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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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 1. 스프링 문]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 스릴과 긴박감이 대단해!

 

늑대인간을 좋아하진 않지만 소설이나 영화 소재로는 분명 멋진 소재다. 늑대의 위협적인 면과 인간의 야성적인 본능이 결합되었을 때의 위압감은 무섭기까지 하니까.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늑대와 인간의 사이의 변신술이 긴장감도 준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늑대 앞에서 작은 인간이 맞서 싸우는 장면은 스릴과 긴박감을 선물하니까.

 

저자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은 타라 덩컨시리즈 성공 후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인디아니 텔러4부작은 늑대인간인 루가루의 세계를 다룬 SF소설이다. 한 번 펼치곤 끝까지 읽게 된 책이다. 곧 영화로도 나온다니, 기대가 크다. 누가 주연일지, 어떻게 늑대인간을 표현해 낼지, 몇 부작으로 나올지 등......

 

몬태나 주에 사는 18세 소년인 인디아나 텔러는 늑대 세계의 괴물이다. 할아버지를 북아메리카의 루가루 최고 수장으로 두고 있지만 늑대로 변신하지 못한다. 늑대인 아빠와 인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반 늑대 반 인간의 나약한 괴물이다. 할아버지 칼 텔러와 할머니 앰버 텔러, 아빠는 모두 루가루(늑대)지만 정신병원에 있는 엄마 제시카는 인간에서 아크로노트로 변형한 존재다.

 

인디아나는 할아버지 몰래 늑대에게 물린 인간의 변형인 세미인 악셀에게 힘과 유연성, 균형 감각과 인내력, 싸우는 기술, 춤추는 것 까지 배운다. 그 와중에 예쁜 세라피나의 의도적인 대시를 받지만 인디아나는 거절하게 된다.

 

유모는 늘 자신의 존재에 궁금증이 많은 인디아나에게 늑대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가 될 거라며 아크로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금은 순수한 늑대가 아니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에 털도 없고 변신하지도 않고 체열도 없고, 힘이 센 것도 아니지만 장차 엄마처럼 아크로노트가 될 잠재적 아크로노트라고 한다. 비밀스런 존재인 아크로노트는 시간여행자다. 인간일 때는 감염되지 않지만 늑대일 때는 감염되기에 늘 감염에 조심해야 한다.

아크로노트는 장소와 시간 등 어떤 장벽도 없이 과거든 미래든 시간여행할 수 있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누구도 감지해낼 수 없는 귀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특급 스파이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옷을 남기고 사라졌다가 그 자리로 돌아오기에 언제나 감금 가능하다는 게 단점이다.

 

고교 졸업 후 몬태나대학교에 입학한 인디아나에게 할아버지는 인간과의 사랑을 금지한다는 명을 내린다. 인디아나는 학교에서 만난 청록빛 눈을 가진 인간 카테리나에 끌리게 된다. 하지만 루이스 브랜드켈의 아들 타일러 역시 카테리나를 사랑하게 된다. 루이스는 최고 수장직에 도전장을 던지며 할아버지 칼 텔러에게 결투를 신청한 젊은 루가루다.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도전장을 내민 루이스는 온갖 음모를 꾸미게 된다.

 

어느 날 인디아나는 바이러스로 고열에 시달린 이후 점점 시간여행자로 변형되어 간다. 그리고 누군가 인디아나를 미는 바람에 인디아나를 구하러 뛰어든 타일러와 함께 심하게 다치게 된다.

