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김진섭 지음 / 용감한책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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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 상상] 삼십대 중반의 삶, 당신은 매일 어떤 상상 속에 살고 있나.

 

상상이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것이나 꿈꾸던 것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하룻동안 하는 많은 생각 중에 상상이 얼마를 차지할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시간을 상상 하지 않을까. 때로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보고, 때로는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 상상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다.

  

표지엔 미남, 미녀의 직장인이 멋진 차림으로 건물 사이를 당당히 누비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88만 원 세대이기에 잘 차린 옷차림으로 대형 건물 사이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꿈이 상상에 그치지 않기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삼십대이기를 빌었던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30대 중반의 미혼 남자 L이다. 현직은 장교 출신의 보험영업직 사원이지만 꿈은 성공한 작가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글을 써서 책을 내거나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한 적이 없다. 직업인 보험영업직보다 꿈을 향한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니, 회사에선 퇴사 권유까지 받는 실정이다. L은 남들에게 내세울 것 없지만 그래도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간 꿈을 이룰 거라는 상상에 현실의 비루함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L은 회사의 시간제 비서로 있는 U에 대한 끌림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안정된 삶이 아닌 L로서는 사랑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서로가 끌리지만 LU를 향한 대시에 머뭇거릴 뿐이다. 그러다가 시나리오 공모전 출품하게 되고 전자 출판이지만 출판의 꿈도 이루게 된다.

 

 

삼십대 중반이 꿈을 이야기 한다면 어정쩡한 나이가 될까. L의 주변인들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기는 매한가지다. 영화를 전공한 10년 지기 친구 J의 꿈, 개그맨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무명개그맨 C 등 모두 안정된 삶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는 현실의 팤팤함으로 꿈을 잃거나, 다른 누구는 그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삼십대 중반의 애환을 담은 현실 같은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스타 서빙 최효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을 잘 관찰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말이. 십대도 아니고 이십대도 아닌 중년을 향한 삼십대의 꿈을 향한 상상 이야기가 사막의 신기루로 끝나지 않게 노력하길 빈다. 현실 속에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이지만 주변의 조언을 받아 상상의 결실을 맺고 꿈을 이루길 빈다. 백세장수 시대에 삼십대란 아직 기회의 시기일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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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파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7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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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7. 포탄 파편] 뤼팽이 나오지 않지만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선물하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의 일곱 번째는 포탄 파편이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이지만 뤼팽은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 뤼팽이 다른 인물로 변장해서 활약한 걸까. 다음 편에서 이 부분이 해명 되려나. 어쨌든 제목처럼 참담한 전쟁 상황 속에서도 사건은 일어나고, 뤼팽은 등장하지 않지만 역시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흐른다.

 

 

 

 

엘리자벳과 폴은 막 결혼을 한 사이다.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오르느캥 성에서 신접살림을 차린다. 하지만 그곳에서 죽은 엘리자벳의 어머니의 초상화를 본 폴은 기막힌 현실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 아버지와 자신을 죽인 살인자가 엘리자벳의 어머니였다니. 그 이후로 폴은 엘리자벳에 대한 사랑보다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의 딸이라는 생각에 성을 나와 버린다. 그리고 독일과의 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하게 된다.

 

사랑했던 여인이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노케 했을까. 그런 애증이 더욱 그를 오르느캥 성으로 끌어 당겼을까. 국경 지역에 접한 오르느캥 성 지역으로 오게 된 폴은 성 안에 독일군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기한 현상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엘리자벳에 대한 걱정과 애틋한 마음에 자진해서 오르느캥 성 진격에 앞장서게 된다. 폴이 속한 프랑스 군대는 성을 탈환하지만 끔찍한 장면들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충직한 성지기 부부의 시체와 함께 엘리자벳의 금발이 박힌 파편 조각을 보며 아내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엘리자벳의 일기장을 보게 되면서 살인자의 진실을 알게 된다.

