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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엘리베이터 - 제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ㅣ 시읽는 가족 14
김이삭 외 지음, 권태향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어린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다문화이다.
장애인들에겐 장애인이든 장애우든, disabled든 모두 상처를 주듯이,
다문화 가정에는 다문화란 말 자체가 너희와 우리를 금긋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순혈주의에 감염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다문화란 백신은 자주 맞을수록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착한 베트남 아가씨,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삼거리 신호등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술 취한 남편 피해 숨어 산다는
필리핀 아줌마의 뉴스 한 도막
여권 빼앗기고 월급도 못 받은 채 일한
태국 아저씨의 신문 기사
일 끝내고 한글 교실에서
우리말 배우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세상은 너무 이기적이다.
자기 중심적으로만 돌아간다.
왜 그들의 생각을 하지 못할까?
자 메르치젓 담으이오 메르치젓
시잉싱한 메르치 담으이소 메르치젓
자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
시잉싱한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젓
시잉싱한 메르치젓 마이 담아 드립니더
트럭 한 대가 골목 귓구멍마다
갯내음 흠뻑 쏟아 놓고 갔다.(메르치젓)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로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 밑에 들어간다
십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힘센 십 원)
이런 시들을 배우고 읽으면 마음에 세질 것 같다.
시골에 살아도, 시골말을 써도,
메르치젓 가득 먹고 살다 보면 힘이 세 지고,
십 원짜리가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고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치는 힘이 있듯,
보잘것없어 보이는 우리들도 힘이 될 거란 사실을 잊지 않고 살 것같다.
세상은 마음이 큰 사람의 눈으로 보면 깜짝 놀랍고 새롭고 아름다운 일로 가득한데,
마음이 조부라든 사람의 눈으로 보면 다 더럽고 구질구질하고 힘든 일로 가득하다.
세상을 가득 채운 꽃향기를 맡으면서도 향기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어른들은 모두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