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 ~ 1914년의 무기 전쟁은 육군과 해군의 계속적인 기술 발달을 가능케 했다. 1900년 경의 라이플, 피스톨, 카빈 cabine, 기관총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 무기들은 1914 ~ 1918년 전쟁 기간 중에 사용되었다. 라이플은 제임스 리 James Lee가 발명한, 탄창으로 장전하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구경은 좁아졌고, 탄환은 더 가벼워졌다.... 과립 형태의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주재료로 한 무연 화약이 1884년 프랑스에서 채택되었고, 그것은 1884년 프랑스에서 채택되었고, 그것은 말 그대로 전장의 모습을 바꿔놓은 하나의 발명이었다.(p748)... 또 다양한 기관총이 시험되며 발달했다. 그러다가 1883년 하이럼 스티븐스 맥심 Hiram S. Maxim(1840 ~ 1916)이 특허를 낸 기관총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그 기관총은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한 반동력을 이용해 장전, 발사, 사출이 계속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참호 전쟁이 치러진 것은 무엇보다도 그 기관총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아마도 기관총은 다른 어떤 유형의 무기보다 더 많은 병사를 살상했을 것이다. 1870년대에는 최선의 대포가 전장식인가 후장식인가를 놓고 의견이 양분되었다. 그러나 1880년대에 이르자 더 이상의 여지가 없었다. 발사시 반동을 막기 위한 수압 완충기가 딸린 후장식대포는 이제 표준 장비가 되었다. 또 포신에 강선을 넣어 사정거리가 대폭 늘어났다._ 몽고메리, <전쟁의 역사>, p750


 버나드 로 몽고메리 (Bernard Law Montgomery, 1887 ~ 1976)의 <전쟁의 역사 A History of Warfare>는 제국주의 팽창과 함께 이루어진 군비 경쟁이 현대전(現代戰)의 새로운 양상을 결정지었음을 확인시킨다. 개인 화기에서 전략 무기까지 이전 세대와는 혁명적으로 바뀌어진 무기체계는 전장에서의 살상율을 극적으로 높였고, 참호, 기관총, 독가스로 대표되는 제1차 세계대전은 무기의 위력을 시험하는 장(場)이었다.


 변화된 무기의 양상은 DK의 <무기 Weapon>를 통해서 변화된 전술은 <롬멜 보병 전술 Infantry Attacks by Erwin Rommel>과 <마셜 보병전투 Infantry in battle>를 통해 대대 단위 이하 부대의 전술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1891 ~ 1944)과 미국의 조지 마셜(조지 캐틀렛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 1880 ~ 1959)의 제1차 세계대전 경험을 담은 이들 책들은 '공격' 위주의 과거 전술에서 '기습'과 '습격'으로 변화된 전술의 핵심 내용을 잘 담아낸다. 다만, 같은 주제의 소부대 전술 책이지만 상세 내용은 차이를 보인다. 주로 야전 지휘관으로 활약한 롬멜의 전술책은 그 자체로 자신의 전투 기록으로 보다 생생한 전장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보다 생생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나는 평시 총검술을 열심히 연마했기 때문에 총검술 실력은 상당했다. 1 대 3, 수적으로는 열세하지만 나는 백병전에 자신만만하였다. 앞으로 돌격하는 순간 적탄이 날아왔다. 어딘가 맞았다. 적의 3 ~ 4 보 거리에서 분하게도 쓰러졌다. 왼쪽 다리의 대퇴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주먹만한 상처에서 붉은 피가 치솟았다._ 롬멜, <롬멜의 보병 전술>, p69


 반면, 마셜의 <마셜 보병 전투>에서는 개별 전투는 전술 원칙을 설명하는 사례로 소개된다. 이는 주로 참모로 활약한 저자의 경험과 밀접한 관련있어 보인다.

