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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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재건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다큐엔 욕망이 가득해.

 

인간의 욕망은 아마도 본성이겠지. 대개 없으면 부러워 하다가 가지게 되면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지나친 욕심이 불행을 가져오는 줄 알면서도 인간의 욕심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지나친 욕망이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함을 알면서도 내려놓는 게 쉽지가 않다.

 

서민 아파트 재건축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상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욕망이라는 아파트에 사는 인간군상들의 다큐멘터리 같다. 멈추지 않는 욕망의 전차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제목처럼 이야기의 배경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이다. 서민의 안식처였던 잠실 주공 아파트가 철거된 후 재건축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기존의 원주민들은 자의든 타의든 서서히 밀려나게 되고 돈을 가진 이들과 아이들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며 교육 특구인 강남을 찾는 입주민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 결과, 강남의 공교육과 사교육은 이들 아파트 입주민들에 의해 휘둘리게 되는데......

 

불광동에서 살다가 강남의 잠실로 이사 온 후로 손이 커져버린 지환 엄마 수정은 주변의 엄마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외국 제품을 구입한다. 이름난 어학원을 보내기 위해 영어 과외를 시작한다. 축구부 엄마들을 따라 얼굴 잡티제거에 돈도 들이지만 늘 다른 엄마들 수준에 맞출려니 버겁기만 하다. 더구나 아들 지환은 동물엔 관심이 많지만 공부엔 별 관심이 없어서 교육 효과도 없는 것 같다.

 

학부형의 리더 격인 해성 엄마는 두 아이를 수학 영재원에 보내서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열혈 엄마다. 자신의 젊음을 바쳐 아이들의 학원 스케쥴을 관리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폐쇄공포증을 겪는 등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학원 상담원인 윤서는 잠실동 원주민이었다가 밀려난 경우다. 그녀는 여고 시절에 당한 왕따 경험으로 불안과 강박증으로 괴로워한다. 최근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다. 삼성동의 역사와 함께 자랐던 김승필은 이혼 후 지환의 영어 과외 선생이 되지만 학력이나 경력을 추궁하던 아파트 엄마들에 의해 과외를 그만두게 된다.

 

아파트의 파견 도우미 할머니는 도우미를 하면서 아파트 아이들의 옷을 받아 손자에게 입히며 늘 아파트 주민들을 부러워 한다. 할머니의 첫째 딸 화영은 고등학교 때 아이를 낳은미혼모고 둘째 딸 서영은 집을 떠난 지 오래다.

 

논술 학습지 교사 차현진, 독일어 교사였던 카페 주인, 카드 회사에서 대출받은 등록금을 갚기 위해 지환 아빠와 매춘을 하는 스무 살 대학생 서영, 일주일을 꼬박 논술과 영어, 학습지와 학원에 휘둘리는 아이들, 불안정한 직장인들, 자신의 생각만큼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들, 쌓인 분노를 욕으로 표출하는 아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담임, 담임교사 퇴출 운동과 자살 미수 사건, 자신의 입신양명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교장, 자신을 탓하기 보다 남을 탓하며 학교 수업을 보이콧 하는 학부모들, 입시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아이들, 사교육비에 휘청거리는 아빠들 등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잘못된 교육과 왜곡된 사랑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어디 강남 엄마들 뿐일까. 읽는 내내 잠실동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좁은 빌라촌에 사는 주변 인간들의 대비가 너무나 극명해서 읽기 불편할 정도였다. 건장하고 활동적인 어른들도 그렇게 살진 않는데, 숨 돌릴 틈이 없는 아이들의 시간표에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다.

 

 

 

 

교육을 계급상승의 절호의 기회로 삼는 엄마들의 치맛바람과 그와 연결된 과외 교사, 학습지 교사, 학원 강사, 담임교사, 입시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아이들, 사교육비에 휘청거리는 아빠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불편한 모습 그대로다. 마치 재건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욕망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다. 비릿하고 속물 근성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마주한 느낌이다.  어둡고 칙칙한 강남 교육의 민낯과 속살을 마주한 느낌이다. 한국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 사회 이대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건가. 읽는 내내 참담했던 소설이다.

