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의 약속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2
박경태 글, 김세현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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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의 동화들을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결핍'의 정서를 깔고 있음을 느낀다.
그 결핍에서 독자는 '공감'과 '동감'을 아우른 감정을 퍼올리게 되고,
두레박 가득 퍼날라진 공감과 동감은 감동의 눈물인지, 연민의 감정인지 뒤섞인 감동을 받게 된다. 

여느 동화집에서 맡게 되는 냄새는, 좀 작위적인 것이다.
뭐,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기자든지,
가난한 집 아이나 이혼한 가정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자는,
바른생활 어린이에게 권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TV 동화에서 만날 법한 이야기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어린 마음에서나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마음.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을 뽀드득 거리며 밟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하는 만화가로 강풀을 나는 좋아하는데, 박경태의 글은 강풀의 바보,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의 만화를 읽는 심정을 반추하게 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
부모를 잃은 아이...
험악한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험악한 스토리들을 이 동화 속에선 담담하게 품고 있다.
그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는
천사의 마음을 밝게 드러내 준다.
비록 겉으로 보기엔 장애인, 고아, 자식잃은 부모, 늙은이, 실직자...등 보잘것없는 현실에 부닥친 사람들이지만,
그 마음 속에선 햇살  받아 빛나는 숫눈보다 더 빛나는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동화를 읽으며 
반짝 눈가에서 빛나게 하는 재주를 작가는 가졌다. 

박경태,란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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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풀빛 그림 아이 27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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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보라틴스키의 그림책 시리즈로 읽는 책. 

부루퉁씨는 생각을 모은다.
생각을 모으면, 꽃을 피우고, 가루가 된 생각들이 소리를 낸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가 이 동화를 읽고 그림들을 본다면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현상을 참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그림으로 형상화했다고 극찬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는 좀 어렵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을 의인화하여 줍고, 그것들이 꽃을 피우고, 가루가 된 생각들이 퍼져울리는 소리를
아이들의 환상 속 꿈나라에서 보고 듣고 마음에서 꽃도 피우고 할 것이란 부러운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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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드니까, 안보이고, 안들리고, 안느껴지는 것이 점점 많아져요~ㅠㅠ

글샘 2010-06-26 17:28   좋아요 0 | URL
저두요.ㅠㅜ
 
바다로 간 화가 풀빛 그림 아이 21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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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있었다. 

그는 가난했고, 그래서 늘 주변의 도시를 그렸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바다가 가고 싶었고, 주려가며 돈을 모아 바다로 간다. 

이 대목에서 나온 말. 꿈을 만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가 아니라면, 자유인이 되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그러나, 그는 바다고 갔고, 거기서 바다를 마음껏 그렸지만, 다시 돈이 떨어져 도시로 온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 속 바다와 그 옆의 정원, 그 집의 문은 화가를 받아들이고,
그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서원을 세우고, 장래를 위하여, 땅을 짚고 일어서기로, 그렇게 자유인이 되기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꿈을 만나는 행운을 잡기란 쉽지 않다. 

쉽,지,... 않,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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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6-2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행운까지 바라지 않게 되었어요. 그저 크게 불행한 일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잔잔한 호수처럼 그날이 그날인 듯 잔잔한 일상을 행운으로 알게 되었어요. 생활이 잔잔하기만 하다면 전 행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제 옆에 책과 노트북만 있다면요. ㅋ

글샘 2010-06-27 14: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날이 그날인데,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한 삶이죠.
맨날 불평하고 짜증내면, 땡! 당신은 오늘의 실패자입니다~~
 
대단한 무지개 안경 미래의 고전 18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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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영의 후손 대단한의 이야기다. 

대단한은 눈이 나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인데, 그래선지 인기도 별로 없는 아이다.
이쁜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선생님과는 거리감이 있고,
활발한 친구들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아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신비의 무지개 안경을 얻게 된다.
그 안경은 천리안이 되어 무엇이든 볼 수도 있고,
지혜안이 되어 사리분별을 할 수 있으며,
사람의 기운이나 애정에 대한 판정까지 내려주어 대단한에게 거의 [도사] 수준의 능력을 부여한다.
단, 그 안경으로 여자 목욕탕을 투시하려 하거나, 나쁜 의도로 사용하려 하면 안경이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고통을 준다. 

안경의 능력에 기대어, 병을 앓고 있는 선생님을 구해 주기도 하고,
학급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기도 하며,
친구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 리더십을 키우게도 된다.
아버지의 고전을 보면서 김치프라이드치킨을 개발하기도 하며,
결국 삼촌과 선생님의 청실홍실이 엮이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마무리를 짓는 이야기. 