 

마침내 자동화기로 무장한 정찰요원 몇 명이 범람한 강을 도하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들 정찰요원 중 한 명이 사격을 실시하려고 준비 중에 있던 독일군 기관총 운용요원을 사살하거나 격퇴하였다. 이러한 갑작스런 사격 소리는 다른 병사들에게도 분발할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하여 결국 도하를 완수하였다._ 마셜, <마셜 보병 전투>, p144


 두 권의 책은 전술 부대의 운용에 관한 책으로 군사학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와 배경지식이 있어야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戰場)에서 인간의 모습과 조직의 대응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사진] 제2차 엘 알라메인 전투(출처 : https://world-war-2.wikia.org/wiki/Second_Battle_of_El_Alamein)


 <전쟁의 역사>의 저자 몽고메리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에서 롬멜 장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린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적장 롬멜은 어떤 적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이들이 격돌한 1942년 10월 23일  제2차 엘 알라메인 전투(Second Battle of El Alamein)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 BC 235 ~ BC 183)와 한니발 바르카(Hannibal Barca, BC 247 ~ BC 183)간의 자마 전투(Proelium Zamense, BC 202) 이후 북아프리카 최대 격전의 의의가 있다 생각된다. 


 롬멜은 전에도 종종 전투를 중지하고 퇴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행정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사막에서만큼은 결코 전투에서 참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참패를 당한 것이었다. 이제 그의 군대를 아프리카 밖으로 몰아내는 일만 남아 있었다. 그는 석유가 부족해 당분간은 큰 작전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유능한 장군이었다._ 몽고메리, <전쟁의 역사>, p869


 이들 두 전투는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전투라는 점 외에도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 이들 전투의 승패가 기동전機動戰, Maneuver)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과 이들 전투 후 해당 지역에서의 전쟁이 종결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전투에 참여한 라이벌들의 관계가 자못 흥미롭다. '평행이론'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점이 있지만. 한니발과 롬멜 두 사람 모두 본국으로부터의 절망적인 보급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장군이었지만, 결국 패장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적장인 스키피오와 몽고메리로부터의 존경을 잃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된다. <전쟁의 역사>에서 몽고메리는 롬멜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약 스키피오가 한니발에 대한 저술을 남겼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이처럼 여러 면에서 몽고메리와 롬멜의 관계를 통해 스키피오와 한니발을 떠올리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지금 이 순간 정치적 결단까지 떠맡은 두 위대한 사령관이 강화를 제안하고 받아들여, 승자의 광포한 복수심과 패자의 완고함 및 어리석음에 정당하고 합리적인 한계를 두려 했다고 보는 편이 훨씬 개연적일 것이다. 위대한 두 맞수는 공히 고귀한 영혼과 정치가적 재능을 갖고 있었다. 한니발은 불가피한 일에서 대범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에 못지않게 스키피오는 승리의 과도함과 무례함을 현명하게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_ 몸젠, <몸젠의 로마사 3>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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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나교는 인도의 모든 종교 중에서 가장 금욕적이다. 자이나교 신자들은 이 고통스런 세계로의 끊임없는 환생에서 벗어나 해탈(Morksha, 모크샤)로 나아가기 위해 금욕을 실천한다... 자이나교는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행동과 행위에 둔다. 금욕은 자이나교의 핵심이다... 자이나교에서 중시하는 또 다른 덕목은 타인에 대한 봉사, 종교 연구에 대한 관심, 욕정으로부터의 해방, 정중함과 겸손 등이다. 이 모든 실천과 평신도의 계율에서도 요구되는 금욕이 결합되어, 과거 행동의 결과인 업(業)[카르마, Karma]이 줄어든다. - 슐라미트 암발루 외, <종교의 책>, p68 - p70


 불교와 거의 같은 시기인 BC 6세기 무렵 마하비라(Mahavira, BC 599 ~ BC 527)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자이나교. 금욕(禁慾)의 종교로 우리에게 알려진 자이나교는 이를 통해 업(카르마)를 소멸시키고자 한다. 한편, 위야사의 <마하바라따 Mahabharata 1권>에는 고행을 하는 수도자 이야기가 나온다. 자이나교 수행자라는 말은 없지만, 가인의 이야기에 담긴 내용은 자라뜨가루가 자이나교의 금욕수행자임을 짐작케 한다.


