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고 '시작이 반'이라고도 했다. 이는 다소
과정된 표현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작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위대한 서문』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싶다.
작가가 아니니 창작의 고통을 알 순 없겠지만 평소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순간들에 직면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라면 시작(도입부)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크다.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제대로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이기에 쉽사리 쓰기도 힘들어서 때로는 상당하나 고민을 할 때가 있기에 과연 어떤 책의 어떤 서문이길래 당대 최고의 독서가라 소문난 장정일
작가님이 '위대한'이라는 표현까지 썼을까하는 궁금증에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땐 표지의 제목에서부터 부제, 띠지에 적힌 글자와 책 뒷표지의 소개글까지
말 그대로 책에 쓰인 글을 모두 읽으려고 한다. 왠지 어느 것 하나 빼놓고 본론으로 들어가버리면 어딘지 모르게 책을 다 읽지 않은것 같아서 소위
머리말, 서문, 프롤로그라 불리는 서문은 물론 추천사까지도 챙겨볼 정도인데 이 책은 문학도서는 물론 철학, 역사, 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명저에서 골라낸 서문들을 담아낸다.
책이 소개하는 도서는 총 30권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책으로서 지금도 널리 읽혀지고 또 남녀노소
구분없이 인기있는 책들은 물론 전문서적 같은, 그래서 제목에서부터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들도 있다.
독자들마다 독서 스타일에 따라 나처럼 책의 활자를 모두 읽으려는 사람도 있고 서문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텐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서문의 필요성으로서 수영을 위한 준비운동이자 여행을 떠나기 위한 목표이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독서의 지도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 바로 서문이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시대마다 이 서문의 내용이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는 것인데 최근 도서들을 보면
보통 지인들에 대한 감사나 자신이 책을 쓰게 된 경위 등이 나오는데 이전에는 위정자나 후원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관례와도 같았다고 하니 이런
내용의 변화의 측면에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고 또다른 방법으로는 만약 책의 내용을 잘 아는 책의 서문을 만나게 된다면 서문에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지를 통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비교해봐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 (All's Well That Ends Well)'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시작부터 좋아서 끝까지 좋을 수 있다면 그런 경우야말로 최고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당대 최고의 독서가가
선정한 '위대한 작가들의', '위대한 작품 속', '위대한 서문'을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