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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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구를 알 수 없는 나라, 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 바로 중국.

중국의 전 인구가 1미터 높이에서 한날 한시에 뛰어 내리면 지구가 궤도를 이탈한다는 황당한 이론이 나올 정도의 힘을 가진 나라. 죽의 장막을 드리고 있어 볼 수 없던 나라.

그 나라 중국이 열린 지 제법 오래 되었건만, 우리 아이들도 중국으로 수학여행도 다녀오고 하건만(물론 조금 나은 동네 이야기지만) 우리는 중국을 너무도 모른다. 중국도 우리를 너무도 모르고...

십여 년 전부터 중국 소설이 출간되어 널리 유행한 작품들도 있었다.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작품은 중국의 문화 혁명기의 아픔이 오롯이 그려진 좋은 작품이었고, <텐진의 아이들>은 순수한 사회주의적 이상이 잘 담긴 책이다. 내가 교직을 꿈꾸면서 텐진의 아이들을 읽었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이란 말할 수 없었다.

그 아픔의 격랑을 넘어오면서, 중국의 인민들은 어떻게 살았던가...

이 책은 범털같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닭털같고 개털같이, 옛말에 구우일모라고, 소털처럼 흔하고 흔한 그런 일상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정말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하는 중국의 삶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십여 억 인구 중에서 이를 닦아보지 않은 사람이 오억 이상 된다는 나라. 우리와 너무도 달라보이는 나라의 삶이 우리와 비슷한 면도 있고, 특히 인맥으로 일이 이뤄지는 면은 우리나라 뺨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수천년간의 <중화>의식으로 살아오던 그들에게 닭털같은 삶은 자존심을 놓아 버리게 한 것일까. 자존심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존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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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6-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절하죠? 그런데 그 너절한 삶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데 또 다른 너절함이...

글샘 2005-06-1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 너절함이 삶이란 게... 눈물나죠. 이번에 중국 아이들 손자국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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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고 느끼는 감상은 두 부류일 것이다.

하나는 소설인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도중에 하차하는 경우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살이의 구도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는 반응.

그런데, 특이하게 나는 두 가지 인상의 중간에 놓이게 되었다.

전체적인 구도에서 볼 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는 우리 인생에 던지는 의미가 무겁다. 내가 마흔이 되어버린 지금, 그 기나긴 시간들은 어디로 흘러갔단 말인가. 그 많던 싱아들은 누가 먹어버리고, 이젠 씨앗만이 남아버렸단 말인가. 이런 누구나 하게 마련인 생각들을 복잡하지만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다 읽지 못했다. 여느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의 맥락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순간 순간 그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그려내고 생각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의식의 흐름>을 좇다 보면, 어느 새 내 과거들이 중첩되고, 내일의 할 일이 떠오르고, 엉켜버린 관계들을 풀 생각에 골몰하게 되어 버리는 책인 것이다. 결국 이 책에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도중하차 하게 되어버렸지만,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루스트가 의도했던 것, 스완네 집 쪽으로 가는 길과 다른 길이 있지만, 그 길들은 결국 만나게 되어 있더라는 인생의 은유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그 유명한 시, ‘가지 못한 길’과는 다른 의미를 보여 준다. 로버트의 시에서는 인생의 결정 하나하나로 인해 달라지는 결과에 대한 탐구가 드러났다면, 마르셀의 이 소설에서는 인생의 궤적이 더 큰 규모로 읽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래서 줄거리가 파악되는 것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고, 마치 성경처럼 어디를 읽든 나름대로의 읽을 거리가 제공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수효만큼 아주 다른 우주가 있다. 그것을 잃어 버리지 않으려는 작업으로써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소설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치 시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종탑의 모습처럼, 현실에 충실하려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나의 삶 역시 ‘그때 그때 달라요.’ 그런 거다. 그렇게 이해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이 책을 마저 다 읽는다는 것이 나의 독서 행위에 보탬을 계속 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에.


다양한 교양과 지식, 직관력과 풍부한 문체가 이 소설을 지탱하고 있지만, 처음 이 책이 프랑스에서 발간이 거부되었듯이, 인정받기엔 쉬운 책일 수 없다. 나도 누구에게도 이 책을 권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한권으로 읽는>이란 제목으로 역자는 편집을 시도했지만, 이 책은 모두 읽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구도를 읽어 내거나, 부분부분 읽으면서 우리 삶의 부분성과 총체성을 생각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읽기일 수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저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책은 결코 다이제스트(소화하기 쉬운 책)는 아니다. 열 한 권 분량을 칠백 페이지의 한 권으로 묶었다고는 해도, 객관적 질량은 가벼워졌을지 몰라도, 소설의 비중은 무거워지지도 가벼워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프루스트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내 속에 부처가 들어앉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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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호시노 토미히로 지음, 이윤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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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적힌 간단한 단상과 예쁜 꽃 그림. 봄 맞이 책으로 제격이다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읽다 보니, 전신 마비의 장애인이 입으로 그리고 쓴 그림들이란다.