 

정신분열증으로 아빠를 죽인 뒤 정신병원에 갇힌 엄마와의 시간여행, 카테리나 집안과의 악연, 철근 범인으로 지목된 카테리나의 아빠 셰이머스의 고백, 늑대들의 수장이 되고픈 루이스의 반란과 쿠데타, 늑대들로 가득한 원형경기장에서의 혈투 등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늑대와 인간의 종족을 뛰어넘는 금지된 사랑과 우정, 늑대와 인간의 중간 형질인 세미와 아크로노트의 존재감, 최고 자리와 사랑을 차지하려는 배신과 음모, 권력다툼의 이면에 감춰진 욕망과 살인미수, 늑대와 인간의 모습을 오가는 변신들 등 상상 속의 이야기들을 멋지게 버무린 솜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 책이다. 잘 짜인 소설이기에 영화로도 멋지게 표현될 것 같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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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하루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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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하루코]네 자매의 서로 다른 사랑과 운명, 작은 아씨들 같아.

 

한 집안에서 자란 형제자매라도 각기 다른 법이다. 같은 동기간이라도 성격, 취향, , 좋아하는 것 등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살기도 했던 이츠키 히로유키의 고향은 기타큐슈 후쿠오카다. 사계 하루코는 후쿠오카의 고미네 집안의 네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그린다. 사계연작 중 두 번째 소설로 봄을 의미하는 첫째 딸 하루코가 주인공이다.

 

 

맏딸인 하루코는 가장 여성스럽고 희생적이고 순종적이고 모범생 스타일이다. 일직 결혼해서 현모양처로 살 줄 알았던 하루코는 갑작스레 이혼을 한 뒤 아버지와 살게 된다. 퇴직을 앞 둔 아버지를 모시고 여동생 셋을 연결하는 맏이 역할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그리고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사랑과 일에 눈을 뜨게 된다. 여동생 나츠코의 전 남자친구인 다츠오와의 썸씽, 셋째인 아키코의 담당 의사인 사와키와의 설레는 로맨스, 전 남편과 재혼하는 미사마 료쿄와의 썸 등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이전에 못했던 동생들 챙기는 일에도 적극 나서게 된다. 좌익 폭력 사건에 대해 교육자로서 책임지고 학교에 사표를 던진 아키코의 감옥 생활도 돌보고, 시를 좋아하는 후유코를 위해 시인 가네코 선생님을 만나러 함께 떠나기도 한다.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나츠코를 위해 노 부자 래리와의 결혼에 대한 충고도 한다.

 

이혼 후 하루코는 얌전하고 가정적이고 내성적인 전통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나눈다. 결국 후유코의 자살로 인해 가까워진 후유코의 주치의 사와키와 가까워지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하루코는 삶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일에 용기 있게 부딪친다. 이전의 자신의 생각을 숨기던 전통적인 여성에서 벗어나 당당히 자기주장을 하며 세상에 맞서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거듭난다.

 

 

이츠키 히로유키의 연작 소설 사계를 읽으면 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작은 아씨들이 떠오른다. 한 집안에서 자라지만 생각이나 행동이 많이 다른 44색 청춘 여성 이야기니까.

, 여름, 가을, 겨울에서 이름을 딴 하루코, 나츠코, 아키코, 후유코의 달라도 너무 다른 개성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융화를 이루며 네 자매의 사랑과 인생이 펼쳐진다. 형제자매 간엔 서로 다르지만 살면서 점점 닮는 걸까. 하루코의 삶에서 나츠코의 열정과 자유분방함이 점점 닮는 듯하다. 다음 편에선 네 자매의 서로 다른 사랑과 운명이 어떻게 전개 된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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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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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뒤늦은 영국의 사과, 앨런의 독이 든 사과...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소설 <에니그마><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등으로 만나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의 삶은 너무나 극적이다. 그의 천재성과 전쟁에서의 업적을 국가와 학회가 소중히 여겼다면 그리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 텐데. 2차 세계대전을 일찍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그의 공적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회와 국가의 편견 속에 동성애자로 낙인 찍혀 자살로 마감했다니. 만약 그가 천수를 누렸다면 지금쯤 백세가 넘은 노인의 모습이었을 텐데. 그가 지금의 컴퓨터 세상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 책은 스릴러 형식의 소설이다. 젊은 경관 코렐은 한 남자의 죽음을 신고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가 현장에서 본 것은 평온하게 잠든 남자의 시체와 청산가리가 든 병, 독이 든 반쪽 사과, 연금술을 하던 냄비, 수학 방정식이 적힌 수첩, 무수히 많은 책이었다. 코렐은 경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던 중에 가족, 동료, 전우 등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라는 사실, 전쟁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 컴퓨터 발전의 기초를 다진 천재 과학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위의 고발과 그의 솔직한 고백, 고집스런 성격 때문에 동성애자라는 죄 값으로 여성 호르몬을 투여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결국 사회의 편견과 맞서다 지친 그는 보란 듯이 동화 속 가장 여성적인 모습으로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사회는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앨런 튜링 (6)

