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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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FAYZ ] 사라진 사람들, 반투명의 장벽에 갇힌 방사능 낙진 구역 아이들...

 

청소년들이 좋아할 소설을 만났다. 페이즈시리즈인데, 모두 6권으로 되어 있다. 대개의 장편 SF소설들처럼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영어덜트 소설의 대표 작가인 마이클 그랜트다. 그는 이 작품으로 10대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6권 중에서 제1권인 <사라진 사람들>585쪽에 이르는 제법 긴 이야기지만 흥미로운 주제와 이야기로 되어 있다. 1편의 내용은 캘리포니아 퍼디도 비치 마을에서 15세 이상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어린 아이들로 이뤄진 무법의 마을에서 이뤄지는 생존게임 이야기다.

 

퍼디도 비치 스쿨의 아이들은 역사 수업을 하던 중, 트렌트레이크 선생님이 눈 깜짝할 새에 소리나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을 체험하게 된다. 다항식의 을 쓰다가 갑자기 사라진 선생님도 있고, 운전하다가 사라진 마을 어른들도 있다. 15세 이상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사실과 더불어 인터넷, TV와 전화, 방송, 휴대폰, 케이블 방송, 911 등 모든 것이 작동 중지되어버렸음도 알게 된다.

  

샘과 퀸, 천재 소녀 애스트리드, 에딜리오는 마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게 된다. 마을에 난 불을 끄러 다니고, 탁아소의 아이들을 맡고, 마을의 상황을 알기 위해 돌아다니게 된다. 마치 정의의 수호천사처럼... 그리곤 마을과 주변 지역 사이에 빛을 내는 반투명의 의문스런 장벽 즉, 에너지 장벽이라는 사이버 돔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마을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신들이 있는 지역을 페이즈( 방사능 낙진 구역 FAYZ, Fallout Alley Youth Zone )’이라고 부르게 된다.

 

한편 루크 할아버지와 트럭을 타고 가던 중에 할아버지가 사라지면서 라나는 벼랑길에서 굴러 떨어진 팔 다리를 다치게 된다.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손을 스친 모든 상처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부와 고립된 페이즈의 일부 아이들에겐 손바닥에서 빛이 나거나 불이 솟는 등 초능력이 생기게 된다. 동물들마저 돌연변이가 되어 간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지도자가 된 샘 일당에게 퍼디도 비치 스쿨의 라이벌인 코우츠 아카데미의 케인 일당이 도전해온다. 더구나 케인 일당은 아이들을 괴롭히며 마을을 폭력으로 지배하려 한다. 이들의 싸움으로 인해 페이즈는 갈수록 혼란과 무질서,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14세 이하의 아이들만 남은 세상인 페이즈에는 정상이 아닌 비정상의 상황들만 계속된다. 어른들에게만 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아이도 있고, 자신의, 특이한 능력을 이용해 남을 돕는 아이도 있고, 14세의 최고령 아이들은 마을의 치안과 안녕을 위해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페이즈의 질서를 지키려는 샘 일당과 페이즈를 힘으로 지배하려는 케인 일당의 싸움은 1편의 막바지까지 이어진다. 그 와중에 죽어가는 아이들, 라나의 치유능력, 괴물, 어둠,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의 활약, 돌연변이 현상, 생존을 위한 아이들의 판단력과 행동 등 10대들이 좋아할 소재들이 버무려진 이야기가 긴박하게 흐른다. SONY 픽쳐 TV 시리즈로 계약했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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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지옥 같은 7년 전쟁, 그 참회의 기록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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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 조정우 작가님의 소설 징비록 도착했어요^^

 

개인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소설로 담은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반가운 책입니다.

드라마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징비록이 지금은 대세인 것 같아요.

 

징비록은 임진왜란 7년의 기록을 담아 뉘우치고 반성하자는 의미의 책이죠.

당시 전시 재상이었던 서애 류성룡의 기록이기에 당시의 조정 분위기, 국제적 흐름, 전쟁의 전반적인 양상, 전략과 군사력, 당쟁까지도 두루두루 알 수 있는 책이기에 소중한 유물이기도 하죠.

소설로 되었기에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감상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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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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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무라카미 류] 인생은 55세부터 새롭게 시작을 ...

 

제목에서 느껴지듯 퇴직한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직장 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끝나는 시점의 초조감과 무력감, 고민과 갈등을 담았기에 미래를 엿보게되는 소설 같다.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 자살보다 SEX를 읽은 적이 있지만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해서 현대 일본 사회의 시대적 문제를 앞장서서 읽어내는 작가’,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라는 그에 대한 평판을 듣고 있기에 궁금하기도 했던 작가다.