 대고행자 자라뜨가루는 얼굴을 아래로 처박고 풀 한 줄기에 의지한 채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조상들을 보았답니다. 그 풀을 구덩이가 사는 생쥐가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먹지 못해 야위고 초췌했으며 고통스럽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자라뜨가루는 가엾고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조상들이 말했지요. '여기에서 우리를 구해주려 하다니 당신은 참 마음 넓은 금욕 수행자인가 봅니다. 훌륭한 브라만이여, 그러나 고행이 우리를 구할 수는 없답니다. 친애하는 이여, 웅변가 중의 웅변가여, 우리를 이렇게 추락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고행 때문이랍니다... 브라만이여,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생쥐는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이랍니다. 마음은 시간에 잠식되어 가지요. - 위야사, <마하바라따 1권>, p223 - p225


 자라뜨가루는 금욕을 통해 인과율(因果律, Causality)을 끊고자 하지만 그의 고행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이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한다. 현생의 고난과 어려움이 내세(來世)의 업을 약화시킨다는 자이나교의 사상은 자연의 법칙에 들어맞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고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선인(善人)이 언제나 행복한 것은 아니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언제나 불행한 것은 아닌 현실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 면에서 같은 책 아야띠의 내용은 생각해볼만 하다.


 죄악은 업을 거꾸러 가게 하고

 죄악의 세계로 이끈다고 합니다.

 선한 사람은 선하지 않은 사람을 따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영혼이 바로 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릇 중생에게 행과 불행이 있다면

 이는 운명의 힘이요, 자신의 힘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중생은 운명의 위력을 깨달아

 너무 괴로워하지도 지나치게 즐거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행과 불행의 무상함을 아는데, 아슈타까여

 내가 어이 나를 괴롭히리요?

 무엇을 하건 무엇을 했건 나는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이렇게 깨어 있는 나에게 괴로움은 비껴가는 것이랍니다. - 위야사, <마하바라따 1권>, p404 - p405


 현생에서의 고통이 내세의 업을 소멸시키거나, 현생에서의 선한 행동이 하늘 나라에 보화를 쌓는 행동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인과율에 기초한 교리(敎理)도 어려운 이들의 마음에 희망의 빛을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행복과 불행이 자신의 힘만으로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고서도, 바로 가기 위해서 선을 행하는 뜻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하는 선행도 선한 것이지만, 자신을 위해 선행을 할 수 있다면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업은 소멸되거나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깨달은 이에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윤회(輪廻)의 고리를 끊는 것의 다른 뜻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하바라따>에는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용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틈틈히 하다보면 많은 내용을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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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경우에는 단식으로 인한 건강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혈압과 인슐린 민감성, 일부 만성 질환 위험에 보인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단식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건강 효능을 나타낼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동물 연구 결과 단식은 인슐린 민감성 향상, 항암 효과, 뇌 건강 향상, 세포 저항력 향상, 암 위험 감소, 혈압 강하, 뇌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DK <음식 원리> 편집 위원회, <음식 원리> , p201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양껏 먹어도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을 보면 신진대사(新陳代謝, metabolism)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덕분에, 체형도 미래인류형인 E.T처럼 진화하는 것 같아 신경쓰던 중 아내의 권유로 3일간 금식이 힘들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5kg 빼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말에 물만 만시는 금식을 했습니다. 임상실험결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5kg 정도는 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단식 1주 전과 1주 후 보식(회복식)기간을 가졌는데, 제게는 이 기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준비기간은 충분히 가져가야 후유증이 적다는 말이 있어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줄이는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식 전 보식기간에 1kg 정도, 금식 기간에 4kg 정도 빠지고, 단식 후 보식 기간에 1kg 정도 빠져 총 6kg 감량이 되었으니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량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안 좋은 습관을 끊어갈 수 있는 기간을 가졌다는 점이라 여겨집니다. 마치,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포맷(format)한 느낌이랄까요. 준비기간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나니 리부팅(Re booting)할 수 있어 원하는 습관을 몸에 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습관이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장해 주리라 희망해 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단현상입니다. 평소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셨는데, 못 마시다 보니 금식 초기 금단 현상이 심했는데, 하루 정도 참고 나니 배가 고파지면서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잊게 해주나 봅니다.

