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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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까.

 

어린 시절,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랐다면 십대와 그 이후에 정서적 안정을 누렸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부모 밑에서 가정의 행복을 느끼며 자랐더라면 그런 정서적 행복은 평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보고 자란 아이, 엄마와 아빠의 불신을 보고 자란 아이, 남자 친구를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엄마를 보고 자란아이가 사춘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것이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저자인 패멀라 무어가 16세이던 1956년에 쓴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코네티컷 주 스케이스브룩의 기숙학교 시절, 코트니의 유일한 친구는 재닛이었다. 또래와의 대화라면 왠지 지루하고 시시하다고 느낀 코트니는 친구들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에게 끌리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사랑결핍이 원인이었을까.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친구들과 어울렸기 때문일까. 코트니는 또래와의 대화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과의 대화가 편하고 잘 통한다고 느낀다.

 

코트니는 밤마다 20대 초반의 영어 선생님 로즌 선생님을 찾아가선 선생님을 통해 삶과 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보다는 친구들과 더 어울려야 한다며 밤의 만남을 거부해 버린다. 늘 삶에 대한 분석이 예리하고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분석이 냉철해서 매력을 느꼈던 선생님이었다. 더구나 엄마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여섯 살 이후로 처음으로 신뢰하게 된 선생님이었다. 엄마나 아빠를 대신하여 기댈 수 있는 분이라고 여겼는데 선생님의 거부로 코트니는 심각한 상실의 고통에 시달리며 무기력과 절망의 생활을 하게 된다.

또래와의 대화가 어려운 코트니는 결국 엄마의 도움으로 비벌리힐스 고등학교로 옮기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였던 엄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생활은 점점 어려워진다. 코트니의 엄마 또래의 호모 배우 배리와 처음으로 섹스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배리의 배신으로 절망감을 느끼던 코트니는 자해를 시도하게 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요양원을 나와서도 흡연과 음주, 섹스로 일탈적인 생활을 즐기다가 유일한 친구인 재닛의 죽음을 보며 삶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적어도 친구의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스스로에 의지하며 자신의 길을 가리라 결심하게 된다.

 

일찍 어른이 된 아이, 어른 흉내를 내고 싶었던 아이, 어른들에 기대고 싶었던 아이들이 방황과 좌절을 겪으면서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는 성장 소설이다.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겪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존재의 의미를 깨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소설에서는 기숙학교에 다니는 열다섯 살 소녀 코트니 패럴의 사랑과 우정, 음주와 흡연, 섹스와 죽음을 통한 십대들의 불안한 심리적 방황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부모에 대한 기대감 추락으로 다른 어른 남자나 어른 여자에게 기대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하는 십대 소녀의 일탈을 그리고 있다. 또래 아이들보다 남다른 성적 체험으로 더욱 절망하며 무력해지는 모습, 사춘기 특유의 불안과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기에 안타까움이 인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더구나 미완성의 십대이기에 이른 아침의 초콜릿의 달콤함은 더 중독적인 걸까. 50년 전 십대의 호기심과 불안 심리가 일탈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비틀거리는 십대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음주와 담배, 섹스 등으로 인한 중독성이 아찔해서 안타깝다. 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일까. 그런 중독에 빠지기 전에 어른들이 줄 수 있는 평화와 안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가히 충격적인 내용들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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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an 2015-03-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한번 보고싶어요^^

봄덕 2015-03-10 15:04   좋아요 0 | URL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고통스런 이야기, 충격적인 이야기랍니다...
 
