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사은품인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를 어젯밤에 즐겁게 읽었다. 100p가 안되는 조그만한 책이다. 10명의 저자의 10가지 여행이야기이다. 


 10명의 저자 중 몇몇분들의 글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어지게 하는 글들이었다. 수중에 책이 없어서 어떤 분들의 글이 좋았는지 콕 집어서 소개를 못하겠다. 오지은씨랑 정이현, 정혜윤씨가 기억에 남고, '라오스' 와 '교토' 가 가고싶어졌다. 


 여행에세이를 보니 부쩍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만약 다음에 여행을 가게되면, '기록' 을 남기고 싶다.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요즘 일기를 다시 쓰고 있는데, 그것도 일종의 기록이다. 확실히 일기를 써야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 너무 정신없이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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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우 단편집 청목 스테디북스 9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유희명 옮김 / 청목(청목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에드거 앨런 포는 1800년대 사람이었네요. 이정도면 고전으로 평가해도 되겠네요. 그의 이름을 숱하게 들었지만 그의 책은 처음 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에세이에 포우씨가 자주 나와서 조금 친숙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키씨의 <TV피플> 이란 단편집은 에드거 앨런 포우와 스티븐 킹의 영향을 조금 받은 걸까요ㅎ? 아무튼 독특한 느낌의 앨런 포의 단편들을 접했습니다. 



 총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청목출판사의 책을 읽었습니다. 다른 출판사들마다 수록된 단편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네요. 청목출판사의 책이 가장 많은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읽기에도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예전에 서울 신촌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해놓고 아주 오랜기간 묵혀놓았다가 꺼내봤습니다. 2003년도에 출판된 책인데 너무 옛날느낌의 책이라 선뜻 손이 가질 않더군요. 책 외표도 이쁘게 해야지 좀 더 쉽게 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알라딘에 포우단편집을 검색해보니 세일즈포인트가 다들 굉장히 낮더군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대의 단편소설, 추리소설, 범죄소설 중에 앨런 포 보다 재미있고 시대적인 분위기나 배경이 친숙한 소설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그 뿌리를 탐색해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요? 앨런 포의 소개글을 보니 단편소설의 개척자이자, 고딕소설, 추리소설, 범죄소설의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프로이트 이전에 인간의 잠재의식을 형상화한 단편소설들을 쓴 작가로도 평가받고 있네요. 앨런 포의 단편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서 이쁘게 재출간되길 바래봅니다. 


 에드거 앨런 포우 느낌이 묻어나는 단편소설들이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하루키씨가 말한 오리지낼리티가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기괴하고 공포스러움,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인물들. 저는 <검은 고양이>와 <황금 풍뎅이>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왠지 쉽게 결말이 예상되어서 조금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제가 눈치가 빠른 것이거나 아니면 수없이 많은 소설과 영화들이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분명히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나지만 내용이 약간 달랐습니다. 예전에 어렸을 때 이 단편의 내용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점점 무더고 습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 밤 중에 <포우 단편집>을 읽으면서 서늘한 기분을 느껴보시는 건 어떤가요? 에어콘에 맥주와 함께라면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집에 혼자 있다면 조금 오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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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상 2016-06-1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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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원고지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소설쯤은 써내려갈 수 있다. 어떤 재능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주 멋진 작품을 쓸지도 모른다. 단숨에 문단에 두각을 나타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장기간 꾸준히 써내려간다는 것, 소설가로서 링에 올라 그 링에서 오랜시간 버티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링에 오르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그곳에서 장시간 버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의 사람은 그 링에서 내려오게 된다.


 아주 멋진 에세이였다. 하루키씨가 작가로서 소설가로서 독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겐 조언이 되고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주 솔직하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하루키씨의 에세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책에 모두 들어있었다. 하루키씨의 에세이는 내게 삶의 길잡이 같은 역활을 한다. 나도 하루키씨처럼 살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성실히, 묵묵히 하고 싶다. 때론 다소 반항적이고 도전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한채 세파에 연연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하루키씨에게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끝까지 달릴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있다. 소설가, 문학상, 오리지낼리티, 학교 등에 대한 하루키씨의 생각들이 담겨있고, 그리고 소설과 소설쓰기에 대한 문예론적인 하루키씨의 생각들도 진지하게 담겨있다. 이 책은 하루키씨가 후배소설가들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과도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하루키씨의 책을 읽었다.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하루키씨의 신작 장편소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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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6-15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고맙더라고요.