 

 또한, 3일 동안 몸의 통증이 가볍게 있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두통이 있었고, 둘째 날에는 복부(위)에서, 셋째 날에는 허벅지 근육에서 통증을 느꼈는데,  금식을 끝내고 먹은 끊인 토마토가 들어가니 곧 해결되더군요. 통증의 원인은 첫째 날은 금단현상으로, 둘째 날에는 지방 연소, 셋째 날에는 근손실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가끔 가지는 휴식 시간처럼 정기적으로 금식으로 몸을 쉬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금식이 제게는 맞았습니다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기에 추천 드리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계신 분께서는 매우 위험하겠지요. 


 24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을 불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피해야 한다... 26 너 자신을 단순화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60


 단식을 준비하던 중 이 기간을 의미있게 보낼 요량으로 <코란>, <셰익스피어 전집>을 골랐습니다. <코란>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Ramadan)에 <코란>을 읽는 이슬람 신도들을 심정에 가까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골랐습니다만, 모두 하루만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배고픈 것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이들을 대신하여 아내는 새로운 책들을 꺼내 주었는데, 이 때 읽었던 책은 페이퍼의 마무리에 소개하겠습니다.(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베일리스(W. M. Bayliss)와 스탈링(E. H. Starling)가 개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들이 한 실험에서 소화 기관은 매우 입체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현상은 재현성이 매우 높았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소화 기관의 근육 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험을 반복한 결과 소화 기관의 내용물을 한 방향으로만 밀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방식의 연동 운동은 매우 조직화해 있었으며, 구강 수축에서 항문의 이완에 이르는 하향식으로 조화롭게 움직였다. 장 안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항문을 향해 나아갔다.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압력에 반응하는 소화 기관의 움직임을 '소화 기관의 법칙'이라 불렀다. -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5


 배고픔과 관련해서 마이클 D. 거숀(Michael Gershon)이 <제2의 뇌 The Second Brain>에서 말한 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소화 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한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읽겠다'는 뇌 또는 의지는 '배고프다'라는 원초적 기관의 신호에 무력해짐을 느낀 저로서는 소화기관이 뇌의 지배를 받지 않은 독립된 기관임을 더 실감했습니다.


 신경계가 끊기기 전이나 다름없이 수축이나 이완같은 소화 기관의 연동 운동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뇌 혹은 척수에서 오는 입력 신호와 관계없이 하향식 연동 운동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7


  배고픔 이외에도 <코란>을 못 읽은 것에는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율법서에 해당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경전을 읽다보니 지루함을 느낀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상세 내용은 후에 정리하겠습니다만,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코란>에서는 다른 경전(經典)과는 달리 유대교와 기독교(그리스도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명문화 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후발 종교로서 이슬람교가 앞선 두 종교와 차이점을 명확히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경전의 구절들이 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일찍이 알라께서는 이스라엘이 자손들과 계약을 맺은 일이 있다. 그때 그들 중에서 열두 사람의 우두머리가 뽑혀 왔다. 알라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다. 만일 너희들이 예배를 지키고 희사(喜捨)를 하고 나의 사도들을 믿고 그들을 도와, 신께 좋은 대부(貸付)를 한다면 아래에 냇물이 흐르는 낙원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그후에 너희들 중 믿음을 배반하는 자가 있으면 그야말로 바른 길에서 멀어져 미로에서 헤매게 된다.' 13 그러나 그들이 그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을 저주하고, 그 마음을 굳게 다졌다. -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14 또 '우리들은 그리스도교도이다'라고 청하는 사람들과도 우리들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르침을 받은 바의 일부를 잊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활의 날까지 그들 사이에 적의와 증오를 일으켰다. 알라께서는 그들이 한 행실에 대하여 일일이 알려 주실 것이다.-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의 작품은 <헨리 6세>를 읽었습니다. 이 역시 내용 정리는 추후 하도록 하고, 간단하게 작품의 성격만 <셰익스피어의 책>을 통해 옮겨봅니다. <헨리 6세>는 100년 전쟁(the Hundred Years' War, 1337 ~ 1453) 후반부터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1455 ~ 1485)까지 이르는 시기에 2번의 재위기간을 가진 헨리 6세(Henry VI, 1421 ~ 1471)와 주변 인물을 다룬 작품입니다. 