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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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욕망의 무절제에 대한 응징을 다룬 끔찍하고 치밀한 심리스릴러

 

프랑스 장르소설 작가들 중 사랑받고 있다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했다. 카린 지에벨은 이 소설로 프랑스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코냑추리문학상>, 대중성의 척도를 알리는 <SNCF 추리문학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르와르소설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등 4개의 추리문학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브장송중앙경찰서에 근무하는 브누아 로랑 경감이 낯선 곳에서 철창 안에 갇힌 채 아침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쇠창살 너머엔 붉은 머리의 젊은 아가씨 리디아가 있다. 브누아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지하 창살에 절망한다.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만들어진 빈틈없고 완벽한 감금시설에 갇히게 되다니. 점차 밀실공포증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그에게 리디아는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임을 즐기겠다고 한다. 리디아는 속죄를 위해 기아, 추위, 불안, 고독, 두려움, 절망, 육체적 고통, 마지막엔 죽음까지 겪어보라는데…….

 

악몽 같은 이런 일이 왜 발생한 걸까.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녀는 변태일까, 광기일까, 사이코패스일까. 원한관계일까. 자신의 바람기를 잡기 위해 아내 가엘이 사람을 고용한 걸까. 도박 빚으로 시달리는 모레티 서장일까.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그 누군가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죽일 방법을 고안한 걸까. 리디아 자신이 사귀던 남자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바람기가 많은 남자들을 응징하려는 걸까. 평소 누구보다도 책임을 다했던 형사였지만 부인을 속이고 바람을 피운 남편이었다는 징벌이 이리도 가혹하다니.

 

브누아를 감금하고 있는 리디아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온 여자였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리디아는 니나 박사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나 앞으로 줄 사람들을 단호히 응징하겠다는데…….매력적인 외모의 리디아는 남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예측불허의 생각을 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환자였다.

 

한편, 브장송중앙경찰서에서도 브누아 경감 실종사건 전담반을 꾸리고 과거 연인 관계였던 자밀라 파샤니 경위가 책임자가 된다. 브누아의 부인과 이웃을 탐색하던 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리디아는 15년 전 자신의 창고에서 발견되었다는 펜던트와 아동성폭력 증거물들, 익명의 제보자의 편지를 토대로 브누아 경감이 어린 소녀 오렐리아를 성폭행하고 죽였다며 고백하라고 한다. 하지만 오렐리아가 죽은 날의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브누아는 누명을 벗게 된다. 하지만 리디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브누아는 철창을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카린이 심리 스릴러, 느와르스릴러의 작가라는 평판만큼 이 소설의 분위기도 긴박하고 스릴 있다. 더구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소설이 아닌가. 그러니 재미는 기본양념처럼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아무래도 형사의 눈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리라. 탐정의 촉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고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제목처럼 범인을 찾기가 쉽진 않은 책이었다. 애초에 약간의 예상은 했지만 뒤로 갈수록 잘못 짚어도 많이 잘못 짚은 사건이었다. 성폭력에 대한 원한관계와 욕망의 무절제에 대한 응징을 다룬 끔찍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조가 예측과 상상을 불허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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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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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1.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뤼팽의 변신술과 반전은 어디까지 일까.

 

추리소설의 재미는 짜릿한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스릴을 주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 있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시리즈는 100년 이상을 사랑받고 있는 추리문학의 고전이다. 어린 시절, 뤼팽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전율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다. 역시 명불허전이고 세계 명작이다. 영국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왓슨캐릭터를 차용하고자 했으나 코난 도일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헐록 숌즈윌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1편은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인데, 뤼팽의 대한 맛보기를 보여주는 책이다.

호화 여객선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뤼팽은 가니마르 경감에게 걸려 감옥에 가게 된다. 여객선에 무선전신으로 보내온 전보를 통해 아르센 뤼팽의 일등석 탑승과 기타 사항을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변신의 귀재라도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인원의 여객선에서는 신출귀몰하기가 어려웠나 보다.

 

감옥에 간 뤼팽은 가니마르를 속이고 그를 함정에 빠트리며 감옥 탈출을 도모한다. 더구나 의학의 발달로 약물요법을 통해 얼굴 모양과 몸 상태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하며 감옥탈출을 감쪽같이 성공한다. 가히 변신술에 대해서는 신의 한 수인 뤼팽이다. 스무 번을 봐도 매번 다른 인물이라면, 화장술과 이목구비 비율까지 바꾸는 천재라면, 이런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해도 누구나 속을 수밖에 없으리라.

