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샨타! - 공선옥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공선옥 글, 김정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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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선옥은 문제 의식에 정면으로 대면을 시도하는 작가다. 

그의 이주 노동자에 관련된 책은 참 마음 시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적어내고 있다. 

내가 사는 도시는 공장 지대가 사라져버린 소비 도시여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보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그래도 인근 산업 단지가 들어선 도시엔 많이들 사는 모습이어서, 가끔 아시아 공동체 학교가 교육 뉴스에 오르곤 한다. 

교육청에선 시설 미비를 이유로 아시아 공동체 학교를 인가해 주지 않고 있다.
차라리 남구청에서는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교육이란 이름을 둘러쓰고 있는 기관에서 하는 짓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샨타의 가족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 노동자인데, 가까이 사는 이들도 몽골부터 베트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다. 70년대 시골서 무작정 상경한 공순이 출신 아주머니를 함께 견준 것은 공선옥의 탁월한 역사의식에서 나온 대목이다. 

샨타의 가족이 정말 평화롭게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마는... 

미국 친구가 아니어서 미안한 샨타에게 한국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국가였다.
한국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한국이 제 2의 조국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외교통상부 산하가 아닌,
범죄자들을 다루는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다루는 저질 국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장님, 나빠요'의 나라. 

아직도 백만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은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구석이 더 많다.
하긴, 자국민도 사냥하는 정부에서 이주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긴 하지만... 

요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책들이 부쩍 눈의 띈다.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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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 조금은 달라도 행복한 나의 가족 이야기
이윤진 지음, 하의정 그림 / 초록우체통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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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텔레비전의 8시 드라마는 9시 뉴스와 연속성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은 대가족 제도란 건데... 
뭐, 방송사들이 영세한 구멍가게 수준이다 보니, 많은 세트장을 꾸며두고 촬영할 수도 없고,
날마다 세트를 꾸미고 뜯는 노가다 수준이란 건데...
그렇다고, 요즘 존재하지도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와 아들, 딸, 그리고 삼촌이나 고모까지... 이건 좀 심한 컨셉트가 아닌가 할 때가 많다. 

70년대까지는 그런 가족이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였는지 몰라도,
21세기들어 한국형 가족이라고 하면, 부모와 자식 한두 명의 형태가 일반형이고,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이제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혼과 재혼으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날이 자라고 있다.
갈등을 모르고 자라기만 하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할 아이들에게, 뭔가 다르다는 건 삶의 에너지를 고갈시킬 지경까지 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 책에선 한부모 가정과 조부모 가정, 입양 가정과 다문화 가정 등의 문제를 아이들 이야기 속에 잘 녹여 내고 있다. 

특히 시골에선 가난한 조부모와 자라는 아이들의 문제가 복잡한 것이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모습인데... 아이들의 마음 속을 잘도 짚어 주었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계를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게 하는 좋은 시도란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어린이 날인데, 이런 책은 좋은 선물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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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9-05-05 23:00   좋아요 0 | URL
네, 책읽는 가족에도 올렸습니다.
 
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1218 보물창고 2
게리 폴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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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

이렇게 나와있다.
유시민이 나온 경제학과, 또는 그가 지은 경제학 카페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
요즘 경제가 어렵다. 할 때의 용법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학자들의 '경제'와 일반인의 '경제'가 전혀 다른 말이 되는 것이다. 

유무형의 재산을 만들고 나누고 사용하는 활동. 또 그런 활동을 하는 사회를 모두 경제라고 하는데,
일반인의 경제 관념은 앞부분의 용법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사실상 경제학의 주 관심은 뒷부분에 많을텐데 말이다. 

위인전을 읽고, 문학에 도취되어 인생의 갈림길을 논하던 '문사철'과 '데칸쇼'의 시대는 갔다.
님은 갔습니다. 완전히 가버렸습니다.
간 님은 돌아온다는 거자필반의 원리는 싸그리 태우고 완존히 가버렸습니다.
공상적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오로지 돈의 일방적인 질주는 이전 시대의 <잣대>를 홀라당 태워버린 모양이다. 

자, 어린 아이가 있다. 어느 날, 할머니가 그에게 고물 잔디깎는 기계를 준다.
아이는 어느 집에 가서 돈을 번다. 그리고는 이웃집 아저씨와 동업을 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이웃집 아저씨는 아이의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 우연히 횡재를 한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줄거리다.
아이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면 재미있을 법도 한 이야기건만, 난 이런 책을 아이에게 읽히는 일은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왜냐면... 요즘 대학생들도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주식하고 펀드하다가 말아먹은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관념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생각하면, 도저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펀드란 것은, 부유한 할아버지가 수십 년을 묵혀두었다가 손자에게 통장을 던져주는 뭐 이런 거라면 모르되, 개미 투자자의 위태위태한 사태를 아이들에게 선뜻 권해주는 일은 뭔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동화란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아주 가난한데, 아들이 작은 재산으로 시작해서 많은 돈을 모은다.
헐~ 정말 판타지 소설 치곤 너무 잔인하다.
차라리 호그와트의 해리가 마법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이라도 주지만,
이 소설을 읽고 아이들이 현실과 환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휴~
아이들에까지도 돈돈 해야하는 세태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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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글쓰기 - 네 안의 작가를 꺼내라! 1218 보물창고 1
랄프 플레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글쎄, 얘들아,
요즘에도 혹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니?
그러게...
요즘 아이들이 워낙 인터넷으로 '클릭-보이' '클릭-걸'들이 되어가는 세상이라,
너희가 연필로 또는 키보드로라도 뭔가를 진지하게 써낸다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는... 나는 역시 낡은 어른이구나. 

