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친구와 싸우며 자란다...

친구랑 싸웠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7
시바타 아이코 지음, 이토 히데오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3월

이 책의 원 제목은.. 켕카오 키모치, 그러니까 싸우고 난 기분... 정도다.
다이는 고타랑 친구지만,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고타를 미워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먹을 것을 다이에게 가져다 준다.
그리고 고타랑 다시 친해진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기 땅과 남의 땅을 놓고 오래 싸우지 않는다.
금세 싸우고 또 금세 어울려 지내는 게 아이들이다. 

어른들도 보배울 일이다.

마녀 위니의 개성 바로보기...

마녀 위니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8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마녀 위니 시리즈는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의 한 권을 봤는데, 그림도 이쁘고, 이야기도 맘에 든다. 

검은 고양이.
눈만 초록으로 빛나는 고양이는
온통 검은 빛으로 가득한 위니의 집에서 불편한 존재다. 

검은 소파에 앉아도 고양이랑 부딪히고, 검은 카페트 위에서도 고양이가 밟히거나 채인다.
위니는 검은 고양이를 이런 저런 색으로 변신시켜 보지만...
결국, 검은 고양이는 검게 두고... 집 자체를 온갖 색으로 변화시킨다는 얘기다.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사실, 많은 인간들은 자신의 관점에 맞지 않으면...
어떤 수를 써서든...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란다.
그런 것이 바로 폭력인데... 세상은 그만큼 폭력적이다. 

그렇지만, 위니는 자신이 폭력적임을 반성한다.
상대의 개성을 인정해줄 줄 아는 위니. 

위니의 책을 아이들이 널리 읽었음 좋겠다.
나도 기회가 되면...(이런 책은 뭐, 마트에서 시간 보낼 때, 서점서 누구 기다릴 때... ^^) 위니를 더 만나고 싶다.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게 있는 법... 까마귀 소년

까마귀 소년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야시마 타로 글.그림, 윤구병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땅꼬마는 늘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며 지냈다.
집도 멀어 친구도 없었고, 아이들은 늘 땅꼬마를 놀렸다. 

그러다, 이소베 선생이 담임이 되면서 땅꼬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땅꼬마는 급기야 학예회에 나가는데...
땅꼬마가 잘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소베 선생님은... 땅꼬마가 온갖 까마귀 소리를 구별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소리를 학예회에 발표하게 한다. 

어린 까마귀, 엄마 까마귀, 봄의 까마귀, 겨울의 까마귀...
아, 사람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일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 형편없이 보이는 녀석들도...
공찰 때 보면 반짝거리기도 하고,
맨날 지각해서 교문에서 벌서고 들어가는 아이들도, 소풍가서 만나면 제법 춤도 추고 몸도 흔들줄 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나오는 파리박사처럼...
누구나 어떤 재주를 가졌을 수 있고,
그 재주를 긍정적으로 발견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는 나중에 비록 숯장수가 되더라도...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땅꼬마를 발견해준 이소베 선생님...
아이들을 사랑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아름다운 책...

팥죽 할멈과 호랑이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
박윤규 지음, 백희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이 책은 우선 이쁘다.
종이로 만든 호랑이와 팥죽 할멈이 참으로 정겹다.
할멈의 눈웃음을 한지의 보송함으로 살려낸 것은 사진의 힘에도 있겠다.
아이들에게 이런 멋진 그림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문화의 힘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호랑이의 횡포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힘을 합쳐서 이겨낸다는 것.
한자 성어에 가렴주구란 말이 있다.
가혹하게 거둬들이고, 죽은 넘에게서도 빼앗는다는 건데...
호랑이가 팥죽을 먹고도 할미를 잡아먹으려는 것도 가렴주구일 것이다. 

가렴주구에는 잡동사니같은 인생들이 힘을 합쳐 이겨내야 한다는 교훈도 그렇지만,
한지의 질감이 담뿍 묻어나는 화면들에 마음을 빼앗기게 만드는 좋은 책.

순수한 어린이들의 마음, 세 편

고구마 - 동화가 좋은 친구들 7 ㅣ 동화가 좋은 친구들 8
현덕 외 지음, 권정선 그림 / 여우오줌 / 2004년 7월

고구마, 꾸러기의 노래, 고무줄 새총의 세 편이 실려 있다. 

고구마를 훔친 것으로 오해했던 친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점심 대용 누룽지였던... 가난했던 시대의 삽화 한 편... 아이들의 미안함과 우정이 가득 담겨 나온다. 

꾸러기의 노래엔 허클베리핀처럼 순진무구한 꼬마들이 서로 빨래를 해주기도 하고, 무지갯빛 비눗방울을 날리기도 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고무줄 새총은, 잘못한 것을 감추고 있으면 죄가 커진다는 이야기를 살풋 들려준다. 

아이들에겐 좀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는 마치 수도자의 그것처럼, 읽힐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