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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갔다. 모임 선정도서는 <인간 실격>이었다. 8년 만에 다시 읽었다.
8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충격이 컸었다. 그 땐 책 꼬꼬마 시절이었다. 그 땐 이 책을 읽고 밤잠을 설쳤다.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책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8년의 시간이 지나 이 책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읽었을 때는 그렇게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미 많은 책을 읽은 탓일까? 내가 많이 변한 걸까? 책 내용은 많이 새로웠다.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하는 부분도 꽤 있었다.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과거에 <인간 실격>을 읽었을 때는 훨씬 요조에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하고 감정이입했던 거 같다. 요조가 불쌍하고 안타까웠던 거 같다. 요조가 인간실격이 아니라 요조를 제외한 모든 인간이 인간실격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포함해서. 그래서 힘들었고 요조의 순수성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땐 다른 시선으로 요조를 보게 되었다. 요조에 동질감의 느끼고 공감하는 면도 있었지만 그보다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요조를 보게 됐다. 요조의 단점,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자신의 아내가 겁탈당하고 있는데도 충격으로 외면하고 회피하는 부분은 참아주기 힘들었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이며 자전적 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번의 자살시도 끝에 39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소설에는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아픔이 잘 드러나있다.
어렸을 때는 자살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죽을 각오로 살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자이 오사무로 39년을 살아보지 않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소설 속 요조에게 기쁨이나 행복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내면의 상태로 39년을 버티며 우수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오히려 박수쳐주고 감사해야하진 않을까?
장기하의 노래 <그건 니 생각이고>의 가사가 떠오른다.
내가 너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아내가 겁탈당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못한 요조가 못마땅하다기보다 불쌍하게 느껴진다. 평생 남의 말을 거절조차 못하고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없는 요조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끝까지 인간을 믿고자 했지만 그 인간에게 배신당했던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얼마나 자책하고 괴로워했을까?
그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했다. 요조, 이제 편히 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