그렇지만, 얘들아.
너희 세상은 우리 세상보다 훨씬 <작가 노트> 만들기가 좋은 게 아닌가 해. 

나는 아직도 <절대로 작가가 되지 않을 거야.>하는 생각을 한단다.
그 이유는 내가 쓴 글들이 남들에게 뭐, 별로 큰 감동을 주지도 않는데, 그걸 책으로 만든다면... 열심히 자라준 나무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란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미 <작가>란 걸 스스로 알고 있단다.
종이로 된 책도 아니고, 전문적인 글을 쓰고 있진 않지만,
전자들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 이미 내 집을 지어 두고는, 어쩌면 매일, 어쩌면 며칠에 한 번 씩,
책을 읽은 이야기들을 남겨 두곤 하니 작가가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노트>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뭔가 자기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 읽은 것... 이런 것들을 수첩에, 쪽지에, 아니면 너희처럼 휴대폰 사진으로나 메모장에라도 기록해 둔다면, 그런 것들이 미래의 작가 노트로 훌륭한 노릇을 할 거라고 생각해. 

소설은 거미줄과 같다. 아주 가볍게 붙지만 또 모든 귀퉁이에 달라 붙는다... <버지니아 울프, 120> 이런 말들을 읽고 메모해 두고 싶다면, 훌륭한 작가가 아닐까?
나도 책을 읽으면, 그때그때 내 생각을 남겨 두고 싶어서 이미 1700권이 넘는 이야기를 적어 두었으니 훌륭하진 못해도, 작가는 작가지. ㅋㅋ 

첫번째 원고는 내린 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모두 종이에 써내려간 원고.
두번째 원고는 올린 원고, 한번 수정하여 내용이 향상된 원고.
세번째 원고는 치과 원고, 치아를 검사하듯, 모든 치아를 살피듯 구석구석 살펴본 원고...^^ 재미있지?(121) 

인생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주류에 녹아 버리는 것과 눈에 띄는 것.
눈에 띄기 위해선 달라야 하다. 다르기 위해선 누구도 아닌 너만이 되어야 하는 것. 

좋은 말들을 남기고 싶은 것이 사실은 나의 가장 큰 글쓰기 이유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정말 공감하는 말은...
가끔 자기의 <작가 노트>를 읽어보란 거야.
나도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찾아볼 때가 있단다.
어떤 때는... 난 내가 쓴 글들이 참 근사해 보일 때가 있어. 착각일지 모르지만. ^^
자기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란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어린이들이라면... 꼭, <작가 노트 쓰기>와 가끔 <읽어 보기>를 해보기 바란다. 

------- 

이 책의 실수 : 120쪽.
시(侍)가 남모르게 원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찰스 시믹)...
이 멋진 구절에서, 한자가 틀렸어. 시(詩)로 바꿔야 해.
저 한자를 쓰면... 사무라이가 되어 버리니깐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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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내 옆에 앉아!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6
연필시 동인 엮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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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시
어린 시절 읽을거리라곤 교과서밖에 없던 시절엔 책을 읽으면서 노는 법도 여러 가지였다.
아무 책이나 펼쳐 두고는 '다'자가 나오는 곳까지 읽기를 하기도 하고,
소리내서 읽다가 틀리면 다른 사람이 읽기도 하고 ... 그러고 놀았다.
그게 다 문자가 부족해서 놀이로 쳤던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도 그러고 놀려나... 

초등학교 시절에 동시를 배우고, 그것도 몇 편 배우지도 않고 잊어버렸던 것 같다.
30년 전 그 시절엔, 동시보다는 충효를 가르치는 시조(시조는 엄밀히 말하면 정형시가 아니다. 시조는 시조창이라고 해서, 즉흥적으로 지어 부른 노래들의 가사다. 느릿느릿 부르는 시조의 가사는 그때그때 지어 부르기때문에 시문 시 詩를 쓰지 않고, 때 시 時를 쓴다. 종장의 첫구 석자는 매우 어렵게 부르고 음 조절하기가 어려워 석 자로 보통 고정시킨다. 다른 곳은 두 자에서 여섯 자 정도로 여유가 있는데, 이런 것을 정형시라고 우기는 일은 좀 쑥스럽다.)를 배웠던 기억만 난다. 

어른이 되어서, 그리고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서
이오덕 선생님의 생활글쓰기를 한편으로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글에서 우러나는 힘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쓰는 동시에서 힘을 느끼는 일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동화를 쓰는 이유는 삶의 단면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하는 것이라면,
동시를 쓴 이유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살다 보면, 유난히 내 눈에만 도드라져 보이는 '사상 事象'들이 있다.
왜 나한테만 저 물건은, 저 현상은, 저 일은 이토록 독특한 측면으로 다가올까... 하는...
마치 실연당한 사람이 연인이 타던 버스 번호만 봐도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것 같은,
그래서 그 버스 노선 다니는 길을 아예 벗어나도, 같이 갔던 극장, 같이 하던 모든 사상들이 자아내는 슬픔이
모든 유행가 가사가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온 연필시 동인들의 시들도 그렇다.
어른인 내 눈으론 어른의 생각이 드러나 보이지만,
아이들의 눈으론 어쩔지 모르겠다. 

'푸른책들'이란 출판사의 서평단에 응모를 했더니 덜컥 붙어서... 요즘 서평단 합격운이 좋은 편이다. ^^ 처음 받은 책이다.
아이가 커버려서 이런 동시 읽어줄 나인 지났지만,
오랜만에 읽어보는 동시는 봄비처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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