 

 

결혼상담소,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캠핑카, 펫로스, 여행 도우미 등 모두 5편의 단편으로 엮인 소설집에는 퇴직한 이후의 불안과 갈등, 그에 대한 나름의 해법들을 찾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일본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노후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기도 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처음에 나오는 <결혼상담소>는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부부의 퇴직 후 이혼을 그리고 있다. 이혼 후에 늦게나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다.

남편은 평소에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기도 했지만 60세에 정년퇴직한 이후론 TV만 쳐다보며 혼자서 불평불만을 중얼거린다. 대놓고 하는 불평은 아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도 않고 대화조차 없기에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한 남편의 모습에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갈수록 그런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점점 버거워진다. 그래서 주인공은 파트타임으로 호텔 객실 청소도 하고,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그러다 헤어지고 싶다.” 는 아내의 무심한 말에 TV 화면에서 눈도 돌리지 않은 채 남편은 맘대로 해라며 이혼을 해버린다. 얼굴도 보지 않고 이혼을 하다니, 이런 이혼도 있나. 게다가 결혼한 딸도 부모의 이혼에 반대를 않고…….

 

이혼 이후에 남편은 가끔씩 메일을 보낸다. “어떻게 지내나요? 난 당신 생각이 자주 나는군요.” 이제사 후회하는 걸까.

어쨌든 주인공은 경제적인 문제와 다른 남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결혼상담소를 찾게 된다. 비싼 회비를 내고 만나게 되는 남자들에게서 실망과 불편함, 현실적으로 고달픈 노후가 엿보여서 차츰 지쳐간다. 뭔가 변화를 위해 남자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정작 알게 되는 건 스스로의 모습이고...... 그러다 호텔에서 꽃다발과 샴페인을 앞에 두고 실연당한 젊은 남자를 위로해주면서 자신도 하룻밤의 위로를 받는다. 이혼 후 4년 만에 만나게 된 남편이 그동안 취업 활동을 하면서 활발하게 살아왔다며 함께 하기를 소원하지만, 이미 그녀의 삶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변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이기에 다른 인생을 살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에 공감이다. 이혼 이전에 문제를 볼 순 없었을까. 그 전에 변화를 주는 생활로 서로에게 활력을 줄 수는 없었을까.

자유를 맛 본 여자의 선택이 한 남자를 보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꿀을 탄 따뜻한 홍차 얼그레이를 건네는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다. 전 남편에게도 그래줄 수는 없는 건가...

 

책에서는 이외에도 정년퇴임을 앞두고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전국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인도 시게오의 꿈이 깨지는 이야기, 반려견의 죽음에 충격을 받는 다카마키 요시코, 늦은 사랑을 꿈꾸는 시모후사 겐이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년퇴직과 황혼 이혼, 우정, 재취업, 가족 간의 신뢰회복,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사랑에 대한 갈망, 장기 침체의 늪, 세대 갈등, 가족 해체, 사회적 위기들…….

퇴직 이후 또는 55세 이후의 삶에 끼어드는 불안과 위기,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노장년층이 느끼는 불안과 소외감, 고민과 문제점들을 담았다. 그 와중에서도 희망의 끈을 찾으려는 모습을 다각도로 그렸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늦었다고 후회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인생은 55세부터 새롭게 시작을 할 수 있다고. 그래도 이왕이면 좀 더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삶의 활력을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고......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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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무지개
최인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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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무지개]90년 후 미래한국의 풍경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

 

이 책은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최인석의 12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미 중견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저자이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

 

 

소설은 2105년 미래의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앞으로 90년 후 근미래사회의 한국이다. 비무장지대를 오갈 수 있고 북한을 지나 중국과의 국경을 넘나든다는 설정이 통일보다는 분단의 고착화를 보여주고 사회는 더 정교하게 기계화되고 시스템화된 모습이다. 효율화라는 가치 속에 인간성은 더욱 소멸되고 기계성이 사회를 장악한 모습이다. 국가 기능은 축소되고 사기업이 득세하면서 더욱 탐욕스러워진 세상에서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라는 단어조차 무색해진 세계다.

 

선택된 자들만 살아가는 SS울트라 에너지돔은 의식주, 교육, 직업, 의료, 세금도 모두 무상인 환상적인 집합거주지구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지역이기에 사람들은 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어디에도 갈만한 곳, 숨을 만한 곳은 없을 정도로 모든 기록이 코드화 되어 있다.

 

건조하고 기계적인 세계인 SS 울트라마켓 계산원인 지니(차지연)는 서울클라우드 익스프레스의 비정규직인 재선과 사랑을 하게 되면서 폐허가 된 서해안을 찾는다.

