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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생리학 ㅣ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평점 :
산책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산책자 생리학』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책이다. 산책자라고 하면 말 그대로 산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그 뒤에 따라오는 생리학이라는 단어와 산책자와의 어울림이 다소 생소해 보였기에 과연 이 둘의 조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지도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궁금증은 책의 초반에 풀린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 1840년대의 프랑스에서는 ‘생리학’ 시리즈가 유행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생리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생리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곧 알게 될텐데 이는 곧 당시 프랑스의 급변하는 사회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산책자 생리학』은 표면적인 제목이 선사하는 과학분야가 아닌 풍자문학의 일환으로서 이 책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시대를 풍자한 세태 비평이기도 하다는 점이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1840~50년대 즈음 누가 파리라는 도시를 ‘정해진 방향이나 목표 없이 천천히 거닐(다라는 프랑스 단어에서 산책자 내지는 산보자의 의미, p.12)’ 산책자라는 이름으로 활보했을까? 책은 바로 이런 산책자들에 대해 자세히 관찰을 넘어 염탐을 하여 분류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마디로 산책자에도 종류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유형을 분류하는 중요 수단이 돈이였다는 점도 주목할만한다. 또 겉보기와는 달리 진정한 산책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니 세태 비평로서도 꽤나 엄격하고도 세심한 관찰 내지는 염탐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해서 분류된 산책자들을 보면 정말 다양하다. 부랑자에 무위도식자, 군인도 있고 심지어 양아치로 표현된 자들도 있으며 구경꾼도 있다. 그중에서는 ‘완벽한 산택자’라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튼튼한 다리, 열린 귀, 밝은 눈’이 주요한 신체적 조건이며 그중 튼튼한 다리는 제일 중요한 조건이란다. 상식적으로 산책자에 대한 앞선 프랑스식 정의를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완벽한 산택자’에 가장 적합한 부류를 사회 계급으로 나누면 바로 시인, 예술가, 수습 서기라고. 책에서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소위 산책자 클럽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점 때문에 가장 적접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은 초심 산책자를 위한 조언인데 진짜 산책이 하고 싶다면 여러 명이 함께가 아니라 친한 한 명 하고만 하라고 말하고 집중하고 싶다면 혼자서 하라고도 말한다. 사실 나 역시도 산책을 좋아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걷는건 싫어한다. 일단 상대가 있으면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고 상대와 보폭을 맞춰야 하고 또 그 사람의 컨디션을 생각하며 걸어야 하니 오롯이 나만의 사색도 불가능하거니와 나만의 리듬으로 걷기가 힘든데 이 책을 보면서 혼자서 산책해야 하는 이유를 보니 상당히 공감이 되었던 것이다.
파리라는 도시를 산책하는, 산책자들에 대해 이렇게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비판과 풍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진정으로 산책을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라니... 호기심에 읽은 책이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는 책이였고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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