 

<모던 하트>로 제 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정아은의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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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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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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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최진영/은행나무]사랑했던 이의 죽음을 맞은 한 여인의 애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디쯤 일까. 삶과 죽음의 차이가 대체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그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 같다. 어딘가에서 그 사람이 짠~ 하고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세월이 흘러도 함께하는 듯 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접한 적이 없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사랑했던 남자 구의 죽음을 접한 담의 이야기가 구슬픈 애가 같다. 담의 애가가 엽기적이면서도 가슴을 절이며 슬프게 했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19)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 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 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너를 따라 죽는 게 아니라 나를 따라 죽게 만들 거야.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20)

 

먼저 죽으면 태우거나 땅에 묻는 게 싫다며 서로 먼저 죽지 말랬는데, 그런 구가 길바닥에서 몸이 멍든 채 처참하게 죽어버렸다. 담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랑했던 구의 시신을 가져와 혼자 구의 몸을 씻기고 매일을 구와 함께 한다. 구를 찾는 이들은 그의 시체를 팔려고 하는 사채업자들이기에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구의 시체를 숨겨야 했다. 답이 없는 현실 앞에서 개 같은 죽음을 맞은 구의 억울함을 위해서도 구를 살아 있는 듯 꾸며야 했으니까. 결국 담은 구를 자신의 몸에 살리는 방법으로 구의 시체를 먹기 시작한다. 들켜서는 안 되기에 그런 애도의 방식을 택한 걸까.

 

구와 담의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맺어진 것이엇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며 가까워졌던 구와 담의 사랑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이뤄진 결속이었다. 세상의 핀잔과 구박이 만들어준 끈끈한 동지애였다.

 

구의 죽음은 부모님이 진 사채빚 때문이었다. 사기를 당한 구의 부모님은 빚을 졌고 그 빚은 갚으랴 사채에 손을 댔다. 모든 사채가 그렇듯 구와 구의 부모는 빚 갚느라 또 빚을 졌고, 돈을 갚으면서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부모님은 어딘가로 실종되고 아들인 구는 쫓기다가 처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어쨌든 구는 자신의 돈이 아니지만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학생 시절부터 야채 가게의 잡일, 공장, 편의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팍팍한 현실에 너무나 지친 구는 인적 없는 외딴 시골로 들어가 고목 같은 집에서 까만 청설모처럼 살자고 까지 했다. 그런 인간 세계가 얼마나 진저리쳐졌을까. 그런 인간 욕망의 비린내가 얼마나 역겨웠을까.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65~66)

 

할아버지와 이모의 죽음을 이미 경험했던 담은 사랑했던 구의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돌아보며 세상에서 버림받은 구를 위한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애도를 했다. 구의 몸을 씻기도 뜯어 먹고 자신의 몸 속에 다시 살리면서 천 년 후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어쩜 구의 부활을 기대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천 년 후에.

사랑이란 무엇인가.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남는 빚, 관계들, 상실의 상처, 존재감으로 인해 사랑했던 이의 죽음을 죽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사랑하는 남자의 참혹한 죽음에 대한 애도가 다소 엽기적이지만 현실적 아픔이 느껴져 슬펐다. 삶과 죽음, 현실의 비루함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아름다운 문장이 빛나는 특이한 애가였다.

 

 

300~400매 분량의 한국 중편 소설을 모은 <은행나무 노벨라>시리즈 7번 째 작품이다.

저자인 최진영은 2006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끝나지 않은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소설집 팽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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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1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섬뜩하게 다가온 이야기 였는데 봄덕님 글 읽으니 정말 애달픈 이야기 갔고 주변의 낯설지 않은 이야기 같아요ㅜㅅㅜ

봄덕 2015-04-15 21:52   좋아요 0 | URL
섬뜩한 이야기, 기이한 이야기, 맞아요. 하지만 원인이 있기에 이해가 가는, 그러면서도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에요~~

비로그인 2015-04-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이 말--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끔찍하네요.
사랑이야기 정말 대단하네요.