전에도 동행이란 어느 수녀님의 글과 그림을 본 적 있지만, 이 책은 온 몸이 성하면서도 붓을 잡아본 지 십년도 넘은 나의 감각을 왈칵 뒤집는 책이었다.

나이가 마흔이란 거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 장애는 지금 당장 없지 않은가. 전에 피아노를 넉 달 배우다가 말았다. 아들 녀석이 피아노를 영 싫어하고, 나도 3학년 담임을 한다는 이유있는 이유로 그만두게 되고,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만난 수채화로 하여, 왠지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온 몸을 타오르고 있다. 다음 주 중으로 아들 손 잡고 그림 그리는 곳에 몇 군데 다녀보고 싶다. 이제 시간은 나니깐, 그리고 피아노에 비해서 그림은 그리 오랜 기간 배우러 다닐 필요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되니깐... 사실 피아노도 혼자서 연습해도 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책 읽는 일은 잘 되지만, 다른 걸 지금 새삼 미립이 날 때까지 한다는게 쉽지 않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분들은 다 스승이다. 피아노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내 굳어가는 감성을 되살리는 작업을 다시 일깨워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깨워준 호시노 토미히로에게 감사를...

우리 반에 몸이 불편한 석이한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느낌이 색다르지 않을까?

 

국화

 

기쁨이 모인 것보다

슬픔이 모인 게

행복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강한 사람들이 모인 것보다

약한 사람들이 모인 게

진실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행복이 모인 것보다

불행이 모인 게

사랑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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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2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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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퍼즐이었다.

이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기독교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전혀 알 바 아니지만, 왠지 궁금해졌다.

상당한 진실을 깔고 시작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기독교 단체들이 난리를 부리지 않는 걸로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댄 브라운의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긴 힘들지 않을까? 적어도 몇 년 간은...

로빈 쿡의 의료 범죄 이야기,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는 그 케이스가 어머어마한 반면, 이런 예술과 박물에 해박한 책을 적으려면, 머릿속의 구성만 가지고 소설을 완성하기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피곤한 여름날 루브르의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기가 죽어, 루브르의 보물찾기만 하고 돌아온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종 부러웠다.

언제 시간이 나면, 오르세와 루브르를 다시 한 번 혼자서 며칠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상대로,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아 있었다. 스릴러를 여러 편 읽다 보면,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데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된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그런데 이런 게 더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제법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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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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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준 이유.

1. 나는 스릴러를 좋아한다.

2. 나는 퍼즐을 좋아한다.

3. 나는 예수님과 성경을 좋아한다.(교회가기는 싫어한다. 당연히 신자는 아니다.)

4. 쉽다.('장미의 이름'보다도)

5. 피보나치 수열의 쓰임, 십자가 문양의 쓰임 등이 기발하다.


하루도 안 걸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 권을 읽었다. 한 권을 읽고 드는 감상, ‘아, 이 책을 안 사서 다행이다.’ 책은 이사다니는 데 최대의 강적이다. 두 번째 권은 아직 빌리지 못해서 당분간 언제 읽을지 모른다. 그러나 못 읽는대도 여한은 없다. 제 일권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제 이권이 왠지 조금 지루할 듯하다. 1권의 마지막을 본다면...

 

스릴러는 스릴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충분히 스릴이 있다. 미스테리가 갈수록 꼬여야 한다. 이 책은 그렇다.

 

그리고 스릴러가 베스트 셀러가 되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 로빈 쿡은 의사들이 불을 켜고 볼테고, 존 그리샴은 변호사, 검사들이 열심히 읽겠지... 그리고, 이 책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엄청 볼 것 같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고갯마루에서 우리 국민들 사는 터를 내려다 보면, 붉은 예수님들이 엄청나게 재림해 계심을 세계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글쎄, 내가 대학 시절, 축제 기간 학교 앞에 세웠던 미대생들의 <장승> 작품을 CCC란 과격 단체 학생들이 밤중에 톱으로 잘라버린 기억이 떠오르면서, 왠지 이 책도 불질러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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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2005-04-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권 다 빌려 읽었어요.선생님 예상대로 2권은 좀 지루했어요.결말도 시시하죠.
저도 루브루 박물관 구경했었는데 너무 많이 봐서 뭘 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저 작가는 그 박물관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거같았어요.

글샘 2005-04-0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매력이라면 역시 해박한 박물, 퍼즐 지식을 맘껏 펼쳤다는 것일게다. 루브루만이 아니지, 천지창조를 볼 때도 그렇고, 베르사이유궁전을 볼 때도 그렇고... 우리는 관광객으로서 숨은보물찾기 코스를 빙- 둘러보았을 뿐이지... 우리처럼 섬에서 사는 사람과, 대륙에서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랄까... 조금 아쉽지만... 대륙에 없는 것들을 우린 갖고 살잖아. 저 산, 들, 곧 지천으로 피어날 꽃들...
여긴 벌써 개나리 만발했고 목련은 지고 있다. 곧 벚꽃도 파란 하늘을 분홍 빛으로 빛내며 꽃비 나릴 준비를 하고 있고... 감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