 

19세 소년 머레이의 동거가 없었다면, 강제적인 여성호르몬 투입이 없었다면, 그가 동화 속 백설 공주처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여성스럽게 자살했을까. 그가 먹다가 남긴 사과와 애플의 로고와 정말 관련이 없는 걸까.

앨런 튜링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여정이기에 앨런의 어릴 적 이야기, 에니그마 해독하는 과정, 198667일 앨런 튜링 학술대회에 코렐이 초청받아 연설하는 장면 등이 미스터리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적 재능을 보였던 앨런은 15세에 만난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크리스토퍼 모컴과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꿈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크리스토퍼가 결핵으로 숨지자 낙담을 하게 되고 크리스토퍼와 함께 꿈꾸었던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인간지능을 기계에 넣는 과업에 몰두한다. 결국 그는 대학원에서 투링 기계라는 가상의 연산 기계와 원초적 컴퓨터의 기본구성을 선보이게 된다.

 

 

2차 세계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런던 북쪽 블레츨리 파크의 정부암호학교의 암호해독반 수학팀장이 된다. 그리고 그는 세계에서 해독이 가장 어렵다는 독일 암호기계인 에니그마의 원리를 해독하게 된다. 그가 만든 에니그마 해독기인 튜링 붐베로 인해 영국군은 독일 잠수함의 위치와 공격 계획을 미리 알게 되고 전쟁을 빨리 종식시킬 수 있게 된다.

전쟁 후 그는 국립물리학연구소컴퓨터 개발 프로젝트 팀장이 되었고, 맨체스터 대학의 컴퓨터연구소 부소장이 되었다. 1951년엔 영국 왕립협회 회원이 된다. 하지만 19세 소년 머레이와의 동거는 동성애자라는 풍기문란 죄목을 씌워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정부와 학회에서는 그가 전쟁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공헌했고, 정보의 중요성을 정부에 알린 천재수학자였음을 인정하고 아량을 베풀 수는 없었을까. 거짓말과 위선을 싫어했기에 솔직해서 고집스러웠던 학자에게 영국은 어쩜 그리 잔혹했을까. 부작용에 대한 검증도 없이 남자에게 강제로 에스트로겐을 투여했을 때, 누구라도 그의 편이 되었다면 그리 외로운 선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2009년에 와서야 영국 정부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짧은 생애를 불 같이 살다 타의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수학 천재의 삶을 보며 시대가 알아주지 못한 천재들의 비운을 생각한다. 죽은 뒤에 복권이 되고 사과를 받으면 무슨 소용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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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2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레니엄은 3부까지는 나온 걸로 아는데, 작가가 다른 분으로 4부가 나오나 보군요, 이 책도 소개 읽으니 괜찮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봄덕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봄덕 2015-03-26 04:17   좋아요 1 | URL
밀레니얼 시리즈, 저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작가가 다른 줄은 몰랐어요.^^

서니데이 2015-03-26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의 띠지를 보고 4권이 있는 줄 알았어요^^
 
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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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스릴러! 잔혹하거나 기이하거나...