봄덕 2015-04-15 21:53   좋아요 0 | URL
무시무시한 사랑이야기죠. ^^끔찍하지만 이해가 가는 사랑 이야기랍니다.~~
 
위작
표윤명 지음 / 새문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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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표윤명/새문사]추사의 고서화 위작에 얽힌 소설, 진짜와 가짜의 비밀들

 

모방은 진품의 일부를 본뜨거나 그 형식을 따른 것이지만 위작은 진품 그대로 베껴 진짜라고 속이는 것이다. 만약에 문화재 중에서 진품보다 위작이 많다면, 누가 어떻게 진위를 평가할 수 있을까. 만약 위작이 진품인 양 둔갑해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면. 과연 누가 진품과 위작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혹시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문화재 고위 관계자, 문화재를 소유하려는 갑부들, 문화재 관련 학자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겠는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세상인데, 믿었건 전문가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추사 김정희의 시와 그림의 위작에 대한 소설을 읽으며 문화재 위작 문제가 그저 소설에 그치기를 간절히 소원할 뿐이다.

 

 

세한도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현판 글씨, 글과 그림을 남겼던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계와 조선말의 화가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을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계는 물론 조선말의 화가들, 화풍, 고서화의 진품과 위작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문화재 보존처리법, 고서화를 가진 이들의 이기심 등이 촘촘하게 얽히고 설켜 긴장감과 예술적 감성, 재미와 유익을 듬뿍 선사했기에.

 

주인공 지환은 고서화 전문 박찬석 교수의 논문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고서화 비리의 냄새를 맡게 된다. 이미 고서화점인 탐묵서점 사장인 탐매로부터 고서화계의 비리를 들었기에 박 교수의 이야기에서 위작을 감지하게 된다. 그리고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서화 위작의 비리를 폭로 할 계획을 세운다.

 

박 교수는 지환에게 강원도 영월에서 만난 노인에게서 호생관 최북의 그림 한 점을 사게 된 경위를 설명하지만 지환은 미심쩍어 한다. 박 교수가 산 <풍우오왕도(風雨午往圖,비바람 몰아치는 낮에 가다)>라는 작품이 <풍설야귀도,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오다>에 호응하는 글이며 모두 추사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풍우오왕도>인데다, 박 교수가 그 그림을 문화재 보존처리 연구소에 맡겨 붓 자국이나 채색도 본래대로 되찾아 깔끔하게 살려내는 과정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후 지환은 고서화 거래 전문가인 문수당 최 노인에게 그 그림을 전달하면서 후인 찍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이 모두 고서화를 보호하겠다는 모임이지만 실제로는 위작을 가진 이들을 보호하려는 모임이라는데......

 

탐매에게서 들은 위작이 생긴 사연이 정말 기가 막힌다. 추재 윤증후가 위작을 남긴 이유가 추사의 사후에 생활의 궁핍함 때문이었다니. 추사와 이재, 운봉의 제자를 두루 거친 추재는 실력은 빼어나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었기에 늘 가난에 절어 살았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추사를 닮기도 하고 이재와 운봉을 닮기도 해서 추사의 낙관을 찍으면 영락없는 스승의 작품으로 인정 받을 정도로 감쪽 같았다니. 어쨌던 위작 전문 화상의 제안으로 그렇게 추사의 것인 양 추재는 자신의 작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추사의 제주 유배 중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추사의 동생, 추사의 아들들도 추사의 글씨를 흉내 내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오원 장승업의 그림을 흉내내던 위창 오세창도 독립 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추사의 글씨를 흉내 냈고, 해방 후 사리사욕을 위한 추사의 위작 등이 지금의 위작 문화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림은 한 장인데 자식이 많을 경우 위작을 만들어 골고루 1장씩 나눠주는 진풍경도 있었기에 위작이 많다는 것은 고서화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지훈은 위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작에 관련된 인사들이 상당한 거물들인데다가 광범위하게 점조직처럼 퍼져 있음을 알게 되고, 고서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적은 해동화사(海東畵史)의 위작에 대한 기록을 보며 진실에 근접할수록 지훈은 위험을 느끼게 되는데…….

