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 씨가 받은 유산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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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물건을 사들이는 데 신물이 난 사람들이 '살아있는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애완 동물 기르기다.
개나 고양이부터 이구아나, 열대어, 달팽이 등의 열풍이 불었다.
우리집에도 개를 몇 마리 들였다가 내보냈고, 금붕어와 가재, 미꾸라지까지 기른 적이 있다. 

결국 기르지 못한 개들은 몸이 나빠지거나 해서 시골에 줄 만한 사람에게 주곤 했는데... 

그런 불행한 동물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화다. 

뮤~~하고 영어로 운다는 미요란 고양이가, 사랑을 놓치고 울고 있더란 이야기다.
그러다 시장통 할머니 손에서 괭이로 거듭난 미요는 고양이로서의 정체성도 되찾고, 인간과 당당하게 반려동물로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이 동화는 주변의 반려 동물들을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과연 그들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그리고 주변의 쥐, 바퀴벌레, 개미, 지렁이, 땅강아지 같은 생물체들이 도대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관점까지. 

괭이씨가 받은 유산은
결국 인간이 자연에서 받은 것을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이다. 

부처님이 괭이에게 내려준 화두 한 마디,
나는 고양이가 되겠다고 맹세해라! 

네 두목은 바로 너다! 

좀 관념적으로 흐르긴 했지만, 뭐, 그런대로 괜찮다.
쥐는 쥐답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그게 자기의 두목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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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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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이발사예요
할아버지댁
깜장 염소는 

오늘은 콩밭 두렁
삐적삐죽 자란 풀
이발하러 가고 

내일은 들깨밭 두렁
엉금엉금 기어나온 풀
이발하러 간다지요 

가끔 풀 뜯다가
콩잎도 조금 먹고
깻잎도 조금 먹고 

하지만 괜찮아요
실수로 먹은 콩잎 깻잎
수고비 대신이랍니다(할아버지댁 염소)  

민현숙의 동시들은 억지로 말을 꾸미지 않는데도,
그 속에서 삶이 우러나온다.
바라보는 눈살이 다사롭고 말뽄새가 정겹다.

수양버들을 보면 안다
나무를 흔드는 건
바람이 아니라는 걸 

말 궁둥이에
채찍 때리며
말을 몰아가듯 

수양버들 긴 채찍이
바람의 궁둥이를 치며
바람을 몰고 있다는 걸 

채찍질에 놀란 저 바람
앞발을 쳐들고
뒷발길질을 해 대고
겅중겅중 몸부림이다.(바람 많은 날)
  

바람부는 걸 보고도,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걸 보고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느낄 줄 아는 눈. 날카롭고 매서운 시인의 눈이다.

- 으악 무서워!
난 안 떨어질 거야
겁 많은 은행 알
얼굴 샛노래졌다. 

두 눈 꼭 감고 뛰어내0리라고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가지의 작은 은행 알
흔들어 대는 바람 

- 싫어, 싫어. 안 떨어진대도!
겁쟁이 은행 알
끝내 고집부리더니
쪼글쪼글 거죽이 말라붙었다. 

긴 겨울 지나
꽃피고 열매 맺는
새봄 다 지나가도록
가지에 매달려 데걱데걱 

푸른 새싹 밀어 올리기에도
맛난 음식 되기에도
이미 글러버렸다
엄마 손 놓지 못한 저 은행 알(엄마 손 놓지 못하더니)
  

아이들더러,
좀 어른스러워 지라고,
엄마들더러,
애들을 좀 작작 다그치라고 훈계하지 않고,
멀거니 바라보이는 은행 알 하나 그려내면서, 할 말을 다 한다.

오늘은 졸업식날
우리 반 반장 엄마가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혼자 몸으로 농사짓고
경운기도 척척 잘 모는
경찬이네 엄마
식당일 하느라
젖은 손 마를 날 없는
은정이네 엄마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우리 엄마 

세상에 장하지 않은
엄마가 어디있다고 

공부 잘 하는 반장 엄마가
졸업생 어머니를 대표해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장한 어머니상)
  

뒤틀린 세상을
비틀어 보지 않고,
그저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그렸을 뿐인데,
세상에 장하지 않은 엄마가 없음을 가르치면서도 시인의 목소리는 나직나직하다.

