일도 있지만 궂은일은 더 많은 법이다. 하지만 스미레는 늘 스마일을 외친다. 여기엔 그녀의 아버지가 보내오는 격려의 문자 메시지도 있지만 그녀의 이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스미레는 일본어로 제비꽃이라는 뜻이지만 영어의 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어서 지은 이름이다. 이름 따라 운명이 흐르는 걸까?

 

대형기획사 올 업 엔터테인먼트에 다니던 스미레는 1인 기획사를 차려 프로듀서로 홀로 서게 된다. 3명으로 이뤄진 젊은 록 밴드인 DEEP SEA의 노래에 빠져들면서 이들을 키우고자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마일 뮤직을 차린 것이다. 스미레는 DEEP SEA와의 계약, 라이브 준비, 음반 작업 등에 매달려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한다. 하지만 세상엔 비도 오고 가뭄도 있는 법인가. 그녀가 하는 일이 자꾸만 꼬이게 되고 결국 엉망이 되어버린다.

 

겨우 시간을 내서 연인 료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피로로 쓰러져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좀비처럼 되기도 한다. 료와 식사를 하려는 순간 밴드 멤버들의 싸움으로 급하게 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하찮은 채팅 문제로 싸웠다며 DEEP SEA멤버들 철부지 같은 행동도 한다. 더구나 자신들을 알리는 라이브 공연에 리허설도 없이 공연에도 늦어 버리면서 성의 없는 라이브로 엉망을 만들어 버린다.

가장 최악인 것은 DEEP SEA의 멤버들은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올 업과 계약해 버렸다는 것이다.

믿었던 멤버들의 배신에 허탈해 할 때 료마저 이별문자를 보내온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후 친구들의 조언으로 고향으로 휴식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전통 깊은 간장 공장을 경영하는 고집쟁이 노인이다. 말수는 부족하지만 딸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든든한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보내온 문자들은 이런 거다.

 

웃으니까 행복이 찾아온다. (17)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이 찾아온다. (84)

  

일과 연애를 모두 놓쳤다며 기운 빠져 있을 때 아버지의 메시지는 스미레에게 힘이 된다.

고향에서 머무는 사이 스미레는 DEEP SEA 라이브 공연에 앞서 노래를 불렀던 사와타 하루토가 스미레와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제의를 하게 되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하루토는 메이저 데뷔 실패 경험을 가진 10년 차 가수다. 스미레는 하루토를 위해 또 열정적으로 프로듀싱을 하게 되고 하루토는 메이저 데뷔 제안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하루토에게 딸이 있음을 알게 된 음반회사는 곤란하다며 취소를 해버리고...... 물론 최종적인 피날레는 해페 엔딩이다.

 

스미레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핏 본 작명소 간판이 생각난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이름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설명이 와 닿았던 간판이다. 스마일, 스미레, ㅎㅎㅎ

 

-왜 웃냐?

이름이 스미레니까 웃을 수밖에요.(128)

-인생, 패배가 끝이 아니라, 포기할 때가 진정한 끝.(274)

 

스미레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이 됨을 느낀다. 유머 감각 넘치는 표현들에 박수를 치며 대소를 하기도 한다.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폭풍우가 내리치기도 하겠지만 꿈을 꾸며 절대 긍정의 미소를 짓는다면 행복은 햇살처럼 마구 쏟아짐을 생각하게 된다. 스미레처럼, 오늘도 긍정의 웃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하하하,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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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 - 한뼘자전소설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지음 / 나무와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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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26인의 인생을 담은 한뼘자전소설, 누군가는 나와 접점이....

 

한뼘자전소설 쓰기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며, 욕망이 주인인 삶을 구체화시키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한뼘자전소설 쓰기를 김현 선생님의 문학 유용론에 얹어 본다. 한뼘자전소설 쓰기는 아픈 이들을 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픈 이들에게 우리의 상처를 보여줌으로써 동질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있다.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이 작업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한국미니픽션작가회 (6~7)

 

한뼘자전소설은 A4용지 1~3 장 정도의 분량이기에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미련을 노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깜찍한 자전소설입니다.

책 한 권에 스물여섯 명의 작가들의 한뼘자전소설을 모두 담았다니, 내용면에서는 참으로 대단한 분량입니다. 모두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들이라는데요. 모두 등단해서 작품을 출간했던 작가들이군요.

  

첫 번째로 만나는 소설은 구자명 작가의 3편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세계 각지의 활화산을 찾아다니는 지구과학자가 된 백인 친구와 나이지리아에서 유학 온 부족장 아들과의 썸 타던 시절 이야기에선 학창 시절을 회상하게 됩니다.

 

꿈 많던 한 친구의 꿈이 작고 조촐하고 기능적인 전원주택 한 채를 갖고 싶은 것이었으나, 현실은 월세, 전세, 전전세, 적산가옥의 삶이었다는 이야기이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세상살이의 녹록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토굴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싶어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지금도 그녀의 꿈은 진행형이겠죠. 작고 조촐하고 기능적인 전원주택 한 채.

