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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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The last Resort...를 철자를 바꾸면, 

Lost heart, rest! 가 된다. 

그림책이면서, 어른들의 휴양지가 되어주는 동화책. 

그림 속에서 제법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되살리게 하고, 

상상력을 잃어버린 작가에서 '헐리우드 키드'처럼,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상상력을 되살려내는 곳이 바로  

마지막 휴양지이다. 

삶은 날마다 마지막 휴양지를 꿈꾸며 항해하는 멜빌 선장의 배와도 같을는지도 모르겠다. 

레조트를 향해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그런 상심한 마음들에게, 푹 쉬라는 메시지를 주는 동화같은 그림책같은 소설. 

내일은 일요일이다. 

일 주일동안 온갖 사연들로 피곤한 당신, 

푹 쉬어라! 피곤했던 영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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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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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일본 땅 우토로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였던 시기.
일본에서 비행장을 만들겠다고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로 데리고 가서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비행장을 만들도록 했다.
조선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여 비행장만 만들어지면 가족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비행장이 채 만들어지기 전에 일본은 패전을 하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에 남겨 둔 채 그것올 떠나고 말았다.
오갈곳을 잃어버린 조선 사람들은 우토로를 터전으로 꿋꿋하게 삶을 이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땅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우토로에서 평생을 보내 온 조선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 

결국 1989년 교토지법에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란 주민자치 단체가 소송을 걸어 1998년 패소하고
같은 해 오사카 고등법원에서도 패소 판결이 난다.
2000년 최고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나 강제 퇴출 위기에 놓이지만,
다양한 노력의 결과 2010년 1월 현재 재단 설립이 막바지에 이르러 실질적인 토지 매매를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지금은 아니다. 기다려 달라.> 

저런 말을 해서 의혹을 사고 있는 희한한 쥐같은 녀석이 있다.
독도를 일본 교과서에 자기네 땅이라고 싣겠다고 하니 했다는 소리라는데,
사실, 한일 관계의 뒤틀림에는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한국명, 박정희)의 역할이 크다. 

온 국민의 반대를 짓밟고 해방된 지 20년도 지나지 않아 김종필을 밀사로 보내어 차관을 도입하면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도장을 찍어줬다는 것인데, 독도에 대한 밀약도 그때 무언가 있었다고도 한다. 더럽고 무서운 넘이다. 

우토로의 고통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소설은 우토로에서 학교를 다니는 어떤 여자 아이의 고통과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우토로의 조선인 구역에 산다는 이유로 민족적 박해를 받던 아이가, 자기가 박해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당당하게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동화는 쉽게 읽히면서도 우토로의 문제점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조선으로조차 올 수 없었던 우토로 사람들.
서경식 선생이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디에서든 다 버림받은 사람들... 재일조선인, 자이니치...
그들을 한 민족으로 여기지 않고 반드시 동포, 교포란 이름으로 금 긋다가 툭하면 간첩단 사건에 집어넣곤 하던 무서운 조국.
그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우토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 때 끌려와서 이만큼 만들어 놓은 게 다 우리 조선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몽땅 내 놓고 떠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우리가 들어오고 싶어 들어온 게 아니고, 남고 싶어 남은 게 아니야.
우리는 전쟁 때문에 들어온 거고, 전쟁때문에 남겨진 피해자란다.
그런 우리한테 사과는 못할 망정 평생 살아온 땅을 내놓으라니, 말도 안 되지.(140) 

할머니의 증언은 우토로의 현실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국가와 민족이 도대체 무언지,
'국가가 나한테 해 준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어린이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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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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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땅 속을 달리는
지하철이다. 

간밤에 잠을 설친
이슬 방울들이
지난밤의 꿈과 함께
부푼 맘을 실으면
무지개처럼 깔리는
때깔 고운 흙길. 

... 

오늘의 종착역인
밑뿌리에 닿으면 

이슬이 있던 자리마다
들꽃이 핀다.
지렁이 빛깔 같은
들꽃이 핀다.(신현배, 지렁이)
 

시인의 눈은 이렇게 세밀하다. 별 걸 다 본다.
바람이 불면, 우리는 우산을 부여잡거나 옷깃을 여미지만, 시인의 눈은 바람의 말을 듣는다.
타인이 아프고, 자연이 아프고, 시인도 아프다.
아프면 '아--' 소리가 나게 마련이고, 듣기 싫은 아-- 소리가 바로 시인의 일갈이다.
알아듣는 사람은 귀가 있는 사람 뿐. 