 

뤼팽은 여객선에서도 귀신같이 귀중품을 훔치기도 하고, 감방에서도 일당들의 도움을 받아 센 강변에 있는 말라키 성의 유물을 기묘한 방법으로 훔쳐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훔치기 전에 미리 소포로 보내달라는 전보를 보내는 배짱도 부린다. 만약 그 물건을 자기에게 부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귀중품을 훔쳐오겠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모조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고가의 진품 알짜배기만 훔치는 뤼팽은 진품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다.

 

뤼팽은 다른 사건의 범인을 잡도록 도와주기까지 한다. 가짜 정보를 주거나 가짜 단서를 흘리거나 언론을 이용하면서 가니마르 형사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더구나 가니마르 형사로 하여금 재판 중 증인으로 나와서 진짜 뤼팽을 앞에 두고 가짜 뤼팽이라고 진술하도록 만든다. 그러니 뤼팽은 자신을 놓친 것은 물론 탈옥의 책임까지 가니마르에게 지운 것이다. 읽다가 보면 가니마르 형사가 불쌍할 정도다. 뤼팽을 아무리 잡아 들여도 놓치기 일 수인데다 꼭두각시처럼 뤼팽의 조종까지 받고 있으니 말이다.

 

뤼팽의 탈옥 과정이 세세하게 신문에 실리면서 뤼팽에 대한 팬덤도 형성한다. 뤼팽이 범죄 수법에 동원하는 수단이 무궁무진하다니……. 뤼팽이 벌이는 도벽은 단순한 도적질을 넘어 즐기는 취미 생활 같다. 훔쳐온 물건을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하기에…….

 

절도, 사기, 위조, 공무집행 방해 등의 범죄를 저지른 뤼팽이지만 그의 변신술과 반전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기에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다.

 

뤼팽 시리즈는 잔혹하지 않으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주는 추리소설이다. 뤼팽의 가짜 단서가 어디 있느냐를 찾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일 것이다. 매순간 깐족대며 부자들과 형사들, 재판관들을 단체로 곤경에 빠트리는 뤼팽을 추적하는 것도 이 소설의 재미다. 잘 짜인 추리문학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다. 2편도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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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요즘 잔혹스럽지 않은 추리소설 찾고 있었는데 요 뤼팽도 읽어봐야겠어요 ㅋㅡㅋ 약물요법 현대적이네요 ㅎ

봄덕 2015-03-09 11:08   좋아요 0 | URL
전혀 잔혹하진 않죠. 게다가 부유층이나 권력층을 농락하고 다니는 뤼팽이니까요. 비록 나쁜 짓이지만 그 당시 파리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통쾌했을 것 같아요...

해피북 2015-03-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봄덕님 방금 열권짜리 세트보고 왔는데 가격대가 삼만원이더라구요 혹시 요 아이 문고본 크기인가요? 낱권은 한 권에 칠천원정돈데 세트가 너무싸서요 ㅎ

봄덕 2015-03-09 11:06   좋아요 0 | URL
낱 권 1권에 6900 원, 맞아요. 가격대가 저렴하죠. 착한 가격대를 다음 번에 쓸려고 미뤘는데...ㅎㅎ 저도 가격보고 놀랐어요...
모리스 르블랑의 문체도 매력적이기에 추리작가가 되고 싶다면 베껴쓰기도 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녀들 소설 조선 연애사 1
조현경 지음 / 사람in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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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애사 1. 하녀들]격동의 조선 초기를 살았던 청춘들의 쫄깃한 러브 스토리

 

지금 jtbc에서 금·토요일 밤에 방영 중인 <하녀들>을 원작소설로 먼저 만났다. ‘소설 조선 연애사시리즈의 제1편인 조현경 원작의 <하녀들>을 읽으면서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어지럽던 신분질서에 휘둘리던 청춘들의 연애사를 볼 수 있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을 참조했다던 최범서의 <조선왕조야사록>을 먼저 읽었기 때문일까. 정사가 아닌 야사에서 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로맨스와 함께 버무려져 더욱 슬프고 극적이었다.