엄마, 아무래도
내 몸의 건전지가
다 닳았나봐요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터덜터덜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지 뭐예요 

이러다가 꼭
땅속으로 쑤욱
몸이 가라앉을 것 같아요 

그러니 엄마
어서 내 몸에
건전지 좀 넣어 주세요.(엄마, 밥주세요)
  

힘겨운 아이들의 삶을
따스한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소리
아이들이 그런 목소리라야 읽고싶지 않을까.

늦잠 좀 잤다고 
고양이 세수 좀 했다고
김밥 좀 집어 먹었다고 

엄마, 오늘만큼은
화내지 마세요
신나는 소풍날이잖아요 

지각 좀 했다고
구령 좀 못 맞췄다고
줄 좀 틀렸다고 

선생님, 오늘만큼은
야단치지 마세요
즐거운 소풍날이잖아요.(오늘만큼은) 

아이들에게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이렇게 아이들 맘을 꼭 알아줘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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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 작은도서관 13 작은도서관 13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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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좋아지면 결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혼 전에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없기때문에, 특히 한국처럼 남녀가 낯설어하는 환경에서는,
결혼 후 마음이 맞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국의 명절 문화,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 방식은 여성에게 결혼은 미친 짓이야!를 외치게 만들기도 한다. 

온갖 육아 스트레스는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기 쉽고, 남성들의 세계는 또 가정적인 사람을 이상하게 보기도 한다. 

티격태격하다 쿨하게 헤어지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나라들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이혼이란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어른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한 10년 전부터, 이금이 작가의 나는 하늘말나리야부터 시작해서, 어른들의 이혼과 아이들의 삶 사이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있어왔다. 

아니, 이혼 전과 이혼 후의 득실을 계산하는 부등식 공부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이나쁜 결혼은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혼할 때, 반드시 아이들 눈높이에서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존재란, 삶의 전부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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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들어주는 아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사계절 저학년문고 26
고정욱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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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 학생이 있는 반의 담임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여느 아이에 비하여 마음도 약하고, 많은 경우 정상적으로 친구를 사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담임은 그 아이 하나때문에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 마음을 몇 배는 써야하는데, 또 아이들은 그 아이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새학기가 되어 자기반에 다리를 못쓰는 아이가 배정된 걸 알게된 석우.
영택이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해서 집이 가까운 석우가 아침저녁으로 가방 배달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눈치도 보이는 쉽지 않은 일. 

그 일을 하면서 석우도 자라고 영택이도 수술이 잘 되어 지팡이를 하나 짚게 된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 3학년때는 안 들어주려고 생각했던 석우는 자리에서 울고 만다.
교장 선생님의 배려로 영택이는 석우네 반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아이들의 섬세한 마음. 특히 생일 잔치처럼 누구에게나 축복받아야 할 날.
자신의 고난을 생각해야 하는 사람은 괴로울 것이다.
아이들의 고운 마음에 나는 상처는 비단 영택이같은 장애자에게만 오는 건 아니다.
석우처럼 가난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생기고 딱지가 앉고 한다.
다만 그 딱지 떨어진 자리에 더 여문 마음이 들어앉기를 바랄 뿐. 

장애자를 장애우로 부르는 걸로 기분좋아하는 얄팍한 것이 인간이다.
장애자면 어떻고 장애인이면 어떤가.
마음 속에서 장애를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말로만 장애우라고 부르면서 실제로는 마음 속에 빗장 가득 걸어닫는 사람은 스스로 장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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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살 작은도서관 10
김성범 지음, 노기동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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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가면 도깨비살, 어살(漁箭), 독살, 살뿌리라고 일컬어지는 지형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도깨비들이 물고기를 잡기 좋도록 만든 살이라고 하는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왜구의 출몰을 막기 위해 둑을 막았다고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섬진강의 곡성 지역에는 물길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언덕에 도깨비를 조각하여 얹어두기도 한 작가가 그 마을에 토박이로 살면서 동화까지 엮어 내었다.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기도 좋아 보이고,
장난꾸러기 도깨비 대장과 할아버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정겹다. 

우리 터에 태어나 우리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는 좋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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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5-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은 하동이나 광양까지 가야 배가 드나들지 곡성이나 임실 쪽은 상류라서 기껏 강 건너편으로 건네주는 나룻배 정도나 있지요.한강 상류인 강원도와는 다릅니다.그대신 물이 맑고 얕아서 강 한가운데에서 다슬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인근 음식점에서는 강에서 직접 참게를 잡아 게장이나 탕을 만들어 팔지요.요즘은 웃녘에서도 여행객들이 곡성,구례를 많이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