하루키의 독자라면 누구나 엇비슷하게 느꼈을 것들을 작가가 그대로 말해주니 말이죠.

작가와 독자로서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어요ㅎ

엄청나게 위대한 작가들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성실히 살아가는 단단한 하루키가 참 좋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4:59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물고기자리님ㅠ 저도 리뷰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네요. 작가와 독자로서 서로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고 고마웠어요^^

하루키씨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셔서 완주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어요. 독자로써 응원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6-15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리뷰가 좋네요, 고양이라디오님. 저 이 책 사두고 안읽었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어져요. 어쩐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하루키의 에세이도 좋지만 소설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마 저도 이 책을 아주 기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뜻함이 담긴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리뷰가 좋다고 해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서두는 책에서 하루키씨의 비유를 인용한 겁니다ㅎ 나중에 발각되기 전에 미리 자진납세해야겠네요ㅎㅎ

저도 하루키씨의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도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키씨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리뷰에 그런 마음이 드러났나봅니다. 다락방님이 즐거운 독서하세요!
 
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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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멜리 노통브는 우연히 알게된 작가이다. 김영하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빌리려다 없어서 <살인자의 건강법>을 빌려보게 되었다. 기대치 않았는데 훌륭하고 재미있었다. 그 후로 <적의 화장법>을 봤는데, 재미있긴 했지만 너무 잔혹하고 사디즘이 묻어나서 뒷맛이 몹시 씁쓸했다. 또한 소설의 구조와 형식이 <살인자의 건강법>과 비슷한 것 같아서 '뻔한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이상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안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이 책 <공격>을 빌려줘서 읽게 되었다. 지인은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다. 책이 그리 두껍지 않아서 큰 기대없이 그냥 읽었다.


 재미있었다. 전에 읽었던 <살인자의 건강법>과 <적의 화장법>과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아니 물론 아멜리 노통브의 스타일과 느낌은 물씬 풍기지만, 다루는 소재가 아름다움과 추함이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기존의 진부함과는 전혀 달랐다. 알라딘 책 소개를 보니 이 소설은 <노트르담의 꼽추> 혹은 <미녀와 야수>의 현대판 재해석이라고 한다. <공격>에는 추남과 미녀가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 전개와 결말은 아멜리 노통브답다. 어린이들이 보지 말아야할 작가가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니 소설에는 연령제한이 없는 것 같다. '19세미만 구독불가' 이런 규제가 없다. 흐음, <공격> 같은 소설을 보면 동심이 너무 파괴될 것 같아서 걱정인데... 소설도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닫고 있는데 왜 19딱지가 없는 걸까?


 이 소설은 세상의 미와 추에 대한 선입견과 통념에 대해 공격을 퍼붓는다. 아니 우리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공격이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타인을 외모로 판단한다. 타인이 나의 외모가 아닌 나의 내면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내면보다 외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미녀와 야수>나 <노트르담의 꼽추>를 감명깊게 봤더래도, 현실 속에서 끔찍한 추남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설은 이 지점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공격 또 공격. 정말 공격을 좋아하는 작가다.

 

 마지막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책을 계기로 아멜리 노통브가 더 좋아졌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또 어떤 공격을 펼칠지 기대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한 마디

이 이야기는 문학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해요. 요즘은 작가들도 모델들과 비슷해지고 있어요. 서로서로 닮은꼴들이 되어 가고 있죠. 말하는 방식이며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며 각종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나는 문단의 카지모도가 아닐까요?엘르 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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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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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맨부커상 수상작에 빛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습니다. 워낙 핫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은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읽으려는 생각으로 구입하였습니다. 단숨에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내용은 무겁습니다.

 이 책이 맨부커상을 받은 이유를 책을 읽다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피냄새가 나더군요. 니체가 '오로지 피로 글을 쓰고 피로 쓰인 글들만을 읽어라' 고 말했듯이 이 책도 피로 쓰인 글, 피로 쓰인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자살하고 싶어지는 그런 책입니다.