엄마는
알에게 자기의 소원을 말했어요.
세상을 재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고
풀잎이나 나무를 재 보아라...(양인숙, 효자 자벌레)
 

인간 엄마는
자식에게
내가 다 못잰 세상을 네가 재 보아라...
이렇게 요구할테지만,
자벌레 엄마는
당신이 재려던 세상은 잴 필요없음을 깨달은 것.
어리석은 일 하지 말라는 자벌레 엄마가 오히려 큰 세상이 아닌가... 

거미가 만든 집.
사방 이은 무늬 하나도
버릴 게 없다.(이미애, 거미의 집)
 

아, 인다라의 그물을 떠오르게 하는 거미의 집.
동시라기보다는 그대로 법문이 아닐까?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도 시원스러워 좋다. 

미루나무는 빈 가지들만 남아
참 추워 보이는데 빈 까치집이 덩그렇게
걸려있으니까 더 추워 보여요...
수없이 많은 잔가지들이 모두 손이 되어...
까치집 하나 떠받들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까치집은 미루나우믜 따스한 가슴처럼...
미루나무는 까치집이 있어서 이젠 춥지 않을 거예요.(신형건, 겨울 까치집) 

온통 매미로 뒤덮이는 미루나무
반짝이는 잎새
그것은 그대로 매미가 된다...
흔들릴 때마다
더욱 자지러질 듯 쏟아지는
저 매미 소리.
여름날 냇가 미루나무는
커다란 매미다.
커다란 울림통이다.(하청호, 매미) 

이 두 편의 시에서는 한결같이 미루나무에 기생하는 까치집과 매미를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미루나무는 그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
잘 어울리는 서로 다른 소리. 음악에서 일컫는 '하모니'가 그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잘 어울리는 세상.
이런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얽힌 것이 이 한편의 시집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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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선생님
우다가와 유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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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려 하고, 룰을 지키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사실, 어른들은 룰을 무시하고 심한 경우 우습게까지 보기도 한다.
아이들 눈에 그 표리부동함은 정확하게 말하기 뭣하지만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마코토는 초딩이다.
공부는 졸라 싫어하고 축구부에서 활동하는 데 목숨을 건다.
교코란 같은 반 여자애를 좋아하는데 교코는 피아노 선수다.
마코토의 형은 사립 중학교에 가려고 열공하고, 마코토는 늘 비교 대상이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반칙 선생님'
4학년때의 '원칙'만 강조하는 제멋대로 선생님과 비교되게
5학년때의 선생님은 여유가 있고 너그럽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정규 교사가 아닌 비정규직이고, 결국 1년만에 학급이 줄게 되어 잘리고 만다. 

세상사가 그런 것이다.
늘품성 있고 아이들을 사랑할 인성을 갖춘 이들은 교직에 들어오기 어렵게 만든 것이 바로 임용 고사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이라야 공무원이 되고 교사가 되는 것이 세상인 것이다. 

젊어서부터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모습보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승진을 위한 스펙을 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담임같은 힘든 일쯤이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할수록 좋다. 

이런 어른들의 세상과
낭만이라고는 뭣만큼도 없는 아이들의 팍팍한 삶이 초딩 마코토의 시선으로 잘 잡혀있다. 

초딩 고학년이나 중딩 수준의
공부하기 싫어하고 공차기만 좋아하는 머시매들에게도 읽힐 법한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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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02-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이책 손에서 놓았는데,
류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생기면 참 좋겠다 싶다가도 ,,요즘, 현실이랑은 너무 동떨어져있어서,,
하지만 아직 초딩인데도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는 고녀석의 마음이 참 이뻐보였어요,,,

글샘 2010-02-19 21:2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자기 인생을 좀 고민하며 사는 인생... 너무 어렵나요?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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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참으로 제멋대로다.
엄마가 셋 셀 때까지 ~~를 하도록 해!
쳇, 그 셋이 나온 이유가 뭔지... 논리적 근거도 없이 맨날 잔소리다. 

어린이들 그 작은 마음 속에도 생각이 가득하다.
물론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그거야 어른들도 오십보 백보 아닌가? 