어린 시절, 참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친구들보다 잘 뛰어 놀아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부모님 말씀에도 따라야 한다.
그때, 올바로 보고, 지혜롭게 판단하며 사람간의 관계를 현명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비록 이야깃속의 신비로운 안경 이야기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얼마나 사람을 몇 가지 잣대로 판별하는지... 반성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모든 것을 확률로 판정하려고 하는 친구는 마치 생텍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이야기한 바대로,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항상 앞장서서 리더가 되어야 직성에 풀리는 아이도 있고,
별로 튀어보이지 않지만 약방의 감초 격으로 어느 자리에서나 어울리는 친구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 속에 고통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상대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을 수도 있으며,
상대가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상황에 맞게, 상대에 맞추어 올바로 <볼 줄 알게 하는> 능력을 주는 안경.
그 안경이라면 누구라도 하나씩 맞추어 써야 할 일이다. 

자신감이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 곳곳에서 

'백분율'이라고 써야할 것을 '백분률'로 쓰고 있다. 여러 번 두 가지를 섞어 쓰고 있어서 눈에 거슬린다.
58쪽, 93,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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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6-16 17:53   좋아요 0 | URL
초딩들 보는 책에는 맞춤법 틀리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책에선 3군데나 틀려 있어요. 고쳐야죠. ^^
 
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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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라는 축구 선수가 있다. 그는 이른바 재일교포로 '조선 학교' 출신이다. 그의 별명은 '인민 루니'다. 축구 귀재란 소리다.
그는 한국과 북조선의 2중국적자인데, 2006년 일본에게 지는 북조선을 보고 북조선 국적을 택하려 한다.
그러면 남조선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북한을 국가로 보지않는 한국은 그에게 국적 포기를 불허한다. (정말 웃기는 나라다.)
그렇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남북의 2중 국적자가 되어 FIFA 규정에 따라 어느 나라로든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는 북조선 대표선수로 출전하게 된다.(피파보다 남한은 좀 웃긴 집단인 것 같다.) 

이렇게 남한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삶이 금기시되어 왔다. 하기야 뻑하면 간첩단 사건으로 조작이나 하는 데 이용했으니...
상대적으로 북조선에서는 '자이니치'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기에 그들은 쉽게 그들의 조국으로 북조선을 택하기도 한다. 

일본으로 갔던 징용, 징병자들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징용, 징병자들에 대한 귀환과 보상 요구를 한 적이 없다.
아마도... 남한에 인민공화국이 들어섰다면 다른 결과를 불러왔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남한에는 미국의 조무래기인 이승만이 정권을 잡았고, 마찬가지로 미국의 조무래기인 일본과 다투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자이니치들의 인권은 개무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억울한 인생들에게 '조국'이란 것은 무엇인지,
서경식 선생의 말처럼, 조국이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것은 없는 것만 못한 것이 아닌지... 많은 의문을 품게 한다. 

일제 시대 일본으로 억울하게 끌려갔거나 조선땅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팔랑귀를 꾀어서 끌고갔던 이들의 인생은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기민(棄民) 정책으로 자기 백성을 버리다시피 했고, 북한에서도 한때는 조국으로의 귀환을 환영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그 또한 돈줄로 이용당한 셈이 되어버린 경우도 많았던 모양이다. 

요즘들어 그런 아픈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곤 하는데, 이런 기억들이 녹아 없어지기 전에,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과거사 위원회를 무위로 돌리는 요즘은 현실이 무시무시하다.) 문학으로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약한 형을 대신하여 징용의 길을 떠난 한 소년의 무시무시한 암흑기 이야기, 탄광에서 제철소에서 거의 삼청교육대 수준의 삶을 유지하다 나가사키 히로시마의 원폭을 경험하는 이야기는 사뭇 검은 일본의 잔상과 오버랩된다. 

오늘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총리가 사의를 표했다.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인기가 급락했다는데... 아직도 한반도와 일본과 미국의 세력 관계는 오리무중 속의 미국 횡포를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라 답답한 뉴스다. (그나저나 이런 일로 총리가 사의를 표하는 정치는 그나마 좀 멋있다. 국가 안보를 지옥으로 보내놓고 희희낙낙하는 자를 보는 일은 역겹다.)

[한겨레 프리즘] 후텐마는 묻는다/ 국제뉴스팀장 김영희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35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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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6-0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으로나마 남아있어야한다..울고싶어요.울게해주세요!

글샘 2010-06-03 15:42   좋아요 1 | URL
이 시대를 살았던 분들, 한 분 한 분 돌아가실텐데...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다면, 문학이라도 기록해야죠. 슬픈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