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포켓용
제인 오스틴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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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때 여성과 사회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또 여러 가지 책들을 접하면서 여성의 속성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살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준 여성성이 강한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이란 존재가 가진 오묘한 감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이들을 많이 접해 보면, 이 아이들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성역할을 익힌다기 보다, 본능에 가까운 품성도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게 된다.

남자 아이들은 문제 해결형인 반면, 여자 아이들은 정서 공감형이란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지각을 하면 열 대를 맞든, 스무 대를 맞든 그 자리에서 해결을 보는 걸 좋아한다.
나중에 남겨 두고 훈계라도 할라치면 머리를 쥐어뜯게 마련.
반면 여자아이들은 지각을 했을 경우,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공감해 주는 체만 해도 내 편이 된다.
자기를 믿어 주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때려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웬수가 된다.

결혼하기 전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잘 살았는데, 결혼하고 아내의 텔레비전을 같이 보면서, 제법 싸운 기억이 난다. 대부분은 드라마를 잘 보다가, '자긴 저러면 어쩔 거야?'하는 질문에서 시작되고, 나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아내는 다시 바가지를 긁고...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내 문제가 아닌 것에 관심이 없는 반면, 아내는 자기 정서를 공감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전통적인 로맨스 스토리다. 남들은 이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다는데, 나는 정말 이 책 읽기가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지 열흘이 넘도록 조금씩 읽고 있을 뿐이었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되는 것은 이 책이 아주 인기 있었던 것은, 영어로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 이 책이 인기있다면, 영화의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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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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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Kiss & Tell'은 유명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라는데, 제목을 왜 이렇게 붙인 거지?

보통의 '왜... 사랑하는가'에서 얻은 감동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예쁜 정장을 차려입은 '키센텔'을 빌려왔다.
그런데... 그의 어수선한 화법은 나의 차분하고자 하는 뇌세포와 일대 전쟁을 벌이고 말았다.
결국 차분하려는 뇌세포가 그의 어수선한 화법을 빨리 처치해 버리고는 몇 마디 기록으로만 남았다.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하는 사람은, 보통이 보통 소설가라고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전기라는 형식을 빌려, 자기의 심리적 관심사를, 연애라는 내용에 담아낸 복잡한 장르의 창작물.

누군가를 알고자 하는 의지가 '전기'를 만들어 내지만, 그 누군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그 의지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그리고 전기라는 장르는 많은 진실을 외면하는 거짓된 장르임을 그는 폭로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보내거나 잠을 잔다. 그렇지만 전기에선 그럴듯한 시간으로 가득하단 거다.
그리고 어떤 자연인을 '하나의 정연한 총체'로 응집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 준다. 누구나 나처럼 복잡하고 알기 힘든 존재를 받아들이라고...

그래서 전기 속 주인공들의 위압적인 이력은 다른 활동들에 대한 좀더 평범하고 기본적인 호기심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거란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 책을 읽고는, 이런 생각에 잠긴다.

<개인은 누구나 독특하고 위대하다.>

마음 속에 그리는 지도는 개인적으로 다를 수 있고, 그렇게 그려진 지도가 상대방에게 드러나지 않은 채로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이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누구나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전기의 작가가 그려내는 것처럼 질서정연해야 하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이 불러내는 기억을 떠올려 본다.

**국민학교, 교장 아무개, 교육과정... 이런 공식적인 생활기록부적 기록물은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단속적이고, 단편적이고, 감각적인 것.
껌종이, 지우개, 연필 따먹기의 장면들. 따갑기만 했던 아침조회시간의 햇살들.
라쿠카라차로 기억남은 음악 시간.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날을... 이것이 음악시간.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음을 반복하던... 시간들.
오징어달구지, 라면땅, 말타기, 술래잡기의 철봉대, 미끄럼틀, 모래 사장들.
그리고 로보트 태권 브이의 황홀했던 충만감과 명상의 시간에 눈을 꼭 감았던 '타이스의 명상곡'의 엄청 컸던 음률. 추운 겨울날 돋보기로 태우던 먹지의 먹먹한 탄내.

하긴 내 전기를 누가 써 주어도, 나만의 유년기를 써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지 않을까?
그의 이 글은 숱한 구절에 동감을 표현하게 하면서도, 이 글을 소설이라고, 보통의 대표작이라고 하기엔 '왜...'에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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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4-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여적 서가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흑~
대신! 님의 리뷰 중 제 닉네임이 언급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읽고 있거든요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독서실에서 기운이 촬촬 넘치시는군요^^

글샘 2006-04-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은요... 참 이쁘게 생긴 것이, 이쁘기만 합디다.ㅋ
제가 그 책 읽으면서 여우님 리뷰를 읽었다고 착각했었던거죠?
요즘은 시험 준비 기간이어서, 수업 중에도 자습시켜놓고 책을 읽는다는...ㅎㅎㅎ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절판


혼돈에 처한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현상 중 하나는 종종 특정 단어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짧은 시기동안 서로 다른 장소에서 그 단어를 여러 번 듣거나 읽게 된다. 그 단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다만, 사람의 감각들이 열리고 나면 아주 신비하게도 언어의 조각들이 기호들을 끌고 나오기 때문에 갑자기 두드러져보이게 되는 것이다.-15쪽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들은 자기 일과가 있었기 때문이다.-17쪽

전기 속 주인공들의 위압적인 이력은 다른 활동들에 대한 좀더 평범하고 기본적인 호기심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21쪽

우리가 인정해야만 하는 것은 우리가 25년간 알고 지냈던 남자 혹은 여자를 하나의 정연한 총체로 응집시킬 수는 없다는 점이고,
다른 이들도 우리처럼 복잡하고 알기 힘든 존재라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여야 한다.-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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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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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교재로 쓴다면 '사랑의 이론과 실제 - 만남에서 이별까지 A to Z' 정도로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소설이란 제목을 붙여놓지 않았다면, 문학 코너가 아닌, 심리학 코너에 전시될 법한 책이다.