 

스릴러의 묘미는 비록 잔혹한 내용이지만 형사의 눈이 되어 범인을 쫓는 긴박감과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신선한 충격, 흥미진진해서 빠르게 읽혀지는 속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해서 읽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궁창 같은 사건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넬레 노이하우스와 함께 독일 사이코 스릴러의 대가로 알려진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은 눈알 사냥꾼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법의학자인 미하엘 초코스와 공통으로 집필했다는 스릴러다. 법의학자가 공동집필할 정도라니, 역시 소설 곳의 끔찍한 장면들, 시체 해부 장면들이 너무나 상세해서 소름 끼친다.

 

연방수사국 베테랑 법의관 헤르츠펠트 교수는 부검 중인 시체에서 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위아래 턱이 사라진 흉측한 중년 여성의 시체를 CT촬영했고 시체의 머리뼈 속에 감춰진 금속 캡슐에서 자신의 17세인 딸 한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납치범은 다른 시체 안에 단서를 남긴 후 헬고란트 섬에 버린다. 시체 해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인과 자기 딸의 납치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헤르츠펠트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이 남긴 쪽지와 단서를 따라 가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헤르츠펠트가 딸을 찾는 여정에 해부실의 임시 청강생이자 베를린 주정부 내무장관의 아들인 잉골프가 끼어들게 된다. 웹사이트 개설로 목돈을 번 그는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헤르츠펠트와 함께 한다. 그리고 범행 추적 장치에 관심을 보인다.

 

한편, 만화가 린다는 한때 삽화작업을 함께 했던 남자 친구 대니가 스토커로 변하면서 그를 피해 헬고란트 섬으로 간다. 며칠 뒤 태풍으로 인해 헬고란트 섬 주민들은 육지로 나와 버리고 섬은 육지로부터 차단된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린다는 모래사장 위에서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오빠인 클레멘스는 손대지 말고 집으로 피하라고 전화를 남긴다. 사체 부근 방파제에서 습득한 손가방에는 통화기록이 없고 이상한 휴대폰을 발견한 린다는 부재 중 전화번호를 누르게 된다. 린다는 헤르츠펠트와 통화하면서 그의 지시에 따라 무시무시한 시체 해부의 세계에 뛰어든다. 그리고 린다가 해부를 했던 시체에서 또 다른 단서들이 발견된다.

 

놀라운 수준의 해부학 지식을 가진 범인, 딸을 납치한 변태성욕자가 내는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 헤르츠펠트의 사생활과 법의관으로서의 역할까지 파악한 범인, 4년 전 얀 샤들러라는 변태성욕자에게 자신의 딸이 성추행 당했던 동료 스벤 박사, 자신의 딸의 부검 보고서를 위조해 달라던 스벤 박사의 요구를 거절한 헤르츠펠트의 기억, 당시 재판 의장직을 맡았던 퇴벤이 헬고란트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병원 관리인 엔더의 희생, 시체에 꽂힌 막대기에서 발견된 지리 좌표 등 아동성폭행과 재판 과정, 시체 해부와 법 집행의 문제점들을 촘촘하게 엮은 이야기다.

 

 

독일에서 세금 납부를 기피하면 엄벌에 처하지만 아동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고 한다. 그런 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소설이기도 해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범죄자의 인권 보호에 힘쓰는 법,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상처는 외면하는 법을 보며 누구를 위한 법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음주 후의 성폭행은 양형 대상이 되는 현실 앞에서 법의 모순을 보게 된다. 섬뜩하고 잔혹하지만 아동성폭행의 실태와 영향 등을 시사하는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 소설 속 이야기 같지 않다. 끔찍한 충격을 준 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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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2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덕님 글을 읽으니 그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작가들은 일반인이 뭉텅거린 생각들을 풀어내어 보일수 있어야 한다던. 그래서 펜은 강하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봄덕 2015-03-26 04:21   좋아요 0 | URL
굉장히 잔혹하고 섬뜩한 내용이지만 아동성폭행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그렸가에 그런 법률적인 문제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작가들의 사회문제 폭로는 이렇게 소설로 이슈화할 수 있기에 펜의 가치가 있는 거겠죠. 펜은 강하다. 공감해요~~
 