 

일 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추사의 글씨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려면 감식의 혜안이 필요한 법인데, 현실에서 위작 논쟁이 벌어진다면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위작이 그저 소설 속 내용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위작 탄생의 과정, 거대한 위작 집단에 대항해 진실을 밝히려는 한 청년의 순수한 용기, 추사 김정희의 운필과 화법의 변화, 서권기문자향(붓을 잡는 사람은 항상 책의 기운과 문자의 향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추사의 제자였던 흥선 대원군의 난 치기, 조선 말 화가들의 화풍과 생활 등이 흥미진지하게 버무려져 있다.

 

대인춘풍(대인춘풍)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라.

거무구안(居無求安) 삶에 있어 편안한 것만 찾지 말라.

행부무득(行不無得) 행함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좋은 글들이 많은 소설, 붓글씨의 매력도 느낀 소설, 추사의 필체가 주는 예술성과 힘을 느낀 묵향 가득한 소설이었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지 않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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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ttls 2015-06-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의 작품을 찾아다오
http://blog.daum.net/gapgol1/16154777
 
지워지지 않는 나라
이제홍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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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나라/이제홍] 나라를 지켜준다는 금동 대향로에 숨겨진 비밀들, 놀라워라!~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덤으로 얻는 선물이다. 백제의 보물인 금동 대향로에 감춰진 이야기가 황하문명보다 천 년을 앞섰다는 홍산문화와 연결된다니 놀라운 이야기다. 그저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생각했던 백제의 금동 대향로가 던지는 의미와 상징성이 이리도 깊고 대단한 줄 처음 알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홍산문화, 백제 역사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 정도였다.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중에서 백제의 역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래서 가끔 그런 의문이 든다. 고구려의 왕족이었던 온조와 비류가 소서노와 함께 고구려를 떠나 백제를 세울 때의 높은 기상과 원대한 포부는 어디로 갔을까. 조상의 땅인 부여를 되찾고자 부여 씨라는 성 씨를 쓰면서 부여를 잊지 못했던 이들은 어쩌다가 신라와의 싸움에서 지게 되었을까. 백제가 단지 일본에 문화전달자로서의 역할만 했을까.

 

소설에서는 백제 유물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이 금동 대향로에 숨겨진 백제 역사의 내밀한 이야기를 추적한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부여 궁남지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문의 변사체는 서울에서 문화재청에 근무하며 수리 및 수리관리업체를 맡고 있다는 백동운이다. 그는 한국의 금동 대향로 전문가다. 금동 문화재의 달인인 백동운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이들은 백제사 연구에 일생을 건 서민준과 부여박물관 학예사 박은서였다. 은서의 동창인 조만선 형사 등은 역사토론을 상당히 좋아하고 태권도와 유도 유단자, 쌍절곤으로 호신술을 익힌 서민준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민준으로부터 듣는 금동 대향로가 황하문명보다 천 년을 앞섰다는 홍산문화와 관련 있고, 한 나라 때의 박산향로를 모태로 한 불교문화와 도교의 신선사상이 결합된 작품임을 알게 된다. 더구나 금동 대향로가 사라졌을 때 그 나라들은 쇠락했고, 금동 대향로를 신성시 하며 지켰을 때 한나라와 북위처럼 번성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무엇보다 금동 대향로의 손잡이가 봉황이기에 암수 한 깡으로 다니는 봉황의 특성 상 금동 대향로도 2개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서로운 유물을 중국과 일본이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도 전에 금동 대향로가 도난당하고 또 다른 희생자들이 생기게 되는데......