 

 

 

 

독일 황제와 왕자의 탐욕과 기행, 엘리자벳의 어머니를 쏙 빼 닮은 여인의 존재와 그녀가 살인한 동기들, 오르느캥 성과 독일까지 이어진 지하통로의 비밀 등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재미를 더한다. 뤼팽이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며 읽은 책이다. 혹시 누군가가 뤼팽이었을까. 다음 편에서 밝혀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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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재밌겠어요 ㅋㅡㅋ, 봄덕님이 맛깔스럽게 알려주셔서 전집 구입했는데 얼른 한 권씩 읽어야겠어요 ^~^

봄덕 2015-04-26 19:38   좋아요 0 | URL
ㅎㅎ 맛까스럽게 읽혀줘서 그럴걸요?? 7편이 재밌네요. 뤼팽을 찾다가 끝까지 읽게 되는 그런 책이기에, 색다른 체험이 되는 책이죠.. 그래도 모르죠. 어딘가에 뤼팽이 숨어 있었을지도, 함 찾아 보세요^^
 
조선남자 2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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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자 2] 조선남자와 다나와의 못 다 이룬 사랑, 루벤스의 성화에…….

 

그림 속에 한 남자가 비스듬히 서 있다. 남자는 짙은 쌍꺼풀을 가진 눈매, 도톰한 입술, 뚜렷하게 패인 보조개, 곱슬머리를 가진 서양인의 모습이지만 튀어나온 광대뼈와 상투를 틀고 조선 무관의 복장인 철릭을 입고 오도카니 서 있는 모습은 조선남자의 모습이다. 게다가 제목마저 <한복 입은 남자>지 않은가.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 수 없지만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였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는 이렇게 온갖 의구심을 갖게 한다. 순 혈통의 조선인이 아니지만 의복이나 몸가짐은 다분히 조선남자의 차림새이기에.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많은 암시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를 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조선인 최초로 서양화에 등장한 조선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왜 낯선 땅에서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을까. 동양과 서양의 유전자가 섞인 듯 한 외모는 어찌된 영문인가.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인 철릭을 입은 조선 무관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쯤 해결될까. 그는 베니스의 개성상인일까, 아니면 조선의 천재과학자인 장영실일까, 아니면 임진왜란 후 신식 무기의 본을 구하러 양귀의 땅을 찾은 무관일까. 그도 아니면 노예로 끌려갔다가 뛰어난 재주로 신분상승을 한 자일까.

 

작가는 7년간의 구상과 기획, 집필의 과정에 이르는 동안 철저하고 방대한 고증을 거쳤다고 한다. 400년 전 조선 남자가 바닷길을 항해해 네덜란드의 궁정화가 루벤스의 모델이 되는 여정에는 17세기의 조선 역사, 유구(오키나와)의 역사, 동인도회사, 칼뱅파와 가톨릭의 갈등, 무역으로 이익을 본 신흥 부자들의 등장 등 역사적 사실과 함께 한다. 루벤스의 모델은 진짜 조선 무관이었을까. 아니면 서양 여인과의 사랑으로 생긴 아들의 모습일까.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그럴 듯한 상상을 가미했기에 더욱 흥미롭다.

 

<조선남자 2>에서는 유구가 왜에 나라를 잃는 과정, 중국에 전운이 감돌면서 중국 황제의 화포에 대한 수요 증대, 동인도회사의 커져가는 이익, 개인적 이익이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종교 지도자들, 혼란과 폭동 등 모든 것을 비밀리에 꾸민 공작과 대주교의 반전, 조선남자와 다나와의 사이에 생긴 아들, 그가 그림모델이 되는 과정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일어난다.

 

무구의 본을 구하려던 양귀의 땅으로 간 남자는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과 기개가 넘치는 남자다. 하지만 개인이 막강한 조직에 대항하기란 예나 지금이나 버거운 법이다. 결국 종교 지도자와 권력자에 이용만 당한 조선남자는 루벤스의 성화에 길이 남음으로써 위로를 받았을까.

 

빚을 지고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선원들, 더 가지려고 선원들 몫을 약탈하는 공작과 카피탄, 조선남자의 가톨릭으로의 개종, 유구인 등 뱃사람들의 개종 등이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한 속내의 개종이었고 계산된 시나리오였다니. 지금도 가진 자의 시나리오에 휘둘리는 못 가진 자의 모습과 겹쳐지는 이야기다, 목표를 위해 종교를 수단으로 삼는 가진 자들, 그런 갑질의 횡포에 우는 을의 무기력함을 보는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건 조선남자와 다나의 사랑이 루벤스의 성화에 그려져 영원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 남자는 <한복 입은 남자>,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나타나 있고, 조선 남자를 사랑한 다나 역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막달라 마리아로 그려져 있다. 루벤스는 이들의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 아팠을까. 악은 잠깐이나 선은 영원함을 보여주려 한 걸까. 깊은 신앙심으로 그려낸 종교화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무구의 본을 찾아 떠난 조선 무관의 여정과 그가 만났던 여인 다나와의 사랑, 그 결실로 태어난 아이가 다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이 되는 과정들이 생생하기에 제법 그럴싸한 스토리 같다. 마치 야사의 한 페이지를 본 듯한 느낌이다. <조선남자>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어떨까. 그 후손들이 배를 타고 신대륙으로 가거나, 무인의 피를 타고났으니 군대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모습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군인이나 선교사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조선에 오게 되지만 양귀의 모습이라서 배척당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약간의 역사적 사실에 많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이기에 별별 상상을 다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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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5-04-2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군요. 마지막 상상력도 그럴듯 합니다~^^