 

조선이 개국하던 시기의 야사와 그 시절의 러브스토리가 얽혀 있기에 청춘남녀들의 멜로도 평탄치가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었던 신분질서 속에서 양반에서 노비로, 노비에서 왕족으로, 정치에 무심하던 왕자에서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는 반란 세력의 우두머리로 거듭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운명의 장난이 너무나도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하고 야속한 시절이건만 시대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과 사랑을 이루려는 청춘들, 이들의 신분과 빈부의 귀천을 넘는 경계를 허문 러브스토리이기에 더욱 애잔하면서도 쫄깃한 재미와 전율이 이는 흥미를 더해준 역사소설이었다. 지금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 중이기에 스포가 될 수도 있어서 글을 쓰기가 어렵다.

 

고려 말과 조선의 초기는 격동의 시기였다. 왕이 바뀌면서 지배세력이 바뀌고 신분이 급변하던 시기였다. 충신이 역적이 되고 역적이 충신이 되던 시절이었다. 배반과 반란이 난무하던 시기였고 노비는 인권조차 없던 재산이자 소유물이었던 시절이었다.

  

양반가에서 노비로 전락하는 이, 노비의 신분에서 왕자로 등극하는 이, 궁궐의 무수리에서 첫사랑의 노후를 수발드는 궁인 등의 러브스토리엔 안정된 신분조차 장담할 수 없을 정도기에 극적 긴장감을 동반한다.

 

개국공신인 부원군 국유의 외동딸인 국인엽은 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수를 당하면서 노비로 전락한다. 더구나 동생이라고 여겼던 윤옥의 집에 하녀로 가게 되면서 비루하고 참담한 신세가 된다. 개성에서 살 때부터 정혼자였던 은기는 윤옥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윤옥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는 건장하고 잘생긴 매력적인 수노 무명이었다. 차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각하게 되면서 인엽은 수노였던 무명과 가까워진다. 하지만 수노라고 여겼던 무명은 이방원의 아들이라는 징표를 갖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고려 왕족의 고려 회복 운동, 왕자의 난과 이성계의 함흥 행성이 차려진 배경, 한 번 가면 죽음인 함흥차사의 이야기, 꼭두각시 왕인 정종, 이방원이 고려 왕족을 강화도 앞바다로 유인해 몰살한 일, 두문동에 고려 충신 72명을 불을 놓아 죽인 사건, 고려의 백성으로 살고자 한 이들의 결집인 만월당 사건 등 야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빼곡이 들었다.

 

 

정인에서 종으로, 종에서 왕자로 급변하던 시절의 사랑은 비극적이다. 진실을 숨겨야 했고 서로의 속마음도 묻어야 했기에 오해와 미움, 복수와 비극은 당연한 결말이었다. 천지가 여러 번 바뀌던 시절, 누가 상상이나 했을 까. 나라가 망할 줄, 왕족이 천해질 줄, 귀족이 하녀가 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모진 운명과 드라마틱한 사랑이 그려진 조선 청춘들의 이야기다. 격동의 조선 초기를 살았던 청춘남녀의 쫄깃하고 흥미진진한 러브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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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2015-08-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종은 꼭두각시 왕이 아닌 당당한 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암성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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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3, 기암성] 괴도 뤼팽과 소년 탐정의 대결, 여전히 스릴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암굴왕기암성이다. 특히 기암성은 세계 명작인 아르센 뤼팽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괴도이지만 뤼팽이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기암성이 주는 절묘한 성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잡히기는커녕 형사들의 머리 위를 나는 신사적인 천재 도둑인 뤼팽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전율이 인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뤼팽의 활약을 보며 어찌나 흥미진진했는지…….