 근거로 미루어 볼 때 <헨리 6세 1부>는 <헨리 6세> 3부작 중 제일 마지막에 집필되었고, 1592년에 초연되어 격찬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헨리 6세> 2부와 3부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배경을 제시하는 프리퀄(prequel) 성격을 띤다. 1부는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대구모의 전투 장면과 스릴 넘치는 백병전이 펼쳐지는 장대한 작품인 반면, 2부와 3부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6


 <헨리 6세 3부>는 헨리 6세의 통치기(1422 ~ 1461, 1470 ~ 1471)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연극 세 편 중에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미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어, 요크가가 왕위 쟁탈전에서 헨리의 랭커스터가를 제압하고 요크 공작의 장남이 헨리에게서 왕좌를 빼앗아 에드워드 4세로 즉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2


 <헨리 6세 1부>에서는 잔다르크(Jeanne d'Arc, 1412 ~ 1431)도 등장하는데, 프랑스의 국민영웅이 영국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르게 조명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淵蓋蘇文, ? ~ 665)이 중국 경극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된 것처럼 한 인물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껴봅니다.


[사진] 경극에 나타난 연개소문(출처 : KBS)


 글이 다소 길어졌지만, 단식 3일을 함께 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페이퍼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단식 기간에는 되도록 머리를 가볍게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는 말로 아내가 꺼내준 애장판이지만, 제게는.... 만약 리뷰를 쓸 수 있다면 제 서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 분명하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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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07-2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7-23 13:27   좋아요 0 | URL
닷슈님 말씀처럼 유리가면은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와 갈등묘사가 뛰어난 작품이고, 여기에 재미까지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순정만화는 거의 접하질 않아서 처음에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hnine 2020-07-2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식을 성공하셨군요. 유리가면 저렇게 통째 가져다주고 단식하면서 보라면 저도 단식 기꺼이 도전해볼것 같은데요 ^^
(라마단은 금식 기간이라기 보다 해 떠 있는 동안 안먹는 기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0-07-23 13:56   좋아요 0 | URL
hnie님 감사합니다. 단식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은 무리하지 말고 휴가온 것처럼 해야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기간동안 안 먹는, 간헐적 단식에 해당하는 기간이기에 수정했습니다.^^:)

페넬로페 2020-07-23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끼만 굶어도 너무 힘든데
어려운 일을 해내셨네요~~
그것도 책과 함께요^^

겨울호랑이 2020-07-23 17:11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그저 만화책 보고 놀고 마시고 잤을 뿐인걸요. 조금만 배고파도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현실이지만, 다음 글처럼 한번 살찌면 평생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합니다. ㅠㅠ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훗날 대비해 지방 분자를 저장하는 지방 조직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지방 조직이 피부를 제외한 다른 신체 조직과 다른 특성이다. 지방세포는 원래 크기의 열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지방세포는 크고 둥근 지방 방울을 싸는 얇은 막과 같은데, 돼지고기로 채워진 소시지의 막보다 더 잘 늘어난다.
섭취한 식품에 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체내 존재하는 지방세포가 다 흡수할 수 없으면, 신체는 새로운 지방세포를 생산해서 남은 지방을 흡수한다.
또 지방세포는 한번 생성되면 죽은 법이 없다. 체중이 줄 때는 지방세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수축하는 것뿐이다. 한번 만들어진 지방세포는 절대로 죽지 않고 지방질이 풍부한 식품을 늘 기다리고 있다.”

겨울호랑이 2020-07-24 19:5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마치 늘어진 위장처럼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때문에, input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식을 해보니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평상시에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정기적으로 금식을 하는 것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자발적인 금식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2020-07-2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월 읽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지만, 이번 2020년 7월호는 과거와는 다른 기사의 흐름을 느꼈다. 지난 호들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의 수많은 문제를 다루는 잡지의 특성상 기사들의 주제가 크게 겹치지 않았는데, 코로나 19(COVID-19)의 영향 때문인지 이번 호에서는 공통된 주제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이번 페이퍼에서는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많은 기사들이 관광업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는 관광업이 발달한 프랑스의 산업구조 때문이라 여겨진다. 