 맨부커상, 많이 들어본 상이름은 아니었지만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합니다. 세계 3대 문학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 그리고 맨부커상입니다. 아무튼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우리나가 작가가 받아서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상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셨지만, 이런 세계적인 문학상의 볼모지였던 한국국민으로서는 기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상보다 작품이 더 중요하다는 하루키씨의 말씀에는 일말의 반론도 제기할 맘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이 읽히게 되고, 그리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요?

 저는 사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문학을 무시했었습니다. 전혀 모르면서 무시했었습니다. 어차피 소설을 읽을 것이면 좀 더 좋은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주로 상을 받은 작품들을 선정해서 읽었습니다. 유명한 고전이라던지, 상을 받은 작품이라던지요. 우리나라 소설, 우리나라 문학은 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은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품도 없고, 세계적인 작가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전남 벌교에 있는 조정래씨의 태백산맨문학관에 다녀왔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분이시고,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은 주변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누누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문학관에서 보니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영국, 일본에서만 번역되었습니다. (문학관에서는 업데이트가 안되었나보네요. 방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번역이 되었네요) 아무튼 고은시인이 항상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시긴 하지만, 전 고은시인의 작품은 본 적도 없고, 시에는 그리 관심이 가질 않습니다.

 저도 우리나라 소설 가운데 재미있게 본 소설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 소설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본 한국소설이었고,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작가들의 소설도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 한강작가와 정유정작가의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너무 사설이 길었습니다. <채식주의자>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편의 중편소설이 같은 주인공을 공유하고 각각 다른 화자의 시점에서 쓰여집니다.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각각 다른 시점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주인공은 '영혜' 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선언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포함해서 주위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는다면 그것은 폭력일까요 아닐까요? 혹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모두 폭력이 아닐까요?

 저는 어제 회식을 했습니다. 저는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술자리는 환영이지만, 원래 술체질이 아니라서 술을 적정량보다 많이 마시면 두통, 구토, 졸음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수면장애와 다음날 숙취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권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술을 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술을 권하고 술을 많이 마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술을 마시니 너도 마셔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도통 그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술은 각자 알아서 마시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 때문에 저는 어제 억지로 술을 마셨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두통과 불면을 겪으면서 다시 다짐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강요받은 술은 마시지 않겠다.' 라고요. 항상 이런 다짐을 하지만 워낙 기억력이 안좋아서 자꾸 까먹습니다. 술자리가 자주 있지 않다보니 이 다짐을 깜빡하게 됩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술을 빼는 것도 참 힘듭니다. '차라리 한 잔 먹고 말지' 라는 생각으로 먹다보면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강요하지 않는것. 그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는 모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가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인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어쩌면 둘은 굉장히 밀접히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도덕이란? 관습이란? 또 본능이란? 인간이 과연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요?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혹은 배우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간극에서 폭력이 발생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가 생각납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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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4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조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쓸모없는 식물’처럼 취급합니다. 더 심하면 인간 취급도 안 합니다. 조직 내에서 개인의 자유의사가 말살되는 상황이 무섭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14 19:03   좋아요 0 | URL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주면 좋을텐데요. 남북통일이 안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통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ㅠㅋ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Dora 2016-06-14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전원 짜장시킬때 혼자 짬뽕 시키면 눈총 받는 그림이 떠오르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04   좋아요 0 | URL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ㅠㅋ

책친놈 2024-03-2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인공을 완전히 공감할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영혜의 시점이 나오지 않은게 이런 의도 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회식에 관한 내용도 공감하구요. 고양이 라디오님 리뷰를 보니 독서모임가서 이야기할 발제도 떠올랐어요. 스스로 어떤때에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읽고 가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4-04-01 16:13   좋아요 1 | URL
덕분에 저도 발제문 하나 얻었습니다ㅎ

독서모임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셨나요ㅎ?

책친놈 2024-04-01 18:33   좋아요 0 | URL
덕분이라니 좋네요 ㅎㅎㅎ 넵 이야기 할꺼리가 많은책이라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ㅎㅎ 추천해주신 <태엽감는새> 궁금하네요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