이금이 선생님은 어린이들의 마음 속으로 '소인국 사람'이 되어 들어가신 것 같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는 것인데,  어른들은 제멋대로 아이들을 야단친다.
그리고 아이들의 싫어하는 마음, 간섭받고 싶지 않은 마음,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렇게 정리해 주면서 어른들께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어른들이 이런 책을 얼마나 읽을까... 하는 것이다.
하기야...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의 학생들도 책을 안 읽듯이,
한창 어린이에 대해 연구해야 할 나이의 어른들은 다른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책의 진면목을 깨닫기 힘든 것이 세상 일이다. 

이런 책들을 어른들에게 많이 읽히고 싶다.
초등학교 3~6학년 정도면 아주 좋아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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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에 '풀러 봐'하는 구절이 있다.
두줄 밑에는 '끌러 볼 차례'라고 나온다.
끈을 '풀거나 끄르는' 건 둘 다 가능하지만, 기본형이 '풀다', '끄르다'가 되므로,
풀다, 풀고, 풀어... 이렇게 활용한다. 풀어 봐!~가 옳다.
끄르다는 끄르고, 끌러... 이렇게 되니 맞게 적힌 것이다.

59쪽의 그림에서 '설겆이 쿠폰'이라고 적은 부분은 고쳐줬으면 한다. 설거지 쿠폰으로...
글자를 막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은 곤란하므로... 

61쪽 그림의 달력과 51쪽의 그림 달력이 다르다.(1주일이 8일이나 되는...)
작은 실수지만, 그냥 점으로 찍은 것 아니라면, 엄마 생일 5.15일이 화요일에서 월요일로 옮겨온 사연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긴 좀 싫다. 

그리고 더 작은 실수지만, 51쪽 그림의 쇼핑책 스펠링도 shopping으로 고쳐야 하고,
40쪽 그림의 화장품 스펠링도 cosmetic으로 고쳐야 한다. 

작은 부분이지만, 아이들에게 섬세하게 비칠 수 있는 것들이므로, 또 요새 아이들은 영어도 배우고 하니깐, 제대로 고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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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우리 집 풍경이에요. 엄마가 셋 할때까지...ㅎㅎㅎ 이런 책 읽고 반성 좀 해야할 것 같아요.

글샘 2010-02-16 23:46   좋아요 0 | URL
어른은 늘 반성해야 해요... ㅎㅎ

순오기 2010-02-15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받아 보곤 글샘님 리뷰 덕분에 틀린 곳에 주목했어요.
그림까지 꼼꼼하게 챙기셨어요. 편집자가 철렁했을 듯...^^

글샘 2010-02-16 23:47   좋아요 0 | URL
제가 시비거는 건 편집자가 철렁하고 반성하란 뜻인데, 가끔 연락도 오곤 하죠. ㅎㅎ

페크pek0501 2010-02-1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명절로부터 다시 돌아온 일상, 오늘 행복하군요. 이젠 생활의 변화가 싫네요. 그래서 생활의 리듬이 깨지는 명절이 부담스러워요. 전진하는 삶을 살다가 그 전진이 끊기는 것 같은 명절입니다.

부탁을 드릴 게 있어요. 초등학교 5,6학년이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유익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책이면 좋겠어요. 열 권 이상요. 글샘님은 꼭? 해주시면 좋겠고요, 다른 분들도 좋은 책이 있으면 댓글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신세좀 지겠습니다. ㅋ

글샘 2010-02-16 23:49   좋아요 0 | URL
저도 명절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냥 삶이 이어지면 좋겠어요. 축제같지도 않으면서 의무처럼 되어버린 명절... 별로죠. 피곤하기만 엄청 피곤하고...
그나저나, 그 부탁이... 저는 초딩용 책을 많이는 읽지 않거든요. 책읽는 가족에서 서평단이 되어 읽는 책밖에 없답니다. 순오기님께 부탁드려볼까 합니다. 프레이야님도 아이들 도서엔 일가견이 있으시죠. 용도가 뭔지 알 수 있으면 더 도움이 되겠는데요...