 

 오늘날 관광업으로 발생하는 공해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이 8%의 2/3이상이 여행을 위한 이동과정에서 배출된다... 규제, 세제, 직/간접 지원금에 대한 보상이 관광을 수익과 경제적 혜택 수치로만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없애고, 사회/환경 분야의 쟁점도 고려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 장려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제네비에브 클라스트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느린 여행, 사회적 관광의 소환>(p8)   


 현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관광은 확고한 보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화나 변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토지세, 부동산세와 같은 탄탄한 지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사태가 불러온 생활 방식에 대한 방향으로 관광에 의해, 관광을 위해 세워진 틀과 규범들이 전도되기까지 했다. 이제 '관광의 대안적인 형태'보다 '관광에 대한 대안'이 화두다.- 필리프 부르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세계의 끝자락은 바로 가까이에>(p9)


 공통적으로 기사들은 과거의 관광업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산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외자 유치를 위한 지원과 편의 추구가 불러온 환경파괴는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기존의 관광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들의 지적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지만,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한계상황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따름이다. 


 유로화 사용국가 중 3번째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적어도 300만명이 정식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숙박서비스 분야의 피고용자 절반 이상이 유기 계약직이다. 시간제 근로자도 맣은 데 주로 여성과 청년, 이주 노동자들이다.- 제랄디나 콜로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관광 수입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버틸 수 있나?>(p14)


 관광업의 폐해는 환경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업의 기반이 되는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또다른 그늘이다. 계약서 없이 불법으로 고용된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이번 사태에서도 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주 노동자를 활용한 관광 기반 산업의 양적 성장은 막대한 관광수입이라는 밝은 면과 함께 난민 문제라는 어두운 면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각국의 국경통제로 긍정적인 영향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영향력만 남은 현 상황은 유럽 극우 세력 확장의 자양분을 제공하면서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과거의 문제가 모두 드러난 시점에 어떻게 관광업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사회적 성공이 상징인, 유급휴가를 갈 수 있는 권리가 급속히 관광의 권리로 변모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관광'이란 상품화된 '민주화'의 증거로 판매되는 휴가를 말한다. 소비사회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소비자 민주주의로 전락한다... 이국취향을 없애고 빅토르 세갈렌이 말한 '다름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해서라도, 그런 취향을 우리 자신에 대해 갖도록 바뀌어야 한다. - 로돌프 크리스탱,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세계화에서 벗어나 세계성에 눈뜨기>(p3)   


 코로나 19로 인한 강력한 여행 중단 현상과 함께 환경을 걱정하고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쾌적하고 유익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휴식하자는 구조적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52%와 도미니크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7%가 관광 때문에 발생했다... '책임여행'에 대한 새로운 명령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격리도 변하게 될까, 아니면 반대로 자유시간에 대한 세계 정책의 틀 안에서 관광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까? 국토개발을 계획하고, 관광 형태와 관광객의 유입을 조율하고, 관광의 사회적 소명과 환경적 소명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히 나서야 한다.- 베르트랑 레오, 크리스토프 기베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대량관광에서 부르디외식 자유문화 또는 책임여행으로>(p11)