 

살인과 유물 도난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여정이 한중일 삼국지요, 유물과 역사 첩보전 같다. 그 과정에서 한중일 삼국의 유물 전문가들이 벌이는 역사 논쟁을 통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참고로, 금동 대향로는 백제의 위덕왕이 신라와 싸우다 전사한 성왕을 명복을 위해 능사를 창건하고 금동 대향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금동 대향로의 중간부분엔 연꽃으로 둘러싸고 있고, 연꽃잎 속이나 연잎 사이에 각양각색의 동물과 인물을 배치된 특이한 문양이다. 게다가 용문이나 봉황문 등도 있기에 불교적 이미지와 유교적 이미지, 도교적 이미지가 결합된 왕의 사찰에서 쓰던 향로였다고 한다. 이것은 중국 한 나라 때의 박산향로를 모태로 한 불교문화와 유교, 도교의 신선사상이 결합된 작품이다. 불교적 이상세계와 도교의 신선세계가 하나로 융합된 백제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백제를 수호신의 상징으로 여겼던 유불선이 합치된 향로다. 나라를 지켜준다는 금동 대향로에 숨겨진 비밀들, 모두 놀라운 우리 역사 이야기다.

 

무심코 보았던 금동 대향로의 역사적 비밀, 동이족과 연관된 네이멍 지역의 홍산문화의 진실, 산동 반도와 베트남, 일본까지 진출했던 백제의 담로 제도, 다시 고개를 드는 일본의 정한론, 한중일 삼국의 역사관 차이 등이 연쇄살인범 체포와 유물 도난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부여박물관의 상징적 의미인 금동 대향로에 감춰진 의미, 떠다니는 섬의 미스터리, 한중일의 복잡한 역사적 관계와 맞물리는 우리의 문화재 유출 등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우리 고대문화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소설이다.

 

   

백제 성왕의 백제 중흥은 국호를 남부여라고 했을 정도로 백제의 고토인 부여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고도로 계획된 사회였던 홍산문화의 중심지인 츠펑은 적석총과 빗살무늬 토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적석총과 빗살무늬 토기는 황하의 토광묘, 채도토기, 용을 상징으로 쓰는 문화와 차이가 난다니, 홍산문화의 유물들이 만주와 한반도에 걸친 우리 조상인 동이족의 흔적이기에 우리의 고대문화와 연결된다니, 더구나 옥으로 만든 새 모양, 곰 모양의 장신구는 단군신화를 연상케 하기에 일부 학자들은 츠펑 근처인 이우뤼샨을 단군이 도읍으로 정했던 아사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니, 모두 놀라운 이야기다.

 

유물과 유적, 기록이 있는 한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망언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이들의 주장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고대사에 기울이는 관심만큼 우리는 우리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백제 역사, 홍산 문화 등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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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위대한 클래식
쥘 베른 지음, 박선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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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쥘 베른/크레용하우스]상상력과 모험의 쥘 베른 작품, 여전히 매력 있다!

 

140여 년 전 당시 프랑스 유명 잡지에 80일 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린 뒤 찬반토론이 거세게 일었다고 한다. 상상력과 모험 소설의 대가인 쥘 베른은 이를 모티브로 1872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발표했는데, 그 당시의 기술과 과학으로 80일 간의 세계일주가 가능 하냐, 아니면 불가능하냐에 대한 내기로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단순한 내기에서 시작한 세계 일주가 황당하게 시작하다가 오해에 휩쓸리게 되고 온갖 장애를 만나면서도 지혜와 용기로 헤쳐 나가는 모험 소설이기에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한 모험 소설이다.

 

필리어스 포그는 기계처럼 정확하고 규칙적이고 깔끔하고 검소하고 냉정한 영국 신사다. 그는 방금 채용한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께 세계 일주에 나선다. 80일 만에 세계일주가 불가능하다는 런던의 개혁 클럽 사람들에 맞서 80일간의 세계일주를 해보이겠다며 거액의 돈을 걸고 내기를 한 것이다. 구경이 아니라 일주가 목적인 여행이고 돈에 욕심을 낸 도박이 아니라 자존심과 명에가 걸린 내기였다.