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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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삶은 의자 뺏기가 아닌 자신의 의자 찾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지만 막상 깨물었을 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는 법이다. 다친 손가락 중에서 상처가 더디 낫는 손가락도 있다. 물론 상처가 더 잘나는 손가락도 있다. 상처가 났을 때 굉장히 불편을 주는 손가락도 있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손가락 같은 존재일까. 부모들은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은 내리사랑을 준다지만 받는 자식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자식을 차별하며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들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은오는 지오와 일란성 쌍둥이 자매다. 매사에 욕심이 많고 똑 부러지고 공부도 잘하고 잘난 체 하는 지오에 반해 은오는 욕심도 없고 공부에 관심도 없으며 매사에 대충 오케이 해버리는 아이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놓거나 자기주장을 해본 적이 없기에 기족 중 누구도 은오의 상처를 모른다.

 

일란성 쌍둥이라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결과들 때문일까. 가족들도 늘 지오 편을 들고 은오를 괄호 밖으로 내버리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간단히 말해서 차별하는 어른들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무책임하고 무지한 어른들이다. 한 가족이지만 가외의 가족 취급을 받는 은오는 남다른 피해의식을 키운다. 하지만 내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울분과 적개심, 피해의식만 쌓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서울의 엄마 아빠를 떠나 부산의 할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이유도 할머니 재산에 욕심이 많았던 부모의 뜻이었다. 부모의 온기가 그리웠던 은오는 알 수 없는 분노를 삭이며 음악으로 위로를 받게 된다.

삶의 고통은 패키지로 오는 걸까. 부모의 이혼, 엄마의 교통사고, 서울로의 전학, 지오가 첫사랑이었다는 부산 친구 선집과의 만남, 승미가 이끄는 짜장 밴드에서의 대타 보컬 등을 통해 또 다른 고통들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집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자신의 몫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아이로 커간다.

 

난 그동안 솎아진 아이라는 생각 때문에 세상으로 향하는 안테나를 접고 살았다. 누군가와 닿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펴야 한다. 손에 쥔 미움의 불씨를 버리고 내 안의 상처도 털어 내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닻을 올려야 한다.(174)

 

가외 식구 취급당하는 아이의 내적 상처, 분노가 미처 분출되지 못해서 슬픔이 응어리진 아이의 방황, 동생 지오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와 대놓고 차별하는 무책임한 엄마에 대한 원망 등을 통해 어딘가에 있을 가족 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은 자리 뺏기가 아닌 내 자리 찾기임을 깨치면서 자존감을 찾고 자기 몫의 삶을 찾아간다는 사춘기 소녀의 일탈과 성장 스토리다.

 

은오의 성장을 통해 어느 집,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자리 뺏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제 몫의 자리를 찾아가라는 메시지 같다. 내 몫의 주장을 하고, 내 몫의 권리를 찾고, 내 몫의 사랑을 찾는 게 당연함을 외치는 소설이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휘둘리고 어른들의 욕망에 찌들려 상처받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버티며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이기에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2014년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의자 뺏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자신의 몫의 사랑을 받고 사는 걸까. 뺏겨서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기 몫의 자리, 자기 몫의 영역을 제대로 차지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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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형 2015-03-19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이 책 서평 쓸건데 어렸을 때 양보강요를 많이 당했어서인지 은오가 하루빨리 지오를 이겼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읽었어요. 한국 어른들은 네가 언니니까 혹은 네가 누나니까 라는 말로 양보를 강요하는데 저는 양보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덕 2015-03-19 21:28   좋아요 1 | URL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겠죠. 맞아요. 여태 그런 사회, 그런 가정이었지만, 이제는 양보는 강제해선 안되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