페크pek0501 2010-02-1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께 부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신세를 지는 건 아닌지... 용도는 이래요. 제가 논술과외를 하고 있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킵니다. 주로 중고생들을 가르치는데 초등학생들을 맡게 될 때가 있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동생들을 부탁 받아서요. 제가 5,6학년들이 읽어 좋은 책은 20권 가량밖에 못 읽어서요. 그래서 유익함과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책 추천을 부탁한 거예요. 현재 초등학생들에게, 20권 다음으로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20권은 이미 수업을 했거든요. 먼저 제가 사서 보고 예습?을 해야 하거든요. 부탁합니다. 그 대신 제가 중고생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는 꽉 잡고 있답니다. ㅋ

글샘 2010-02-17 20:58   좋아요 0 | URL
논술이란 게, 답이 없는 거죠. 요즘 아이들이 어려서 논술을 배운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남자애들도 곧잘 한 페이지를 써 낸답니다. 문제는... 생각없음이죠. 아, 그 공허한 글이란...
일단 두 분께 부탁은 드려 놨습니다. 좋은 소식이 오겠지요. ㅎㅎ

순오기 2010-02-18 05:13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 남기신 두 분의 댓글을 봤어요.
저도 잘 모르지만, 수업했다는 20권을 알면 다른 책으로 골라본다고 답글 드렸어요.

페크pek0501 2010-02-18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교육 열풍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도 있는 저로서는 제 직업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논술과외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 수업의 초점은 아이들이 논술을 배우기보단 책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과 책과 친숙하게 지내는 습관을 가르쳐 주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책을 읽고나서 느낀점을 서로 얘기하고 책의 어떤 내용에 대해선 토론도 합니다. 생각을 서로 비교할 수 있어 좋지요. 저는 어릴 때 책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서야 책의 재미를 알았어요. 성장기에 그 재미에 빠지지 못한 게 늘 아쉽게 생각돼요. 뮌가가 내게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거든요.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요즘 아이들이 풍요로운 교육 분위기에서 성장한다는 점이 부러워요. 물론 과잉교육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요. 학생들이 저와 수업을 일년쯤 하고 나서 책이 좋아졌다는 말을 할 때나 이젠 글쓰기가 두렵지 않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주로 학부모들이 학교성적은 좋으나 책과 친하지 않은 학생들을 보낸답니다. 책을 잘 보지 않는 학생들을 자유로움이란 이름으로 그냥 방치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란 생각을 할 수 없어요. ㅋㅋ

그런데 제가 너무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요? 이곳에 어린이 책에 대한 글이 꽤 있길래 쉬운 부탁인 줄 알았어요. 이해 바랍니다.

글샘 2010-02-19 21:27   좋아요 0 | URL
논술 장사하는 언론사가 미운 거죠. 사교육에 종사하는 일이 부끄러울 게 무어있습니까. 공교육도 '공적 인간'을 못길러 내는 건 마찬가진데요...

페크pek0501 2010-02-1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어려운 부탁을 드렸단 생각이 들어 미안해졌어요. 전 글샘님이나 순오기님이 초등용 책의 리뷰도 많이 쓰시는 것 같기에 쉬운 부탁인 줄 알았던 거죠. 제가 부탁하면 짠, 하고 책 목록이 나오는 줄 알았던 것.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는 잘 아시죠?ㅋㅋ 두 분 다 바쁘실 텐데...그래서 그 추천도서는 글 쓰는 제 동료들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시지 마시고 혹시 앞으로 그런 책을 발견하게 되면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 제가 괜히 부탁드려서 부담 갖게 해 드려 미안하단 뜻에서 초등 5,6학년용 책 몇 권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초등 5,6학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 :
대교출판의 트리갭의 샘물, 아주 특별한 우리형, 창비출판의 괴상한 녀석 등 세 권은 생각할거리를 주면서도 재밌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아홉살 인생(위기철) 등 두 권은 사색적이어서 좋은 책인데, 애들이 좀 어려워해서 6학년2학기나 중1때 읽으면 좋을 듯.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는 생각이 깊어지는 책입니다. 시공주니어출판의 마틸다, 샬롯의 거미줄 등 두 권도 애들이 좋아할 책입니다.
이 일로 인해 순오기님을 알게 된 건 저로선 큰 소득입니다. ㅋㅋ 제게 도움을 주시려고 애쓰시는 게 느껴진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글샘 2010-02-19 21:27   좋아요 0 | URL
제 서재의 <어린이 책>에나, 순오기 님 서재의 <초딩 고학년 책> 디렉토리에 가면 초딩용 책 리뷰가 있으니 일단 참고하시구요.
순오기 님이라면 충분히 좋은 책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책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가 이 서재의 존재 가치니까요. ^^
우리형, 암탉, 아홉살, 하늘말나리 샬롯의 거미줄은 저도 읽어본 책이네요.
순오기님 리뷰가 아마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페크pek0501 2010-02-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맞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또 순오기님이 몇 권 뽑는 건 일도 아니라고 곧 목록을 작성해 주겠다고 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답니다.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행복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