 

몸상태가 안 좋은 명자의 가족 병력 이야기가 갑자기 우주 행성의 소용돌이로 비약하는 이야기에선 고통을 아는 자만의 상상력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와 두 오빠가 겪은 폐결핵으로 시작해서 자신에게 찾아온 3차신경통, 갑상선암 수술, 편두통, 견비통, 좌골신경통, 다발성 근염 등 겪는 이야기가 상상이 안 갈 정도입니다. 혼자서 감당해야 할 병이 이리도 많다니요. 그러다 자신의 아픔을 태양과 각종 행성들의 소용돌이치는 볼텍스 운동과 비유하는 대목에선 고통에 달관한 자의 통찰을 만나게 됩니다.

 

3차신경통에 주는 전기고문적인 느낌이 아니라 꺼져 있던 전구에 불이 환하게 밝혀지는 느낌이었다. , 내가 어디론가 소용돌이치며 나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평면도가 아닌 입체도로 조망하면 그렇겠구나. (25)

 

우주 공간 속의 행성의 움직임을 보며 생명의 소용돌이 현상을 생각하는 명자는 순간 머리에 전기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 번득이는 깨달음은 마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경지 같군요.

 

책 속에서 26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나와 접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눈여겨 읽게 됩니다. 공감 가는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한 참을 머물다 가게 되고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읽노라면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꼭 같은 삶은 존재하지 않겠죠. 평행이론이 있다지만 시공이 다르기에 약간씩 다른 삶이겠죠. 26인의 인생을 담은 한뼘자전소설, 누군가와 접점이 있을지 찾는 재미까지 주는 앙증맞은 소설집이군요. 저도 A4용지 한 장으로 한뼘자전소설을 써 봐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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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양억관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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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후카마치 아키오/오일북스]딸의 실종을 알게 된 전직 형사, 딸을 찾아줘~

 

 

미스터리의 매력이란 속도감 있는 스릴, 잠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긴박감, 심장이 오그라드는 쫄깃함,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기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묘함, 야심한 밤을 더욱 오싹하게 하는 섬뜩함 등이 시종일관 지속되는 것이다. 때론 형사가 되어 범인을 추적하기도 하고, 피해자 가족의 심정이 되어 단서나 실마리를 찾는 관찰하기도 하는 탐정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선물한다. 442쪽에 달하는 이야기엔 권력의 광기와 비뚤어진 욕망, 학원 폭력, 비정상적인 가족관계 등이 충격적인 악몽 같다.

 

 

지금은 대형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전직 형사 후지시마 아키히로는 신경안정제를 달고 산다. 아내 기리코의 불륜을 목격하면서 그 상대 남자를 다치게 했고 그로인해 후지시마는 경찰복을 벗게 된다. 이후 사치스런 아내와 이혼하고 딸의 친권마저 빼앗기면서 아파트마저 내주게 된다.

어느 날 후지시마는 자신이 경비를 맡은 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딸이 실종되었다는 이혼한 아내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전 아내는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며 직접 와서 처리해 달라는데......

 

최고 명문대를 꿈꾸던, 모범생이라고 여겼던 여고생 딸의 방에서는 각성제가 든 남성용 손가방이 발견된다. 얌전한 모범생이라고 생각했던 딸의 방에서 각성제, 주시기, 수면 파이프 등 마약 중독자의 필수품들이 잔뜩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하다니. 게다가 비싼 브랜드의 옷, 수면제, 진정제, 항우울제 등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물건들을 보면서 어딘가에 잡혀 있을 딸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된다.

부모의 별거와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딸이기에, 자신이나 딸에게 나쁜 이력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후지시마는 경찰과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실종 사건을 파고들수록 왕따, 학교폭력,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들의 죽음 등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더구나 자신의 딸이 아이들에게 약을 판매했다는 증언도 듣게 된다.

클럽 활동을 그만 두었을 때의 왕따와 폭력, 학생들의 불량조직과 아쿠자와의 연결, 불량 조직과 지역 유지들과의 연계성을 알게 되면서 후지시마의 분노는 자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편의점 살인사건도 자신의 딸과 관련된 불량조직이 연계되었다는 사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자신이 이전에 몸담았던 경찰조직과도 밀접한 사실 등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가장 충격적인 건 후지시마의 기억에 없는 이야기다. 자신이 중학생인 딸을 술을 먹고 겁탈을 했다는 것이다. 예쁘게 화장하고 있는 딸이 아내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이었을까. 아버지를 사건 속으로 유도하는 딸의 마음이 후지시마에게도 미스터리다. 딸의 찾으려는 아버지,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딸, 무엇이 이들을 갈증나게 했을까.

 

전직 야구부원들의 왕따로 인한 자살, 학교 폭력,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의 음주와 흡연, 마약 공급, 가정 폭력, 사회 조직의 권력과 기업이 손잡는 어두운 내면, 일부 경찰관의 불법조직과의 관계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긴장감을 제대로 선사한다. 마지막까지 미스터리가 가득하다.

 

이 소설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갈증>의 원작소설이다.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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