 

거대 기업인 SS 울트라마켓은 계산에 오류가 생기면 교정되기까지 판매장의 모든 직원이 퇴근을 못하는 시스템인데다 책임자가 차액을 물거나 작업카드를 빼앗기고 해고당하는 곳이다. 계산대의 지연은 늘 기계적인 말만 반복하는 기계 인간 같은 자신의 모습, 높은 물가에 비해 턱 없이 낮은 보수로 일하는 것에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일인용의 무비베드에서 규칙적으로 잠을 청해야하는 SS울트라돔은 점점 신물이 나고 남자와의 연애도 늘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다. 마치 감정의 뇌가 제거된 인간 같다.

 

한편 재선은 서울클라우드 익스프레스의 비정규직이다. 그의 한 달짜리 직업카드는 늘 고용불안을 가져온다. 일회용의 폐기용 노동자로서의 삶이 끝나고 나서 카드를 불법 사용하게 되면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직원을 소모적인 부품으로 대하는 기업 시스템이다. 모든 시스템이 너무나 잘 짜여 있기에 쉽게 대항하지 못하는 기업 위주의 사회에서 사랑과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서해안의 폐허는 중국 핵폐기물을 실은 중국 화물선 인줘호의 공해상에서의 침몰로 서해가 죽음의 바다가 됐기 때문이다. 출입금지가 된 서해안은 유령의 땅이 되고, 둘 만의 사랑을 위해 탈출해온 곳이지만 결국엔 붙잡히게 되고…….

 

회장인 한창수의 수술을 위해 날아간 멕시코시티에선 미모의 여간호사인 아이리스가 실종된다. 그녀가 실종된 지 몇 년이 지나자 아이리스의 애인이라는 제임스가 나타나 그녀를 찾게 되고 결국 아이리스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나타나는데…….

 

무당의 딸 영희는 꼬임에 넘어가 노숙자 신세에서 마릴린이라는 가명으로 매춘을 하게 된다. 이후 탈출에 성공하면서 다시 노숙자가 되고,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찾아간 밥차를 통해 기독 단체에 들어가면서 나오미로 개명을 한다.

 

북한의 중강진까지 배달한 뒤 작업 지시를 받고 베이징으로 가는 모습에서 동북아에서 휴전선이 무너지고 국경선이 개방되는 긍정의 모습은 있다. 하지만 민영화로 인한 거대 기업의 출현은 개발과 소비, 에너지돔과 에너지돔과의 세계적인 네트워크화, 국가조차 네트워크 속으로 합류하거나 거대기업이 국가를 사버리는 형국을 보며 기업인의 탐욕을 꼬집고 있다.

 

 

공익이 없는 기업의 문제, 일회용의 폐기용 노동자이자 소모적인 일꾼으로 밥벌이에 나서야하는 비정규직의 세분화, 모든 인간과 사물의 코드화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 체제, 초거대기업의 횡포와 직업카드가 없으면 테러리스트로 지정되는 폐쇄적인 사회의 모습에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자유의지를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자 사회시스템을 거부하고 탈출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90년 후 미래한국의 풍경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대부분의 미래소설처럼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한 줄기 희망을 찾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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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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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서애 류승룡이 남긴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들...

 

요즘은 징비록과 서애 류승룡이 대세인가 보다. 드라마로 만나고 있는 징비록을 소설로 만나다니. 임진왜란 7년 동안 전시를 이끌었던 전시 재상 류성룡이 쓴 징비록을 읽고 있으니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만감이 교차한다. 국제 정세를 무시한 조정 중신들에게 속상했다가, 전쟁 중에도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권력층에 분노했다가, 도성을 버리고 백성을 버리고 피난 가는 임금과 신하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이순신의 해전에서의 승리와 민초들이 의병을 일으키는 모습에 가슴뭉클해지기도 하고, .....

 

 

 

 

소설로 만나는 소설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안동 하회 마을로 파직 낙향한 후 큰아들이 죽고 홍수가 난 뒤 서미동 농환재에 머물던 시절, 승지 이효원과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전쟁의 기록인 <호종일기>를 남긴 승지 이효원과의 만남은 전쟁의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통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임진왜란의 시작은 일본 전국을 통일한 풍신수길의 야심에서 시작했다. 그는 외아들이 죽자 상투를 자르며 명과 조선 정벌을 외쳤고 세밀한 대동아 공영을 계획했다.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봄에 조선으로 출정해서 여름엔 요동, 겨울엔 북경까지 점령한다는 조선과 명을 한꺼번에 삼키려는 거대하고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기초 작업으로 명호옥(나고야)에서 전진 기지를 마련하고 군비 마련, 전투식량 비축, 군사 징발, 선발대로 16만을 추렸다. 실제로 그 당시 왜군 병력은 전투병 158천 명, 예비군 88천 명, 후방 경비 병력 12천 명, 수군 8천 명을 편성하고, 인부와 사공까지 합하면 모두 20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 조선의 상황을 보면, 전쟁 전 풍신수길이 조선 침략 의도를 알고 대마도주 종의지나 승려 현소 등이 알렸지만 조선의 왕과 비변사에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병조판서 이이의 시무육조 건의도 무시했다. 하지만 류승룡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왜군의 동태를 수상히 여겨 정읍 현감인 이순신을 전라좌수사에 천거했고 형조정량으로 일하던 권율을 발탁했다.

