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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 ‘대형 사고’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
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왜 대형사고의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 걸까.―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오늘도 신나는 24시간이 선물로 주어졌다.
행복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지.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사건, 사고가 없는 세상이길 바래야지.
하지만……
세상은 바람 잘 날이 없나 보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늘 체감한다.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에 마음이 아플 정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사고는 날 수가 있다.
갈수록 첨단화되고, 자동화 된다고 해도 안심할 처지가 아님도 잘 알고 있다.
첨단장비, 자동화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위험의 수준도 갈수록 대형화, 고위험화 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아시아나의 비행기 사고, 그 외 크고 작은 사고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고 사례를 연구하며 '강하게 결합된' 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해 줄곧 언급해 온 예일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찰스 페로다.
그는 시스템의 복잡성이 경고 장치와 안정 장치를 추가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장애를 초래한다면 대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복잡성으로 인해 새로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상 못한 다발성 장애의 상호작용들은 어떻게 처리하고 예측해야 하는가.
원전, 화학공장, 항공기, 항공관제, 선박, 댐, 핵무기, 우주탐사, 유전자 조작의 위험은 무엇일까.
갈수록 대참사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고위험 기술을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선해야할 사항은 무엇일까.
지금은 고위험 기술의 시대다.
원전, 석유화학, 항공기, 선박, 우주탐사, 핵무기, 그 외 특수한 시스템들의 위험은 이전의 위험과는 엄청나게 다른 규모다. 크고 강력하다.
인류가 만든 첨단시스템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반대로 운용자, 승객, 무고한 시민, 미래 세대에까지 광범위하게 위험을 안겨 준다.
문제는 운용자교육, 안전 설계, 품질 관리, 규제강화로도 낙관적이진 않다는데 있다.
점점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는데, 고위험 기술의 속성은 무엇일까.
사고의 여파가 국지적이라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연쇄적인 장애와 위험을 계속적으로 몰고 온다면 첨단 시스템처럼 복잡해질수록 위험 차단은 어렵다.
상호작용성과 긴밀한 연계성이라는 시스템의 속성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를 '정상사고' 또는 '시스템 사고' 라고 한다. (본문 중에서)
정상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시스템의 요소들이 고도의 상호작용성과 주요 시스템의 요소들이 고도의 상호작용성과 긴밀한 연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자의 실수는 대부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재다. 그러나 기술 개선으로도 위험률 제로는 불가능하다.
저자가 예로 든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는 무엇이 위험요소일까.
복잡한 시스템에 잠재된 사고의 첫 번째 사례로 든 1979년에 일어난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 사고.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는 조사와 소송을 통해 사고 전후의 무능, 거짓, 은폐를 드러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정교한 신기술이 필요한 원자로에 대한 작업자들의 세심한 이해와 관찰,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함도 밝혀졌다.
원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부실한 수준이고 문제에 대처하는 안전장치들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안전장치는 자꾸만 추가 되게 되고 수동이라면 고칠 수 있던 것들이 자동화로 인해 어느 지점에서 잘못 되었던 지에 대한 파악조차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안전을 빌미로 추가된 장치들이 많을수록, 되레 없는 편이 더 나은 장치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인간이 개발한 기술이 오히려 덫이 되고, 그 올가미가 걸리는 셈인데……
복잡한 시스템의 경우 모든 요소가 다른 요소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운용자가 알지 못한 4개의 사소한 독립적인 장애로 인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운용자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있었다.
....
놀랍게도 13초 만에 모든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었다. 13초 동안 잘못된 신호 때문에 복수 펌프에 문제가 생겼고, 비상 냉각을 위한 2개의 밸브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났고, 압력 제어 밸브는 다시 닫히지 않았으며, 계기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운용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도 인식하지 못했다.
......
운용자들은 냉각 수위가 내려간 것과 터빈이 멈춘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은 시스템의 복잡한 상호 작용 때문에 두 사건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상관관계는 압력 제어 밸브를 매개로 이루어졌다. (본문 중에서)
문제는 결정적인 운용자의 실수와 직접적인 작동 순서에 속하지 않은 다발성 장애의 상호작용을 파악하지 못할 때의 위험도는 더욱 크다는 데 있다.
그리고 원전 시스템에 대한 우리들의 지식이 일천하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 원전사고 때도 세계적인 학자들이 몰려오지 않았던가. 모든 운용자들이 학자와 같은 지식을 가져야만 하는 건가.
저자는 원전이 더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원전 사고는 더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방심하지 말라고 한다. 원전의 역사가 짧아서 안전성이 점검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원전 산업은 언제나 완벽한 안전 기록을 달성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복잡성, 연계성, 참사의 연결고리들…….
이 책은 기술이 초래한 또 다른 위험에 대한 사회적 측면을 심도 있게 연구한 책이다.
문명이 문명의 장해가 될 수 있음을, 절대 만능이 아님을 알게 하는 책이다.
고위험 시스템의 폐기처분 또는 개조를 외치는 목소리다.
대형 사고에 대한 인식과 최소한의 예방지침에 대한 안내서이다.
이 책에는 원전 사고에 대한 연구 이외에도, 석유화학 공장, 항공기와 항공로, 해상 선박사고, 댐, 지진, 광산, 호수 등의 지상 시스템, 우주탐사, 핵무기, DNA재조합 등의 특수한 시스템에 대한 연구들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온갖 장치들이 서로 내재적 연계성을 갖고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첨단 장비일수록, 고위험장비일수록, 대형일수록 그 긴밀함이 더함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갈수록 대형화 되고 있는 현재의 사태들을 보면 운명이 한순간에 갈리는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는다. 정말 끔찍하다.
대형 사고를 피할 수는 없는 건가. 천재도 있겠지만 인재도 많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집에 불이 날 정도의 위험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비행기 추락의 위험, 원자로 붕괴의 위험 등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심지어 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모든 기계가 언제까지나 고장 나지 않기를 , 잘 굴러가 주기를 바라고 싶지만 현실은 아님을 알기에 고위험 사고에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폐기하든 개선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