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눈에 띄어서 빌린 책.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박찬욱은 영화광 못지 않게 독서광이라고 한다. 그의 에세이, 책, 영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박찬욱 감독이 재밌게 읽었다는 판타지 소설, <앰버 연대기> 이다. 찾아보니 평점이 상당하다. 누군가 이 책을 두고 '챈들러가 쓴 <반지전쟁>' 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드보일드 판타지 소설이라, 읽어보고 싶다!


 















 살만 루시디의 <무어의 마지막 한숨>, 박찬욱 감독은 너무 재밌어서 촬영 중에도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다고 한다. 저자 이름을 몇 번 들어본 거 같은데 새로운 작가라 기대가 된다. 주모, 여기 읽을 책 한 권 더 추가요!


 

 <죽어도 좋아>는 예전에 이슈가 되었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매우 재밌게 보았다고 한다. 데굴데굴 뒹굴다시피 웃고, 마지막에는 아내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이 걸작이라 부르는 영화가 개봉이 금지되어서 박찬욱 감독은 분개하는 글을 썼다. 구강 성교와 성기 노출이 문제였다고 한다. 19세 이상이면 관람을 허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 책을 보고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박찬욱 감독은 부천 영화제에 갔을 때 김홍준 감독과 송능한 감독이 추천한 영화를 하나씩 보고 좌절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영화광 김홍준 감독과 뛰어난 감독 송능한 감독이 추천한 영화조차도 실패할 수 있다. 선수들끼리도 취향은 제각각이라는 감독님의 말씀을 기억해야겠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도 좋은 영화, 좋은 책을 읽으면 정말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하다. 이렇게 서재에 리뷰를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추천했을 때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 인생 영화가 상대방에게는 별로 일 수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고민한다. 취향의 차이일까? 수준의 차이일까? 박찬욱 감독님의 글을 보고 앞으로는 그냥 무조건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추천을 자제해야겠다. 그래도 어제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꼭 추천하고 싶다는.


 

 아래는 <복수는 나의 것> 제작일기이다. 보다가 재밌어서 소개한다.


 8월13일

 첫 촬영부터 장난이 아니다. 버티고개역, 그 긴 에스컬레이터 측벽의 형광등 60개를 다 갈아끼웠다. 역무원들이 나한테만 난간 무너진다고 내려오라고 난리다. 이 컷, 편집에서 잘리기만 해봐라. 

-권명환(조명부)


 8월14일

 첫 촬영 분량 데일리를 확인했는데, 에스컬레이터의 롱숏은 아무래도 괜히 찍은 것 같다. 조명부가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하는 수 없지, 뭐. 

-박찬욱(감독)

 

 

 9월19일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기충격으로 기절한 내가 강호 형한테 무방비로 구타당하는 장면. 무식하게 풀숏/롱테이크로 콘티를 짜놓은 감독님이나 진짜로 사정없이 때릴 테니 조금만 참으라는 강호 형이나, 정말이지 남 생각 진짜 안 해주는 인간들이다. 무슨 애도 아니고, 나도 액션 장면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냥 가만 누운 채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상황은 좀 다르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건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작 맞을 때보다, 언제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발길질과 주먹질을 기다리는 그 침묵과 암흑의 순간이야말로 진짜로 무서운 시간인 것이다. 게다가 그 송강호라는 명배우는 리허설 때 다르고 실제 촬영 때 다르고, 촬영 때도 매 테이크마다 다르게 연기하기로 유명하신 바로 그분 아닌가, 이건 예상도 안되고...... 미치겠다. 

