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삼촌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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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용구 삼촌은 바보다. 

그 바보 용구 삼촌이 하는 일이라고는 소 꼴뜯기는 일인데,
사실은 용구 삼촌을 소가 끌고 다닌다 보는 게 옳다.
그러던 어느 날... 소가 빈고삐로 돌아오게되고, 온 마을 사람들이 용구 삼촌을 찾아 나선다.
깊은 산속, 억새풀이 우거지고 작은 소나무가 있는 조금 우묵한 곳에,
토끼를 안고 잠들어있는 삼촌을 발견한다. 

이 이야기가 다사로운 마음을 부르는 것은,
주인공 용구 삼촌의 실종 사건을 앞에 두고 온 마을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공동체에 대한 향수같은 것이다. 노스탤지어라고나 할까. 다다를 수 없는 곳에 있는 오래된 사회에 대한 판타지가 꿈결같이 아득하지만 따스하게 다가온다. 

산업 사회 이전까지는 잘나고 못난 것은 큰 자랑도 흠도 아니었지만,
산업 사회 이후에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들은 사회의 밥벌레 취급을 하게 되었고,
일꾼도 돈 많이 받는 고급 노동자와 돈이 적어 무시당하는 하급 노동자로 분류되어 대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용구 삼촌은 아직도 산업사회 이전의 다사로운 정을 발견하게 해주는 힘을 가진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심심풀이로 동물을 잡고, 정력에 좋다면 뭐든 잡아다 기르고 팔아먹는 징그러운 시대가 아니라, 짐승과 인간이 별세계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평화가 잠든 용구 삼촌에게서 느껴진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면 권해줘도 좋을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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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트로트 가수 동심원 6
유은경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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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경의 동시는 작고 낮은 것들을 잘 볼 줄 아는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
여느 사람이라면 스쳐지나갈 것들을 잡아낼 줄 아는 감성넘치는 시력도 그의 장점이다. 

어느 시인이 그렇지 않으랴마는,
유은경의 동시를 소리내어 두런두런 읽다 보면,
더럽고 험난한 세상도
조금은 착하게, 또 꿋꿋하게 살아갈 힘도 얻을 것 같다. 

세상엔 나보다 작은 것들도,
나보다 느린 것들도 얼마든지 많고,
그것들도 얼마든지 잘 살아가고 있음을 시인은 보여주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연두색 애벌레
돌 의자 위를 걸어갑니다. 

두리번거리다
냄새를 맡다가 

발자국 찍으며
발자국 지우며 

평평한 데는 놔 두고
까칠한 모서리
어루만지며 갑니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몸속 초록 길이 꿈틀거립니다.(봄길) 

어쩜 좋아 어쩜 좋아 ......
참새들 쫑알쫑알 읽고 가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바람이 기웃기웃 흔들어 보고 

어디로 갔을까?
아이가 한참을 섰다 가고 

까닥까닥 강아지풀
읽고 또 읽는다. 

- 강아지를 찾습니다. 
- 강아지를 찾습니다. (어떤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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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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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전설은 고려 말에 떠돌던 것이라 한다.
귀족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거나 외세의 침입에 속수무책인 정부를 가진 백성의 마음 속에선 <불사의 동물> 不可殺伊 가 탄생했던 것이다.
전설속의 불가사리는 또 "불"로써만 죽일 수 있는 불可殺伊이기도 한 것이다. 

마지막 왕자 등 역사 동화를 쓰는 강숙인 작가의 불가사리는 독자를 아련한 슬픔 속에 잠기게 한다.  

불가사리가 횡포를 저지르는 계층이나 외적 등 <공공의 적>에 대항하여 <약한 백성>을 도와주는 주인공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가는 '우투리'와 같은 가슴아픈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부쇠, 연두, 장이, 달래 등 토속적 어감이 잘 살아있는 이 땅의 민초들의 삶이 생생하게 전개된다. 

연두와 달래의 순정도 찬란하다. 

젊은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빛나는 것이다. 비록 슬픈 결말을 맺는다 하더라도. 

마음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가사리의 전설이 되살아나는 시대는 어두운 시대다.
강숙인 작가의 창작 모티프가 어두운 시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여 슬픈 느낌이 들었던 책. 

---------- 오류 하나  

12쪽. 부곡인은 일반 백성과 똑같이 양반 신분... 양인(良人)의 오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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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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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는 주인공 남자 아이의 이름이다. 살강이라는 아기무당과 뿔치가 펼치는 모험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하다. 

여느 판타지에서는 시련을 극복하는 주인공에 상대편에는 <이름을 말하기도 어려운 자>라든지 하는 <절대 강자>가 반동 인물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부정 不淨 한 아이'라는 딱지가 아이들에게 붙어 다니고,
그 부정을 극복하기 위하여 용궁을 찾아 떠나는 여정과 거기서 만나는 모험이 주된 이야기다. 

이 소설이 단순한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 것은, 그들의 부정이 극복 대상일 뿐이지 않다는 데 있다. 그들의 부정은 '악', 또는 '적'이 아니라 그들의 '생명력의 원천'인 것이다. 

어린이 소설 치고는 후반부가 상당히 철학적인데,
부정은 이름이 부정일 뿐... 하는 구절은 '상'을 극복하라는 금강경의 논리와도 통하는 것이다. 

그들의 '부정'이 생명력의 샘물이 되는 구절을 읽으면서, 광주가, 용산이 독재자의 죄악이었고 부정함이었던 바, 결국은 민중의 생명력을 응집시키는 활화산이 될 것처럼 상징적으로 읽을 수 있는 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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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천재 기찬이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3
김은의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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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특히 사내 아이들 중 많은 수는 나댄다.
많은 부모들과 선생님들은 돌보기 쉽게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고 집에서 사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에 알맞게 조절되지 않은 원시의 상태로 태어나 자라는 것이다. 

기찬이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다. 

조용히 눈치를 살펴서, 남들이 사는 방식을 배워 살아가려는 소음인 스타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런 천방지축 중구난방으로 살아대는 아이들이 사실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편리하기를 원하는 조용한 사람들로만 우리 조상들이 이루어졌더라면, 세상은 훨씬 평화로운 곳이었을 수도 있지만, 무지막지한 암투의 공간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아이들의 무의도에서 빚어진 결과만을 보고 어른들은 쉽게 판단한다.
더군다나 어른들의 심판은 아이의 교육에 별 의미 없을 경우도 많다.
"엄마가 열 셀 동안에 다 먹어야 해!"
그 '열'의 기준은 엄마 맘인 것이다. 

간혹 친구 지원이를 구원해주는 멋쟁이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말썽쟁이처럼 로꾸꺼인 세상을 살기 쉬운 것이 기찬이 같은 아이들이다. 

올림픽 8관왕 펠프스가 한국에 태어났으면...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짓밟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어른들이 조금 더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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