글을 읽는 내내, 이런 식으로 분석적으로 바라보면, 정말 사랑할 수 있기나 한 거야?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할 때는 두 눈이 멀어 버리고, 눈 위에 콩깍지가 씌이는 거라는데...
이렇게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어서야, 원.

사랑에 빠졌을 때는, 아주 마음에 드는 상대방의 어느 한 부분을 그 사람의 성격 전체로 확장하는 <환유>의 오류에 빠지는 거다. 좀 문학적인 표현이지만, 쉽게 말하면, 사랑은 중독이고 미망(길을 잃고 헤매는)이라는 것이다. 희미한 착각 속에 빠져 화려한 오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은 참 대단하다.

처음 구애할 때, 모든 의심들을 '그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하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과정서 부터,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같은 손에 전화가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는 집착의 단계,
너무도 매력적인 상대방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보이는 자기학대의 단계, 이것을 말의 변비라고 표현한 작가는 탁월한 언어의 마술사다.
뮐러 - 리어의 착시처럼 똑같은 선 양쪽 끝에 붙어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랑으로 여기는 환각의 단계.
나의 슈퍼 에고가 너의 에고를 공격하면서 싸우는 과정.
그리고 우리만의 약속인 언어를 만드는 친밀한 단계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배경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임을 확인하는 완성 단계까지...

사랑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누구에게나 꼭같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그때 그때 다른 것이고,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영원한 노스탤지어라고 한 것일까?
20세기까지의 소설이 인생을 모방한 것이어서, 플라톤이 제거하려했던 그것이라면,
이런 소설들은 소설은 인생을 모방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넘어선, 포스트모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하는, 깨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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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어본 저는 두렵기만 하군요

캐서린 2006-04-0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대한 글을 이렇게 써가리라곤 상상도 못해본 책이었지요...보틍은 정말
보통이 넘었습니다...

글샘 2006-04-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두렵긴요. ㅋㅋ 읽어 보세요. 재밌습니다.
캐써린님... 정말 보통 이상인 소설이었어요. 반갑습니다.^^
 
나무 동화
이탈로 칼비노 외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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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미셸 투르니에, 베라톨트 브레히트, 이탈로 칼비노가 들려주는 나무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라고 적어 놓아서 입맛이 확 당겼던 것 같다.

그리고 모니카 바이스너의 그림들은 마치 동화 속의 환상적인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몽환적인 그림이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막상 읽어 보니, '나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 외에, 이 책이 존재할 이유는 없었다.

트루니에의 글도, 브레히트의 글도 별로였다.

맨 앞에 나오는 프란츠 홀러의 <원시림 책상>이 가장 인상적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한자 쓰는 시간에 이 글을 읽었는데, 아이들의 책상에서 뿌리가 생기고, 줄기가 뻗는 상상을 하면서 읽은 재미난 이야기.

그 외엔 이탈로 칼비노의 배나무 소녀 이야기 정도가 재미있다.

특히 브레히트의 이야기는 끔찍한 악몽과 같았고, 엽기적인 폭력 모티브가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달콤한 동화를 꿈꾼 나에게 배반을 던져 주었다. 별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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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출판사에서 에이전시를 통해 책을 무작위로 골랐나보군요

파란여우 2006-04-0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글샘님에게 도대체 무슨 힘이 촬촬 넘치시는건지...
리뷰만 어제해도 몇 개요? 어흑~
나무에서 폭력이라니, 저도 궁금하다가 잠시 뻘줌합니다.

글샘 2006-04-0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그런 건 아닌 거 같고요. 나무가 들어가는 동화를 모았던데, 이야기가 좀 별로였다는...
여우님... 힘이 촬촬 넘치는 게 아니라, 요즘 중학생이 된 아드님께서 독서실엘 다니시거든요. 학원 안 보내고 독서실 다니라고 했는데, 옆에 앉아서 서너 시간씩 감시하면서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아들이랑 같이 독서실에서 책보니깐 좋네요. 오늘은 지 엄마랑 갔거든요. 혼자 집에서 반신욕 함서 책이나 열심히 보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읽고 있는데 잼있네요. ㅎㅎ

비로그인 2006-04-0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네요...
내가 공부하는데 옆에 아빠가 같이 앉아 공부한다면.
감시 받는 느낌 정말 싫거든요.

혼자 공부하는게 나아요.
저도 중학교때 혼자 공부해도 곧잘 했거든요.
일단 공부하는데 누구한테 의지한다는 개념이 사라져서 좋아요.
학원 오래 다닌 애들보면, 학원 안 다니면 세상 무너질 것 처럼 혼자서 공부한다는 개념이 없거든요.
음...그리고,
하루에 서너시간 꾸준히 한다면 아드님, 반(혹은 전교)일이등도 문제 없겠네요^^

글샘 2006-04-0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안 무서워 하던데요. 오히려 혼자 하면 심심한데 같이 놀아주는 거죠.
학원 다니는 게 너무 의존적인 것 같애서요.