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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 : 사랑편 - 2015 세종도서 선정도서 ㅣ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
박진형 지음 / 푸른지식 / 2014년 10월
평점 :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박진형/푸른지식]고전문학에서 배우는 연애학 개론!
한국 고전문학이라면 유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담기에 반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예상되는 결말이기에 조금은 지루하고, 조금은 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전문학에서도 연애학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고전에서 배우는 연애학 개론이랄까. 당연히 솔깃해진다.
한국 고전문학이라면 고려가요,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악장, 평시조, 연시조, 사설시조, 가사, 잡가, 민요, 한시, 사씨남정기, 숙영낭자전, 옥단춘전, 조신전, 심청전, 흥부전, 홍길동전 등이 기억난다.
이 책은 국어 선생님이 문학교과서에서 만나는 주요 고전 작품들을 골라 고전문학사랑방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쌤, 붕이, 나정, 동구 등 4명이 고전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기에 흥미롭다. 사랑을 주제로 고전문학 15편을 골라 만남, 고백, 연애, 위기, 결혼으로 나누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처음 읽는 <하생기우전>
하생이란 사람의 기이한 만남을 그린 <하생기우전>은 조선 명조 때의 문인 신광한이 쓴 한문소설이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하생이 혼령의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여인을 무덤에서 살려내고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고려의 선비 하생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난했기에 사위로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고을 수령이 하생의 재주와 학식을 안타깝게 여겨 서울의 태학에 뽑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하생은 벼슬을 얻지도 못했고 배필을 구하지도 못했다. 자신의 미래가 궁금했던 하생은 점쟁이를 찾아가게 된다. 점쟁이는 하생이 본디 부귀하게 될 운명을 타고났지만 오늘은 불길하니, 집에 들어가지 말고 남문으로 계속 달려가라고 한다. 어두워지면 액땜도 하고 배필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과연 점쟁이가 시킨 대로 달려간 산속에는 외딴집과 여인이 있었다. 두 사람은 시를 나누고 연분을 맺으며 신표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여인은 자신이 혼령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소생하는 방법을 하생에게 알려주게 된다.
하생이 깨어나 보니 놀랍게도 집이 아니라 무덤 앞이었다. 시장에 가서 여자에게서 받은 금척을 꺼내놓자 여인의 부모가 무덤으로 가서 파헤쳤고 그녀는 살아날 수 있었다. 죽은 딸을 살려낸 하생이지만 보잘 것 없는 신분이라고 그녀의 부모는 결혼을 극구 반대한다. 하지만 하생과의 결혼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딸의 하소연에 부부로서 인정하게 된다. 결혼 이후 하생은 과거 시험에도 합격하고 높은 벼슬까지 하게 된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지만 다소 오싹하고 섬뜩하고 기이한 내용이다.
이글의 메시지는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움직이는 것이다. 점쟁이의 말대로 따라 하다가 자신의 인연을 만나고 운명을 바꾼 하생처럼 움직이고 변화를 주는 것이다. 하생이 만난 점쟁이와 같은 강력한 멘토가 있다면, 당연히 움직이게 되겠지. 그런 멘토라면 기꺼이 환영인데......
‘쌤의 한마디’가 재미있다.
사랑의 시작은 만남이고 만남은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먼저 만나세요. 혹시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상대를 만날 때까지 움직이고 떠나세요. 어디로든 좋답니다. 그곳에 어쩌면 나의 작은 눈짓, 뛰는 심장, 여린 떨림을 알아채 줄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32쪽)
책에서는 이춘풍이 나오는 <삼선기>, 한방에 있는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의 섬씽을 그린 <정진자전>, 장희빈과 인현왕후 폐위를 풍자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숙영낭자전>, <소설인규옥소선>, <홍계월전>, <옥단춘전>, <소대성전>, <왕경룡전>, <주생전>, <심생전>, <방한림전>, <조신선>, <영영전> 등 15편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고전문학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고전문학에 대한 선입관을 무너뜨리는 책이 아닐까. 몰랐던 내용들이 더 많아서 참신했다고 할까. 시대가 다르면 사상은 다르지만 남녀 간의 애틋한 감정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옛 사람의 연애감정이 전혀 낯설지가 않고 설레며 읽게 되니까.
*푸른지식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