-신하균(배우)



 제작일기를 보니 <복수는 나의 것>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한 번 본 영화이고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진 않은 영화이지만 글을 보니 보고 싶어져서 다시 봤다. 결론은 역시 내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영화나 연기는 좋긴 하지만.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극중에 전기충격으로 기절한 신하균을 송강호가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을 보니 위 글이 생각났다. 기절해서 가만히 무방비로 구타당해야하는 연기를 하는 신하균씨의 심정이 잘 드러난 글이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눈감고 누운 채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주먹과 발길질을 감내해야하는 연기... 특히 송강호씨는 구타 연기를 무자비하게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살인의 추억>에서 김상경 배우와 첫 대면하는 씬에서 날라차기와 함께 구타를 심하게 해서 김상경 배우가 실제로 굉장히 화나고 분위기가 안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명배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살인의 낙인>, <동경 방랑자> 등의 작품의 감독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극찬을 보고 있으니 그의 영화를 한 번 보고 싶다. <박찬욱의 몽타주>를 보고 B급 영화의 유래를 알게 되서 재밌었다. 세이준 감독 역시 B급 영화의 장인으로 연간 50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어서 봐야하는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싸이코>, <현기증>, <이창> 등 그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어서 만나보고 싶다.


 

 














 존 그리샴의 소설 <의뢰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케이프 피어>. 조니 뎁 주연의 <데드 맨>. 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박찬욱의 몽타주>를 재밌게 읽고 <박찬욱의 오마주>를 빌렸다. 이런! <박찬욱의 오마주>는 좀 더 본격 영화에세이였다. 초반에 읽다보니 박찬욱감독이 소개하는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지고 스포일러 당하기 싫어서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책을 구입했다. 평생 부족하지 않을 영화 목록을 갖게 된 거 같다. 박찬욱이 추천하는 영화는 왠지 내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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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성냥갑 2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2000년에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을 번역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출간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다. 몇 번 도전해봤는데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다. 한 번 실패한 책은 다시 시도하기가 어렵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그의 소설을 펼쳐볼 일은 없을 거 같다.


 소설에 실패했지만 에코의 글을 읽고 싶어서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몇몇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다. 그 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재밌게 읽었던 거 같다. 에코의 에세이는 풍자와 패러디가 많이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일상을 다루는 이야기는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소재가 조금 딥해지면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탈리어 문법이나 언어 사용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이탈리아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는 이해도 안 되고 읽기도 힘들었다. 그런 부분은 대충 대충 읽어 넘겼다. 


 <미네르바 성냥갑>은 총 2권으로 되어있다. 1권이 더 재밌었던 거 같다. 2권을 상품 등록해도 1권의 사진이 뜬다. 제 실수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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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2-26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권으로 되어 있는 책들 보면 종종 한 권만 등록되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저번에 아발론 연대기인가 올리는데 4권만 계속 떠서 읭? 했어요.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26 11:19   좋아요 1 | URL
네 종종 한 권만 등록되더라고요ㅎㅎ

재밌는 부분은 재밌게 읽고 흥미없는 부분은 건너 뛰면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배경지식이 부족하니깐 이탈리아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ㅎㅎ
 















 읽다가 만 책인데 오랜 만에 다시 꺼내들어 읽었다. 남은 부분이 얼마 없어서 1권 완독을 채우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니 이 책이 올 해 100번째 책이다. 결국 100권 달성했구나. 이제는 내가 원하는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 책의 두께 상관없이. 언제 읽을지 계획이나 압박 없이.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목표를 세웠더니 마지막에 책을 더 열심히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도 조금은 의식했던 거 같다. 아주 조금이지만. 내년에는 목표를 더 높여 볼까? 솔직히 유튜브 등 낭비하는 시간만 줄이면 1.5배는 더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일단 108권으로 상향 조정해보자! 


 <미네르바 성냥갑> 은 움베르토 엠코의 칼럼을 모은 책이다. 2000년에 출간된 책이라 정말 예전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에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억압받는 소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모든 형태의 인종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미국에서 탄생한 <정치적 올바름>이 새로운 근본주의로 전환되려 하고 있다고. -p36


 여기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각 개인을 존중하고자 하는 생각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관용적이지 않은 위험한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p37


 단지 코란을 배제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성서>(자신이 잘 알고 있는)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다른 의견들에 대한 존중으로 위장된 위험한 형태의 불관용이다. -p39