봄덕 2015-04-25 19:40   좋아요 0 | URL
그림 자체가 흥미롭기에 어떤 상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5-04-2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뒷 이야기들이 알고 싶어요.

봄덕 2015-04-25 19:40   좋아요 0 | URL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그림이죠. 소설도 그렇고요.^^*
 
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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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남자 1]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철릭을 입은 조선 무관의 사연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인 <한복 입은 남자>를 소재로 한 책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갔다가 이탈리아로 가게 된 안토니오 꼬레아의 이야기를 담은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 조선 세종대왕의 파격적인 사랑을 받다가 갑자기 사라진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다빈치의 조우를 그린 이상훈의 <한복 입은 남자>, 이번엔 조선 무관의 최신형 무기에 대한 탐사를 그린 전경일의 <조선남자>.

 

 

<조선 남자>는 전경일 작가가 7년간의 구상과 기획, 집필의 과정을 거친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철저하고 방대한 고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기에 상상력을 더욱 자극했다. 400년 전 조선 남자가 어떻게 네덜란드의 궁정화가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을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닌가.

 

루벤스의 그림에 영원히 살아남은 조선 남자는 <한복 입은 남자>,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나타나 있다. 소설 속에서 조선 남자를 사랑하는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다나도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막달라 마리아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 무관은 왜 양귀의 땅으로 갔을까. 우선 그의 외관은 조선 초기 사대부 의복인 철릭 차림이다. 책에서는 그가 임진왜란 때 왕을 호종했던 무관이었고, 도원수의 밑에서 왜적과 싸웠던 무관으로 나온다. 임진왜란의 패배가 무기의 차이에 있음을 깨달은 그는 일본이 가진 신식총에 대한 본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그는 한양을 떠나 부산포를 거쳐 유구국(오키나와), 중국 복건성, 조와(자바) 상관, 히라도 상선 후속선을 타고 희망봉을 돌아 양귀의 땅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양귀의 땅에서 본 것은 종교분쟁과 마녀 처형, 돈에 눈 먼 상인과 종교인, 귀족들이었다.

 

<조선남자>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조선 남자의 그림을 성화에 넣으려는 가톨릭과 무역으로 재미를 본 상관의 합작으로 이미 양귀의 땅에 도착하기 전부터 조선남자의 그림 작업은 계획된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그 이면에는 17세기 유럽의 종교 분쟁과 바다 무역에 재미를 본 상관 함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철릭을 입은 조선 남자와 루벤스의 만남, 국방을 위해 최신 무기의 본을 가지고 싶었던 무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유구에서의 사랑, 양귀에서의 사랑, 재산을 뺏기 위해 마녀사냥도 서슴지 않는 이들, 구교와 신교의 충돌, 17세기 인문학자와 칼뱅파들, 북부와 남부의 대립, 조총의 본을 얻기 위해 성화 모델이 되고 개종까지 하는 조선남자의 이야기가 그 시절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기에 모두 흥미로웠다.

 

성화제작을 위한 동양인 채본은 동방 포교를 겨냥한 것이었다니, 동방 포교와 무역을 동시에 이루려는 가톨릭의 계획이었다니, 더구나 동방 선교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림에 넣을 모델로 낯선 조선의 무관이 제격이었다니, 동방포교와 그 홍보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루벤스의 성화 모델이었다니, 동방 선교와 동방 무역에 열광했던 시절이었기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재미있었다.

 

    

400여 년 전, 유구(오키나와)의 풍습과 풍물, 복건성과 동인도 회사의 분위기, 유럽의 종교분쟁과 무역상들의 이기주의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중국 황제의 화포 주문, 선교사 마테오 리치, 시암과 유구에서 명의 요구로 파병을 했다는 이야기, 흑귀의 등장, 조선을 떠나 양귀의 땅에 이르는 과정 등 모두 흥미진진했다.