 

한편, 명나라에서는 조선과 왜가 짜고 명을 친다는 소문에 흥분하고 있었기에, 조선의 입장에서는 명을 달래야 했다. 조선은 의주 목사 김여물이 성을 고치고 군사훈련 하는 것마저 트집 잡고 명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며 김여물을 잡아 가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란 중에 선조는 김여물을 꺼내 탄금대로 보내 싸우게 해야했고 그가 쌓은 의주성에서 피신까지 했다고 하니…….

 

전시상황임을 알리는 남산 봉수대 횃불이 5개가 피어오르는 중에도 불구하고 파벌싸움을 벌였던 중신들은 동래에서 송상현의 피 묻은 보고가 올라와서야 긴급함을 알게 되는 장면은 어이없어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준비되지 않은 군사력으로 그나마 나라를 빼앗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고......

 

어명을 받기 전에는 군사작전조차 펼치지 못하는 지휘체제인 제승방략으로인해 제대로 된 군사작전까지 펼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이 속출되고, 인력이 부족한데도 책임추궁을 하며 애꿎은 무인들만 죽이는 상황도 발생하고, 더구나 징집할 군인들을 기록한 병부엔 가짜 군인들로 가득하고, 무기고는 텅 비어 있는 실정이고, 결국 순식간에 동래가 무너지고,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왜군이 장악하게 되고, 선조는 평양성을 거쳐 압록강 입구인 의주까지 피신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선조는 나라를 버리고 명나라에 들어갈 생각까지 한 대목에서는 분노가...... 그래도 왕세자로 지명된 18세의 광해군이 남아서 전시 조선을 이끌며 백성들과 의병장들을 격려했던 대목에서는 위로도 받고......

 

세도가들의 무사 안일한 태도, 명나라까지 넘보는 일본의 치밀한 계획성, 전쟁이 발발하자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보다 먼저 도망치는 관리들과 장수들, 일본은 조선을 발판으로 명나라까지 넘보는 분위기인데, 조선의 조정과 관리들은 그런 정보를 모두 무시하며 자신들의 권력욕만 채우고 있는 모습, 분노한 백성들이 왕이 빠져나간 궁을 불태우는 장면, 그 와중에도 왜에게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덤비려는 군인들과 백성들, 목숨 걸고 대드는 모습에 정복 전쟁이 쉽지 않음을 예감하는 일본 무사들, 백성들의 저항에 뒤늦게 반성하는 조정,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해전에서의 승리로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왜적을 떨게 한 이야기, 빼앗긴 땅을 찾으려고 전국에서 일어난 의병장과 의병들, 이런 숨 막히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책에서는 욱일승천기로 불리는 일장기가 등장하는 내력도 나오고, 조선 국왕을 일본 천황으로 옹립하고, 일본이 명나라 황제가 되려는 시나리오 등 대동아공영과 내선일치의 뿌리가 여기서 시작했다니......

 

애초에 일본을 다녀왔던 황윤길과 김성일의 왜의 침략에 대한 보고가 일치했다면, 조선은 임진왜란에 대비할 수 있었을까. 이순신 장군과 의병장, 선조의 중국행을 만류한 군신들, 면천법을 쓰면서까지 전쟁을 지휘했던 광해군이 없었다면, 류승룡 같은 명재상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징비록은 서애 류승룡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난이 일어난 배경과 과정을 밝혀 다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도록 조선의 잘못을 징계하고자 쓴 기록이다. 전시재상이 되어 나라가 없어질 위기까지 몰리면서 느꼈을 비애가 전해지는, 유비무환의 충정을 담은 전쟁 기록이다.

 

참고로, 저자인 서애 류성룡은 중종 37년에 경상도 의성 지방에서 황해도 관찰사 유중영의 아들로 태어났다. 16세에 향시에 급제한 그는 21세에 퇴계 이황의 문하에 들어갔고, 25(1566)에 문과에 급제해 승문원 권지부정자로 관직에 올랐다. 임진왜란 때에는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했고 도체찰사에 임명되어 군무도 총괄했다. 선조가 난을 피해 개성으로 갔을 때 영의정이 되었고, 평양에서는 왜가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김성일(같은 동인)을 두둔했고 나라를 그르쳤다는 반대파의 탄핵을 받아 파직 당해 백의종군했다. 서울 수복 후 다시 영의정이 되었고, 훈련도감의 제조를 맡아 군비 강화와 인재 양성을 도모한 전시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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