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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28
허균 원작, 박윤규 다시 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6월
평점 :
며칠 전, 중학생에게 진로지도를 할 것으로 선발된
커리어 코칭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미래 사회는 끝없는 변신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가,
날은 무더운데 다들 늘어져 계셔서,
김범수가 부른 '님과 함께' 동영상을 구경했다.
전문가조차도 변신하지 않으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시대가 되었는가 생각하니 씁쓸하지만,
한편으로 미래가 두렵기도 했다.
그런 관점에서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조선 후기, 변화하는 세상을 보면서 이 소설의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몹시 궁금했다.
물론 홍길동전은 작가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이 책 역시 구전되면서 새로운 요소가 가미된 부분도 있다.
임진왜란 이후, 군주제 국가와 양반 사회의 질서라는 중세 봉건 시대적 사고가 금이 가던 시기.
신분제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던 시대를 반영한 소설.
어린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려운 옛말투를 부드럽게 잘 바꾸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참고하여,
아이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조금 설명이 곁들여 졌더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길동은 모친에게는 '소자'라고 스스로를 칭하지만,
부친에게는 '소인'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다.
소자는 부모에게 자식이 스스로를 칭하는 법이고, 소인은 상전에게 하인이 일컫는 법이니,
이런 단어로도 호부호형이 금지되었음을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18쪽의 장충의 아들 '길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홍길동전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4대왕 세종때이고,
허균의 활동 시대는 조선 14대왕 선조때이고,
장길산은 조선 19대왕 숙종때임을 고려하면,
구전의 삽입 결과임이 비교적 분명한 소재다.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장길산 이야기는 없앴더라도 무관했겠다.
중고생들이라도 굳이 한자어가 가득한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현대어로 쉽게 풀이된 책이나마, 많이 읽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온고지신이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창의력'에는 반드시 옛것이 도움이 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