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층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학점과 어학점수에 자격증에 해외어학연수 경험만 있어도 나름 괜찮은
스펙으로 여겨졌던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각종 공모전 수상 이력에, 인턴 경력에 어학도 하나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이순간에도 열심히 스펙을
쌓으며 취업 공고를 보면서 자소서 쓰기와 면접 스터디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을텐데 『취준생 일기』는 그런 취준생들의 고충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책이라 공감이 갈 것이다.
다행히 이미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책을 본다면 분명 자신의 예전 모습이라 여겨질 것이고 또 지금
열심히 취업을 준비중인 사람들이라면 너무 절절한 마음이 들것도 같다.

저자가 처음부터 취준생이였던 것은 아니다. 나름 좋은 대학을 졸업하신것 같은(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멘트로 유추해 보건데) 저자는 유리공예를 전공해서 처음에 유리공예 예술가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술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학원에서도 일했으나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격 취준생 생활을 한다.
그리고 책에는 면접을 보고 자소서를 쓰고 여러 곳의 공모를 알아보고 또 합격날 탈락의 아픔을 경험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몇 년에 걸쳐 취준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명절날 온갖 관심을 표방한 상처를 주는 질문들에 명절에 친척집도 가지 않게 되었고
역시나 같은 취준생인 친구들과 아픔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솔직하게 그려지고 있다. 로또 당첨되면 영원히 백수로 먹고 살고
싶다는 어쩌면 많은 이(?)의 꿈일지도 모를 말도 나오고...

비록 탈락해도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긍정의 힘을 끌어모으지만 어느 날은 정말 힘든 순간도 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자신을 위로해주던 불닭볶음면도 더이상 힘이 되어 주지 못할 땐 그냥 그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우울해지자 싶기도
한다.
그래... 아무리 버텨보려고 해도 무너지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날은 실컷 슬퍼하고 나면 또
일어설 힘이 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면 왜들 다 그리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불안하고 힘든 마음을 계속 말하기도 힘들고 힘내라는 말조차도 버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감정들을, 차마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마음 속의 말들을 그림으로 그려 SNS에 남기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바로 그 SNS에서 타오게 된 것이다.

사실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나 역시도 뭔가 당연한(?) 해피엔딩을 기대했던것 같다. 저자가 이렇게나
많은 취준생의 노력 끝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거란 기대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취준생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솔직한 책이지 않나
싶다.(저자에겐 다소 미안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기대했던 엔딩도 아니고 극적으로 합격에 이르는 행복을 보여주지도 않지만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도 내내 머릿속에 남는다.
이 책 이후의 이야기를 난 알지 못한다. 그녀의 SNS에 가보고 싶기는 하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무엇을 하고 계시든 그래도 간절히 바라는 그 일을 이뤄내시길 작게 나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