 

지금도 종교적 박해와 정치적 갈등, 패권 다툼과 무역 전쟁은 어디에선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권모술수, 거짓과 위선 가득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이 어쩌면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을까. 2편에서는 조선남자가 그토록 원하던 무기의 본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 다나와 함께 할 수 있을까. 해피엔딩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내일은 2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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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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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묘/전민식/예담]대통령 서거 이후 권력 암투엔 풍수사가…….

 

인간의 운명이 풍수에 따라 달라질까. 묘 자리나 집터를 명당자리에 잡으면 운명이 달라질까. 풍수를 미신으로 믿지도 않지만 풍수의 영향이 현재와 미래의 복과 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 해 본 적도 별로 없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를 따져 명당자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던 시절이었던 197910월이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9일의 장례기간 동안 권력은 공백 상태였다. 그 권력의 중심을 노리는 군인들은 땅의 기운마저 끌어당기려고 암투를 벌이게 된다. 땅의 기운을 받아 권력을 잡으려는 군인들은 서로 명당자리를 차지하려고 이장과 암장을 반복하다가 서로 부딪히게 되는데......

 

황창오의 친아들인 중범, 황창오의 양아들 도학, 동료 해명은 황금으로 처리된 시신의 두상을 찾다가 도학만 정체 모를 군인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도학이 잡혀간 곳에서는 도학이 지관임을 알고 즉시 발복이 가능한 묘 자리를 찾아 달라고 한다.

 

한편, 무사히 도망친 중범은 왕릉으로 알려지지 않은 왕릉 터에 암장을 해주면 큰 돈을 주겠다는 모종의 거래 전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암장하는 순간 다른 군인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그곳에서 도학과 얼핏 마주치게 된다.

 

도학은 앵벌이를 하던 어린 시절에 황창호의 둘째 아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황창오가 거둬들인 아이였다. 어느 날, 당대 최고 풍수사인 황창오가 사라져 버리자, 도학은 황금 두상을 도굴해 중범에게 한 몫 넘기고 자신은 예전에 월남으로 떠났듯, 사막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삶은 예정대로 되지 않듯, 도학은 보안 사령관 앞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후 도학은 자신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명당자리를 알려 주지만 자신의 행동으로인해 중범을 궁지로 몰게 된다. 황금 두상을 찾아 편하게 살고 싶었던 중범은 억울하게 국가 전복의 회오리에 휘말려 빨갱이로 몰리면서 죽게 되는데......

 

대통령 장례기간 9일 동안에 벌어진 권력의 공백을 노린 암투들. 암장과 이장, 풍수사와 상선, 명장 자리의 다툼 등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 , , 바람의 맥, 나무와 잡초 등을 짚어 하늘이 점지한 명당자리를 찾아내는 풍수사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그려져 있다.

 

군인의 말 한 마디에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한 풍수가 결국 애꿎은 풍수사의 죽음을 초래하다니, 비정한 풍수 이야기다. 권력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풍수, 부귀영화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풍수를 노리고 전설의 혈을 찾는 군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열하고 잔인하다. 전설의 혈을 찾아 권력의 중심부에 서기 위해 풍수사를 이용하는 냉혈한 군부의 모습을 그린 특이한 소설이었다. 잘 쓰인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도굴군, 험석, 즉시 발복이 가능한 묘, 고문, 진술서, 빨갱이, 조작, 명당혈, 아는 사람만 아는 묏자리의 유물들, 조산, 주산, 외청룡, 외백호, 안산, 외수, 주작, 묘지의 흙맛, 냄새만 보고도 명당을 알수 있다는 풍수사의 이야기가 참신했다.

     

풍수지리는 묏자리나 집터 등에서 나오는 땅의 생기를 인간이 받아 복을 얻고 화를 피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토지관이다. 과연 명당이 인간의 운명이 풍수에 따라 달라질까. 물길과 빛길의 차이, 명혈과 악혈의 차이가 있을까. 풍수사는 자기 집터의 기운은 바꾸지 못하는 걸까.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 민속학자가 썼다는 조선의 풍수가 읽고 싶다. 이왕이면 조상의 음덕을 보고 싶고 땅의 기운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

 

저자는 개를 산책 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한 전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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