 

한편 영국 은행에서는 거액을 도난당하면서 도둑 잡기에 혈안이 된다. 문제는 도둑의 인상착의가 필리어스 포그와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필리어스는 런던 경시청 픽스 형사의 추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체포 영장이 도착하지 않아 픽스 형사는 필리어스 일행을 몰래 따라다니게 된다.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 봄베이에 도착한 필리어스 일행은 기차선로가 연결되지 않아 코끼리를 타고 콜카타까지 가기로 한다. 코끼리를 타고 가던 중에 사티 관습에 따라 죽은 늙은 남편과 함께 화장터로 끌려간 젊은 아우다 부인을 파스파르투의 지혜로 구출하게 된다. 하지만 파스파르투는 힌두 사원에서의 신성모독죄로 15일 구형을 받게 되고 필리어스는 거액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계획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필리어스에겐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명예와 자신의 신념이 중요했으니까.

 

이제 아우다 부인까지 낀 필리어스 일행은 배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다. 하지만 픽스 형사의 음모로 필리어스는 배를 놓치게 되고 파스파르투 혼자 배를 타고 요코하마로 가게 된다. 계획에도 없던 사건들은 계속해서 터지고 시간이 길어지지만 필리어스는 그런 것까지 계산에 두었다는 듯 시종일관 침착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진두지휘한다.

 

요코하마 행 배를 놓친 필리어스는 작은 배를 빌려 상하이로 가서 일본 행 배에 올라 무사히 요코하마에 도착한다. 거기서 파스파르투와 다시 만나게 된다. 영국 식민지를 여행하는 통안 범인을 체포하려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된 팍스 형사는 이제 일행과 남은 여행을 함께 하기로 작전을 바꾸게 된다.

 

여행은 의도치 않는 우연의 연속인 법이다. 필리어스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선거 구경도 하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들소 떼를 만나기도 하고, 인디언의 습격을 받기도 한다.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건너기도 하고, 기차가 끊겨 눈썰매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여행 도중에 거만한 대령을 만나 결투 신청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뉴욕을 거쳐 런던에 도착하지만 이번엔 세관 감옥에 갇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범인이 잡혔다며 쉽게 풀려났지만 개혁 클럽에 도착한 시간은 약속 시간보다 5분 늦게 된다. 내기에서 진 포그는 전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하지만 포그가 동쪽을 향해 여행을 떠났기에 하루 일찍 도착한 것을 알게 되면서 내기에서 이긴 것을 알게 된다.

 

런던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 봄베이, 캘커타, 홍콩, 일본 요코하마, 샌프란시스코, 뉴욕, 다시 런던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세계일주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재난, 사고, 음모, 로맨스가 등장한다. 운송 수단인 배, 기차, 눈썰매, 코끼리 등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책이 출판된 1872년 당시의 지리지식, 과학적 이해에 상상력을 더한 문학인데다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 이야기가 당대 사람들을 몹시 흥분시켰다는 소설이다. 과학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보여준 문학인 동시에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쥘 베른의 대표작을 지금 읽어도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다니. 역시 쥘 베른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재산의 상당 부분을 걸고 세계일주를 한다는 발상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용기와 재치가 돋보인다. 여행이나 유람이 아니라 단순한 세계일주지만 반전도 있고 의리와 로맨스, 따뜻한 온정 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정확하고 냉정한 필리어스 포그가 예기치 않은 변수와 음모에도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장애물을 헤쳐 나가면서도 온정과 의리를 베푸는 인물로 그려져 있기에 흥미로운 소설이다. 상상력과 모험의 작가 쥘 베른의 작품, 여전히 매력 있다!

  

작가는 해저 2, 15소년 표류기, 그랜트선장의 아이들의 저자인 쥘 베른이다.

쥘 베른은 1828년 프랑스 항구 도시 낭트에서 태어나 늘 바다 너머를 동경하며 모험가의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로빈슨 크루소>등의 모험소설을 즐겨 읽었다. 열한 살 때 사촌 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산호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인도 행 무역선에 몰래 탔다가 혼이 나기도 한다. 이후 아버지에게 앞으로는 꿈속에서만 여행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과 모험여행을 꿈꾸던 그는 20대엔 극작가를 지망하게 되고, 34살에 쓴 기구를 타고 5주간이 출판되면서 큰 인기를 모은다. 이후 1년에 1편 이상의 경이로운 여행기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1905년 죽을 때까지 무려 8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썼다니, 40년의 작가 생활 동안 매년 2편의 명작을 발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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