 

 

어른이 되어서 읽는 아르센 뤼팽시리즈지만 여전히 재미와 흥분을 더한다. 급한 마음에 아르센 뤼팽 전집 중에서 3권인 기암성을 먼저 빼 들었다. 소설에서는 천재적인 뤼팽에 대적하는 소년 탐정 보트를레의 활약, 기암성과 프랑스 국왕들의 보물에 대해 그리고 있다.

외동딸 쉬잔과 조카 딸 레이몽드와 함께 고성에 사는 제스브르 백작은 밤중에 도난을 당한다. 레이몽드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절도범에게 총상을 입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다. 집안을 둘러본 백작은 도난당한 물건이 없다고 하지만 수상한 쪽지들이 발견된다.

 

변장을 한 채 사건 현장을 어슬렁거리던 수사학급 학생인 탐정 보트를레는 도난당한 물건과 범인을 안다며 사건에 끼어든다. 그는 고성의 유물과 렘브란트 그림을 바꿔치기한 범인은 괴도 뤼팽이고 집안과 교회 유적에 있는 유물들은 모두 가짜라는데…….

아마추어 학생 탐정이지만 헐록 숌즈에 맞설 수 있는 능력자라는 평판을 받는 보트를레는 뤼팽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다른 사건과 연계되고, 뤼팽은 변장에 변장을 거듭하며 보트를레를 혼란스럽게 한다. 게다가 사건 현장 부근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점, 기호가 암호처럼 적혀 있다.

 

공범자를 거느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뤼팽은 가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변장으로 보트를레를 속이기도 하지만 보트를레 역시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뤼팽의 흔적들을 찾아낸다. 그럴수록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뤼팽의 쪽지가 날아오고, ‘드모아젤(아가씨들)’, ‘에기유 크뢰즈(속이 빈 바늘)’이라는 내용까지 밝혀내지만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다.

 

파리 시민들은 보트를레의 통찰력과 직관력, 경험과 재치, 용기와 대담성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뤼팽의 신출귀몰에 빨려들기도 한다. 곳곳에는 뤼팽이 파놓은 함정들이 놓여 있고…….

보트를레 아버지의 납치, 프랑스 왕들의 보물들, 죽음 직전에 나눈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비밀 서신, 에기유 킈뢰즈가 기암성임을 밝혀내게 되는 과정들, 기암성에서의 결투 등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전개가 계속된다. ,

 

헐록 숌즈의 라이벌이라고 인정을 받는 소년 탐정 보트를레의 매력, 정보만 가지고 논리력과 추리력을 동원해 미궁에 빠졌던 난제를 해결하는 천재성, 프랑스의 고성과 강, 숲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들이 몹시 매력적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뤼팽에 대한 것이다. 뤼팽과 레이몽드와의 로맨스, 왕실 금고 속 보물을 고스란히 프랑스에 내어주는 대범함, 성공회 신부나 늙은 공증인, 문학 아카데미 회원, 고성의 주인으로 변장하는 뤼팽의 상상불가의 변신술, 정열적이고 쾌활하고 장난기 가득한 신사적인 세기의 도둑 뤼팽의 활약은 이 소설의 백미다.

 

 

천재적인 소년 탐정이라던 보트를레마저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대목, 프랑스 국왕의 후손인 뤼팽이 자신이 가진 진품 명화와 유물들을 기꺼이 기암성에 두고 도망쳐 나오는 장면 등 모두가 손에 꼽고 싶은 명장면들이다. 기암성의 은밀한 내부 구조가 어떨지 상상불가다. 영화로 나온다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해진다. 어른이 되어서 읽은 괴도 뤼팽과 천재적인 소년 탐정의 대결을 다룬 기암성, 여전히 스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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