 또 다른 지식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차원의 접근법을 제안한다. 개인 차원에서 관광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국가 차원에서의 산업 구조 조정이 그것이다. 사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에서는 국가 수준에서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는 사태가 그만큼 긴박하다는 반증이겠지만, 이를 통해 또 다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질서 대신 빅데이터에 기반한 계획경제,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 속에서 '코로나 19'의 위험도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관점에서 이를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삼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좋거나 싫거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는 갈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새로운 가치 기준이 적용되는 세계에서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도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7년 9월,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빅데이터의 혁명으로 계획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일부 논설위원들은 데이터 수집과 계산이 가능해진 오늘날, 20세기 중앙집권식 계획경제가 겪은 실패를 극복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는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사기업들의 소유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그들의 인프라가 그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감독하에 사회적 효용성을 우선하도록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준다면, 데이터는 시장경제의 대안을 고안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화를 일으키려 하며, 이 과정에서 국가를 민주화할 기회, 또는 간접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로 대체할 기회를 찾는다. 친환경 경제로의 변화는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정치, 경제 시스템 또한 동시에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세드릭 뒤랑, 라즈미그 쿠쉐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친환경 경제, 21세기의 위대한 여정>(p16)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 소개된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1971 ~ )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et ideologie>의 내용은 뉴노멀 시대의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상세 내용은 리뷰에서 보다 상세히 다루도록 하고,  일단은  기사에 요약된 내용을 옮겨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피게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한 부의 불평등 문제, 그리고 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여러 석학들의 찬반(贊反) 의견인 <애프터 피게티>에 대한 답으로 보다 강력한 사회주의를 결합한 수정자본주의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간략하게 정리하자.

 

 1) 모든 사회는 저마다의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2) 각 사회의 지배계급은 지금의 불평등이 마치 "자연"스러운 것으로 믿게 하려 하지만 불평등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 산물이다. 

 3) 불평등은 지배계급에 의해 의도적으로 증폭된 것이므로, 얼마든지 인간의 의지에 의해 축소될 수 있다. 

 4) 인류의 역사는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반드시 위기를 겪어왔으며, 인간의 진보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나온다. 

 5) 보다 나은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구조화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역할이다. 

 6) 1980년대 이후, 격하게 증가해 온 불평등은 폭발의 단계에 이르렀고, 나는 여기, 오늘의 모순에 답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참여 사회주의'를 제시한다. 한글판으론 정확히 1,300쪽에 이르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여섯 줄로 요약해봤다.


 그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말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실패했고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마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본을 사회가 고루 점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하자.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종잣돈을 사회가 제공한다. 재원은 누진세 3종 세트가 마련해준다. 소유세, 상속세, 소득세에 과감한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깨기 위해선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가 절반 가까이 참여하는 북유럽/독일식의 기업 공동 경영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를 정의로운 사회로 진보시켜왔던 것은 보편적 교육제도, 보통 선거, 공공의료서비스 등 평등의 확대였다.- 목수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피게티의 참여사회주의가 의미하는 것>(p32)

 

 여러 지식인들이 제안한 대안들을 살펴보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 국가권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항하는 입장에 서 있던 사회주의 운동이 오늘날에는 적극적으로 국가권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제적 연대 대신 국가 단위의 사회주의 운동은 물론 코로나 19 이전부터 있었던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게 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계획경제가 신자유주의를 대체한 다면 이러한 상황뉴에서 개인은 국가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필립 페팃(Philip Pettit, 1945 ~ )의 <신공화주의 Republicanism>에서 말하는 비지배 자유의 개념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롤스와 드워킨과 함꼐 정리할 계획이다.


 












 공화주의 사상에는 세 가지 핵심적 주제가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자유와 비지배의 동일시다. 여기에서 비지배란 타인의 의지에 종속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두 번째 주제는 법의 지배에 근거해 정치를 조직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이때 법의 지배란 어느 누구 또는 어떤 집단에게도 최종적인 권력을 부여함이 없이, 시민들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 번째가 시민적 견제력의 회복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공식적 채널이든 비공식적 채널이든, 시민들은 정부 당국자들이 재직기간 동안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 페팃, <신공화주의>(p5)


 돌아보면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에 기반한 실물경제와 유리된 금융경제의 호황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도 현 체제의 문제점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문제점은 축적되어 COVID-19라는 '사라예보의 총성' 앞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듯하다. 질병의 위험보다는 여기에 부여한 '뉴노멀'이라는 의미가 우리의 마음을 더 두렵게 하는 상황에서 차분히 우리가 갈 길을 생각할 때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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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1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he left 이미 읽으셨습니다. ^^
전 사다놓고 책두께에 놀라서 아직...
근데 평소 궁금한 점은 이책이 200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배경을 혹시 아세요?