 위 글은 2000년도 전에 쓰인 글이다. pc주의라는 것이 상당히 오래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에코는 이 사상의 위험성을 미리 알아차렸다. 요즘 pc주의 때문에 정말 짜증이 나는 상황까지 왔다. 특히나 디즈니. 정말 pc주의가 근본주의, 광신주의의 속성을 띠고 있는 거 같다. pc주의가 이렇게 활개치고 많은 사람이 신봉?하는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본다. pc주의는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옳은 것 같다. 그리고 pc주의는 도덕적 우월성을 준다. 약간 종교와 유사한 성격이다. 주위에 pc주의를 많이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데 약간 배타적이고 불관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의심, 회의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성향. 이런 것들이 pc주의를 지지하게 하는 게 아닐까? 관용적이어야할 pc주의가 오히려 위장된 위험한 형태의 불관용이라는 에코의 날카로운 지적에 상당히 공감이 갔다.




 













 에코가 조반니 파피니의 <곡>이라는 책을 젊었을 때 수도 없이 읽어서 책이 뜯어져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곡>을 찾아보니 없다. 조반니 파피니는 20세기 최고의 전기 작가라고 한다. 그가 쓴 <예수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 평소 궁금했는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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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 돈의 흐름을 읽는 눈
홍춘욱 지음 / 포르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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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쁘진 않았다. 술술 편하게 읽히고 유용한 내용들도 있었다. 21년에 출간된 책이다. 평이하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뭐, 그 때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싶지만.


 입문서로 적당할 듯하다. 미국 국채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주로 소개한다. 많이 보수적인 거 같다. 내 스타일과는 반대. 나는 좀 더 공격적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스타일. 미국 국채는 아직 잘 모르겠다. 채권은 잘 모르겠다. 괜히 코로나 때 분산투자한다고 채권에 투자한 건 아직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일단 이런 책을 읽을 때 가장 궁금한 것 저자의 재산, 자산이다. 그가 진짜 투자자인지 진짜 부자인지 말이다. 아마 내 생각에 저자는 성공한 투자자, 부자는 아닌 거 같다. 2016년 조선일보에서 선정한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라고 하고 여러 금융관련 책을 쓰고 좋은 금융관련 책에 감수도 하고 투자자보다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분 같다. 책에서 본인의 투자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역시 진짜 투자자와는 거리가 한 참 멀다. 그냥 내 집 마련을 잘 했다 정도?


 굳이 홍춘옥씨의 책을 또 찾아서 보진 않을 거 같다. 그래도 금방 읽히고 얻게 되는 정보가 없진 않다. 절대 사서 읽긴 아깝고 도서관에서 가볍게 빌려 읽을 정도? 워런 버핏은 어렸을 때 이미 도서관에 있는 모두 금융, 투자 관련 책을 읽었다고 했다. 아마 이런 책들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읽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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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루는 근본 힘들에 대하여 스켑틱 SKEPTIC 26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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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은 내가 즐겨 읽는 과학 잡지이다. 다양한 주제의 과학 지식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때론 어렵고 지루한 부분도 있고 때론 평이해서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항상 만족스러워서 계속 읽고 있다. 주제 별로 짧게 짧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읽다가 최근에 다시 읽었다. 그래서 목차를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싶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아이의 운명을 바꿨지?" 기억이 안나는 내용들도 있다.


 스켑틱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은 유사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제는 지겹다. 매번 비슷한 내용들이다. 지구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구공동설, 지구가 평평하다는 지구평편설, 아직도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지구중심설 등이 있다. 이런 주제는 이제 좀 지겹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한 글이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한 오해와 그의 유산들을 조명해보는 글이라 좋았다. 스티븐 제이 굴드도 기존 과학의 통념을 거스르는 주장을 많이 해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몰랐는데 생전에 비판과 오해도 많이 받았다. 나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는 정말 최고의 과학자이면서 최고의 작가였다. 다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을 읽고 싶다. 


 <스켑틱> 26호를 읽었으니 다른 호를 찾아서 읽기 시작해야겠다. 아마 사놓은 <스켑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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