겨울호랑이 2020-07-21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양이 많아 겨우겨우 간신히 읽었습니다. ㅋ 2008년 올해의 책 선정을 북다이제스터님께 처음 듣는지라 잘 모르겠네요. 2008년이면 이명박 정부 시작인데 참 묘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7-25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프트 이거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말 두께에 놀라곤 하는데...... ㅎㅎ

겨울호랑이 2020-07-25 19:4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벽돌책이라 한 번에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임이 분명합니다 ㅋ

2020-07-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가장 확실하게 일반적으로 특징짓는다면 그것은, 그 전통이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학자들이 일정한 주견도 없이 플라톤의 저작에서 끄집어낸 사상의 체계적 도식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플라톤의 저작 도처에 산재해 있는 일반적인 관념들의 풍부함을 들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 p118


 The safest general characterization of the European philosophical tradition is that it consists of a series of footnotes to Plato. I do not mean the systematic scheme of thought which scholars have doubtfully extracted from his writings. I allude to the wealth of general ideas scattered through them. - Alfred North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p39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의 말 중에서 가장 널리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일것이다. 이는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에서 나온 말로, 우리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 저작에 담겨있는 일반적인 관념들이 풍부함이 후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되고 있고, 오늘도 많은 자기계발서가 나온다. 서로 다른 시대 배경에 따라 독특한 자신만의 이론을 강조하는 이들을 보면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평소 모든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계발서는 읽었다고 생각하던 중 도서관 서가에 꽂힌 수많은 자기개발서를 보면서 매번 들었던 생각을 옮겨본다.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서를 비판하지만, 자기계발서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다. 긍정적인 것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리셋(reset)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자기계발서만 많이 읽으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설 수 있지만, 출발선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새출발하는 마음을 준다는 면에서는 <수학의 정석><성문 종합 영어>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이 책들로 공부하다가 도중에 중간고사 등으로 진도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과감하게 제1장인 '집합'과 '동사의 종류'로 돌아가 초심(初心)으로 다시 시작했었는데, 자기계발서는 이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된다.(덕분에, 수학에서 집합이 제일 자신있었다. 지금은 절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읽은 후에 실천을 해야한다면 좋은 자기계발서를 선정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만약 자기계발서를 한 권만 고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리고, 그 한 권은 플라톤의 저작과 같은 정도의 풍부함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 중에서 일반관념의 풍부함을 담은 플라톤과 같은 책을 고른다면,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 ~ 1790)의 <벤자민 플랭클린의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과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Y Morales, 1601 ~ 1658)과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1788 ~ 1860)의 <세상을 보는 지혜>을 고르고 싶다. 전자가 개인의 내면과 자기계발을 말한다면, 후자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담긴 책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한 명의 저자를 더한다면 새무얼 스마일즈(Saumel Smiles, 1812 ~ 1904)의 <자조론 Self-Help>, <인격론 Character>, <의무론 Duty>, <검약론 Thrift>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들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매뉴얼화한 책으로는 토니 로빈스(Tony Robbins, 1960 ~ )의 거인 시리즈가 정도를 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다 읽은 것은 아니라 이들 서적이 최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알지 못한 좋은 책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 한 권의 자기계발서를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분명하게 이들 중에서 한 권을 고민할 것이다.


PS. <과정과 실재>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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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7-17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 추천하신 자기계발서는 꼭 읽고 싶어요~~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 영어에서 빵 터졌습니다^^
저도 경험한 사실이거든요 **

겨울호랑이 2020-07-17 12: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아마 공부를 정말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 빼고 다수가 갖는 아픈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7-18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벤자민 플랭클린,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쇼펜하우어의 책을 자기계발서라고 보기엔 좀 아까운 책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필독서처럼 느끼며 읽었답니다. 배울 게 많아서요.

겨울호랑이 2020-07-18 14:37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처럼 이들의 책을 일반 자기계발서와 같은 범주에 넣기에는 다소 무리해 보입니다. 마치 플라톤과 평범한 철학자들과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저는 플라톤의 저작들처럼 이들의 책들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상황에 따라 변주된 것들이 오늘날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읽을 시간에 이 책들을 재독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생각에 페이퍼를 작성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9-22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2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